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27)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27화(27/80)
27화 : 드디어 밝혀진 비밀
“두 사람한테 진심으로 고마워.”
느닷없이 장민국 본부장에게 감사인사를 받은 우리는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멀뚱히 앉아있었다.
“사실은 내가 두 사람이 JASS 그룹에서 수주한 일감 덕분에 부사장으로 승진했어.”
‘쩝. 나는 성과급 300%밖에 받지 못했는데······.’
“본부장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내 뒤를 이어서 홍서연이 한마디 했다.
“정말 고마워. 두 사람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거하게 한턱 쏠게.”
나는 장민국 본부장의 제안이 딱히 내키지 않았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식사 자리를 어느 누가 좋아하겠는가.
싫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나한테는 거부권이 없다는 것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저도요.”
홍서연도 장민국 본부장과 식사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 한참 만에 대답이 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김진수 팀장은 본부장실의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간다고 판단 내리고, 재빨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본부장님, 이왕이면 설도윤 씨의 해병대 후임이 운영하는 횟집에서 식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군. 요즘에 어떤 회가 괜찮나?”
“겨울철은 뭐니 뭐니 해도 줄가자미가 최고입니다.”
“하하. 듣기만 해도 군침이 흐르는군. 내가 언제 한턱 쏘면 될까?”
“금요일 저녁때가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자고.”
“두 사람도 그날 시간 비워놔.”
순간, 조재석 차장에게 들었던 얘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팀장님, 내일 오후에 인도로 출장 가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바이어가 다음 주에 만나자고 하는 바람에 연기됐어. 내 질문에 언제 대답할 거야?”
거부권이 없는 나하고 홍서연은 김진수 팀장의 제안에 좋다며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하. 알았어. 본부장님, 계속 말씀하십시오.”
확답을 받은 김진수 팀장이 웃으며 물러나자, 장민국 본부장도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회장님은 두 사람의 성과를 치하한다며 성과급을 1,000%로 올려주셨어.”
순간,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짜증이 하늘 저 멀리 사라졌다.
장민국 본부장의 얘기에는 이철중 회장이 내가 누구인지 인지했다는 뜻이 담겨있었으니까.
‘후후. 조만간에 이철중 회장님을 만나볼 수 있겠군.’
“감사합니다. 본부장님.”
“저도요.”
우리에게 감사 인사를 받은 장민국 본부장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성과급을 받는 사실은 직원들이 알아봐야 좋을 것은 없으니까 함구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도 영원히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제 다른 얘기를 해보자고. 설도윤 씨는 거액의 포상금을 주겠다는 메흐무드 칸 회장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가 뭐야?”
“저··· 그 사실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메흐무드 칸 회장이 이철중 회장님께 보낸 친서에 적혀 있었어.”
“아, 그렇군요.”
“회장님께 보고해야 하니까, 가급적이면 사실대로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진실은 신비의 명약이 받지 말라고 경고를 보내왔기 때문에 거절했다.
이를 사실대로 말해봤자 미친놈 취급밖에 더 받겠는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홍서연에게 얘기했던 내용을 그대로 꺼내들었다.
“메흐무드 칸 회장한테 시험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얘기해봐.”
“그가 저한테 포상금 얘기를 꺼낼 때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어라? 웬일로 얘가 나를 도와주지?’
홍서연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장민국 본부장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중에 알아낸 사실입니다만, 메흐무드 칸 회장은 1,000만 달러를 수재민들에게 기부할 계획이었습니다.”
“이유를 알고 있나?”
“파키스탄은 아직도 금권 선거가 통하고 있었습니다.”
“흠, 무슨 말인지 알겠네. 두 사람은 사무실로 돌아가도 좋아.”
축객령을 받은 설도윤과 홍서연이 본부장실에서 퇴장하자, 장민국 본부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김 팀장은 1,000만 달러를 포기할 수 있어?”
“회사를 때려치우는 한이 있더라도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설도윤 씨는 왜 포기했을까?”
