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7)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37화(37/80)
37화 : 의심을 확신으로
이강후 대리는 처해있는 현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대한민국 재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성 그룹의 로열패밀리이다.
게다가 언젠가는 오성 그룹의 대권을 움켜쥘 가능성 높은 사람 중에 하나였고.
따라서 인도에 출장 온 사람들은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정반대로 자신을 장기판의 졸처럼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그들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달랑 부랄 두 쪽밖에 가진 것이 없는 설도윤의 맹랑한 행동이었다.
‘이놈은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거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승무원의 기내방송이 시작됐다.
[잠시 후, 저희 비행기는 인도의 관문인 인디라 간디국제공항······.]잠에서 깨어난 나는 굳어진 몸을 풀어주기 위해서 양손을 위로 뻗어 크게 기지개 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강후 대리가 말똥말똥 눈을 뜬 상태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와 말을 섞어봐야 좋을 것 같지 않아 애써 무시하려했지만, 세상사는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설도윤 씨는 부자인가 봅니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내가 이 얘기를 꺼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나는 이제야 이강후 대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쥐뿔도 없는 내가 그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그에 비해서 부족한 것은 가족밖에 없다.
그런 상황인데, 고개를 숙일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별 시답지 않은 놈.’이라 생각하며,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평생 놀고먹을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고아인 주제에 재산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어?’
“한 10억 정도 가지고 있으려나 보네요?”
나는 아버지한테 80억짜리 아파트와 현금 200억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현금 200억은 상속세로 140억 가까이 세금내고 남아있는 돈으로 주식투자에 올인했다.
운이 따라줘서인지 100억 가까이 현금을 늘려놓은 상태였고.
그렇다고 사실대로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은 개미오줌만큼도 없었다.
“이 대리님은 10억 가지고 평생 동안 놀고먹을 수 있나보네요?”
“그럼, 재산이 10억 보다 훨씬 많다는 뜻인가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께 유산을 많이 물려받았나 보네요?”
‘뭐. 틀린 얘기는 아니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나저나 내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왜 궁금합니까?”
이강후 대리와 의미 없는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비행기는 인디라 간디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
무사히 입국 심사를 끝내고 출국장으로 나가니, 콧수염이 매력적인 40대 남자가 다가와 특유의 인도식 영어로 인사말을 건네왔다.
“박상민 부장님, 인도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RAF 케미컬에서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아일 카푸르 이사입니다.”
박상민 부장의 직책은 파트장.
RAF 케미컬 측과 협상할 때에는 격을 높여주기 위해서 직위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 탓에 카푸르 이사가 그를 파트장이 아닌 부장으로 호칭하는 것이고.
“카푸르 이사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일행들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이 사람은······.”
간단하게 상견례를 끝낸 우리는 카푸르 이사에게 주의사항부터 전해 들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소매치기가 매우 많습니다. 그놈들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사람들의 지갑과 핸드폰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고요. 소지품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은 매우 비위생적입니다. 또한 공항 밖으로 나가면 엄청나게 많은 호객꾼들이 몰려들 겁니다. 그들과는 일체의 말을 섞지 말고 저를 따라와 주십시오. 이제 이동하겠습니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인도 특유의 후텁지근한 날씨와 묘한 향내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와 동시에 셀 수 없이 많을 정도로 호객꾼들이 몰려들었고.
우리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병아리들이 어미닭을 쫓아가듯 카푸르 이사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커다란 승합차가 시동을 겨놓은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승합차에 탑승한 우리가 문을 닫자, 운전기사가 액셀러레이터를 천천히 밟았다.
승합차가 출발하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카푸르 이사가 고개를 돌리며 말문을 열었다.
“박 부장님, 우리나라를 방문하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인도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는군요.”
“아시다시피 인구가 많은 반면에 부작용도 매우 많습니다.”
“어떤 점이 그렇습니까?”
“우리나라에는 홈리스(Homeless)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들로 인해서 발생하는 범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님들이 찾아오면, 어두운 면은 숨기고 밝은 면만 보여주기 마련.
그런데 카푸르 이사는 어찌 된 영문인지 인도의 어두운 면만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불행히 대화에 끼어들 짬밥이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박상민 부장과 카푸르 이사의 대화는 계속됐다.
“홈리스들은 인구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인구를 정확히 모르고 있습니다.”
“그럼, 인도 인구가 14억 3천만 명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공식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 인구는 16~17억 명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우와! 엄청나군요.”
“나라에는 그들을 먹여 살릴 돈이 없는데, 인구만 많으면 뭐합니까.”
“우리 회사가 비료를 많이 매입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그래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박상민 부장의 농담을 가볍게 받아치는 카푸르 이사였다.
잠시 뒤, 문제가 발생했다.
퇴근 시간에 접어든 탓인지 수많은 차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승합차는 불과 100m를 이동하는데 30분 가까이 소요되고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 카푸르 이사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박 부장님, 정체가 이어지면 밤 9시가 넘어야 호텔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저녁 식사하고 호텔로 이동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희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저는 힌두교 신자라서 소고기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양고기를 대접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들은 양고기도 무척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 체증은 여전히 풀릴 기미가 없어보였다.
