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5화(5/80)
5화 : 그분이 누구인데요?
“너트뷰를 보면서 언어를 습득했답니다.”
장민국 본부장은 김진수 팀장의 보고를 당최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천재라도 너튜브를 보면서 10개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설도윤 사원은 3류 대학 출신에다 신입사원 연수 성적도 형편없지 않은가.
그런 그가 10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자라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김 팀장, 설도윤 씨의 외국어 능력을 검증해봤어?”
“사장님이 그를 채용할 때 검증해본 것으로 판단하고 따로 검증하지는 않았습니다.”
장민국 본부장은 안경을 벗어 테이블에 내려놓고 미간을 주무르며 생각에 잠겼다.
김진수 팀장은 설도윤 사원의 외국어 능력을 검증하지 않은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려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제법 긴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생각을 끝낸 그가 안경을 쓰며 말문을 틔웠다.
“혹시 말이야. 사장님과 설도윤 씨의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아도 설도윤은 작고한 이용진 부회장과 지나칠 정도로 많이 닮아 있었다.
게다가 홍기훈 사장은 30년 넘게 그를 최측근에서 모신 비서였고.
따라서 장민국 본부장은 홍기훈 사장이 설도윤의 후견인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고.
하지만 김진수 팀장은 그와 생각이 180도 달랐다.
“저도 그 점이 궁금해서 설도윤 씨한테 물어봤는데 부회장님과는 전혀 관계없답니다.”
“그 친구가 거짓말했을 가능성이 있잖아.”
“그럴 수 있지만, 그가 부회장님의 아들이었다면, 사장님이 우리 팀에 배치했겠습니까?”
“흠···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군.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어.”
장민국 본부장은 내선 전화를 이용해 누군가와 짧게 대화를 주고받은 후, 통화를 종료했다.
“이제 사장님을 만나보러 가자고.”
“네···? 저도요?”
김진수 팀장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장민국 본부장은 김진수 팀장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홍기훈 사장은 이철중 회장의 복심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위세를 자랑하고 있는 인물.
자신도 그를 만날 때에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눈 밖에 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니까.
하물며 자신도 바싹 긴장할 정도인데, 김진수 팀장은 오죽하겠는가.
“설도윤 씨는 마케팅 2팀에 배치받았잖아.”
“하아···.”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김진수 팀장이었다.
***
“이유가 뭐라고 하는데?”
정기호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은 홍기훈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시아 사업본부에 배치된 신입사원들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답니다.”
홍기훈 사장은 어떤 상황인지 단숨에 간파했다.
장민국 본부장이 자신과 설도윤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군.”
똑똑똑.
그러는 사이,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가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장민국 본부장이 도착했다고 보고했다.
입장을 허락받은 두 사람은 홍기훈 사장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후, 비어있는 소파에 앉았다.
홍기훈 사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김진수 팀장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자네는 누구인가?”
“저는 아시아 사업본부 마케팅 2팀을 맡고 있는 김진수 팀장입니다.”
김진수 팀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집무실에 가득 들어찼다.
“김 팀장, 내가 아직 귀먹을 나이는 아니야.”
“···옙. 죄송합니다.”
김진수 팀장에게 가볍게 핀잔을 준 홍기훈 사장은 장민국 본부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시아 사업본부에 배치된 신입사원들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어떤 점이 궁금한지 얘기해 봐.”
“사장님이 채용한 설도윤 씨가 이용진 부회장님과 많이 닮았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장 본부장은 설도윤 씨가 그분의 아들이라는 생각이라도 하는 거야?”
“아니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홍기훈 사장은 이런 질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긴 했다.
‘···도련님. 도대체 뭔 난리를 치셨길래 벌써 이런단 말입니까.’
“이제부터 내가 하는 얘기가 밖에서 들려오면, 두 사람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겠어.”
“그럼, 정말 아드님이 맞다는 말씀입니까?”
