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4)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74화(74/80)
74화 :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링링링.
모처럼 한가한 주말을 맞아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핸드폰이 요란한 벨소리를 토해내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침대맡에 놓여있는 핸드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하니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종료버튼을 누르고 침대에 누웠지만, 같은 번호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는 즉, 상대방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뜻.
침대에 일어나 앉아 헛기침으로 잠긴 목을 풀어준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설도윤입니다.”
[설도윤 씨, 휴일에 전화해서 미안해. 나는 엄기원 실장이야.]“아, 실장님이셨군요. 방금 전에는 죄송했습니다.”
[나도 모르는 전화번호는 스팸 처리하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휴일에 어쩐 일이십니까?”
[자네와 점심 한 끼 하려고 전화했어.]순간, 쿵쾅쿵쾅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엄기원 비서실장은 이철중 회장의 복심.
그가 나를 불렀다는 의미는 이철중 회장에게 모종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리라.
심호흡을 통해 거칠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킨 후, 그와 통화를 이어나갔다.
“실장님, 제가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우리 집은 자네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같은 라인에 위치한 3305호야.]“···네!?”
진심으로 놀란 탓에 나도 모르게 경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오성 그룹의 넘버 투와 같은 라인에 살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우리 아파트에는 오성 그룹의 주요 경영진들이 살고 있으니까,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어.]“아, 그렇군요.”
[12시쯤에 우리 집으로 와.]“넵. 알겠습니다. 조금 있다가 뵙겠습니다.”
딸깍.
전화를 끊은 나는 작은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정식으로 식사 초대를 받아서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빈손으로 찾아가면 예의가 아닐 것 같고, 어떤 선물이 적당할까?”
***
“웬 꽃다발인가?”
엄기원 비서실장이 내 손에 들려있는 꽃다발에 눈길을 보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점심 식사를 준비해준 사모님께 감사드리는 의미로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엄기원 비서실장의 부인에게 꽃다발을 건네주니, 꽃다발 속의 장미꽃보다 예쁜 미소를 지으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그러자 엄기원 비서실장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빈손으로 오지 않고 쓸데없는 짓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사모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설도윤 씨의 말이 맞아요.”
엄기원 비서실장의 부인이 나를 적극 두둔해주었다.
“실장님, 사모님의 말씀 들으셨죠?”
“아, 됐고. 이리 와서 밥이나 먹자고.”
식탁에는 먹음직스러운 집밥이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다.
맛있게 식사하던 도중에 엄기원 비서실장의 부인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설도윤 씨는 이용진 부회장과 어떤 사이에요?”
내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철중 회장을 포함해서 세 명밖에 없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이 사실을 숨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사는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엄기원 비서실장의 입에서 엄청난 얘기가 튀어나왔으니까.
“설도윤 씨는 죽은 용진이의 아들이야.”
“역시··· 내 추측이 맞았네요.”
나는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는 없어서 엄기원 비서실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실장님, 제 신분은 비밀 아니었습니까?”
“내 마누라는 죽은 용진이를 친자식처럼 여겼어.”
나는 엄기원 비서실장의 얘기를 당최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낳아준 친모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엄기원 비서실장의 부인이 그럴 필요가 있었겠는가.
이 점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자 그는 생각지 못한 얘기를 꺼내놓았다.
“회장님의 부인인 조경숙 여사는 큰아들이 오성 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쳐있어. 그런데 막내아들이 후계자로 낙점됐으니 얼마나 눈엣가시였겠어.”
‘이렇게 은밀한 얘기를 서슴없이 해도 되나?’
“제 아버지도 할머니가 낳은 똑같은 자식이잖아요.”
“물론 그렇지만, 조 여사는 큰아들인 이재진 부회장이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골육상잔(骨肉相殘)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이야.”
“혹시···.”
엄기원 비서실장은 내가 말끝을 흐린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 곧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야, 용진이는 조 여사가 손을 쓰기 전에 췌장암으로 저세상으로 갔어.”
‘···신비의 명약의 부작용은 아니겠지?’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홍 사장이 설도윤 씨의 존재를 숨기려고 애쓰고 있는 이유도 조 여사 때문이야.”
“저는 오성 그룹의 경영권을 노릴만한 짬밥도 안 되지 않습니까.”
“회장님이 그 연세가 되도록 용퇴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얘기해줄까?”
“경청하겠습니다.”
“회장님의 두 아들인 이재진 부회장과 이성진 사장은 오성 그룹이라는 거함을 이끌어갈 만한 재목이 안 되기 때문이야.”
“그럼, 대를 건너뛰겠다는 말씀입니까?”
“손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다면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겠지.”
‘음, 생각보다 긍정적인 상황이란 거군.’
처음 홍기훈 사장의 제안을 들었을 때만 해도 허황된 꿈이라 여겼건만 이제 보니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이철중 회장의 손자들이 아무리 뛰어난 머리를 보유했다 하더라도 신비의 명약을 마신 나보다는 한 수 아래일 테니까.
따라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인정받는다면 대권을 차지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물론 그 전에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의 손자라는 사실부터 인정받아야 하겠지만.
‘너무 급할 건 없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짧은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엄기원 비서실장의 말은 계속됐다.
“회장님은 설도윤 씨를 눈여겨보고 계시는 중이야. 더 이상 얘기해주지 않아도 되겠지?”
“그야 물론입니다.”
“아, 그리고 내 마누라한테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줘.”
“···네?”
“가끔 밑반찬을 가져다주려는 거니까, 경계할 필요 없어.”
“힘드실 텐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내 마누라는 죽은 용진이를 아들로 생각하고 있었어. 그럼, 설도윤 씨는 내 마누라한테 어떤 존재일 것 같은가?”
