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5)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35화(35/80)
35화 : 과연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 통할까?
김진수 팀장이 회의 참석자들을 주욱 둘러본 후,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남현우 씨는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회사에 출근할 수 없습니다. 지원 파트 직원들은 힘들더라도 그가 복귀할 때까지 업무를 분담해 처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우리의 대답을 뒤로하고 김진수 팀장은 말을 이어 나갔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대책회의를 시작해봅시다. 박상민 파트장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샤오마 인더스트리 측이 보내온 답장 내용을 얘기해주세요.”
“결론만 말씀드리면 가격을 30% 인상해주면, 우리 회사에 비료를 판매할 수 있답니다.”
“결국 설도윤 씨의 추측이 맞았군요.”
“네. 그렇습니다.”
“샤오마 인더스트리 측의 제안을 JASS 트레이딩 측에 전달했습니까?”
“네. 그들의 치졸한 행태에 이를 갈며, 기존 가격대비 10%까지 인상해줄 용의가 있답니다.”
김진수 팀장은 가슴이 답답했다.
샤오마 인더스트리 측의 제안을 수용하려면, 오성 물산의 이익을 대폭 축소해야 하니까.
자신의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박상민 파트장에게 물었다.
“우리 회사의 이익을 축소한다 해도 샤오마 인더스트리 측의 제안은 수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야 하는 이유를 얘기해보세요.”
“우리 회사가 BEP(Break-Even Point,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매출 이익률은 최소 7%는 확보되어야 합니다.”
즉, 샤오마 인더스트리의 제안을 수용하면, 13% 손해가 발생한다는 의미였다.
“그렇군요. 샤오마 인더스트리 측이 배짱부리는 이유가 뭘까요?”
“JASS 트레이딩에 비료를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자기들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실제는 어떻습니까?”
“다른 비료 회사들을 접촉해본 결과, 가격 경쟁력이 있는 회사는 인도 정부가 7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RAF 케미컬밖에 없었습니다.”
김진수 팀장은 또다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철천지원수지간.
인도는 비료를 타르 사막(인도와 파키스탄에 걸쳐 위치한 사막)에 뿌릴지언정 파키스탄에는 판매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샤오마 인더스트리 측이 배짱부리고 있는 중이었고.
그렇다고 손해를 입어가며 JASS 트레이딩에 비료를 공급할 수는 없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에 잠기려는데, 문득 설도윤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감이 철철 넘쳐흐르는 그의 표정으로 판단컨대 기발한 대책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설도윤 씨, 관련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면 얘기해봐.”
나는 샤오마 인더스트리의 꿍꿍이를 간파했기 때문에 진즉에 플랜 B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김진수 팀장의 질문에 얼마든지 대답할 수 있었지만, 신입사원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우리 회사와 JASS 트레이딩이 처해있는 처지를 모른 척할 수는 없는 상황.
‘말해도 되겠지?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리진 않으니.’
만약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면 메흐무드 칸 회장의 선물을 덥석 받으려고 했을 때처럼 뇌에서 경고의 신호를 보내왔으리라.
마음의 결심을 굳히고, 김진수 팀장의 요청에 대답했다.
“저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적을 적으로 상대한다라···.”
말끝을 흐린 김진수 팀장은 은색 뿔테 안경을 벗어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생각에 돌입했다.
그러자 회의실에는 예기치 않은 침묵이 찾아왔다.
제법 긴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생각을 끝낸 그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과연 이이제이 전략이 통할까?”
“인도의 주적은 중국이기 때문에 통할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만약에 RAF 케미컬 측이 제안을 거절하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RAF 케미컬은 우리 회사에 비료를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절할 명분이 빈약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절한다면 돈으로 승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RAF 케미컬 측에 뇌물을 먹이자는 말인가?”
“아닙니다. 저는 RAF 케미컬 측에 이익을 챙겨주자는 의미로 이런 말을 꺼낸 겁니다.”
“어떻게 말인가?”
묻는 김진수 팀장의 표정에 호기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샤오마 인더스트리가 JASS 트레이딩에 수출하던 비료를 예를 들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비료 수출 가격은 종류마다 다르지만 20kg 기준으로 평균적으로 20달러 정도이고, 운송비는 비료 한 포대 기준으로 약 25% 정도 됩니다.”
“운송비가 그렇게 비싸다고?”
“샤오마 인더스트리의 비료 공장은 중국의 우한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비료를 파키스탄까지 도착시키려면, 육로와 해운 운송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송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어가는 편입니다.”
“생각해보니 그렇군. 계속 얘기해봐.”
“그런데 RAF 케미컬의 비료 공장은 파키스탄 국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루디아나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김진수 팀장은 설도윤의 의도를 이제야 완벽하게 깨달았다.
인도에서 파키스탄까지 육로를 이용해 비료를 운송한다면, 운송비용이 대폭 절감될 것이다.
절감한 운송비를 RAF 케미컬 측에 돌려주자고 제안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그에게 묻자.
“팀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만, 절감하는 비용 전부를 되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 얼마를 되돌려주는 것이 좋을까?”
“30%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70%가 우리 회사 몫이라는 말인가?”
“아닙니다. JASS 트레이딩 측도 일부 나눠줘야 할 겁니다.”
“그래야 하는 이유를 얘기해봐.”
“JASS 트레이딩 측도 RAF 케미컬 비료 공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흠, 그렇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RAF 케미컬 측이 비료 판매를 거절하면 어떻게 하지?”
“인도에는 고대 아리안 족의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아리아는 ‘고귀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점을 활용하면······.”
김진수 팀장은 설도윤이 똑똑하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
게다가 이렇게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고.
