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7화(7/80)
7화 : 시말서 받아!
“지금 제정신이야!”
남현우 사원의 보고를 받은 김진수 팀장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질렀는지, 업무에 열중하던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쳐다볼 정도였다.
문제는 외근 나갔다가 돌아오던 장민국 본부장도 그의 호통 소리를 들었다는 점이었다.
그가 자신이 앉아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오자 김진수 팀장은 얼른 일어나 맞이했다.
“본부장님, 어서 오십시오.”
“무슨 일인데 사무실 입구까지 김 팀장의 호통 소리가 들리는 거야?”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김 팀장, 나는 두 번 얘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즉, 숨기지 말고, 이실직고하라는 의미였다.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김진수 팀장은 나지막한 한숨과 함께 보고하기 시작했다.
“하아~ 사실은 저희 팀의 남현우 씨가 신입사원들과 내기를 걸었습니다.”
“내기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한 시간 전에 남현우 씨가 신입사원들한테 업무 매뉴얼을 숙지하라고 나눠줬습니다.”
김진수 팀장은 장민국 본부장에게 어떤 내기가 걸렸는지까지 가감 없이 보고했다.
“···퇴근 시간 직전에 테스트하는 것으로 합의했답니다.”
“이런 미친!”
“죄송합니다.”
장민국 본부장의 호통에 재빠르게 고개를 조아리는 김진수 팀장이었다.
하지만 남현우 사원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듯 멀뚱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장민국 본부장이 못마땅하다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자네는 뭐야, 잘했다는 거야?”
“제가 내기를 제안한 이유는 신입사원이 건방지게 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어이 내기를 진행하겠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고 있는 신입사원들의 기를 죽여 놓을 필요는 있습니다.”
“신입사원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말해 봐.”
남현우 사원은 정말 난처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입사원들이 버릇없게 군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신입사원들에게 건방지게 굴었으면 굴었지.
그러나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타 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사실대로 얘기할 수는 없었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쥐어짜낸 끝에 그럴듯한 대답 거리를 생각해내는 데 성공했다.
“신입사원 중에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홍서연이라고 있는데, 저를 장기판의 졸 정도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설명해 봐.”
“홍서연 씨는 제 지시를 수행할 수 없다며 꼬박꼬박 말대꾸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아, 아닙니다. 절대로 없었습니다.”
뭔가 켕기는 것이 있다는 듯 남현우 사원이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30년 가까이 닳고 닳은 장민국 본부장이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가 뼈도 못 추리도록 박살 내버릴까 생각했다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홍서연이 얼마나 뛰어난 인재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신입사원들의 버릇을 고쳐놓을 필요는 있겠지. 단, 업무 매뉴얼에 들어있는 내용을 출제하는 조건으로 내기를 진행해도 좋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자네가 내기에서 이기면 어디에서 밥을 얻어먹을 생각인가?”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식사할 생각입니다.”
장민국 본부장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남현우 사원을 한참 동안 노려본 후, 말을 이었다.
“김 팀장은 나를 따라와.”
***
본부장실.
비서가 내온 음료수로 목을 축인 장민국 본부장이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김진수 팀장에게 물었다.
“남현우 씨와 오성 전자의 남종수 부사장은 어떤 사이야?”
“부자지간입니다.”
“허, 역시 핏줄은 속일 수 없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군.”
“남 부사장도 건방진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 인간이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얼마나 으스대는지,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그나저나 그놈의 업무 능력은 어때?”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계륵 같은 존재입니다.”
“흠··· 역시 내 추측이 맞았군. 그놈이 홍서연 씨한테 까칠하게 구는 이유가 뭘까?”
“그놈은 미국에서 지명도가 거의 없는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자격지심 때문이라는 말이군. 그나저나 신입사원들이 내기에서 이길 수는 있을까?”
신입사원들의 두뇌가 아무리 뛰어나도 500페이지가 넘는 업무 매뉴얼을 몇 시간 만에 숙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진수 팀장은 장민국 본부장에게 이 점에 대해서 언급하며 내기에 질 것이라고 보고했다.
“설도윤 씨도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
“당연히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기를 수락한 이유가 뭘까?”
“홍서연 씨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허세부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군. 김 팀장은 그놈이 출제한 문제를 사전에 검증해.”
즉, 테스트의 공정성을 기하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다른 얘기를 해보자고. 자파르 칸 사장하고는 연락해봤나?”
“몇 번 전화해봤는데,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거래처를 바꾸면 자네와 나는 옷 벗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
***
몇 시간 후.
업무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던 홍서연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는 걱정되지 않아요?”
업무 매뉴얼이 머릿속에 완벽하게 저장되어 있는데, 걱정될 리가 있겠는가.
“일곱 문제만 맞히면 되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설도윤 씨가 뽑은 예상 문제들을 남 선배가 출제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당연히 그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기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플랜
B도 수립해놓은 상태였으니까.
“그 예상 문제들 중에서 일곱 개 미만이 출제되면, 식사비용은 제가 내죠.”
“시험 문제를 제가 푸는 조건이면, 설도윤 씨의 제안을 수용할 용의가 있어요.”
내가 뽑아놓은 예상 문제들이 모두 출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내가 시험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홍서연이 시험 문제를 풀겠다고 나서고 있었고.
그렇게 되면, 내기에서 져 재수 없는 인간에게 밥을 사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미안하지만, 홍서연 씨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어요.”
“왜요? 내기에서 질 것 같아서요?”
‘그걸 말로 해야 아냐?’라는 말이 입 안에 한참 동안 머물렀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시험 문제를 제가 푸는 것으로 알고 있어도 되겠죠?”
