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4화(4/80)
4화 : 꼴통을 보내주면 어떻게 합니까?
“본부장님,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아시아 사업본부 마케팅 2팀의 김진수 팀장이 장민국 본부장한테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뭐가 심하다는 거야?”
“가뜩이나 쓸 만한 직원도 없는데, 꼴통을 저희 팀에 배치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T/O(Table Of Organization)보다 한 명 많은 신입사원을 배치해줬잖아. 그것도 아주 유능한.”
“그래봐야 여자잖아요.”
“이봐! 여자라고 무시하면 곤란해!”
장민국 본부장은 마땅찮은 표정으로 김진수 팀장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홍서연 씨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어. 그런 수재를 자네 팀에 배치시켜준 것에 감사하다고 인사하지는 못할망정 투정을 부려?”
“···죄송합니다.”
“자네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설도윤 씨는 사장님이 직접 채용했어.”
순간, 김진수 팀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홍기훈 사장은 이철중 회장의 총애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오성 그룹의 실세 중 실세.
그의 업무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3류 대학 졸업자인 설도윤을 채용했다면, 뭔가 사연이 있다는 뜻.
그런 사실도 모르고 장민국 본부장한테 꼴통을 배치해줬다고 투덜댔으니.
“본부장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알면 됐어. 사장님이 설도윤을 채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보고해.”
“네. 알겠습니다.”
축객령을 받은 김진수 팀장이 본부장실 밖으로 나가자, 장민국 본부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꼴통에 불과한 설도윤을 채용하다니, 도대체 사장님의 의도가 뭘까?”
***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출입문 옆에 부착된 인식장치에 지문 또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사무실 문이 열리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첫 출근 했기 때문에 지문 등록이 되어 있을 리 만무하고.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주위를 둘러보던 도중에 어디서 본 듯한 여자가 걸어왔다.
‘저 여자를 어디서 봤더라?’
기억을 더듬는 사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나를 발견한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꾸벅 인사하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도윤 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누구신데······.”
“2개월 전에 로비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처음 만났잖아요.”
“아, 윤해지 씨?”
“네. 맞아요. 도윤 님이 힘써준 덕분에 정규직으로 전환됐어요.”
“···제가요?”
전혀 예상치 못한 윤해지의 말에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도윤 님이 홍기훈 사장님께 저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달라고 부탁했잖아요.”
이제야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윤해지를 처음 만났을 당시에 난처한 상황에 빠진 그녀를 구해준 일이 있었다.
홍기훈 사장은 내가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지레짐작하고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 것이리라.
그녀의 오해를 풀어주는 것이 타당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나도 그녀에게 약간이나마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윤해지 씨, 저하고 있었던 일은 비밀입니다?”
“그럼요.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킬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나저나 이곳은 웬일이세요?”
“아시아 사업본부 마케팅 2팀에 신입사원으로 발령받았습니다.”
“어머! 축하해요. 얼른 저를 따라오세요.”
윤해지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백수 시절에는 초일류 기업에 근무하는 그들이 진심으로 부러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아직 이철중 회장에게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오성 그룹의 로열패밀리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게다가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지식이 저장되어 있고, 평생 동안 놀고먹어도 남을 만큼 많은 재산도 수중에 들어와 있었다.
그러는 사이, 윤해지는 나를 은색 뿔테 안경을 쓴 40대 남자가 앉아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팀장님, 마케팅 2팀에 배치받은 신입사원입니다.”
윤해지는 나에게 은밀한 신호를 보내주며, 눈치껏 2선으로 물러났다.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 재빨리 캐치한 나는 김진수 팀장에게 정중한 자세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설도윤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설도윤 씨,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나는 마케팅 2팀을 책임지고 있는 김진수 부장입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악수나 한번 할까요?”
“네, 좋습니다.”
짧게 대답한 나는 김진수 팀장이 내민 오른손을 마주잡았다.
“이 사람은 우리 팀의 선임사원인 조재석 차장······.”
김진수 팀장의 소개로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던 도중에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그녀는 뭇사람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마케팅 2팀으로 걸어왔다.
그러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김진수 팀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홍서연 씨,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나는 마케팅 2팀을 책임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팀원들과 상견례를 마친 후,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김진수 팀장은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미소를 함박 머금고 말문을 열었다.
“우중충했던 우리 팀의 분위기가 홍서연 씨로 인해서 한결 밝아진 것 같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신입사원들한테 말을 놓을 생각인데 괜찮겠지요?”
“그야 물론입니다.”
“저도요.”
나와 홍서연에게 밝은 미소를 보낸 김진수 팀장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조 차장은 신입사원들을 다른 팀에 인사시켜주고,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OJT(On The Job Training)를 책임져. 김지원 씨는 신입사원들에게 사원증을 만들어주고.”
“네. 팀장님.”
“신입사원들에 대한 환영식은 돌아오는 목요일에 했으면 하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때?”
“저희는 상관없지만, 신입사원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먼저 아닙니까?”
“저는 아무 때고 상관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하고 홍서연의 대답을 들은 김진수 팀장은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회식장소는 신입사원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하자고.”
“하하. 알겠습니다.”
“신입사원들은 자리에 남고, 팀원들은 밖으로 나가서 업무 시작해.”
팀원들이 회의실 밖으로 나가자, 김진수 팀장은 인사기록 카드를 펼쳐놓았다.
그러고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홍서연에게 말을 걸었다.
