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6)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36화(36/80)
36화 : 도대체 언제 철이 들까?
이강후 대리는 멘탈 하나만큼은 엄청나게 강한 사람이 틀림없었다.
김진수 팀장은 사무실의 모든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그를 개박살을 냈다.
그 정도로 심하게 꾸지람을 들었으면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정상이건만.
하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전히 홍서연에게 치근덕대는 중이었다.
“내가 인도에 출장 가는 거 알고 있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한테 받고 싶은 선물 있어?”
“아무것도 없어요.”
쌀쌀맞은 목소리로 대답한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홍서연이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이강후 대리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쟤는 톡 쏘는 것이 매력이라니까.”
혼잣말을 내뱉은 그는 뭔가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사장님한테 고자질한 인간이 어떤 놈인지 알고 있습니까?”
‘니 눈앞에 앉아 있잖아.’
“내가 알 리가 있겠습니까? 팀장님이 얘기해주지 않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정체불명의 남자가 제보했답니다.”
“그렇군요. 범인이 누구인지 꼭 붙잡기를 바랍니다.”
마음에도 없는 얘기를 꺼내려니 온몸에 닭살이 돋는 심정이었다.
“암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반드시 잡아낼 겁니다.”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이강후 대리와는 달리 나는 신경을 1도 쓰지 않았다.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하고 홍기훈 사장밖에 없으니까.
나와 홍기훈 사장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한,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질 가능성은 없었다.
그런 상황인데 그가 무슨 방법으로 범인을 잡아낼 수 있단 말인가.
“그날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나저나 설도윤 씨는 홍서연 씨가 썸타는 남자가 누군지 알고 있어요?”
내가 알기로 홍서연에게 썸타는 남자는 없다.
그녀가 이강후 대리에게 거짓말한 이유는 치근덕거리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함이리라.
사실대로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얘기해줄 의무도 없었다.
“홍서연 씨는 개인 신상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나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감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알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얘기해줄 것이 없습니다.”
“그럼, 설도윤 씨는 썸타는 여자가 있어요?”
이강후 대리의 머릿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홍서연이 썸타는 남자가 나라고 의심하고 유도 심문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의심을 한 방에 날려버릴 필요가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그 여자가 누군데요?”
“샤하디 라자라고 이 대리님도 알고 있을 겁니다.”
이강후 대리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샤하디 라자는 파키스탄에서 최고 명문가인 JASS 그룹의 후계자.
게다가 홍서연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미모와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다.
그렇게 엄청난 여자가 고아 나부랭이에 불과한 그와 썸탄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에이, 샤하디 라자가 약 먹었답니까?”
‘이 새끼가.’
머릿속에서 이강후 대리의 평가가 한 단계 더 내려갔다.
한껏 무시하는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히 보였으니까.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따로 있지. 뭐? 약을 먹었냐고?’
분명 썸타는 사이는 아니어도 자신이 그녀에게 도움을 준 것은 확실한 상황, 꿀릴 건 전혀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샤하디 라자한테 내가 직접 물어볼 테니까, 전화해서 바꿔줘 보세요.”
고작 이런 일로 샤하디 라자에게 전화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이강후 대리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줄 필요가 있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린 후, 섭섭해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너무하신 것 아니에요?]“···네?”
[설도윤 씨는 제 안부도 궁금하지 않아요?]‘이건 또 무슨···. 얘는 왜 또 호들갑이야.’
왠지 모르게 홀로 내적 친밀감이 많이 올라간 것 같은 샤하디 라자와 침착하게 통화를 이어 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메흐무드 칸 회장님과 통화할 때마다 라자 씨의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저한테 직접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있잖아요?]“하하. 앞으로는 그렇게 할게요.”
[알았어요. 이제 저한테 전화한 용건을 얘기해보세요.]“라자 씨도 이강후가 누구인지 알고 있죠?”
[대학 시절에 서연이를 죽자 사자 쫓아다니던 사람이요?]“네. 그렇습니다. 그가 저하고 홍서연 씨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나는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샤하디 라자에게 가감 없이 얘기해주었다.
“···전화를 바꿔줄 테니까 의심을 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빨리 바꿔주세요.]이강후 대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샤하디 라자와 통화를 시작했다.
뭔가 느낌이 싸했다.
왜냐하면 그의 표정이 똥 씹은 표정으로 돌변했기 때문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는 사이, 그가 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며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의심해서 미안합니다.”
이강후 대리는 풀 죽은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김진수 팀장이 그렇게 박살을 내도 멀쩡하던 사람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었길래?’
나는 핸드폰을 넘겨받으며 샤하디 라자와 통화를 이어나갔다.
“라자 씨, 이 대리한테 뭐라고 얘기했습니까?”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네, 정말 감사합니다.”
딸깍.
샤하디 라자와 통화를 끝내는 순간에 홍서연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라자와 무슨 내용으로 통화했어요?”
“내 입으로 말할 수는 없으니까,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참고로 이 대리는 나하고 홍서연 씨의 관계를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설마······.”
뭔가 생각났다는 듯 홍서연이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머릿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후후후. 설마가 맞습니다.”
가볍게 웃음을 흘리는 나였다.
***
다음 날.
약속한 시간에 맞춰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한 나는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을 맞이했다.
오성 물산에서는 해외 출장도 업무의 연속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캐주얼을 착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강후 대리는 무슨 똥배짱인지 화려하기 짝이 없는 여행복 차림이었다.
그것보다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은 어른 주먹보다 큰 선글라스였다.
모른 척했다가는 조재석 파트장에게 불벼락을 맞을 수 있는 상황.
“이 대리님, 우리 회사의 해외 출장 규정을 알고 있습니까?”