“허어, 장 본부장, 넘겨짚지 마!”
“···죄송합니다.”
홍기훈 사장의 호통에 곧바로 사과하는 장민국 본부장이었다.
“이 부회장님이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이유는 무정자증 환자였기 때문이야. 더 이상 얘기해주지 않아도 되겠지?”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이게 다 대의를 위해서입니다.’
“······물론입니다.”
“내가 설도윤 씨를 채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김 팀장한테 들었지?”
“그렇기는 합니다만, 진짜로 10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까?”
“뭐야!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야?”
“아,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의표를 찌르는 홍기훈 사장의 질문에 장민국 본부장이 손사래를 치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나하고 정 실장이 설도윤 씨의 외국어 구사능력을 직접 검증했어. 다만, 너튜브를 보면서 언어를 익혔다는 대답에 대해서는 검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검증하지 않았어.”
“아, 그렇군요.”
“설도윤 씨는 나하고 해병대 후배라는 인연밖에 없어. 그러니 편의를 봐줄 필요는 없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그에 대한 궁금증이 모두 풀렸으면, 돌아가서 일 봐.”
축객령을 받은 두 사람이 돌아가자, 정기호 비서실장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장님, 설도윤 씨가 언어 구사 능력을 숨긴 이유가 뭘까요?”
“본인의 능력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겠지.”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홍기훈 사장이었다.
***
사무실로 돌아온 김진수 팀장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한창 선배들한테 OJT 받고 있어야 하는 신입사원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선임사원인 조재석 차장을 불렀다.
“신입사원들에 대한 OJT는 언제부터 시작할 거야?”
“오늘 예정되어 있었던 OJT는 이미 끝났습니다.”
“벌써?”
조재석 차장은 OJT 시간에 일어났던 황당한 사건을 떠올렸다.
신입사원들에게 오성 물산의 경영이념, 사업 분야 등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설명을 듣는 두 사람의 태도는 극명하게 갈렸다.
홍서연은 자신의 설명을 업무 수첩에 열심히 기록하고 있었고, 설도윤은 멀뚱히 앉아있었다.
그의 불성실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따끔하게 혼내주기 위해서 기습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운 좋게 맞췄다고 판단하고 다른 질문을 던져봤더니, 이 또한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후, 대답하기 어려운 내용들만 골라서 물어봤지만 막힘없이 술술 대답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OJT 시간에 있었던 황당한 사건을 김진수 팀장에게 보고했다.
“···살다 살다 저는 그런 괴물은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일찍 끝났다는 말이군. 홍서연 씨는 어때?”
조재석 차장은 또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김진수 팀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홍서연 씨가 스탠퍼드 대학을 입학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흠··· 그렇다는 말이지? 그나저나 두 사람은 어디 갔어?”
“회사 내부를 탐방하겠다며 잠깐 나갔습니다.”
***
그 시각.
나는 휴게실에서 홍서연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얘기를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홍서연 씨를 처음 봤을 때 미스 유니버스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빈말이라는 거 잘 알고 있어요.”
“애석하게도 저는 홍길동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미인을 미인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면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이 된 홍서연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피식 웃었다.
사실 내가 입에 발린 얘기를 꺼내든 이유는 그녀에게 강력한 경고를 날리기 위함이었다.
그녀의 가벼운 입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빠질 뻔했으니까.
그녀의 웃음이 잦아들자, 나는 정색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요. 홍서연 씨, 신입사원 연수 당시에 우리 팀의 누구를 알고 있었습니까?”
“그게 왜 궁금한데요?”
“홍서연 씨한테 정보를 흘린 스파이를 찾아내 처단하려고요.”
“···네?”
깜짝 놀랐다는 듯, 홍서연의 표정이 당혹스럽게 변해갔다.
“저와 관련된 얘기는 다른 사람에게 퍼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순간, 홍서연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겁이 덜컥 들었다.
어릴 때부터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기로 유명한 그녀였지만.
