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2화(2/80)
2화 : 네!? 도련님이라고요!
“고객님, 어떻게 오셨습니까?”
인포메이션 센터에 앉아있던 미모의 여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상냥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 네. 오성물산의 홍기훈 사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고객님, 홍기훈 사장님을 찾아온 용건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홍 사장님이 찾아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홍 사장님께 누구라고 말씀드리면 될까요?”
“오늘 오전에 만났던 설도윤이라고 말씀드리면 될 겁니다.”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건네주세요.”
순간, 기분이 살짝 상했다.
나는 홍기훈 사장이 찾아오라고 해서 찾아왔을 뿐이다.
그런데 여직원은 나를 마치 잡상인 취급하듯 정색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에게 한마디 해줄까 했다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녀의 역할 중에는 방문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을 테니까.
‘굳이 일을 키울 필요는 없겠지.’
나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주민등록증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내 얼굴과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꼼꼼하게 비교한 후, 되돌려주었다.
“설도윤 씨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나와 대화를 중단한 여직원은 내선전화를 이용해 누군가와 통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우두커니 선 상태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녀 또한 나를 쳐다보며 통화했고.
그러던 도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상냥하고 온화해 보였던 그녀의 표정이 겁먹었다는 듯 딱딱하게 굳어졌기 때문이었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으려니, 그녀가 조심스런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제가 설도윤 님께 실수한 것이 있다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저는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제 이름은 윤해지라고 합니다.”
‘어, 설마 이거 그린라이트인가?’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두려움에 떠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아닌 것 같았다.
“저한테 이름을 얘기해준 이유가 있습니까?”
“···사실 저는 계약직이거든요.”
한참 동안 말이 없던 윤해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계약직이 무슨 상관입니까? 저는 백수인데요, 뭐.”
“그게 아니라, 홍 사장님께······.”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홍기훈 사장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바람에 윤해지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홍기훈 사장은 나에게 알 듯 모를 듯 아는 체를 한 후,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설도윤 씨한테 실수하지는 않았겠지?”
“···네.”
겁먹었다는 듯 윤해지가 들릴락 말락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대로라면 큰 사달이 날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두 사람의 대화에 과감히 끼어들었다.
“사장님, 윤해지 씨는 저한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줬습니다.”
“설도윤 씨는 여직원의 이름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순간, 아차 했다.
윤해지는 사원증을 목걸이 형태로 차고 있었지만, 유니폼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녀의 이름을 정확하게 홍기훈 사장에게 얘기했으니, 의문을 품고 있는 중이었고.
사실대로 얘기하면, 그녀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상황.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충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아, 윤해지 씨가 너무 미인이라서 이름을 여쭤봤습니다.”
“별일 아니었군요. 저를 따라와 주십시오.”
윤해지에게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신호를 보낸 후, 홍기훈 사장의 뒤를 따라갔다.
***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오성 물산 사장실의 주인은 다름 아닌 홍기훈 사장.
따라서 그가 상석에 앉는 게 당연하건만 내 맞은편에 앉으려 하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서 어물쩍거리고 있으려니, 그가 말을 걸어왔다.
“도련님이 자리에 앉아야 저도 앉습니다.”
“···네!? 도련님이라고요!”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자, 홍기훈 사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도련님이 자리에 앉으시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자, 기어이 홍기훈 사장은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사장님, 이제 전부 말씀해주십시오.”
“그전에 제가 부탁드린 것을 보여주십시오.”
나는 주머니에서 황금열쇠 케이스와 빨간색 액체가 들어있는 작은 병을 꺼내, 홍기훈 사장에게 건네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책상으로 이동해 돋보기를 가지고 왔다.
그리곤 황금열쇠 케이스 덮개를 열어 스카치테이프로 둘둘 말려있는 황금열쇠를 꺼냈다.
스카치테이프를 제거한 그는 돋보기로 황금열쇠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허공을 향해 나지막이 속삭였다.
“부회장님이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아드님이 맞습니다. 이제 천국에서 편안하게 쉬십시오.”
이 상황을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홍기훈 사장이 내뱉은 독백에는 두 개나 되는 엄청나게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었으니까.
“사장님, 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고 계십니까?”
“물론입니다. 두 달 전에 작고하신 오성 그룹의 이용진 부회장님이십니다.”
순간, 기쁘다는 감정보다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고(故) 이용진 부회장이 정말 내 아버지가 맞다면 진즉에 나를 찾았어야 한다.
그랬다면 고아라고 놀림도 받지 않았을 테고, 먹고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인데, 어떻게 기뻐할 수 있겠는가.
“제가 그렇게 대단한 아버지를 두고 있었다니, 정말 몰랐네요.”
“억울하고 화나는 도련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뭔가 잘못한 것이 있다는 듯 홍기훈 사장이 꼬리를 바싹 내렸다.
전의를 상실한 상대방한테 싸우자고 덤비는 것은 매너가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하게 화가 누그러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갑자기 저를 찾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정말 애석하게도 그동안 부회장님은 도련님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믿지 못하겠지만, 사모님은 부회장님께 도련님의 존재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이제 어떻게 된 영문인지 말씀해주십시오.”
홍기훈 사장은 과거를 회상하려는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며, 말을 이어 나갔다.
