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3)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43화(43/80)
43화 :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는 란바르 싱 장관과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 메흐무드 칸 회장도 동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왜냐하면 파키스탄도 인도에서 쌀을 수입하면 여러모로 이득이었으니까.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탐탁지 않다는 듯 목소리가 지극히 건조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하던 중 가능성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는 오성 물산이 JASS 트레이딩의 일감까지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리라.
내 추측이 맞는지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미안하지만 설도윤 씨의 추측은 틀렸습니다.]“······?”
[쌀을 수입할 나라들도 많은데, 인도에서 쌀을 수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 그런 겁니다.]순간,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재빨리 아이디어를 체계화한 후, 메흐무드 칸 회장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회장님, 국제 시세보다 싸게 쌀을 수입해드리면, 어느 나라 쌀이라도 상관없겠지요?”
[그야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알겠습니다. 조금 있다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딸깍.
전화를 끊는 순간에 란바르 싱 장관이 초조한 마음을 담아서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메흐무드 칸 회장이 바터무역을 반대했습니까?”
“장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란바르 싱 장관은 메흐무드 칸 회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것도 같았다.
그는 관계가 껄끄러운 자국이 아닌 태국, 베트남 등에서 쌀을 수입할 생각이리라.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자국은 쌀 재고 소진은 고사하고 농가 소득 증대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의 계획을 저지시키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설도윤 씨, 메흐무드 칸 회장님께 국제 시세보다 싸게 쌀을 공급하겠다고 얘기해보세요.”
예상했던 대로 란바르 싱 장관이 내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물어버렸다.
이제 도망치지 못하도록 강하게 챔질하는 일만 남은 상태.
“그렇게 모호하게 말씀하시면, 메흐무드 칸 회장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즉, 정확한 할인 폭을 얘기해달라는 의미였다.
“좋습니다. 국제 시세대비 5% 할인해 주겠습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메흐무드 칸 회장에게 전화 걸어서 란바르 싱 장관의 제안을 전달하고 의견을 구했다.
[설도윤 씨, 인도가 우리나라에 쌀을 수출하기 위해서 적극성을 띠는 이유가 뭘까요?]“인도에서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업은 농민입니다. 가루디 총리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그런데 가격 5% 인하는 너무 약하지 않을까요?]나는 메흐무드 칸 회장이 이렇게 물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당연히 답변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회장님, 인도에서 쌀을 수입하면 육로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류비용 절감을 감안하면, 10% 이상 가격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아, 내가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군요.]이제 마음속에 찜찜한 상태로 남아있는 문제를 훌훌 털어버릴 때가 되었다.
“회장님, 란바르 싱 장관은 바터무역을 우리 회사가 중개해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곤란한 처지에 놓여있는 우리 회사의 입장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메흐무드 칸 회장과 대화를 마친 후 전화를 끊자, 란바르 싱 장관이 조급함을 담아서 말을 붙여왔다.
“설도윤 씨, 어떻게 됐습니까?”
물론 내가 이뤄낸 성과를 생색내면, 우리 회사는 이익을 조금 더 챙길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기 때문에 이쯤에서 브레이크를 밟기로 결정했다.
“장관님의 제안을 메흐무드 칸 회장님이 수용했습니다.”
“휴우~ 정말 다행이네요.”
“인도와 파키스탄의 정상회담 의제에 쌀 바터무역 건도 포함시키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메흐무드 칸 회장님께 우리나라도 원하던 바였다고 전해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바쁜 일정이 있어서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저녁때 다시 만납시다.”
“···네?”
“우리나라를 찾아온 귀한 손님들에게 식사 한 끼 대접해주려고요.”
“아···네.”
***
우리 회사와 RAF 케미컬의 비료 거래 협상은 순풍에 돛단 듯 막힘없이 진행됐고, 오후 무렵 최종합의에 도달했다.
박상민 부장은 합의한 사항을 김진수 팀장에게 보고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일만 남겨 놓은 상태였다.
“박 부장님, 언제쯤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밤 9시가 넘었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컨펌받는 데 아무 문제 없겠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만약이라는 것이 있어서요.”
윙윙-
그렇게 초조한 시간이 흘러가던 도중에 박상민 부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듯 그는 빛보다 빠른 동작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팀장님, 말씀하십시오.”
[박 부장, 방금 전에 사장님께 컨펌받았습니다. 정말 수고 많이 했습니다.]“감사합니다. 팀장님.”
[나는 양측이 합의한 사항을 사장님께 보고한 역할밖에 수행하지 않았는걸요.]“하하. 그런가요?”
[사장님은 계약서를 받아보고 싶어 하시니까, 오늘 중으로 계약을 완료하도록 하세요.]“네. 최대한 빨리 계약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딸깍.
전화를 끊은 박상민 부장은 귀를 쫑긋 세워놓고 있는 람 차란 회장에게 말을 걸었다.
“계약서에 사인합시다.”
일사천리로 계약을 끝낸 우리에게 남아있는 일정은 란바르 싱 장관과의 저녁 식사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람 차란 회장이 나하고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박상민 부장이 협상 대표라고 강조하며 싫다는 뜻을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리무진에 타려는 순간에 뚜껑 열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강후 대리가 내뱉은 혼잣말이 뇌리에 콱 박혔기 때문이었다.
“고아 새끼 주제에······.”
순간, 그동안의 고생이 떠올라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후우···.’
이내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꾹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다.
화가 한계치를 넘어 투명인간으로 변하면 초대형 사고가 발생할 테니까.