“이렇게 엄청난 스펙을 보유했으면서, 우리 회사에 입사한 이유를 얘기해줄 수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고,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어서 입사했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도 상관없나?”
“저는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허. 하여튼 요즘 MZ 세대들은 싸가지가 없다니까.’
“쩝. 그렇게 대답하니까, 내가 할 말이 없군.”
그 뒤로도 김진수 팀장은 홍서연에게 궁금한 점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었다.
그의 질문에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그녀에 대한 질문을 끝낸 김진수 팀장이 시선을 옮기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말이야. 작년에 작고하신 이용진 부회장님과 닮았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나?”
“······.”
사실대로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홍기훈 사장한테 받은 부탁이 있었기 때문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몇 번 들어봤습니다만, 그분과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렇군. 가족사항을 공란으로 비워놓은 이유가 있나?”
“부모님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저런··· 내가 괜한 질문을 한 것 같군.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겠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질문은 기분 나쁠 수 있어. 대답하기 곤란하면 하지 않아도 좋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설도윤 씨의 스펙으로만 보면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것은 불가능해. 어떤 비결로 입사했는지 얘기해줄 수 있나?”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홍기훈 사장과 말을 맞춰놓은 상태였다.
“홍기훈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서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과 어떤 인연이 있는지 얘기해줄 수 있겠지?”
“얼마든지 말씀드릴 수 있지만, 사연이 제법 긴 편입니다.”
“남는 게 시간인데 뭐. 얼른 얘기해 봐.”
“저는 출신 대학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취업은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대리운전하고 있었습니다. 3개월 전쯤에 콜이 들어와 가보니 홍기훈 사장님의 차였습니다.”
“사장님은 운전기사가 있는데, 이상하군.”
다행히 예상범위에 들어있던 내용이었다.
“그날따라 운전기사가 배탈이 나는 바람에 일찍 퇴근했답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나? 계속 얘기해 봐.”
“사장님을 댁으로 모시고 가던 도중에 군대를 다녀왔냐고 물어보셨습니다. 해병대를 제대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사장님도 해병대를 제대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장님과 저는 공교롭게 같은 부대에서 군대 생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진수 팀장은 설도윤이 오성 물산에 어떻게 입사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홍기훈 사장은 어느 누구보다 해병대에 대한 애정이 깊은 편이다.
해병대 후배인 설도윤이 불쌍해 보여서 채용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는 능력 없는 사람을 채용할 정도로 마냥 인정 많은 사람이 아니다.
이는 즉, 설도윤에게 특별한 재능을 발견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문제는 설도윤의 인사기록 카드에는 특별한 재능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사장님이 저를 추천한 이유는 외국어 능력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5개 국어라도 하나?”
내가 얼마나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실대로 얘기해봐야 믿지도 않을뿐더러 얘기해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10개 언어 정도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10개 국어라고?”
다소 놀랐다는 듯 김진수 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긴, 별 스펙도 없는 놈이 10개 국어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니 당황할 만도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나는 홍서연도 당연히 놀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무표정한 상태로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이상하다 생각하며, 김진수 팀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내가 설도윤 씨의 말을 믿어도 되겠지?”
“아무렴요. 제가 바로 들통날 거짓말을 했겠습니까. 제가 습득한 언어를 사용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 믿고 맡겨 주십시오.”
그제야 김진수 팀장은 나름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홍기훈 사장이 아무 녀석이나 덜컥 뽑진 않았겠지.’
본인의 위신도 걸려 있는 만큼 홍기훈 사장이 그를 채용할 당시에 몇 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검증했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그렇게 많은 언어는 어떻게 습득할 수 있었나?”
이 질문에 대해서도 그럴듯한 대답거리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백수 시절에 대부분의 시간을 너트뷰를 보면서 지냈더니, 저도 모르게 습득했습니다.”
김진수 팀장은 설도윤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녀석들은 보통 둘 중 하나였다.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거나, 아니면 잘난 척이라도 하고 싶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캐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10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떻게 습득했는지 파악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뭐, 믿어줄게. 잘해보자고.”
“감사합니다.”
“근데 말이야. 그렇게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했으면서, 이름 없는 대학을 졸업한 이유가 뭐야?”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지만,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저를 키워준 외할머니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작고하셨습니다. 삶의 의욕도 없었고, 못된 친구들과 어울리는 바람에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없었습니다.”
“······지나치게 솔직하구만. 그래, 그런 사연이 있었군. 그런데 신입사원 연수성적이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던 이유가 뭔가?”
나는 얼마든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홍기훈 사장은 내가 근무할 회사는 이미 결정됐다며 쉬엄쉬엄 하라고 조언하는 게 아닌가.
튀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나는 설렁설렁 신입사원 연수에 임했던 것이고.
“저는 언어적인 능력을 제외하고 다른 능력은 젬병인 것 같습니다.”
그때, 홍서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김진수 팀장의 눈에 보였다.
“홍서연 씨, 나한테 할 말이 있나?”
“설도윤 씨와 같은 팀원이었던 동기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나서요.”
“그가 뭐라고 얘기했는데?”
“설도윤 씨는 시험 볼 때 어려운 문제는 다 맞혔고, 쉬운 문제는 모두 틀렸답니다.”
“그래? 설도윤 씨,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얘기해 봐.”
‘그냥 심심해서요.’라는 대답이 입안에 머물렀지만, 분위기상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강사가 시험을 어렵게 출제한다고 겁을 주는 바람에 어려운 문제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
김진수 팀장은 확신했다.
‘미친놈이 하나 들어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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