‘미친놈이기 때문입니다’라는 대답이 입안에 머물렀지만,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메흐무드 칸 회장의 손녀딸인 샤하디 라자가 엄청나게 미인이랍니다.”
“에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장민국 본부장과는 달리 김진수 팀장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본부장님, 설도윤 씨는 허우대가 멀쩡할 뿐만 아니라 능력 또한 뛰어난 편입니다. 결정적으로 그는 고아입니다.”
“혹시··· 데릴사위?”
“본부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긴··· 그럴 수 있겠군. 이제 다른 얘기를 해보자고. 나는 사장님이 설도윤 씨의 성과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김 팀장은 어떻게 생각했어?”
“저도 본부장님과 마찬가지로······.”
***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나는 박성칠 사장과 통화 중에 있었다.
[설 하사님, 꼭 줄가자미 회를 드셔야 합니까?]“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동해 앞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는 바람에 조업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내일은?”
[풀린다고는 합니다만, 줄가자미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설마···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구호를 잊어버린 것은 아니겠지?”
뚝.
파키스탄에서 박성칠 사장에게 받은 대로 되돌려주는 나였다.
핸드폰을 책상에 내려놓은 순간에 조재석 차장이 말을 걸어왔다.
“방금 전에 박 사장한테 내 이름을 언급했는데, 이유를 얘기해줄 수 있어?”
사실대로 얘기할 수는 없었기에 다른 얘기를 꺼내들었다.
“본부장님이 파키스탄에 출장 다녀온 저희한테 한턱 쏘시겠답니다.”
“아, 그랬군.”
“저희에 대한 OJT는 언제 재개할 예정입니까?”
“그게 말이야. 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OJT는 건너뛰기로 결정했어.”
“쩝! 저희가 저희의 발등을 찍었군요.”
***
그 시각.
이철중 회장의 집무실에서는 심각한 내용의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JASS 그룹과 거래가 중단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해봤나?”
“거래 금액이 미미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오성 전자와 JASS 그룹의 거래금액은 얼마 정도였나?”
“월 평균 2,000만 달러 정도였습니다.”
“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이철중 회장이 허공을 쳐다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던 엄기원 비서실장은 말없이 앉아있었고.
“막내 놈은 왜 이렇게 빨리 가버려서 이런 사달을 만들었는지.”
“저도 그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모든 계열사에 JASS 그룹과의 거래는 오성 물산으로 일원화한다고 통보해. 그리고 홍 사장이 요청한 인원들은 최대한 빨리 오성 물산으로 전배시켜.”
“네. 알겠습니다.”
“이제 나가서 일 봐.”
하지만 엄기원 비서실장은 엉덩이에 자석을 붙여놓은 듯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엄 실장, 나한테 보고할 것이 남아있나?”
“네. 메흐무드 칸 회장이 회장님께 보내온 친서에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엄기원 비서실장은 친서에 담겨있는 내용을 이철중 회장에게 상세히 보고했다.
“홍 사장이 홍서연을 의도적으로 띄워준 이유를 파악해봤나?”
“그게 말입니다. 홍서연은 홍 사장의 외동딸이었습니다.”
“뭐, 뭐라고!”
미수(米壽, 88세)를 목전에 둔 이철중 회장이 말을 더듬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제가 두 사람의 인사기록 카드를 교차 검증해봤는데 출생 연도와 생일이 같았습니다.”
“흠··· 그렇다는 말이지?”
“그것보다 더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홍 사장은 어느 누구보다 공사구분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딸이라고 해서 성과를 몰아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럼, 홍 사장의 의도가 뭘까?”
“홍 사장이 의도적으로 설도윤의 성과를 깎아내렸다는 말인데······.”
순간, 뭔가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엄기원 비서실장이 말끝을 흐렸다.
뭔가 있다고 판단한 이철중 회장이 득달같이 말을 걸었다.
“엄 실장, 무슨 일인지 빨리 얘기해봐.”
