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6화(6/80)
6화 : 으이고. 주먹이 운다. 울어.
나하고 홍기훈 사장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어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홍서연은 궁금하다는 듯 호기심을 품는 중이었고.
‘흠, 어쩐다···.’
사실대로 얘기했을 때 얻는 이익은 약간의 친분인 것에 비해서 리스크가 너무 컸다.
만에 하나, 그녀가 내 신분을 흘리기라도 하는 날엔 회사 생활이 결코 편하지 않을 테니까.
‘아니, 회사 생활을 넘어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지도.’
“홍서연 씨, 지나친 호기심은 정신 건강에 해롭습니다.”
“얘기해주기 싫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까요?”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군요.”
“···알겠어요. 그분이 누구인지 더 이상 묻지 않을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때, 입사 1년 선배인 남현우 사원이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곧장 걸어온 그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비꼬듯 말을 걸어왔다.
“선배들은 바빠서 똥오줌 가리지 못하고 있는데, 신입사원들은 한가하게 잡담이나 나누고 있네? 이야 부럽다, 부러워!”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군대는 나이와 상관없이 선임이 나이 많은 후임에게 반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회사이며, 사회다.
입사 후배의 나이가 많으면 경어를 사용해주는 것이 예의이건만.
저렇게 대놓고 비꼬며 무시하다니.
‘얼마 전에 우주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던데. 그때 개념도 같이 달나라로 보냈나?’
본래 성격 같았으면 한바탕했겠으나, 회사에 출근한 첫날부터 분란을 일으킬 수는 없는 노릇.
그런데 나와는 달리 자존심 강한 홍서연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선배님, 저희는 오늘 예정된 OJT가 끝났기 때문에 막간을 이용해 쉬고 있었어요.”
“입사 선배한테 말대꾸해도 된다고 연수원에서 가르쳤나?”
“말대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와, 잘하면 한 대 치겠는데?”
“······.”
“나한테 기어오르는 것은 이번 한 번뿐이야. 군말하지 말고 따라와.”
남현우 사원은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휴게실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의 뒤를 쫓아갔고.
***
회의실.
홍서연이 비어있는 의자에 앉으며 쌀쌀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저는 설도윤 씨한테 정말 실망했어요.”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남 선배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버릇없게 굴지 말라고 한마디 해줄 수도 있었잖아요.”
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홍서연에게 한마디 해줄 필요를 느꼈다.
“홍서연 씨, 부서배치 받은 첫날부터 남 선배한테 대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 같습니까?”
“······.”
“우리가 하극상을 저질렀다고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의 회사 생활은 고난의 연속일 겁니다.”
“때려치우고 다른 회사에 입사하면 되잖아요.”
“홍서연 씨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저는 힘들 겁니다.”
홍서연은 설도윤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10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을뿐더러 기억력 또한 어마어마한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렇게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라면 회사를 골라서 입사할 수 있을 텐데,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왜죠?”
“저는 출신 대학이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블라인드(출신지, 학력, 성별 등을 배제하고 오로지 능력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회사에 입사하면 되잖아요.”
‘그래, 그쯤은 나도 안다고.’
사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야 내가 더 굴뚝같았다.
140억이란 자산은 평생을 놀고먹어도 다 쓰기 어려울 테니까.
하지만 나는 이미 홍기훈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마당이었다.
아버지의 유지(遺旨)를 이어받아, 오성 그룹을 글로벌 5위 기업으로 진입시켜야 한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성 물산에 근무하면서 기반을 닦아야 하는 것이었고.
하지만 내가 처해있는 상황을 모르고 있는 홍서연은 블라인드 채용을 언급하고 있었고.
그녀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경험담을 꺼내놓기로 결정했다.
“1년 전에 블라인드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류 전형에서 제대로 미역국을 먹었고요.”
“왜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밀리에 지원자들의 신상을 조사하는 것 같았습니다.”
