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8)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48화(48/80)
48화 : 유쾌한 만남
지난 수십 년 동안 인도와 파키스탄은 철천지원수로 지내왔다.
그런 상황인데, 두 나라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과거를 청산하고 관계를 개선할 수 있겠는가.
이철중 회장은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도윤에게 물었다.
“가루디 총리와 야히야 칸 총리 둘 다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화해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야히야 칸 총리는 파키스탄의 경제위기 때문이라지만 가루디 총리는 그렇지 않잖아?”
“가루디 총리는 국민들로부터 리더십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가 리더십이 약하다고?”
“그는 중국의 팽창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흠···그렇군. 그가 어떻게 하면 리더십이 돋보일 수 있을까?”
“현재 카슈미르 지역은 인도, 파키스탄, 중국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철중 회장은 가루디 총리의 생각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인도는 파키스탄과 대치하기 위해서 카슈미르 지역에 많은 군대와 무기를 배치해놓고 있다.
야히야 칸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서 화해한다면 소규모의 군대와 무기만 배치해도 된다.
그는 철수한 군대와 무기들을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리라.
이 조치로 인해서 그는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끌어낼 것이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이게 맞는지 설도윤에게 물었다.
“회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가루디 총리에게 기발한 아이디어는 설도윤 씨가 제공했나?”
대답하기 애매했다.
이철중 회장은 잘난 척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는 얘기를 홍기훈 사장에게 들었으니까.
“저는 야히야 칸 총리의 생각을 가루디 총리에게 전달했을 뿐입니다.”
이철중 회장은 설도윤이 거짓말 하고 있는 중이라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그의 표정에서 고민하는 흔적이 살짝 보였으니까.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설도윤 씨, 나는 거짓말쟁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야.”
“······.”
“으하하하!”
벙어리처럼 입 다물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이철중 회장이 화통한 웃음을 터트렸다.
내 신분을 알고 있는 엄기원 비서실장과 홍기훈 사장도 뒤따라 웃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시간이 지난 후, 이철중 회장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가루디 총리에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물한 대가로 어떤 선물을 받았나?”
“아무것도 받지 못했습니다.”
“가루디 총리가 그렇게 야박한 사람은 아닐 텐데?”
“그게 아니라··· 선물을 주겠다는 제안을 예의상 거절했는데 덜커덕 수용했습니다.”
“하하하!”
또다시 이철중 회장이 웃음보를 터트렸다.
그의 웃음이 잦아들자, 박상민 파트장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발언권을 요청했다.
“회장님, 가루디 총리는 파키스탄과 관계가 개선되면, 우리나라와 우리 회사에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했답니다.”
“흠···.”
말끝을 흐린 이철중 회장은 안경을 벗으며 생각에 잠겼다.
다행히 생각은 길지 않아서 안경을 다시 쓰며, 엄기원 비서실장에게 지시 내렸다.
“우리 회사가 인도 정부 측으로부터 보상을 받으면, 설도윤 씨한테 걸맞은 대가를 지급해. 그리고 홍 사장은 인도에 출장 다녀온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네! 알겠습니다.”
엄기원 비서실장과 홍기훈 사장이 동시에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나저나 가루디 총리에게 보상받으려면,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이 먼저 아니야?”
“파키스탄과 관계를 개선하고 중국의 팽창 정책에 강력하게 대응한다면, 선거에서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고작 그 이유만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더 있습니다.”
“얼른 얘기해봐.”
“파키스탄은 지난해에 발생한 수해로 인해서 먹을거리가 매우 부족한 상태입니다. 인도는 파키스탄에 막대한 양의 쌀을 바터무역으로 수출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가루디 총리는 농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바터무역에 대한 아이디어도 설도윤 씨의 머리에서 나왔나?”