그의 계획대로 비즈니스가 진행된다면, 어렵지 않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흐뭇한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그의 설명은 끝을 향해 달려갔다.
“···인도 정부 측 담당자의 엉덩이를 살살 긁어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뜬금없이 인도 정부 측 담당자를 언급하는 이유가 뭐야?”
“RAF 케미컬의 최대주주는 인도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아, 내가 그 점을 깜빡했군. 좋아.”
고개를 끄덕인 김진수 팀장은 박상민 파트장에게 말을 걸었다.
“JASS 트레이딩에 비료를 수출할 수 있겠습니까?”
“방법을 알고 있는데 비료를 수출하지 못하면, 제가 무능한 것이겠지요.”
“하하. 알았어요. RAF 케미컬과 접촉해보고 인도로 출장가세요. 조 파트장과 설도윤 씨는 박 파트장을 적극 도와주고.”
“네. 알겠습니다.”
그때, 이강후 대리가 움찔거리는 모습이 김진수 팀장의 눈에 들어왔다.
“이 대리, 나한테 할 말이 있나?”
“저도 인도 출장에 동행하고 싶습니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얘기해봐.”
“······.”
“시간 없어. 얼른 얘기해!”
김진수 팀장의 호통 소리에 이강후 대리가 마지못해 말문을 열었다.
“그게··· 장차 오성 그룹을 물려받으려면, 지금부터 바이어들을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요.”
“허~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탄식을 내뱉는 김진수 팀장이었다.
***
박상민 파트장은 지체하지 않고 인도의 RAF 케미컬 측에 LOI(구매요청서)를 발송했다.
그러자 RAF 케미컬 측은 하루만에 FCO(Full Corporate Offer, 판매제안서)를 보내왔다.
박상민 파트장은 RAF 케미컬 측에 거래 조건을 협상하기 위해서 방문하겠다고 요청했다.
RAF 케미컬 측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방문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해왔고.
인도 출장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어, 드디어 내일 오후에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데, JASS 그룹 전담 팀에서 경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지원이 메신저를 보내왔다.
– 김지원 : 할 말이 있는데, 시간 내줄 수 있어요?
‘혹시··· 김지원 씨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아니라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 심각해보였기 때문이었다.
– 설도윤 : 중요한 내용입니까?
– 김지원 : 네.
– 설도윤 : 5분 후에 휴게실에서 보는 것이 어떨까요?
– 김지원 :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허겁지겁 휴게실로 가보니 김지원은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나는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그녀에게 사과의 말부터 건넸다.
“파트장님이 찾는 바람에 조금 늦었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한테 할 얘기가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네요.”
김지원은 중요한 얘기라는 듯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본 후, 작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그게··· 이 대리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어요.”
이강후 대리는 일편단심 홍서연을 짝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때 아닌 김지원이 그 인간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단다.
‘이 인간이 양다리를 걸치려고 김지원 씨한테 껄떡대고 있는 건가?’
하지만 내 상상은 불과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산산조각 나버렸다.
“미안하지만 설도윤 씨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에요.”
“하하.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이 대리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데요?”
“인도 출장자들의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는데, 이 대리가 취소해달라며 떼를 쓰고 있어요.”
“왜요?”
“그는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해본 적이 없다며 퍼스트 클래스를 예약했어요.”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오성 그룹의 해외 출장 규정에 따르면 사원은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강후 대리는 사규를 어기고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할 생각이었고.
“그 인간은 용가리 통뼈라도 된답니까?”
“저도 그렇게 얘기했는데, 사비로 퍼스트 클래스를 예약했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그 인간의 짓거리를 팀장님께 보고하세요.”
“보고하면 가만히 안 있겠다며 협박받았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론 김진수 팀장에게 보고하면, 이강후 대리의 철없는 행동은 단숨에 저지할 수 있다.
문제는 그가 나뿐만 아니라 김지원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것에 있었고.
묘안을 궁리하던 도중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생각났다.
‘그나마 이 방법이 가장 무난하겠군.’
“비행기 티켓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정말요? 그럼 저는 설도윤 씨만 믿고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지 않을게요.”
“그렇게 하세요. 저는 바쁜 일이 있어서 그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오자마자 홍기훈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나 그렇듯 신호가 울리는 것과 동시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말씀하십시오.]“사장님께 구차하게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어떤부탁인지 말씀해보십시오.]
“사장님도 우리 부서에 이성진 사장님의 둘째 아들이 근무하고 계신 것 알고 계시죠?”
[그야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저희는 JASS 트레이딩에 비료를 수출하는 건 때문에 내일 인도에 출장 갈 예정입니다.”
나는 김지원에게 들은 얘기를 가감 없이 전했다.
[허, 그놈이 정신 나갔군요?]“그러게 말입니다.”
[그놈의 썩어빠진 정신 상태는 제가 책임지고 개조시켜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사소한 부탁을 드려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이번 인도 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기원하겠습니다.]홍기훈 사장과의 전화를 끊고 사무실로 올라가 자리에 앉는 순간, 홍서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모기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 대포를 쏜 것이 마음에 걸려서요.”
“···네?”
그때, 갑자기 김진수 팀장이 벌떡 일어나 뛰다시피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보나마나 홍기훈 사장에게 호출받았기 때문이리라.
나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척하며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 게 있습니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며칠 동안은 홀가분하겠네요.”
“말을 돌리는 것을 보니, 제가 알 필요 없다는 뜻이죠?”
약 10분 정도 지난 후.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리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김진수 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강후 대리에게 성큼성큼 걸어간 그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노려보며 고함쳤다.
“내 방으로 따라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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