“RAF 케미컬 측은 내일 만날 예정인데, 오늘부터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을 필요가 있나요?”
“그들이 우리를 마중하기 위해서 공항에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성 그룹 인도 법인에서 마중 나와야지 왜 그들이 나옵니까?”
‘인간아,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우리는 RAF 케미컬 측의 초청을 받아서 인도에 출장 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성 그룹 인도 법인에서 우리를 마중 나올 의무가 전혀 없습니다.”
“설도윤 씨도 내 신분을 알고 있죠?”
“그게 뭐 어떻다는 말입니까?”
그때, 조재석 파트장이 다가오며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우리의 대화는 중단됐다.
“이 대리, 복장이 이게 뭐야?”
“정식 출장은 내일부터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뭔 개소리야! 지금 당장 비즈니스 캐주얼로 갈아입고 와!”
가당치도 않다는 듯 조재석 파트장이 이강후 대리의 변명을 중간에 잘라버렸다.
그는 조재석 파트장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낸 후, 옷 갈아입기 위해서 캐리어를 끌고 화장실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으이고, 끓는다. 끓어.”
조재석 파트장은 이강후 대리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이 대리가 악한 마음을 품고, 파트장님께 해코지하면 어떻게 하죠?”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
순간,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만약에 내 추측이 맞다면, 상황이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
부디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며, 조재석 파트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오성 그룹 인도 법인에 알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이 대리는 로열패밀리 자격으로 인도를 방문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인도 법인에 확인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조재석 파트장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전화 걸어서 통화를 시작했다.
상대방에게 연신 사과하는 것으로 판단컨대, 이강후 대리가 사고 친 것이 틀림없었다.
‘도대체 저 인간은 언제 철이 들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이, 조재석 파트장이 전화를 끊었다.
“파트장님, 설마가 맞았습니까?”
“어.”
“어이쿠. 인도 법인에 큰 실례를 저지를 뻔했네요.”
“그러게 말이야. 저 인간이 정신을 번쩍 들도록 만들 방법이 없을까?”
사실 나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놓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차차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잠시 후, 비즈니스 캐주얼로 갈아입은 이강후 대리가 돌아왔다.
여전히 왕방울만 한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걸친 채.
그런 그를 조재석 차장이 그냥 내버려둘 리 없었다.
“당신이 연예인이야!”
***
그 시각.
엄기원 비서실장은 엄상대 오성 그룹 인도 법인장과 통화 중에 있었다.
[회장님과 이성진 사장의 이름을 들먹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자네는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이번 기회에 집으로 보내줄까?”
[···죄송합니다.]“그놈에게 편의를 봐줬다는 얘기가 들려오면, 자네 자리는 다른 사람이 차지할 거야.”
뚝.
기분 상했다는 듯 엄기원 비서실장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이철중 회장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 화를 내는 거야?”
“강후가 엄상대 인도 법인장한테 전화해서 공항에 마중 나오라고 지시했답니다.”
“뭐가 어째!”
예상했던 대로 이철중 회장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 사실을 인지한 조재석 파트장이 그에게 전화해서 그럴 필요 없다며 사과했답니다. 다른 손자 손녀들은 예의가 바른데, 그 녀석은 도대체 왜 그럴까요?”
“그 녀석의 어미가 오냐오냐 키워서 그렇겠지.”
“그 녀석이 더 이상 사고 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엄 실장이 그 녀석을 은밀하게 지켜봐. 그나저나 홍 사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즉, 홍기훈 사장을 부르라는 의미였다.
엄기원 비서실장은 내선 전화를 이용해 그를 회장실로 호출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입장을 허락받은 그가 집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상석에 앉아 있는 이철중 회장에게 정중한 자세로 인사한 후,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이철중 회장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홍 사장, 내 손자 중에 이강후라고 있는데, 알고 있나?”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녀석을 만난 적이 있어?”
“이 대리가 제 딸을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경고하기 위해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굳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필요가 있을까?”
“제 딸은 이미 임자가 있습니다.”
“하여간 알겠네. 내 손자 녀석이 사고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어제 친 사고까지만 알고 있습니다만······.”
홍기훈 사장은 이철중 회장의 의고를 파악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끝말을 흐렸다.
산전수전 모두 치른 역전노장인 이철중 회장이 그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
“그 녀석이 친 사고 중에서 내가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을 얘기해봐.”
홍기훈 사장은 숨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철중 회장이 마음먹으면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
“이 대리는 제 딸과 도련님이 사귀는 것으로 오해하고 교묘하게 복수를 시도했습니다. 또한 해외 출장 규정을 어기고 개인적으로 퍼스트 클래스 티켓을 예약했습니다.”
“뭐야! 그게 정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이 대리는 회사를 놀이터로 착각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허~참!”
어이가 없다는 듯 이철중 회장이 허공을 쳐다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지금까지는 이성진 사장을 고려해서 봐줬습니다만, 한 번만 더 사고 치면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입니다.”
“나는 말릴 생각이 전혀 없어. 규정대로 해.”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제 업무 얘기를 해보자고. JASS 트레이딩 측에 비료는 공급해줄 수 있는 거야?”
“그 비즈니스에 도련님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이철중 회장은 더 이상 물어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홍기훈 사장에게 설도윤이 얼마나 천재인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으니까.
“허허허. 알았어.”
그때, 궁금한 것이 있다는 듯 엄기원 비서실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홍 사장, 설도윤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 대리가 인도에 출장 가는 이유가 뭐야?”
“듣기 거북한 내용인데 꼭 들으셔야겠습니까?”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듣고 싶군. 얼른 얘기해봐.”
“오성 그룹을 물려받기 위해서 바이어들과 안면을 터야겠답니다.”
“맹랑한 녀석.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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