“아니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철중 회장은 지켜보는 사람들이 없다면 설도윤을 덥석 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전개하기 위해서는 가루디 총리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
그런데 일개 말단 직원인 손자가 그를 덜커덕 우군으로 만드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 상황인데 어떻게 예뻐 보이지 않겠는가.
“설도윤 씨는 가루디 총리와 인연을 계속 유지하도록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해.”
물론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오성 그룹을 글로벌 5위에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인도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필수였으니까.
물론 내가 오성 그룹을 손아귀에 움켜쥐는 것이 먼저겠지만.
“회장님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이제 다른 얘기를 해보자고. 여러분들도 이강후 대리가 내 손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네. 회장님.”
“이 대리가 불상사를 당하는 과정을 빠짐없이 들었으면 좋겠어. 누가 먼저 보고할 거야.”
마치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김진수 팀장이 입을 열었다.
“회장님, 외람되게도 이 대리는 스스로 화를 자초한 측면이 강합니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애초에 이 대리는 인도에 출장 갈 자격이 안 됐습니다. 그런데 본인도 가겠다며 떼를 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보내줬습니다.”
“이 대리가 떼를 쓴 이유가 뭐야?”
“저도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장차 오성 그룹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바이어들과 안면을 터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흠,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군.”
나는 이철중 회장의 입에서 쓴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이는 즉, 이철중 회장은 그동안 이강후 대리를 좋게 보고 있었다는 뜻.
‘할아버지는 그 오만하고, 싸가지 없는 인간한테서 어떤 점을 좋게 봤을까?’
영문을 몰라 고민하는 사이, 느닷없이 엄기원 비서실장이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이 대리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얘기해봐.”
‘할아버지는 거짓말쟁이를 싫어한다고 말씀하셨으니까.’
“외람되지만 저는 우리 회사에 전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의외로군.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얘기해봐.”
“인도 출장 첫날에 RAF 케미컬 측 관계자와 저녁 식사를 같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리는 뭐가 불만인지 사사로이 폭음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주사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탓에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냉랭해졌고요.”
“뭐야! 그게 사실이야?”
엄기원 비서실장보다 이철중 회장의 입이 먼저 열렸다.
“인도에 출장 갔던 사람들 모두 이 대리가 주사 부리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회장님, 설도윤 씨의 말이 맞습니다.”
내 말에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서 박상민 파트장이 한마디 거들어 주었다.
“알겠네. 설도윤 씨, 계속 얘기해봐.”
“박 파트장이 냉랭해진 분위기를 급히 수습하지 않았더라면, 비료 거래 협상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깨질 뻔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이 대리가 주사 부린 이유가 뭐야?”
“그는 오성 그룹의 로열패밀리라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내며 대접받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RAF 케미컬 측 관계자에게 정성을 쏟느라 그를 특별히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에이, 못난 놈.”
“이 대리는 다음 날 시작된 협상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고춧가루를 뿌렸습니다. 그때마다 박 파트장과 조 파트장은 냉랭해진 분위기를 되돌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했고요.”
“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이철중 회장이 허공을 쳐다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나는 기세를 몰아 인도 출장 당시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사실대로 보고했다.
보고가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박상민 파트장과 조재석 파트장이 첨언했음은 물론이었다.
“···괴한들을 제압하고 이 대리를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동영상을 보니까 괴한이 권총을 가지고 있던데 겁나지 않았어?”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객기 부리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눈감아 주지. 앞으로는 객기 부리지 마.”
“회장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괴한들의 범행 동기는 알고 있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박 파트장이 보고드릴 겁니다.”
내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고, 박상민 파트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회장님, 인도 경찰의 일방적인 주장임을 감안하고 들어주십시오.”
“그렇게 할 테니까, 얼른 얘기해봐.”
“괴한들의 우두머리와 여자 친구는 호텔 바에서 데이트······.”
이철중 회장은 이강후 대리가 괴한에게 폭행당할 만한 짓을 했다고 판단했다.