가슴 먹먹한 그의 말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사모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설도윤 씨한테 꽃다발을 받은 대가라고 생각해요.”
“손자한테 존댓말을 사용하는 할머니는 없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말을 놓아도 될까?”
“그럼요.”
“호호. 잘생기고 듬직한 손자가 생겨서 정말 기분 좋네.”
훈훈하게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를 뚫고, 엄기원 비서실장이 뜬금없는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는 여자 친구가 없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엄기원 비서실장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말끝을 흐렸다.
“회장님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가 있어서 그래.”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흠,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방금 전에 했던 질문은 잊어버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점심 식사를 끝내고 서재로 이동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차로 목을 축인 엄기원 비서실장이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설도윤 씨를 보자고 한 이유가 궁금해 죽겠지?”
“물론입니다. 어쩐 일로···”
드르륵-
그때, 탁자 위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엄기원 비서실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발신자를 확인하니 초프르프 단장이었다.
순간,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그가 휴일에 전화했다는 의미는 나한테 긴급히 상의할 것이 있다는 뜻.
하지만 그의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적절치 않다는 것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에게 매너 메시지를 보내려는데, 엄기원 비서실장이 말을 걸어왔다.
“누구 전화인데 안절부절못하는 거야?”
“다브로노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초프르프 단장입니다.”
“나는 이곳에 없다고 생각하고 얼른 받아봐.”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엄기원 비서실장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며 얼른 통화버튼을 눌렀다.
“초프르프 단장님, 말씀하십시오.”
[설도윤 씨, 휴일에 전화해서 미안합니다.]“우린 전우 아닙니까. 단장님의 전화는 시간, 날짜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받을 테니 괘념치 마십시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제가 설도윤 씨한테 전화한 이유는 중국 정부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중국 정부 수뇌부는 리판청 MSS 부장을 통해 다브로노프 대통령을 독살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내가 기지를 발휘하는 바람에 중국 정부의 독살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초프르프 단장은 독살 사건에 가담한 바이진팅 대사를 체포해 진술을 받아냈고, 관련 자료를 중국 정부에 보냈다.
중국 정부는 다브로노프 대통령의 화를 달래주기 위해서 지난 화요일에 왕리칭 외교부장을 비밀리에 우즈베키스탄에 보냈고.
비밀리에 만난 협상자리에서 중국 측은 다브로노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정식으로 사과하며 보상하겠다고 제안했다.
오늘이 토요일이니 당연히 협상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건만,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초프르프 단장님,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보상금 액수 때문입니까?”
[왕 부장은 우리나라가 요구한 보상금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그럼,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왕 부장은 대통령님의 시해 미수 사건에 대한 비밀유지를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당연히 그렇겠지요.”
[왕 부장은 사건이 유출됐을 경우에 책임 소재를 따진 후, 귀책이 있는 측이 거액의 페널티를 지급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다브로노프 대통령에 대한 시해 미수 사건이 유출되면, 중국 정부는 개망신을 당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왕리청 부장의 비밀유지 요구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초프르프 단장은 이 점을 문제 삼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다 그럴만한 가설 하나가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내가 생각한 가설이 맞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초프르프 단장님, 왕 부장이 제시한 페널티 금액이 얼마입니까?”
[우리나라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보상금의 두 배입니다.]초프르프 단장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중국이 언제든지 우즈베키스탄 사람을 매수해 다브로노프 대통령 시해 미수 사건을 유출시킬 수 있는 점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페널티를 지급할 능력이 되지 않는 우즈베키스탄은 중국에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다.
중국의 꼼수를 박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내 머릿속에는 확실한 대책이 저장돼 있었다.
‘신비의 명약이 경고를 보내지 않는 것을 보니 실현 가능하다는 뜻이겠지.’
“다브로노프 대통령님에 대한 시해 미수 사건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네!?]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초프르프 단장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귓속 깊이 파고들어 왔다.
“압둘라에프 전 총리가 마리취프 국장에게 다브로노프 대통령을 시해하라고 사주한 것으로 대폭 축소하는 겁니다.”
[그런 조치를 취하면, 중국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잖아요?]“중국 측으로부터 거액의 보상금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면죄부는 아닙니다.”
“언론은 다른 먹잇감을 찾아서 끊임없이 이동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초프르프 단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을 1도 하지 않았다.
“초프르프 단장님, 이제부터가 중요하니까, 제 말씀을 귀담아들어 주십시오. 왕 부장한테 중국이 범행에 개입한 사실을 숨겨주는 대가로 비밀유지 계약서 체결을 무력화시키십시오.”
[아, 무슨 말씀인지 감 잡았습니다.]“저는 지금 중요한 자리에 와 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통화하겠습니다.”
[잠깐만요.]전화를 끊으려는 나를 초프르프 단장이 불러 세웠다.
“저한테 하실 말씀이 남아있습니까?”
[중국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자마자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할 계획인데, 설도윤 씨는 어떻게 생각합니까?]“탈퇴 문제는 월버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끝낸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월버트 대통령이 다브로노프 대통령님과 정상회담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우즈베키스탄의 지리적 위치 때문입니다.”
[지리적 위치라고요?]“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인구도 제일 많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면 중국은 엄청나게 큰 대미지를 입을 겁니다.”
[우리나라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반대급부를 받아내라는 말이군요?]다브로노프 대통령의 최측근답게 역시 센스가 있었다.
“단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설도윤 씨, 묘안을 알려줘서 고마워요.]이제 결정적인 얘기를 꺼낼 때가 되었다.
[초프르프 단장님,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이 무슨 뜻인지 알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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