대화 소재가 모두 떨어지자 승합차 안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나는 카푸르 이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짬밥이 딸리기 때문에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색한 침묵보다는 가벼운 농담이 낫다 싶어 힌디어를 사용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인도에 살고 있는 소들은 초식동물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이 아니겠죠?”
“설도윤 씨는 힌디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까?”
예상했던 대로 카푸르 이사가 깜짝 놀라며 깊은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에게 나에 대한 존재감을 심어주려면 허세를 부릴 필요가 있었다.
“힌디어뿐만 아니라 22개 공용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습니다.”
“내가 설도윤 씨의 말을 믿어도 될까요?”
“제가 카푸르 이사님께 거짓말해서 이익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중에 시험해 봐도 되겠지요?”
“원하던 바입니다. 그나저나 제 호기심은 언제 풀어줄 생각입니까?”
“아, 그거요? 뉴델리 시내에도 소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 소들이 풀이 아닌 음식물 쓰레기들을 먹는 바람에 그런 우스갯소리가 생겨난 겁니다.”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사실로 믿고 있었습니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소와 관련한 오해를 풀어주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소고기 수출 1위 국가입니다.”
그 사실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른 척할 때였다.
“인도는 소를 신성시하는 나라가 아니었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물소는 신성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소를 도축해서 수출한다는 말씀이군요?”
“네. 그래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소를 신성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나는 그 이유도 알고 있었다.
인도 인구 중에서 약 2억 명은 무슬림들이다.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할 뿐이지 소고기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그렇군요.”
“설도윤 씨는 이유를 알고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인도에 출장 오기 전에 공부를 많이 했다는 말로 대답을 갈음하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철저하시군요.”
카푸르 이사가 웃음을 흘리면서 차 안에 감돌았던 어색한 분위기는 제법 나아졌다.
나는 이때다 싶어 궁금한 점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카푸르 이사님, 인도의 부정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언급하셨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부정적인 면을 늘어놓으면 한도 끝도 없을 겁니다. 내가 언급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고, 그 중 홈리스들이 일으키는 사회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언급했을 뿐입니다.”
즉, 카푸르 이사는 특히 홈리스들에게 반감이 많다는 뜻.
내 추측이 맞는지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라고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반감이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뭐. 그럽시다. 제가 넓은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해서······.”
카푸르 이사의 얘기를 요약하자면 잔금을 치르기 위해서 현금을 찾아놨는데, 홈리스가 훔쳐갔다는 얘기였다.
“저런··· 얼마를 도난당했습니까?”
“500만 루피(약 7,500만 원)입니다.”
일반적인 인도 사람들의 한 달 급여는 대략 2만 루피 정도.
따라서 500만 루피는 250개월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렇게 큰돈을 도난당했는데, 어떻게 열 받지 않겠는가.
“경찰에 신고하셨습니까?”
“홈리스들은 신분증조차 없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해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아, 제가 그 점을 깜빡했습니다. 그나저나 무사히 이사는 갔습니까?”
“은행에서 대출받아서 갔습니다만 이자를 갚느라 허덕대고 있습니다.”
카푸르 이사가 처해있는 상황을 들었으니, 이제 해결책을 제시할 때였다.
물론 그전에 박상민 부장한테 허락부터 구해야 하지만.
“부장님, 카푸르 이사를 우리 사람으로 포섭하려고 합니다.”
“아, 어쩐지···.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그를 완벽하게 포섭해.”
“알겠습니다.”
한국어로 짧게 대화를 마친 후, 카푸르 이사와 대화를 재개했다.
“저한테 큰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원하시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야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
“보유하고 있는 돈을 싹싹 긁어모아서 RAF 케미컬 주식을 매입하십시오.”
카푸르 이사는 설도윤의 제안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자신들이 오성 물산에 비료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여러 개 존재한다.
그중에 하나라도 넘지 못하면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인데, 뭘 믿고 거액을 동원해 회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저는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설도윤 씨는 실무자일 뿐이잖아요?”
“RAF 케미컬 측과의 협상 전략은 대부분 제가 수립했습니다. 제 말씀을 믿지 못하겠으면, 박 부장님께 여쭤보십시오.”
카푸르 이사는 내 얘기가 맞는지 검증하기 위해서 박상민 부장한테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다.
“설도윤 씨, 의심해서 미안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래도 거래를 성사시키려면 쉽지 않을 겁니다.”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카푸르 이사.
그에게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가장 큰 보틀넥(Bottle Neck)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가격이 아닐까요?”
“우리 회사는 RAF 케미컬 측이 제시한 가격을 수용할 용의가 있습니다.”
카푸르 이사는 귀를 의심했다.
자신들이 판매하는 비료는 샤오마 인더스트리보다 비싸다.
만약에 설도윤의 말이 맞다면, 협상은 순풍에 돛단 듯이 흘러갈 가능성이 있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박상민 부장에게 물었다.
“진짜로 우리 회사가 제시한 가격을 수용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인도에 출장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이사님이라면, 설도윤 씨의 제안을 조건 없이 수용할 겁니다.”
카푸르 이사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는 박상민 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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