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15)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15화(15/80)
15화 : 아이고 어렵네. 어려워.
“30분 후에 출발할 예정이니까 짐을 싸놓으래요.”
나는 홍서연의 얘기를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어젯밤에 파키스탄에 도착한 이후, 우리는 샤하디 라자의 부모님 저택에 여장을 풀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곳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건만,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단다.
그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오늘 오후에 샤하디 라자의 부모님이 카라치에서 돌아오신대요. 그분들을 만나면 불편할 수 있으니까, 걔네 별장으로 숙소를 옮기기로 결정했어요.”
“메흐무드 칸 회장님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이곳에 남아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도 그 점이 걱정돼서 물어봤는데, 무조건 월요일에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대요.”
“혹시 립 서비스는 아니겠죠?”
“걔는 빈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애예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그나저나 메흐무드 칸 회장님을 만나려고 하는 진짜 이유가 뭐예요?”
사실대로 얘기하면 홍서연이 팔을 걷어붙이고 뜯어말릴 것이 확실하다.
내가 수립해놓은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았으니까.
그럼에도 메흐무드 칸 회장을 만나려는 이유는 만약이라는 것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 온 것도 인연인데, 메흐무드 칸 회장님께 눈도장이나 찍어보려고요.”
“왜요?”
“하하. 잘 알고 있으면서.”
“설마···.”
내 음흉한 웃음에서 뭔가 눈치챘다는 듯 홍서연이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마 홍서연 씨가 생각하고 있는 그 설마가 맞을 거예요.”
“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탄식을 내뱉는 홍서연이었다.
***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오전의 싹싹한 태도와는 달리 샤하디 라자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차가워졌기 때문이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하다가 홍서연과 나눴던 대화가 문득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샤하디 라자에게 미주알고주알 얘기한 것이 틀림없었다.
‘홍서연, 치사한 여자야! 농담을 진담으로 받으면 어떻게 해.’
고개를 돌려 홍서연에게 원망의 시선을 보내려는 순간, 샤하디 라자가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저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휴우~ 다행히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않았나 보군.’
“샤하디 라자 씨가 어떤 사람인지 홍서연 씨한테 들었습니다.”
“그럼, 왜···.”
나는 샤하디 라자가 말끝을 흐린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만약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체크해본 겁니다.”
“할아버지가 월요일에 만나준다고 약속했으니까, 더 이상 의심하지 않으셔도 돼요.”
“알겠습니다.”
샤하디 라자와 대화를 섞어 봐야 좋을 것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입을 닫고 정면을 응시했다.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간다고 판단했는지 홍서연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별장까지 얼마나 남았어?”
“한 시간 정도.”
“생각보다 거리가 있구나. 생일 파티는 별장에서 할 거야?”
“아니. 별장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해있는 사교 클럽에서 할 거야.”
“그럼, 다시 시내로 나와야 해?”
“아니야. 사교 클럽은 시내와 반대방향에 위치해있어.”
“그렇구나. 생일 파티에 몇 명이나 참석할까?”
“후후후. 글쎄.”
가볍게 웃음을 흘리는 샤하디 라자였다.
***
별장은 시원한 호숫가의 바람이 불어오는 절벽 위에 절묘하게 위치해 있었다.
그런 탓인지 별장 정문에는 경비 초소가 하나밖에 없었다.
경비원들은 우리가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 커다란 대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정문을 통과해 500m 정도 나아가자, 고풍스러워 보이는 본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운전기사가 본관 앞에 리무진을 정차시키자, 대기하고 있던 하인이 문을 열어주었다.
샤하디 라자의 뒤를 따라 본관 내부로 들어간 나는 또다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붉게 타오르고 있는 석양이 호수와 어우러져 그림엽서 같은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었다.
샤하디 라자와 서먹서먹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 부럽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샤하디 라자 씨는 정말 좋겠네요.”
“···네?”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수시로 볼 수 있잖아요.”
“호호. 고마워요. 저하고 서연이는 2층을 쓸 테니까, 설도윤 씨는 1층을 쓰세요.”
“넵. 알겠습니다.”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한 후, 하인의 뒤를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
샤하디 라자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려면 정장은 필수였기 때문에 한국에서 챙겨온 옷을 갈아입었다.
거실로 나가니, 석양이 붉은 꼬리를 남기며 멀리 보이는 산마루를 넘어가고 있었다.
창가에 서서 석양을 감상하던 도중에 인기척이 들려 뒤를 돌아본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파티복으로 갈아입은 홍서연과 샤하디 라자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군.’
흐뭇한 표정으로 서 있으려니, 홍서연이 다가오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기분 나쁘니까,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요.”
“내가 언제 그렇게 쳐다봤다는 겁니까?”
“지금 눈이 반쯤 풀려 있잖아요.”
“흠흠. 오해입니다.”
그때,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샤하디 라자가 다가와 말을 붙여왔다.
“설도윤 씨, 정장을 갖춰 입으니까 다른 사람처럼 보이네요.”
“샤하디 라자 씨야말로 눈이 부시군요. 이런 인재가 여배우가 아니라니, 영화 산업의 손해인 것 같습니다.”
“호호, 칭찬 고마워요. 저는 그렇다 치고 서연이는 어때요?”
“아,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억지로 그런 말 할 필요 없어요.”
홍서연이 앙칼진 목소리로 대답하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신경을 1도 쓰지 않고, 샤하디 라자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라자 씨, 이제 파티장으로 가실까요?”
***
샤하디 라자의 생일 파티 장소인 사교 클럽 정문에 도착한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사교 클럽으로 입장하려는 수십 대의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타고 있는 차들은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명차들이 대부분이었다.
