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8)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38화(38/80)
38화 : 하필이면 이때냐고!
양고기 전문 식당.
카푸르 이사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이후부터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덕분에 좋은 분위기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고.
다만, 이강후 대리는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구석자리에 앉아서 말없이 폭음하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우리는 카푸르 이사를 포섭하기 위해서 공들이고 있었고.
“박 부장님, 진짜로 거래가 성사될 수 있을까요?”
“카푸르 이사님이 도와주시면 가능할 겁니다.”
“저는 도와주고 싶지만, 우리 회사는 정부 소유라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지금 카푸르 이사는 인도와 파키스탄과 사이에 복잡하게 꼬여있는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 언급할 수는 없었다.
히든카드는 결정적인 순간에 오픈해야 효과가 큰 법이니까.
짧은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에도 박상민 부장과 카푸르 이사의 대화는 계속됐다.
“카푸르 이사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입니다.”
“정부 당국을 설득할 묘안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박상민 부장이 무의식적으로 나한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재빨리 캐치한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박상민 부장은 나에게 은밀한 신호를 보내오며, 카푸르 이사의 질문에 대답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묘안은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하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술에 만취한 이강후 대리가 난데없이 주사를 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카푸르 이사가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로 주사 부렸다는 점이었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당신들을··· 울 아빠한테 일러······.”
우리는 그의 주사를 막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분위기가 다운되는 것만은 피할 수 없었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카푸르 이사가 인상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박 부장님, 저 사람은 말단 사원 같은데, 직장 상사들 앞에서 저래도 되는 겁니까?”
“제 직원의 못난 모습을 보여줘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제 얼추 식사가 끝난 것 같은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나에게 닥친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왜냐하면 만취한 이강후 대리가 잠들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를 업고 승합차가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까지 가야 하는 적임자는 덩치가 큰 나뿐이었다.
‘에휴, 내 신세야.’
땀을 뻘뻘 흘려가며 그를 승합차까지 업고 간 후, 내팽개치듯 의자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조재석 파트장이 수고했다며 내 등을 툭툭 두드려 주며 생수를 건네주었다.
“헉헉··· 고맙습니다.”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손으로 훔쳐낸 후, 생수를 벌컥벌컥 단숨에 마셨다.
모두 탑승한 사실을 확인한 운전기사가 승합차를 출발시키자, 카푸르 이사가 힌디어를 사용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저 친구가 폭음한 이유가 뭔지 알고 있습니까?”
이강후 대리는 어릴 때부터 주목받는 삶을 살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우리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방치했으니, 불만을 품고 폭주한 것이리라.
사실대로 얘기해봐야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이유를 꺼내 들었다.
“시차와 여독이 풀리지 않은 탓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카푸르 이사는 설도윤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박상민 부장 등이 이강후 대리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었으니까.
이로 미루어 보건대, 그는 대단한 신분의 소유자인 것이 분명했다.
내일이면 그의 신분을 알 수 있을 것이기에 이쯤에서 호기심을 접기로 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네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그나저나 진짜로 22개 공용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카푸르 이사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일부러 말끝을 흐려보았다.
“협상에 참여하는 정부 당국자가 타밀라두주 사람입니다. 그분은 영어와 힌디어보다 타밀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죠. 그분에게 후한 점수를 따려면 타밀어를 사용해 보세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같은 배를 탔는데,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카푸르 이사의 마음이 우리에게 기우는 순간이었다.
***
“헉헉··· 아이고 죽겠다.”
시체처럼 축 늘어진 이강후 대리를 침대에 집어 던진 후, 냉장고 문을 열어 생수를 꺼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생수를 비우고 페트병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그러는 사이, 호텔 직원이 캐리어를 가지고 왔다.
그에게 팁을 건네줘 돌려보낸 후, 땀범벅이 된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런데 미처 옷을 다 벗기도 전에 뚜껑 열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그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야! 이 개새끼야··· 내가 누구인지 몰라?”
“이번 기회에 저놈을 묵사발 내버리고, 개 값을 물어줄까.”
한마디 해주고 욕실로 들어가려는데 이강후 대리가 드디어 금기어를 내뱉었다.
“고아 새끼 주제에 감히 홍서연을 넘보다니······.”
뎅!
드디어 임계점 넘었다는 듯 머릿속에 커다란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심장이 거칠게 뛰며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아, 시발! 왜 하필이면 이때냐고!”
허공을 향해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투명인간이 해제될 때까지는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는 장소에 숨는 방법이 최선.
하지만 이강후 대리를 혼자 남겨두고 객실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내가 숨어있는 사이, 그가 난동을 부리거나 객실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투명인간으로 변신한 상태로 그와 같은 공간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급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저놈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슬그머니 이강후 대리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관자놀이를 강하게 가격했다.
“크윽!”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며, 이강후 대리가 침대에 고꾸라졌다.
그를 침대에 반듯하게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후,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기 위해서 찬물에 온몸을 맡기고 거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드디어 손과 발부터 형태가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불과 1~2초 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흠,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야.”
뎅뎅!
샤워를 끝내고 욕실 밖으로 나오는 순간에 커다란 종소리가 두 번 들려왔다.
5분 후에 투명인간 상태가 해제된다는 의미이리라.
윙윙-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우려는 순간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를 확인하니, 조재석 파트장이었다.
만취한 이강후 대리가 걱정돼서 전화한 것이 틀림없었다.
몸에 닿는 물건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핸드폰을 침대에 올려놓은 상태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파트장님.”