수드라라고 놀려대는데 격분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짧은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에도 박상민 파트장의 보고는 끝을 향해 달려갔다.
“···정확한 수사결과는 이 대리의 보호자한테 알려준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창피해서 그러니까, 이 대리와 관련한 사건은 비밀로 했으면 좋겠네.”
“이미 회사에 소문이 퍼진 상태입니다.”
“인도 출장자들이 소문을 퍼트렸나?”
“아닙니다. 소문의 근원지는 인도 법인으로 확인됐습니다.”
“알겠네. 엄 실장과 홍 사장은 자리에 남고, 다른 사람들은 돌아가도 좋아.”
축객령을 받은 사람들이 집무실 밖으로 나가자, 이철중 회장은 안경을 벗어 테이블에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엄기원 비서실장과 홍기훈 사장은 그의 심정을 알고 있다는 듯 말없이 앉아 있었고.
덕분에 널찍한 집무실에는 침묵이라는 놈이 떡하니 주인행세를 하고 있었다.
제법 긴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장고를 끝냈는지 그가 안경을 다시 쓰며 말문을 열었다.
“그렇게 예의 바르고 총명했던 강후가 삐뚤어진 이유가 뭘까?”
“사모님과 그 녀석의 어미가 애지중지 다룬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하여간 내 마누리가 문제라니까. 그놈에게 베풀었던 모든 혜택을 거둬들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그놈 얘기는 그만하고, 도윤이를 어떻게 봤는지 얘기해봐.”
“저는 죽은 용진이가 다시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허허허!”
기분 좋다는 듯 이철중 회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웃음이 잦아들자, 엄기원 비서실장이 말을 이어 나갔다.
“홍 사장이 설도윤 씨를 회장님께 선보이지 않으려는 이유 또한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얘기해봐.”
“회장님은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발견하면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성격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건 모든 경영자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물론 그렇습니다만, 회장님이 설도윤 씨를 곁에 두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 것 같습니까? 사모님이 설도윤 씨를 가만히 내버려둘 것 같습니까?”
“하긴··· 생각해보니 그렇군.”
“설도윤 씨가 우호 세력을 충분히 확보할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일단은 그래야겠지. 하지만 정말 손가락만 빨고 있을 생각은 아니겠지?”
엄기원 비서실장은 이철중 회장의 물음에 담긴 뜻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물론입니다. 제가 회장님을 대신해서 설도윤 씨를 가끔 만나보겠습니다.”
“명분은?”
“설도윤 씨의 천재성을 방치하는 것은 회사에도 커다란 낭비 아니겠습니까.”
“허허···. 그렇지, 그렇게 진행해.”
이철중 회장의 허락을 받은 엄기원 비서실장은 홍기훈 사장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설도윤 씨를 비밀리에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디가 좋을까?”
“실장님 댁에서 만나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 집에서?”
“실장님과 도련님의 집은 같은 라인에 있습니다.”
“맞아! 내가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군. 설도윤 씨가 오해하지 않도록 미리 얘기해 놔.”
***
그런 사실도 모르고 나는 장민국 본부장실에서 대화 중에 있었다.
“나는 아직도 긴장돼 죽겠는데, 설도윤 씨는 아무렇지도 않나?”
‘할아버지를 만나는데 긴장할 이유가 있겠습니까?’라는 대답이 입 안에 한참 동안 머물렀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겨우 참았다.
“면역이 돼서 그런지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면역이 됐다니?”
“저는 인도와 파키스탄 총리를 만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아차! 내가 그 사실을 깜빡했군.”
그때, 김진수 팀장이 할 말이 있다는 듯 대화에 끼어들었다.
“본부장님, 지원파트에 결원이 두 명이나 발생했는데, 채워주면 안 됩니까?”
“이강후 대리 한 명 아니었어?”
“남현우 사원은 오성 전자로 이동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놈을 남종수 부사장이 데리고 간다는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앓던 이 두 개가 동시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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