‘갑자기 왜 이러지?’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설도윤의 눈동자를 보자 마음이 울렁이는 듯했다.
“···알겠어요.”
“저는 홍서연 씨의 인격을 믿고 있겠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대답 여부는 설도윤 씨의 질문을 들어보고 결정할게요.”
“제가 팀장님께 10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얘기했을 때 놀라지 않았던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저도 7개 언어는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놀라지 않은 거예요.”
즉, 별다른 이유가 아니라는 뜻.
“역시 천재는 달라도 뭔가 다르네요.”
“지금 자화자찬하는 건가요?”
사실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까.’
그렇다고 내 생각을 밖으로 드러낼 생각은 아직 없었다.
“저는 홍서연 씨와는 달리 언어에 대해서만 약간의 재능이 있을 뿐입니다.”
“그럼, OJT 시간에 조 차장님의 질문을 막힘없이 대답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비밀을 지켜준다고 약속해주면 얘기해줄 수도 있고요.”
“우리 엄마 아빠를 걸고 약속을 지킬 테니까, 얼른 얘기해보세요.”
‘엄마, 아빠? 무슨 애도 아니고.’
어릴 적부터 공부만 해서 그런지 약간 순진해 보이는 구석이 있는 홍서연이었다.
“사실 저는 상대방이 하는 모든 말을 자동으로 기억해요.”
“에이, 거짓말.”
“흠, 그럼 뭐부터 말해볼까요?”
내 말을 믿지 못하는 홍서연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를 느꼈다.
“신입사원 연수 당시에 홍서연 씨는 오성 그룹의 취약점과 개선방안에 대해서 프레젠테이션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홍서연 씨는······.”
홍서연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직접 만들었던 자신도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건만, 설도윤은 자신이 발표한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얘기하고 있었으니까.
그의 경이적인 기억능력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그만하세요. 설도윤 씨가 기억력 천재라는 말을 믿을게요.”
“하하. 좋습니다. 이제 다른 얘기를 해보죠. 홍서연 씨는 좋은 부서로 갈 수 있었을 텐데, 아시아 사업본부에 배치받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신입사원 연수 성적이 좋지 않아서 오성물산으로 오게 됐어요.”
나는 홍서연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세계 최고 대학 중 하나인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했다.
천재급의 두뇌를 보유한 그녀가 어떻게 신입사원 연수 성적이 좋지 않겠는가.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사실 홍서연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위권 성적을 유지한 이유는 뜻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도윤 씨만 알고 계세요. 제 성적은 500명 중에서 245등이에요.”
“홍서연 씨의 성적이 중위권이면, 오성 그룹에는 얼마나 많은 괴물들이 입사한 것일까요?”
“그러게 말이에요.”
그때, 윤해지가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걸어오는 바람에 대화가 중단됐다.
그녀는 조심스런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할 얘기가 있는데 잠깐 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저는 상관없습니다만, 홍서연 씨의 의견을 물어봐야 할 것 같군요.”
마치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홍서연이 허락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윤해지는 홍서연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고.
그녀는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한테 도움받은 것이 정말 고마워서 보답했으면 해서요.”
지금 윤해지는 내가 힘써준 덕분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그녀의 오해가 깊어지기 전에 사실대로 얘기해줄 필요가 있었다.
“저는 윤해지 씨한테 도움 준 것이 없어요.”
“그분은 분명 설도윤 씨한테 부탁을 받았다고 얘기하셨어요.”
‘홍 사장님이 이렇게 오지랖이 넓었었나?’
잔뜩 의문을 품으며 윤해지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보답을 바라고 도와준 것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제가 은혜를 갚을 수 있게 기회를 주세요.”
“그렇다면 할 수 없네요. 한가할 때 밥이나 한 끼 사주세요.”
“그렇게 할게요. 그럼, 저는 일어나 볼게요.”
윤해지가 떠나가자 홍서연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분이 누구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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