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64)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64화(64/80)
64화 : 소극적인 방법 & 적극적인 방법
우르노프 회장의 얘기에는 압둘라에프 전 총리가 중국을 끌어들여 다브로노프 대통령을 시해하려고 시도했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의견과 180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르노프 회장님, 압둘라에프 전 총리는 범인이 아닙니다.”
“그렇게 장담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우르노프 회장보다 다브로노프 대통령의 입이 먼저 열렸다.
“압둘라에프 전 총리가 대통령님의 시해 사건에 개입되어 있다면 체포되기 전에 다른 나라로 도망쳐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그는 대선에 출마할 뜻을 가지고 있잖습니까.”
“정보국에서 극비로 붙였기 때문에 그가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은 정보국에도 숨어있습니다.”
마치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조용히 앉아있던 초프르프 단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통령님, 마리취프 국장이 압둘라에프 전 총리의 사람입니다.”
“뭐라고요!”
초프르프 단장은 다브로노프 대통령이 깜짝 놀란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마리취프 국장은 그의 최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이었으니까.
그런 사람이 압둘라에프 전 총리 사람이라고 하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카리모파 장군한테 직접 들었기 때문에 신뢰성은 100%에 가깝습니다.”
“허!”
허공을 향해 내뱉는 탄식소리에 다브로노프 대통령의 낙담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무겁게 흐르던 침묵을 깨고, 뭔가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우르노프 회장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는 범인이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다.
내가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급반전 될 수 있을 테니까.
“확실한 물증이 없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테니, 신경 쓰지 말고 얘기해보세요.”
“제가 말씀드리기 전에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범인은 어떤 방법으로 대통령님을 시해하려고 시도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누군가 대통령님의 전용차에 폭발물을 설치했습니다.”
“그렇군요. 폭발물을 설치한 사람은 체포했습니까?”
“그랬으면 벌써 범행의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냈겠지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밑밥을 살짝 깔아놓고.’
“100% 뇌피셜이기 때문에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고 들어주십시오.”
“알았으니까, 얼른 얘기해보세요.”
“대통령님의 시해 미수 사건의 배후는 중국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중국은 대통령님을 시해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들어보고 싶네요.”
“대통령님의 전용차는 경호원들이 수시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용차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의미는 시해할 의사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럼, 범인이 대통령님의 전용차에 폭발물을 설치한 이유가 뭘까요?”
“저는 대통령님께 보내는 경고라고 해석했습니다.”
다브로노프 대통령은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자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지 못하도록 경고하기 위해서 자신의 전용차에 폭발물을 설치한 것이리라.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설도윤에게 물었다.
“저도 대통령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중국의 의도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소극적인 방법과 적극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소극적인 방법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지 말라는 말이군요?”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적극적인 방법은 대통령님의 전용차에 폭발물을 설치한 범인을 체포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범인을 체포했다고 가정하고 얘기해주면 안 됩니까?”
“그럼 저도 가정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확실한 물증을 확보한 후, 중국의 목을 졸라야 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조급한 마음에 다브로노프 대통령이 상체를 나에게 가져오며 대답을 재촉했다.
“중국의 가장 큰 고민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려는 나라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이 점을 이용해서 확실한 물증을 중국에 제시하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를 수용할 겁니다.”
“우리나라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범인을 체포해야겠네요?”
“아니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초프르프 단장, 설도윤 씨 얘기 들었죠?”
“네. 대통령님.”
다브로노프 대통령은 초프르프 단장의 씩씩한 대답을 뒤로하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제 원수 놈을 어떤 방법으로 생포했는지 들어봅시다.”
***
“으음···.”
서서히 정신이 돌아온 압둘라에프 전 총리는 자신의 몸 상태를 천천히 관조했다.
사지가 단단히 묶여 있는 것으로 판단컨대 누군가에 의해서 생포된 것이리라.
다브로노프 대통령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 조심하고 또 조심했건만 이토록 허무하게 생포 당하다니.
“하아···.”
암담한 생각이 들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뱉는 사이,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총리님, 이제 정신이 돌아왔습니까?”
‘가만, 이 목소리는···.’
압둘라에프 전 총리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두 눈을 번쩍 떴다.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니, 온몸이 상처투성인 카리모파 장군이 사지가 묶인 상태로 침대에 앉아있었다.
“카리모파 장군,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야?”
“저하고 총리님은 정보국 놈들에게 생포 당했습니다.”
“설마···.”
카리모파 장군은 압둘라에프 전 총리가 말끝을 흐린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저는 총리님의 은신처를 정보국 놈들에게 발설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얘기해봐.”
싸늘한 목소리로 묻는 압둘라에프 전 총리.
이미 다브로노프 대통령에게 생포 당한 마당에 그가 풀려날 가능성은 제로.
하지만 그의 추종 세력들이 정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에 카리모파 장군은 최대한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총리님을 모시러 가는 도중에 절벽 길 한가운데에 커다란 통나무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운전기사와 함께 통나무를 치우고 있는데 어디선가 정보국 놈들이 달려들었습니다. 그놈들과 격투를 벌였지만, 쪽수에서 상대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생포 당했습니다.”
“온몸에 난 상처는 정보국 놈들과 격투할 때 입은 거야?”
당연히 아니었다.