[설도윤 씨, 이 대리의 상태는 어때?]“술에 취해서 시체처럼 잠들어 있는 상태입니다.”
주사 부리다가 나한테 얻어맞고 기절했다고 대답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이군. 박 부장님이 바에서 한잔하자는데 어떻게 할래?]‘적어도 한두 시간 정도는 기절해 있겠지, 뭐.’
“안 그래도 술이 고팠던 참이었습니다.”
[하하. 알았어. 빨리 올라와.]“넵!”
경쾌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에 투명인간 상태가 해제됐다.
기절해 있는 이강후 대리를 힐끗 쳐다본 후, 객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바에 올라가니, 먼저 도착한 박상민 부장과 조재석 파트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꾸벅 인사한 후,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부장님, 다른 사람들은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습니까?”
“설도윤 씨와 따로 할 얘기가 있어서 일부러 부르지 않았어.”
“아, 그렇군요.”
“이제 멤버가 모두 참석했으니까 거국적으로 한잔하자고.”
박상민 부장은 조재석 파트장과 내 술잔에 위스키를 가득 따라주었다.
조재석 파트장도 그의 술잔에 위스키를 가득 따라주었고.
“건배!”
우리 셋은 위스키 잔을 부딪친 후, 단숨에 마셔버렸다.
빈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자, 박상민 부장이 위스키를 따라주며 말을 붙여왔다.
“설도윤 씨, 카푸르 이사를 어떤 방법으로 구워삶았기에 우리 편이 된 거야?”
“그에게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설마··· 뇌물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에게 RAF 케미컬 주식을 매수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박상민 부장은 이제야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이해했다.
오성 물산은 RAF 케미컬로부터 매월 비료 2만 톤씩 구입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소식이 주식시장에 알려지면, RAF 케미컬의 주가는 반드시 상승할 것이다.
설도윤은 이 점을 언급하며 카푸르 이사를 우군으로 끌어들인 것이고.
하지만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설도윤 씨, 카푸르 이사한테 알려준 정보는 RAF 케미컬의 내부 정보인데 문제없을까?”
“거래가 성사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내부 정보는 아닙니다.”
“하긴 생각해보니 그렇군, 그런데 말이야. 거래가 성사될 수는 있겠지?”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거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어떤 아이디어인지 빨리 얘기해봐.”
박상민 부장과 조재석 파트장이 귀를 쫑긋 세우며 대답을 재촉했다.
“얼마 전에 인디아 트랜스퍼라는 인도 최대의 운송회사가 부도났습니다. 인도 정부는 인디아 트랜스퍼가 파산하면,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고 판단하고 국영화를 결정했고요.”
“비료 운송을 인디아 트랜스퍼에 맡기자는 말이군?”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략을 수정해야 합니다.”
나는 박상민 부장과 조재석 파트장에게 구상해놓은 시나리오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장님이 살을 붙여서 설명하면 될 겁니다.”
“아이디어는 설도윤 씨의 머리에서 나왔잖아?”
내가 오성 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우군을 만들어 둬야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박상민 부장에게 호의를 베푼 것이었고.
그에게 내 신분과 장차 계획을 밝힐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우리 회사의 협상 대표는 부장님이시잖아요.”
“단지 그 이유밖에 없다고?”
‘아이고. 부장님. 대충 넘어가면 안 됩니까?’
몇몇 회사의 부장들은 부하 직원의 성과를 꿀꺽 못 해서 안달이건만 왜 이렇게 양심적이란 말인가.
머리를 극한으로 회전시켜 그럴듯한 이유를 생각해내는 데 성공했다.
“인도는 사회 전반에 카스트 제도와 가부장적인 문화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나이 어린 제가 주제넘게 설치면, RAF 케미컬 측에서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습니다.”
“흠···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군.”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박상민 부장에게 부탁의 말을 꺼내들었다.
“인도 정부의 고위 관리가 협상에 참여할 예정이라는데, 타밀어를 사용한답니다. 그와 협상할 때에는 부득이하게 제가 참여하겠습니다. RAF 케미컬 측에 양해를 구해주십시오.”
“그렇게 해줄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내가 해야 하는 것 아니야? 이제 마음 편하게 술이나 마시자고.”
***
술자리를 끝내고 객실로 돌아온 나는 황당한 상황을 맞이했다.
기절해 있어야 하는 이강후 대리가 어디론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이 새낀 도움이 안 되네.’
재빨리 조재석 파트장에게 연락해 그가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하여간 가지가지 하는 놈이군. 캐리어는 있나?]“캐리어도 없어졌습니다.”
[아이고. 잠깐만 기다려.]뚝.
마음 급한 조재석 파트장이 전화를 먼저 끊어버렸다.
“도대체 이 인간이 어디로 사라진 거야?”
투덜거리며 이불을 젖히는 순간, 불쾌한 냄새와 함께 뜻밖의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침대에 커다란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이강후 대리는 기절한 상태로 침대에 오줌을 싸고 창피해서 도망친 것이리라.
“하, 정말 가지가지 하네.”
딩동.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찾아왔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문을 열어 주었다.
객실로 뛰어 들어온 조재석 파트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자초지종을 얘기해봐.”
나는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이강후 대리의 침대를 가리켰다.
“오줌을 싸놓고 다른 객실로 도망쳤다는 말이야?”
“일단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프런트데스크로 급히 내려간 우리는 직원에게 이강후라는 사람이 객실을 얻었는지 물었다.
“이강후 씨는 30분 전에 스위트룸을 얻었습니다.”
“에라이, 재활용조차 안 되는 쓰레기 같은 새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