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4)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24화(24/80)
24화 : 헷갈리잖아
수요일 아침.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회사에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파키스탄에서 맹활약(?)한 덕분에 우리 회사는 JASS 그룹으로부터 큼지막한 선물 두 개를 받았다.
이로 인해서 우리 팀은 물론이고 아시아 사업본부는 실적에 대한 고민을 덜게 되었고.
이 모든 상황이 나로 인해서 벌어진 일인데,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후후후. 고생한 대가로 성과급이나 왕창 받았으면 좋겠군.’
콧노래를 부르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먼저 출근한 사람들이 나에게 시선을 보내왔다.
그들도 파키스탄에서 내가 수주한 일감들이 무엇인지 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들에게 일일이 축하인사를 받으며 우리 팀으로 걸어가니, 김진수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격하게 반겨주었다.
“어서 와, 설도윤 씨. 파키스탄에서 정말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팀장님.”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조재석 차장을 비롯한 다른 팀원들이 축하의 말을 건네 왔다.
나는 팀원들에게 일일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고.
그렇게 화기애애한 시간이 흐르던 도중에 살짝 열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파키스탄 출장에서 조연, 아니 엑스트라 역할을 수행한 홍서연이 출근했기 때문이었다.
김진수 팀장을 포함한 모든 팀원들이 버선발로 달려가 그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쩝. 재주는 곰이 넘고, 성과는 홍서연이 챙기는군.’
씁쓸한 기분이 들어서 메고 왔던 가방을 책상에 팽개치듯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의 전원을 켜고 업무를 시작하려는 순간에 윤해지가 메신저를 보내왔다.
– 윤해지 : 파키스탄에서 어떤 일감을 수주했는지 들었어요. 정말 수고 많이 했어요.
– 설도윤 : 고맙습니다.
– 윤해지 : 설도윤 씨 덕분에 우리 팀도 한시름 덜었어요.
나는 윤해지가 보내온 메신저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소속되어 있는 마케팅 1팀은 중국, 몽골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팀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의 나라를 담당하고 있고.
따라서 내가 수주한 일감은 마케팅 1팀과는 전혀 상관없건만, 그녀가 기뻐하고 있었다.
– 설도윤 :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네요.
– 윤해지 : 설도윤 씨가 수주한 일감이 너무 많아서 우리 팀도 일부 나눠받았어요.
– 설도윤 : 아··· 그렇군요.
– 윤해지 : 한가할 때 식사 한 끼 대접해드릴게요.
– 설도윤 : 감사히 잘 먹을게요.
윤해지에게 답장을 보내는 순간, 홍서연과 대화를 나누던 김진수 팀장이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본부장님께 인사드리러 가자고.”
“넵!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한 나는 출근할 때 메고 온 가방에서 서류 봉투 두 개를 꺼내들고, 홍서연과 함께 김진수 팀장의 뒤를 따라 본부장실로 들어갔다.
물론 나하고 그녀는 장민국 본부장한테도 격한 축하 인사를 받았다.
장민국 본부장은 비서가 내온 커피로 목을 축인 후, 홍서연에게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와, 스카프 멋지네. 이번에 파키스탄에서 구입했나?”
“본부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비싸 보이는데 얼마 정도 하지?”
“말씀드릴 수는 있지만···.”
홍서연은 장민국 본부장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일부러 말끝을 흐렸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닳고 닳은 장민국 본부장이 그녀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사무실의 분위기가 너무 썰렁해서 그냥 물어본 거야.”
“아, 500달러를 주고 구입했습니다.”
나는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서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박성칠 사장은 뜬금없이 양주를 최대한 많이 사오라고 요구해왔다.
일인당 구입할 수 있는 한도가 있었기 때문에 홍서연에게 양주 두 병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녀는 반대급부로 파키스탄의 특산품인 실크 스카프를 사달라고 요구했다.
그래봐야 얼마나 비싸겠냐 싶어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오케이 했고.
하지만 실크 스카프가 겁나게 비싼 것이 아닌가.
차마 약속을 어길 수는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그녀에게 실크 스카프를 사주었다.
그런데 그녀는 직접 스카프를 구입한 것처럼 장민국 본부장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저저 가증스러운 것. 내가 언젠가는···.’
마음속으로 복수를 다짐하는 사이, 장민국 본부장과 홍서연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홍서연 씨가 메흐무드 칸 회장의 손녀딸과 친분이 없었다면, 우리 회사는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을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자 장민국 본부장과 김진수 팀장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졸지에 황당한 상황을 맞이한 나는 홍서연에게 레이저를 쏘아 보내며 말문을 열었다.
“본부장님, 저는 홍서연 씨한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또다시 장민국 본부장과 김진수 팀장의 시선이 홍서연에게 옮겨갔다.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생색을 냈잖아요.”
“설도윤 씨가 큰 성과를 거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본부장님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설도윤 씨는 홍서연 씨한테 생색 좀 그만 내고.”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홍서연이 자존심 강한 여자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다.
생색내면 그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것 같아 조심하고 있었건만, 한순간에 거품이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져보기로 마음먹고, 장민국 본부장의 요청에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거둔 성과에 보답하는 의미로 성과급 30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어.”
순간, 힘이 쭈욱~ 빠져나갔다.
물론 내 의지와는 상관없었지만, 메흐무드 칸 회장의 제안을 거절하는 바람에 130억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그런데 고작 성과급 300%가 뭐라는 말인가.
세금을 공제하면 실제 수령액은 75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적은 금액이었다.