“원하는 대로 하세요. 그 대신 일부러 틀리면 안 됩니다.”
“물론이죠. 저는 남 선배같이 예의 없게 행동하는 사람을 경멸하고 있어요.”
“홍서연 씨를 믿어보겠습니다.”
그때, 도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김진수 팀장이 50대로 보이는 남자와 함께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나하고 홍서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고.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어물쩍거리고 있는 사이, 김진수 팀장이 말문을 열었다.
“설도윤 씨, 홍서연 씨, 이분은 아시아 사업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장민국 본부장님이야.”
나하고 홍서연은 장민국 본부장한테 정중한 자세로 인사한 후, 자기소개했다.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장민국 본부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는 회장님 일가와는 어떤 관련이라도 있나?”
“저도 깊은 상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하하하. 알겠네.”
내 대답에 만족했다는 듯 장민국 본부장이 가볍게 웃으며, 홍서연에게 말을 걸었다.
“남현우 씨는 자네가 싸가지 없다고 보고했는데,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싸가지 없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럼, 남현우 씨가 나한테 거짓말했다는 말인가?”
“본부장님께 뭐라고 보고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하여간 알겠네. 나는 신입사원들을 응원하고 있으니까, 내기에서 최선을 다해 봐.”
“본부장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똑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남현우 사원이 A4 용지 한 장을 들고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상석에 앉아있는 장민국 본부장에게 꾸벅 인사한 후, 김진수 팀장에게 말을 건넸다.
“팀장님, 시험 문제 모두 출제했습니다.”
“그래? 이리 줘봐.”
시험 문제를 꼼꼼히 읽어 내려가던 김진수 팀장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시험 문제가 어려워도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남현우 씨, 이 문제들을 신입사원들이 풀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저는 업무 매뉴얼에 들어있는 내용을 출제했을 뿐입니다.”
“자네라면 업무 매뉴얼을 참고하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나?”
“······.”
풀지 못한다는 듯 남현우 사원이 말문을 닫았다.
김진수 팀장은 그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노려본 후, 말을 이었다.
“자네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신입사원들이 무슨 수로 풀어. 다시 출제해.”
“···네. 알겠습니다.”
바로 그때, 장민국 본부장이 대화에 끼어드는 바람에 남현우 사원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 팀장, 시험지를 이리 줘봐.”
“여기 있습니다.”
장민국 본부장은 시험지를 쓰윽 훑어본 후,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내가 시험지를 건네줄 테니까, 풀 수 있는지 확인해 봐.”
“네. 알겠습니다.”
시험지를 건네받은 나는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현우, 이번에 한번 뒈져봐라.’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지며, 장민국 본부장의 요청에 대답했다.
“저하고 홍서연 씨는 시간절약을 위해서 공동으로 15개 정도 예상 문제를 추출했습니다. 남 선배가 출제한 시험 문제는 다행히 그 예상 문제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 얼른 풀어봐.”
“시험 문제는 홍서연 씨가 푸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마치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홍서연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설도윤 씨가 본부장님께 말씀드린 내용 중에서 정정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내용을 정정해야 하는지 얘기해 봐.”
“예상 문제를 추출하는 데 저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설도윤 씨가 했다는 말이군. 시험 문제는 자네가 풀기로 약속한 것이 맞나?”
“네. 그렇습니다.”
“그럼. 풀어봐.”
내가 건넨 시험지를 받아든 그녀는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1번 문제인 신용장 종류에 대한 내용은 업무 매뉴얼 178페이지부터 183페이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김진수 팀장은 즉시, 업무 매뉴얼 178페이지를 펼쳐, 장민국 본부장 앞에 옮겨 놓았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한 홍서연은 낭랑한 목소리로 정답을 읊어 내렸다.
“신용장은 은행이 거래처의 요청으로 신용을 보증하기 위하여 발행하는 증서를 말합니다. 신용장은 선적서류의 요구 여부, 물품 대금 지급시기, 매입은행 지정 여부, 취소가능 여부, 다른 은행의 확약 여부, 양도가능 여부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홍서연은 마치 업무 매뉴얼을 보고 읽는 것처럼 신용장의 종류를 막힘없이 설명해 나갔다.
장민국 본부장과 김진수 팀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만, 문제를 출제한 남현우 사원은 똥 씹은 듯한 표정으로 앉아있었고.
“···양도 불능 신용장은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내용 중에서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주십시오.”
“아주 훌륭해.”
“알겠습니다. 이제 2번 문제인 화물 운송방식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업무 매뉴얼 238페이지를 펼쳐 주시기 바랍니다.”
홍서연은 2번부터 10번 문제까지 막힘없이 풀어나갔다.
장민국 본부장과 김진수 팀장은 중간중간에 질문을 던졌지만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이윽고 10번 문제까지 모두 풀자, 장민국 본부장이 감탄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와, 홍서연 씨가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이유를 이제 알겠군.”
“본부장님은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누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구라면 남현우 씨?”
“아니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남현우 씨가 뭐라고 얘기했는지 얘기해 봐.”
“남 선배는 제가 돈을 써서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폄훼했습니다.”
“뭐야!”
장민국 본부장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지은 죄가 있는 남현우 사원은 움찔하며 고개를 바닥으로 처박았고.
장민국 본부장은 그를 한참 동안 노려본 후, 김진수 팀장에게 지시 내렸다.
“남현우 씨한테 시말서 받아.”
“네. 알겠습니다.”
김진수 팀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회의실에 가득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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