압둘라에프 전 총리를 속이기 위해서 정보국 요원들한테 일부러 구타당한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는지 얘기해봐.”
“정보국 놈들에게 머리를 맞고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 보니 이곳이었습니다.”
압둘라에프 전 총리는 카리모파 장군에 대한 의심을 거둬들였다.
그가 정보국 놈들에게 은신처의 위치를 발설했다면, 피투성이가 되도록 온몸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 테니까.
“무슨 말인지 알았어.”
어느 정도는 의심이 풀렸다는 듯 한풀 꺾인 목소리로 반응하는 압둘라에프 전 총리였다.
카리모파 장군은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총리님은 어떻게 하시다가 정보국 놈들에게 생포 당했습니까?”
“자네의 연락을 받고 외출 준비하던 도중에 정전이 되더라고. 그 사이에 유리창 창문이 깨지고 누군가가 거실로 뛰어 들어왔어. 그놈에게 관자놀이를 맞는 순간 정신을 잃었고.”
“도대체 경호원들은 뭐하고 있었습니까?”
카리모파 장군은 압둘라에프 전 총리의 은신처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지 물론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연덕스럽게 질문을 던진 이유는 만약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자네가 도착하기 5분 전쯤에 부르려고 했었어.”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그게 아니라, 경호원들은 감시 카메라로 은신처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을 거란 뜻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럼··· 경호원들이 정보국에 은신처의 위치를 흘렸다는 말이야?”
“그렇지 않고서는 정보국 놈들이 총리님의 은신처를 알아낼 방법은 없습니다.”
“내가 이놈의 새끼들을······.”
***
그 시각.
본관에서 이뤄진 압둘라에프 전 총리 생포 과정에 대한 설명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안가로 달려가던 경호원들은 저희 요원들이 제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모든 계획은 설도윤 씨의 머릿속에서 나왔습니다.”
“설도윤 씨, 정말 고맙습니다.”
“대통령님, 감사인사는 제가 아니라 홍서연 씨한테 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홍서연 씨라고요?”
“우르노프 회장님의 승용차에 부착되어 있던 위치 추적기는 찾기 어려운 곳에 있었습니다. 홍서연 씨가 날카로운 눈썰미로 위치 추적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압둘라에프 전 총리는 생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홍서연 씨,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홍서연은 설도윤이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위치 추적기는 다른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곳에 부착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빤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저는 설도윤 씨의 요청을 충실히 수행했을 뿐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겸손이 몸에 배어있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군요.”
훈훈해진 분위기를 이어받아 우르노프 회장이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볼가체프 회장과 후로시파 회장은 압둘라에프 전 총리의 사람이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설도윤 씨의 조언을 무시하고 핸드폰을 압수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렇군요. 설도윤 씨, 나한테 받고 싶은 선물이 없습니까?”
당연히 있었다.
지금 얘기를 꺼내면 속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다음 기회로 미뤄놓기로 결정했다.
“저는 대가를 바라고 우르노프 회장과 초프르프 단장을 도운 것이 아닙니다. 굳이 선물을 주시려면, 제가 아니라 두 분께 주십시오.”
“무슨 소립니까?”
“비록 작전 계획은 제가 수립했지만, 궂은일은 두 분이 도맡아 처리했습니다.”
“하하하.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이 정도로 생색냈으면, 두 사람한테 보답이 돌아오겠지.’
우르노프 회장은 설도윤이 자신을 콕 집어 얘기한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관용차 교체 프로젝트에 대해서 언급해달라고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 중이리라.
자신도 그 얘기를 꺼낼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다.
“대통령님, 오성 물산은 우리나라를 매우 끔찍이 여기고 있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관용차 교체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저희 회사는 오성 물산과 4,000만 달러에 계약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런데 장 본부장은 200만 달러를 깎아주겠다고 역제안했습니다.”
“가격을 깎아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까?”
“장 본부장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먼 미래를 보고 통 큰 결정을 내렸답니다.”
다브로노프 대통령은 우르노프 회장의 대답을 들으며 장민국 본부장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나라를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호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주려고 합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얘기해보세요.”
순간, 장민국 본부장의 머릿속에 고속철도 차량 교체 건이 불쑥 떠올랐다.
드디어 기회는 왔다고 생각하며 얘기 꺼내려는 순간에 설도윤이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는 즉, 그 얘기를 꺼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미였다.
‘흠···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얘기해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초프르프 단장이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설도윤 씨,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브로노프 대통령은 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본관 밖으로 나가서 그와 우르노프 회장을 배웅했다.
초프르프 단장은 압둘라에프 전 총리를 심문하기 위해서 서둘러 부속 건물로 떠나갔고.
긴장의 끈을 풀어놓은 우리는 숨을 돌리고 응접실로 돌아와 못다 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설도윤 씨, 다브로노프 대통령께 고속철도 차량 교체 프로젝트를 얘기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준 이유가 뭐야?”
장민국 본부장에게 이런 질문을 받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완벽한 대답거리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제가 다브로노프 대통령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지금 얘기하면 귀담아듣지 않을 것 같아서 다음 기회로 미룬 겁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군. 그나저나 말이야. 우리가 그를 또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까?”
“그에게 원하는 것이 식사라고 얘기하면 만나줄 겁니다.”
“아···.”
내 의도가 무엇인지 눈치챘다는 듯 말끝을 흐리는 장민국 본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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