마음속에 참을 인(忍)자 수십 개를 욱여넣으며, 이강후 대리에게 한마디 해줬다.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
“설도윤 씨는 이강후 대리와 사이가 좋지 않은가 봅니다?”
리무진이 출발하는 것과 동시에 람 차란 회장이 의구심을 담아서 말을 걸어왔다.
내가 정색한 표정으로 이강후 대리에게 한마디 하는 것을 주시해서 본 것이 틀림없었다.
사실대로 얘기해봐야 좋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숨기기로 결정했다.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가 협상하는 내내 설도윤 씨를 노려보고 있던데, 이유가 뭘까요?”
“같은 회사 동료인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나는 그의 맞은편 테이블에 앉아 있었습니다. 더 이상 얘기해주지 않아도 되겠죠?”
‘에휴, 표정 관리 하나 못 하는 철없는 놈 같으니.’
람 차란 회장은 나하고 이강후 대리의 관계를 어느 정도 눈치챈 듯했다.
그의 신분을 사실대로 얘기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일부 사실만 밝히기로 마음먹었다.
“이 대리는 어릴 때부터 주목받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의 신분이 대단하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누군지 얘기해줄 수 있습니까?”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말씀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합니다.”
그때, 조수석에 앉아 있던 카푸르 이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회장님, 이 대리의 신분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래? 얼른 얘기해봐.”
“그는 이철중 오성 그룹 회장의 손자입니다.”
“자네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나?”
“그와 같은 테이블에서 점심식사 했는데, 저한테 자랑스레 떠벌였습니다.”
람 차란 회장은 이제야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캐치했다.
이강후 대리는 대단한 신분의 소유자답게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런데 말단사원인 설도윤이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었으니, 질투를 느낀 것이리라.
“그를 대우해달라는 의미겠지?”
“저도 그렇게 판단하고, 박 부장한테 어떻게 대우해줘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박 부장이 뭐라고 대답했나?”
“그는 협상에 공헌한 것이 전혀 없었다면서 신경 쓰지 말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모른 척하고 있자고.”
이강후 대리의 의도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
이강후 대리는 짜증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점심 식사 시간에 카푸르 이사에게 자신의 신분을 자랑스럽게 밝혔다
따라서 당연히 헤드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건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것보다 더욱 짜증나는 것은 원수 같은 설도윤이 헤드테이블에 안내받았다는 것이었다.
“설도윤, 내가 당한 수모를 언젠가는 되갚아 줄 날이 있을 거다.”
나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란바르 싱 장관과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이어갔다.
“메흐무드 칸 회장님은 비료와 쌀 거래를 시작으로 인도와 교역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도 같은 입장입니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무역창구를 JASS 트레이딩으로 일원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도 무역회사 한곳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괜찮은 아이디어로군요.”
그때, 람 차란 회장이 내 발을 툭툭 건드렸다.
나는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재빨리 캐치하고 란바르 싱 장관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장관님, 이왕이면 RAF 케미컬에 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RAF 케미컬은 무역회사가 아니잖아요?”
“무역 전담부서를 신설하든지 아니면 무역회사를 인수하면 될 듯합니다.”
“다른 무역회사들도 많은데, 굳이 RAF 케미컬에 특혜를 주려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묻는 란바르 싱 장관의 질문에 깊은 의구심이 담겨있었다.
나는 그의 의심을 풀어줄 묘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을 1도 하지 않았다.
“RAF 케미컬은 인도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국영회사라는 점과 우리 회사가 처음 접촉한 회사라는 점을 감안했습니다.”
“으음, 확실히 그 점도 참고해야겠지요. 설도윤 씨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겠습니다.”
나는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 박상민 부장에게 은밀하게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박상민 부장은 설도윤이 어떤 의도로 신호를 보내왔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려는데, 조재석 파트장이 한국어를 사용해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거래를 우리 회사가 독점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 박상민 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란바르 싱 장관에게 말을 걸었다.
“장관님, 우리 회사는 파키스탄의 JASS 트레이딩이 수입하려는 물품을 대신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인도도 JASS 트레이딩과 관련한 거래는 우리 회사에 맡겨주셨으면 합니다.”
란바르 싱 장관은 딜레마에 빠졌다.
자신들이 JASS 트레이딩과 직거래하면 오성 물산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되면 자국과 파키스탄 모두 윈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설도윤과 메흐무드 칸 회장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에게 밉보이면 자국산 물품을 파키스탄에 수출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은 자명한 사실.
그렇다고 박상민 부장의 제안을 덥석 수용할 생각은 없었다.
“한 가지 약속을 해주면, 박 부장님의 제안을 수용하겠습니다.”
“어떤 약속인지 말씀해보십시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최대한 많이 JASS 트레이딩에 공급해주십시오.”
박상민 부장은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그동안 JASS 트레이딩은 저가 제품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왔다.
하지만 야히야 칸 총리가 촉발시킨 반중 감정으로 인해 아직도 사이가 냉랭한 상태였다.
때문에 중국 기업들 대부분이 JASS 트레이딩에 물품을 공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었고.
따라서 중국산 물품 대신 인도산 물품을 구입해 수출할 계획을 수립하고 란바르 싱 장관에게 얘기를 꺼낼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먼저 언급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하하.”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란바르 싱 장관이 선홍빛 잇몸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웃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려 쐐기를 박기 위해 내가 말문을 열었다.
“장관님, 우리 회사의 파트너는 RAF 케미컬로 결정된 겁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요.”
내가 목적한 것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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