“에이, 설마요?”
“설마가 사람 잡는 법입니다.”
무겁게 흐르는 분위기를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 내리고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그런데 홍서연 씨는 내가 남 선배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설도윤 씨는 거울을 보지 않나 보네요.”
“······.”
‘허, 늙어 보인다고? 어이가 없네.’
“그런 점은 홍서연 씨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제가 뭐 어때서요?”
덜컹!
그때, 남현우 사원이 두툼해 보이는 책 두 권을 가지고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책 두 권을 테이블에 내던지듯 내려놓고 비어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나하고 홍서연을 번갈아 쳐다본 후, 묘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회의실 밖에까지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던데 싸웠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홍서연 씨의 표정이 왜 이렇게 어두워?”
더 이상 홍서연을 놀렸다가는 울 것 같다는 생각에 시치미를 뗐다.
“잘 모르겠습니다. 가지고 오신 책은 뭡니까?”
“우리 회사와 아시아 사업본부의 업무 매뉴얼이야. 퇴근할 때까지 완벽하게 숙지해.”
“500페이지가 넘는 업무 매뉴얼을 몇 시간 만에 어떻게 숙지할 수 있습니까?”
마치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보다 홍서연의 입이 먼저 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현우 사원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듯 표정 변화가 없었다.
“홍서연 씨는 돈을 써서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했나 보군.”
“뭐라고요!”
“어라, 화를 내는 것을 보니 내 말이 맞나 보네?”
“······.”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홍서연이 입을 닫았다.
남현우 사원은 그녀를 비릿한 시선으로 쳐다본 후, 나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아, 설도윤 씨는 머리가 나쁘니까, 퇴근할 때까지 숙지하기 힘들겠어.”
순간, 남현우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가 지금 기강 잡겠다는 거지?’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런 구시대적인 짓거리를 하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머릿속에 참을 인(忍)자 세 개를 욱여넣고, 그와 대화를 시작했다.
“저는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오호라! 그렇다는 말이지?”
“제 말을 믿지 못하겠으면 시험해 봐도 좋습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내가 업무 매뉴얼에서 문제 10개를 출제할게. 7개 이상 맞히면, 업무 매뉴얼 내용을 숙지한 것으로 인정해주지.”
나는 신비의 명약을 마신 이후로 지식 습득 능력이 슈퍼컴퓨터급으로 변했다.
500페이지짜리 업무 매뉴얼은 30분 정도만 읽으면, 머릿속에 완벽하게 저장할 수 있고.
때문에 남현우 사원의 제안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선배님의 제안을 수용하겠습니다.”
“하하. 알았어. 홍서연 씨는?”
“저도 수용하겠습니다.”
“흠···.”
뭔가 생각할 것이 있다는 듯 남현우 사원이 말끝을 흐렸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길 없는 우리는 말없이 앉아있었고.
잠시 후, 드디어 생각을 끝냈는지, 그가 비릿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시상 없이 테스트를 진행하면 밋밋해질 수 있으니까, 내기 하나 하는 게 어때?”
“내기라고요?”
“별거 아니야. 두 사람이 7개 이상 맞히면, 내가 밥을 사줄게. 단, 반대의 경우에는 두 사람이 나한테 밥을 사.”
나는 남현우 사원이 내기를 걸든 말든 아무 문제 없었지만, 홍서연은 아니었다.
그녀가 몇 시간 안에 업무 매뉴얼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까.
싫다고 대답하려는 순간에 그녀의 입이 먼저 열렸다.
“좋아요, 그 내기도 수용할게요.”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현우 사원은 우리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라도 쉬운 문제는 출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존심 강한 홍서연은 개망신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곤경에 빠질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암.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라고 했으니까.’
“선배님, 저하고 홍서연 씨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뭐야? 홍서연 씨한테 빌붙겠다는 거야?”
‘으이고. 주먹이 운다. 울어.’