‘쩝, 최소 500%는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감사합니다. 본부장님.”
“저도요.”
홍서연의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도 실망이 큰 것 같았다.
장민국 본부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설도윤 씨, 가지고 온 서류 봉투는 뭔가?”
“메흐무드 칸 회장이 이철중 회장님께 보내는 친서와 야히야 칸 파키스탄 민주공화당의 당수의 확인서입니다.”
“친서는 그렇다 하더라도 확인서는 뭔가?”
“야히야 칸 당수가 총리로 선출되면, 국책 프로젝트를 오성 그룹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사안을 지금 보고하는 이유가 뭐야?”
“파키스탄 민주공화당이 1당을 차지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가 총리로 선출돼도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장민국 본부장은 설도윤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간과 쓸개를 빼놓을 정도로 유권자들에게 굽실거리기 마련.
하지만 선거에서 승리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다닌다.
또한 선거 기간에 내걸었던 공약들이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일은 부지기수였고.
설도윤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리 보고하지 않은 것이리라.
“무슨 말인지 알겠네. 그나저나 선거에서 파키스탄 민주공화당이 1당을 차지할 수 있을까?”
“월요일 오후에 야히야 칸 당수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파키스탄 인민당과 결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총리로 선출되면, 중국에 갚아야 할 부채를 50% 탕감 받겠다고 선언했고요. 그 탓인지 파키스탄 민주공화당의 지지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과연 중국 정부가 야히야 칸 당수의 요청을 수용해줄까?”
나는 수용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지만, 말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메흐무드 칸 회장은 아주 높은 확률로 수용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계획이라는데?”
“최악의 경우에는 사재를 털어서 나라에 기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연 그가 약속을 지킬까?”
“그는 한다면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약속을 실천할 겁니다.”
“기부하려면 그의 재산이 꽤 많아야 할 텐데?”
“그의 재산이 500억 달러 정도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흠··· 그렇다면 아무 문제 없겠군.”
그때, 궁금한 것이 있다는 듯 김진수 팀장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파키스탄 민주공화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했기 때문에 선물을 받은 건가?”
메흐무드 칸 회장에게 선물을 받은 이유는 납치범들로부터 샤하디 라자를 보호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납치범들에게 불상사를 당하면, 그의 가문은 커다란 위기에 빠질 뻔했으니까.
이런 내용을 사실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파키스탄 민주공화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큰 선물을 줬다고?”
곤란한 상황을 대비해서 준비해놓았던 플랜 B를 꺼내놓을 때가 되었다.
“현재 우리 회사가 받은 선물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Bundal Island에 복합 위락 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는 이제야 ICPO를 받은 상태입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과 시간이 오래 걸리고요. 파키스탄 민주공화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JASS 그룹은 기분 나빠서라도 우리 회사와 계약하지 않을 겁니다.”
“흠, 생각해보니 틀린 얘기는 아니군. 이제 다른 얘기를 해보자고. 월요일에 메흐무드 칸 회장을 만나기로 약속했었는데, 하루 앞당긴 이유가 있나?”
샤하디 라자와 홍서연을 납치하려는 놈들 때문이었다.
납치범들에 대한 처리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 그가 긴급 가문 회의를 개최했으니까.
물론 나하고 홍서연은 옵저버 자격으로 가문 회의에 참석했고.
이 사실은 영원히 비밀로 묻어두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다른 이유를 꺼내들었다.
“토요일 밤에 샤하디 라자 씨의 아버지인 무사랴프 칸 부회장을 만났습니다. 그가 일요일 오전에 가문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면서 우리를 데리고 갔습니다.”
“흠, 그런 사정이 있었군.”
나하고 홍서연은 장민국 본부장과 김진수 팀장의 질문을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물론 납치범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수고 많이 했어. 이제 두 사람은 사무실로 돌아가도 좋아.”
축객령을 받은 설도윤과 홍서연이 본부장실 밖으로 나가자, 장민국 본부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김 팀장, 두 사람 사이에 뭔가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그 점에 대해서는 김진수 팀장도 장민국 본부장과 같은 생각이었다.
설도윤과 홍서연은 일주일 가까이 파키스탄에 출장 다녀왔다.
두 사람은 처녀 총각이었기 때문에 그 기간이면 얼마든지 가까워지고도 남을 시간.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서로를 마치 벌레 보듯 냉랭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런 증상은 홍서연보다 설도윤에게 심하게 나타나고 있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말이야. 홍서연 씨가 설도윤 씨한테 대시했다가 까인 것이 아닐까?”
김진수 팀장은 그럴 가능성은 제로라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설도윤이 가진 조건이 너무나 열악했기 때문이었다.
장민국 본부장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흠,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군. 이제 사장님을 만나러 가볼까?”
***
그 시각.
나는 휴게실에서 홍서연과 냉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거짓말하면 엉덩이에 뿔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제가 언제 거짓말했다는 거예요.”
“실크 스카프는 누가 사줬습니까?”
“그럼, 설도윤 씨한테 선물 받았다고 본부장님께 그대로 말씀드려요? 그러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아요?”
“그야······.”
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흠흠. 그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합시다.”
“뭐. 그렇게 하시던가요.”
“그나저나 내가 언제 홍서연 씨한테 생색을 냈다는 말입니까?”
“거울을 보세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에 자부심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잖아요.”
“허~참!”
홍서연은 어이없어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산뜻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설도윤 씨, 위험에 처해있던 저를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는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휴게실 밖으로 걸어 나가는 홍서연이었다.
‘여자는 요물이라더니, 헷갈리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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