고개를 뒤로 돌려 놀랍다는 표정으로 샤하디 라자에게 말을 걸었다.
“샤하디 라자 씨의 인기가 이렇게 많은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 사람들 중에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서른 명도 안 될걸요.”
“···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가문의 명성 때문에 생일 파티에 참석했을 거예요.”
“아··· 그렇군요.”
잠시 후, 우리가 타고 있는 리무진은 정문을 통해 사교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운전기사가 사교 클럽 입구에 리무진을 정차시키자 대기하던 직원이 문을 열어주었다.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자, 파티에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이 샤하디 라자와 홍서연을 향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그녀들에게 떨어져 연회장 구석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고.
안면 있는 사람들이라도 있으면 그들과 어울리겠지만 불행히도 이곳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
그렇다고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지인들과 흥겹게 파티를 즐기고 있는 샤하디 라자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말을 건넸다.
“속이 안 좋아서 그러는데, 차에 가서 잠깐 쉬었으면 합니다.”
“어머! 많이 안 좋아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운전기사 연락처를 알려줬으면 합니다.”
“그럴 필요 없이, 운전기사에게 리무진으로 가라고 내가 지시해놓을게요.”
“그래 주시면 더욱 감사하고요. 다시 한번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연회장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이동하니, 운전기사가 차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조수석에 탑승하자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은 후, 어디론가 떠나갔다.
나는 재빨리 겉옷을 벗어 운전석에 내려놓은 후, 나비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젖혔다.
“휴우~ 이제 살겠네.”
컴컴한 곳에서 무료한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방법은 핸드폰 게임밖에 없었다.
하지만 꽃놀이도 하루 이틀이지, 이것마저 싫증나 버렸다.
멍 때리고 앉아있기도 뭐해서 잠이나 자기로 결정했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겉옷을 덮으며 누웠지만, 웬일인지 잠이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잠을 청하기 위해서 양 숫자를 세던 도중에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날렵해 보이는 두 사람이 주위를 살피며 내가 타고 있는 리무진으로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의자에 눕다시피 하며 그들의 행동을 예의 주시했다.
한 사람이 날카로운 칼로 경호원들이 타고 다니는 승합차의 타이어에 펑크 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경호원들이 타고 다니는 승합차는 두 대였지만, 웬일로 한 대만 펑크 냈기 때문이었다.
‘저놈들의 의도가 도대체 뭘까?’
의문을 품고 있는 사이, 또 다른 사람이 내가 타고 있는 리무진으로 다가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본 후, 트렁크 밑에 무언가를 부착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현장을 떠나갔다.
내가 목격한 장면을 운전기사나 경호원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그들의 전화번호를 몰랐다.
샤하디 라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있다는 기계음이 들려올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홍서연에게 전화 걸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연락하는 것은 나중에 생각해보고 어떤 상황인지 파악해봐야겠군.”
리무진에서 내린 나는 경호원들이 타고 다니는 승합차로 다가가 상황을 체크했다.
승합차의 타이어 4개 중 3개가 바람이 빠진 상태로 주저앉고 있었다.
“괴한이 타이어 세 개만 펑크 낸 이유가 뭘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듯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이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마음먹고, 괴한이 리무진에 부착한 것이 뭔지 확인하기 위해 트렁크 쪽으로 다가갔다.
핸드폰의 조명을 켠 후, 트렁크 밑 부분을 꼼꼼히 살펴보니, 트렁크 아랫부분에 엄지손톱보다 약간 큰 검은색 물체가 부착되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대충 감이 잡혔다.
차량의 위치를 추적하는 장치이리라.
핸드폰 조명을 끈 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리무진에 올라탔다.
“괴한들이 샤하디 라자의 리무진에 위치 추적기를 부착했다는 의미는 꿍꿍이가 있다는 뜻인데···.”
순간, 납치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아니라는 생각이 곧바로 뇌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괴한들이 샤하디 라자를 수월하게 납치하기 위해서는 승합차 두 대를 펑크 내는 것이 정상이었으니까.
“아이고, 어렵네. 어려워. 가만···.”
그때, 또 다른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단서들을 꿰어맞춰 가다 보니, 제법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아··· 그래서 놈들이 승합차 한 대만 펑크 낸 건가?”
곧바로 샤하디 라자에게 말해줘야 하나 싶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수립한 시나리오가 틀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오지랖을 부렸다가 틀려, 괜한 호들갑을 떤 게 되면 샤하디 라자에게 개망신 당할 터.
최악의 경우에는 메흐무드 칸 회장을 만나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내가 수립해놓은 계획은 써먹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단 경호원한테 얘기해주고 대책을 강구해봐야겠다.”
윙윙-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리무진에서 내리려는 순간에 박성칠 사장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왜?”
[설 하사님, 파키스탄에 출장 가셨다면서요?]“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순간, 해병대 시절에 훈련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땡칠이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봐야겠군.’
“박 사장, 내가 지금 중요한 상황에 처해있어.”
[어떤 상황인지 말씀해보십쇼.]묻는 박성칠 사장의 목소리가 신중해졌다.
나는 방금 전에 목격한 장면과 추리한 내용을 그에게 상세히 얘기해준 후, 의견을 구했다.
“···내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설 하사님이 가진 능력이면, 그런 피라미들은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잖아요.]“지금은 해병대 시절의 내가 아니야.”
[설 하사님도 참.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도 모르십니까?]“에휴, 내가 너하고 무슨 말을 하겠냐?”
[귀국하실 때 선물 사오는 거 잊지 마십쇼. 그럼, 끊겠습니다.]딸깍.
박성칠 사장과 전화 통화를 끝낸 후, 또다시 장고에 돌입했다.
“과연 나하고 경호원들이 괴한들을 때려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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