“···아니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설도윤 씨는 자존심도 없나 보군.”
“자존심이 밥 먹여 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얘기하니까, 할 말이 없군. 마음대로 해.”
“고맙습니다. 테스트의 공평성을 기하기 위해서 팀장님이 참관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바라던 바야.”
남현우 사원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회의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와 동시에 홍서연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우리가 저 인간의 개수작을 박살 낼 수 있을까요?”
“홍서연 씨도 제가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고 있잖아요.”
“읽어서 기억하는 능력은 별로라고 얘기하지 않았나요?”
“내가 그랬었나?”
“말 돌리지 말고 빨리 꿍꿍이를 박살 낼 방법이나 얘기해보세요.”
“나는 오성물산에 입사하기 전에 작은 무역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 수행했던 업무를 기억에 되살리면, 쉽게 내기에서 이길 수 있을 겁니다.”
홍서연은 설도윤의 얘기를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오성물산은 50조 원이 넘는 매출액을 자랑하고 있는 초일류 회사.
작은 규모의 무역회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비즈니스 영역이 엄청나게 다양하다.
그런데 그는 오성물산과 계약직으로 일했던 무역회사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었고.
“설마 정말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우리 회사도 본질적으로는 무역회사이기 때문에 업무 매뉴얼은 엇비슷할 겁니다.”
“미치겠네, 정말 다른 대책은 없어요?”
“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여부는 오늘 저녁때 알 수 있겠죠.”
“···하아. 그나저나 저는 왜 끌어들인 거예요?”
“음, 그러니까···”
‘너는 자존심만 세지 능력은 부족하니까··· 라고 하면 안 되겠지.’
“하하, 남 선배 얘기 들었잖아요. 이제 업무 매뉴얼 내용을 숙지해볼까요?”
홍서연은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설도윤이 업무 매뉴얼을 읽는 둥 마는 둥하며 휙휙 넘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에게 말을 걸었다.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홍서연은 내가 업무 매뉴얼을 설렁설렁 읽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사실대로 얘기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보시다시피 업무 매뉴얼 내용을 숙지하고 있잖아요.”
“저는 장님이 아니에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스킵 한 것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후우···.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계속 공부하세요.”
약 30분 정도 지난 후.
홍서연은 열받는 걸 넘어 슬슬 뚜껑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설도윤이 업무 매뉴얼의 내용을 모두 숙지했다며, 핸드폰 게임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설도윤 씨,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
‘얘는 왜 또 시비야? 애초에 내기도 지가 수락해놓고.’
“너무하다니요?”
“이제 겨우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업무 매뉴얼을 다 숙지할 수 있어요?”
“내 말이 의심스러우면, 테스트해보면 되잖아요.”
“좋아요. 신용장(Letter Of Credit)의 종류를 얘기해보세요.”
“흠··· 신용장은 선적서류의 요구 여부에 따라서 화환신용장(Documentary Credit)과 무담보신용장(Clean Credit)으로 구분됩니다. 먼저 화환 신용장은 Commercial Invoice(상업송장), Bill of Lading(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가 첨부되어야······.”
홍서연은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설도윤의 입에서 신용장의 종류와 용도가 술술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기억력에 경탄하는 사이에도 신용장 종류에 대한 설명은 계속됐다.
“···마지막으로 양도 불능 신용장(Nontransferable Credit)은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는 신용장을 말합니다.”
“······.”
설도윤의 대답을 넋 놓고 듣고 있던 홍서연은 설명이 끝나자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올렸다.
“와, 대단하네요.”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신용장 종류는 기본적인 상식입니다. 홍서연 씨도 반드시 암기하고 있어야 할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남 선배가 어떤 문제를 출제할지 얘기해줄까요?”
“네? 그것까지 알 수 있다고요?”
“물론이죠. 남 선배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업무 중에서 어려운 것만 골라서 출제할 겁니다. 예를 들어 신용장의 종류, 바이어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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