“과거 얘기를 하기 전에 제 소개를 다시 하겠습니다. 지금은 오성 물산의 CEO를 맡고 있지만, 부회장님이 작고하시기 전까지는 곁을 지키고 있었던 비서였습니다.”
“그래서 저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겁니까?”
“도련님의 말씀이 정확하게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계속 말씀해보십시오.”
“부회장님과 사모님은 30년 전에 처음 만났습니다. 신입사원으로 오성 그룹에 입사한 사모님은 비서실에 배치받았고, 제가 직속상사였습니다. 사모님께 첫눈에 반한 부회장님은 6개월을 쫓아다닌 끝에 겨우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홍기훈 사장의 얘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오성 그룹은 수십 년 넘게 우리나라 재계 1, 2위를 넘나들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로열패밀리인 아버지가 어떻게 일반인에 불과한 어머니와 어떻게 사귈 수 있단 말인가.
이 점을 언급하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부회장님은 연애결혼을 선호하셨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부회장님은 각각 두 분의 형님과 누님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오성 그룹을 물려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유유자적인 생활을 즐기셨죠. 이명섭 전대 회장님도 부회장님의 성품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내버려두었고요.”
“그렇군요.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하지만 이철중 회장님은 그런 막내아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고, 갑자기 미국 법인으로 발령내버렸습니다. 그 탓에 사모님과 갑자기 헤어지게 되었고요. 미국으로 떠난 지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에 사모님한테 편지를 받았는데,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결혼했었다는 얘기는 외할머니께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 어머니는 결혼한 적이 없습니다.”
“부회장님도 사모님이 거짓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도련님을 잉태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계셨습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았을까요?”
“사모님은 편지를 보내기 직전에 퇴사했고 연락을 완전히 끊어버렸습니다.”
“제 어머니가 왜 그랬을까요?”
홍기훈 사장은 정확한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차마 얘기해줄 수는 없었다.
“그 이후로 사모님과 어떠한 연락도 주고받지 못했기 때문에 모르겠습니다. 부회장님은 사모님을 잊지 못하고 작고할 때까지 독신으로 지내셨습니다.”
“그럼, 자식이 저밖에 없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순간, 욕심이라는 놈이 가슴 저 밑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자식이 나 하나밖에 없다는데 떨어질 떡고물이 없는 것이 말이 되지 않으니까.
세상 사람들이 속물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처지라면,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테니까.
그렇다고 속마음을 드러낼 멍청이는 아니었다.
“저 같은 사생아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제가 단언컨대 없습니다.”
“뭐, 그렇다면야···. 그분은 어떻게 작고하셨습니까?”
“도련님, 그분이 아니라 아버님입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아버지라는 말이 쉽게 나오겠습니까?”
“그래도 아버지라고 부르십시오.”
홍기훈 사장의 얘기에는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실려 있었다.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는 상황.
“···일단은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부회장님은 췌장암이 발병하는 바람에 갑자기 작고하셨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군요.”
“예, 이제 사모님과 도련님이 어떻게 살았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외할머니께 들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성 그룹을 퇴사한 어머니는 저를 낳고, 몇 달 후에 변호사 사무실에 취업했습니다.”
“그럼 도련님은 외할머니가 키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제가 20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에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작고하셨습니다.”
“저런···.”
안타깝다는 듯 홍기훈 사장이 탄식을 내뱉었다.
“외할머니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작고하셨고, 그때부터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도련님의 인생도 참으로 기구하군요.”
“제 꼬인 인생의 시작은 아버지의 무책임 때문이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입니다.”
“제 존재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5개월 전에 30년 전 같은 부서에 근무했던 동료 직원의 딸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사모님과 친하게 지냈던 여직원을 우연히 만났는데, 사모님이 임신하는 바람에 퇴사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부회장님과 저는 도련님을 찾기 위해서 백방으로 수소문했고, 며칠 전에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홍기훈 사장의 얘기를 당최 이해하지 못했다.
오성 그룹에는 어머니에 대한 인사기록이 남아있을 것이다.
인사기록을 확인하면,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나를 찾아낼 수 있었을 텐데 찾지 못했단다.
“정말 애석하게도 사모님에 대한 인사기록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누가 고의로 삭제했다는 말씀인가요?”
“···아니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범인이 누구일까요?”
홍기훈 사장은 범인을 알고 있었지만, 혀를 깨물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언급할 수 없었다.
“인사기록은 30년 전에 삭제됐기 때문에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닐 가능성도 있겠네요?”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홍기훈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서 서류봉투를 가지고 와 나한테 건네주었다.
“도련님, 서류 봉투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꺼내보십시오.”
조심스럽게 서류봉투를 열어보니, 여러 장의 사진들이 들어있었다.
사진을 꺼내본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사진 속의 인물과 형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외모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홍기훈 사장이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진 속의 인물은 부회장님의 젊었을 때 모습입니다. 도련님과 닮지 않았습니까?”
나는 인정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이 가지고 있는 황금열쇠가 두 번째 증거입니다.”
“황금열쇠가요?”
“황금열쇠 기둥에는 부회장님과 사모님의 영문이니셜이 아주 작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아, 그래서 돋보기로 살펴보신 것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황금열쇠는 제가 제작한 후, 부회장님과 사모님께 드렸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가지고 온 빨간색 액체의 정체는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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