“아무래도 뭔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홍 사장은 설도윤 사원과 사적인 관계에 놓인 것 같습니다. 맞아! 그렇지!”
뭔가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엄기원 비서실장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뭐가 그렇다는 거야?”
“용진이가 30년 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의 이름이 설다빈이었습니다.”
“에이, 설마······.”
엄기원 비서실장은 이철중 회장이 말끝을 흐린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회장님, 확인할 것이 있으니까,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확인할 거라니?”
“제 추측이 틀릴 수 있으니까,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엄기원 비서실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집무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철중 회장은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가 클리어 파일을 손에 들고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 실장, 뭔가 발견했어?”
엄기원 비서실장은 이철중 회장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소파에 힘 빠진 모습으로 앉았다.
“···우리가 헛짚은 거 맞지?”
“회장님의 추측이 틀렸습니다.”
“그, 그럼, 진짜 용진이의 아들이라는 말이야!”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 이철중 회장이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친자 감정을 해봐야겠지만, 용진이의 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얘기해봐.”
“용진이의 젊었을 때 얼굴과 설도윤의 얼굴이 붕어빵입니다.”
“설도윤의 사진을 가지고 있나?”
“여기 있습니다.”
이철중 회장은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천천히 클리어 파일의 덮개를 넘겼다.
클리어 파일 안에는 멋지게 생긴 미남자의 확대한 증명사진이 들어있었다.
사진을 한참 동안 쳐다본 그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소파에 온몸을 맡겼다.
엄기원 비서실장은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말없이 앉아있었고.
덕분에 널찍한 집무실에서는 침묵이라는 놈이 떡하니 주인 행세하고 있었다.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이철중 회장이 감았던 눈을 뜨며 말문을 열었다.
“또 다른 증거를 얘기해 봐.”
“현재 설도윤은 용진이가 죽기 전까지 살고 있었던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의 가족관계를 확인해 봤나?”
“인사가록 카드에는 가족관계가 공란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의 모친이 사망했다는 말인가?”
“그렇게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용진이와 설도윤은 언어 천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흠···.”
이철중 회장이 또다시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겼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생각을 끝냈다는 듯 그가 말문을 틔웠다.
“홍 사장은 설도윤이 용진이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겠지?”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회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홍 사장은 그 사실을 언제 알았을까?”
“설도윤이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에 오성 물산에 입사한 것으로 판단컨대 최근에 알아낸 것이 틀림없습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군. 그런데 홍 사장이 설도윤의 성과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린 이유가 뭘까?”
엄기원 비서실장도 그 점이 미스터리였다.
홍기훈 사장은 설도윤이 이철중 회장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성과를 부풀려야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유가 뭘까 생각하다 불현듯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홍 사장은 설도윤의 존재를 회장님께 숨기려고 한 것 같습니다.”
“왜?”
“홍 사장은 완벽주의자입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설도윤을 회장님께 선보일 준비가 안 됐다는 뜻입니다.”
“준비가 안 됐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용진이의 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모님부터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하여간 그놈의 할망구가 문제라니까.”
“설도윤이 날개를 힘차게 펼치고 하늘을 날아오를 때까지 모른 척하는 것이 어떨까요?”
“하늘을 날아올라? 과연 그가 그런 능력이 있을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른 법입니다.”
이철중 회장은 엄기원 비서실장의 의견에 적극 공감했다.
설도윤은 부서 배치 받은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서 엄청난 성과를 기록했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았어. 승냥이 같은 놈들이 설도윤을 물어뜯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보호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설도윤의 모친이 언제, 어떤 이유 때문에 사망했는지 은밀하게 조사해 봐.”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내 마누리가 손을 썼을까 봐 그래.”
“아···.”
이제야 이철중 회장의 의도를 이해했다는 듯 엄기원 비서실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말이야. 홍 사장이 하나밖에 없는 딸을 설도윤과 붙여놓은 이유가 뭘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