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8)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8화(8/80)
8화 : 한번 뒈져봐라
“설도윤 씨는 남현우 씨한테 어떤 것을 얻어먹을 생각이었나?”
뭔가 이상했다.
나는 남현우 사원과 같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식사할 생각이 1도 없었다.
때문에 간단하게 설렁탕을 얻어먹을 생각이었고.
장민국 본부장에게 내 생각을 얘기하자,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홍서연 씨는?”
“저도 설도윤 씨와 같은 생각입니다.”
“자네들은 왜 이렇게 통이 작나?”
“···네?”
“남현우 씨는 내기에서 이기면, 최고급 호텔에서 우아하게 식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
나는 어차피 내기에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의 꿍꿍이가 무엇이든 관심 없었지만, 자존심 강한 홍서연은 아닌 것 같았다.
“본부장님, 그럼 저도 최고급 호텔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설도윤 씨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재수 없는 인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이지? 흠···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맞아! 그 녀석이 있었지! 후후후. 이번에 한번 뒈져봐라.’
“본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판을 조금 더 키워보겠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목요일에 신입사원 환영 회식이 있는데, 식사비용을 남 선배가 부담했으면 좋겠습니다.”
“남현우 씨의 의견을 얘기해 봐.”
“호텔 레스토랑과 한우 고기 전문점이 아니라면 상관없습니다.”
“에이, 쫀쫀한 친구 같으니라고.”
결국 장민국 본부장이 쓴소리를 내뱉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와 동시에 김진수 팀장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회식장소로 어디가 좋을까?”
“제 군대 후임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홍서연 씨는 남현우 씨의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회는 평소에도 즐겨 먹고 있습니다.”
“남현우 씨, 횟집 괜찮겠지?”
“······네.”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하는 남현우 사원이었다.
***
목요일.
남현우 사원은 내기에서 지고, 시말서를 쓴 탓인지 우리를 심하게 갈구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또라이라는 사실을 진즉에 간파하고 신경 쓰지 않고 있지만, 홍서연은 아니었다.
“복사는 선배님이 직접 해도 되지 않아요?”
“뭐야! 내 지시를 거역하겠다는 거야?”
“부당한 지시는 수행하지 말라고 연수원에서 배웠습니다.”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두 사람의 언쟁을 지켜보던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 제가 복사 전문가입니다. 저한테 맡겨주시면, 후다닥 복사해 오겠습니다.”
남현우 사원에게 건네받은 서류를 복사한 후, 사무실로 복귀하니 홍서연은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복사한 서류를 건네준 후, 계약직 여사원인 김지원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 설도윤 : 홍서연 씨는 어디 갔습니까?
– 김지원 : 남현우 씨하고 한판 붙은 후, 씩씩대며 사무실 밖으로 나갔어요.
보나마나 홍서연은 휴게실에서 화를 삭이고 있는 중이리라.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나는 따듯한 음료수 두 개를 뽑아들고 그녀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잠깐 앉아도 될까요?”
홍서연은 허락한다는 의미로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비어있는 자리에 앉은 나는 음료수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음료수 마시고 기운 내요.”
홍서연은 음료수로 목을 축인 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작심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저는 설도윤 씨한테 진심으로 실망했어요.”
나는 홍서연의 대답에 담긴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남현우 사원에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리라.
물론 나는 그의 목을 단칼에 날려버릴 수 있는 홍기훈 사장이라는 히든카드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파리 한 마리 잡는데, 굳이 대포를 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홍서연 씨,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겠지만, 설도윤 씨는 그 인간한테 너무 굽실거리잖아요.”
“홍서연 씨, 착각은 자유라는 격언을 알고 있죠?”
“그럼, 아니라는 말인가요?”
“물론입니다. 제가 선배들의 심부름을 군말 없이 수행하는 이유는 최대한 빨리 업무를 익히기 위해서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선배들이 시키는 복사 심부름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나는 서류를 복사하기 전에 어떤 내용인지 먼저 읽어봅니다. 그렇게 하면, 선배들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아···.”
내 행동을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 홍서연이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걸 믿네.’
사실 기본 업무 정도야 이미 습득한 것들이었기에 잔심부름을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내가 오성 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려면, 온전한 내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둬야 했다.
그래야 오성 그룹의 정식 후계자들과 경쟁··· 아니, 경쟁할 자격이라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은 모두 그 방법의 일환이었다.
이왕 내친김에 내가 습득한 경험을 그녀에게 얘기해주기로 했다.
내가 먼저 도움을 준다면 언젠가 그녀도 내 편에 서주지 않겠는가.
‘단, 양심이 있다면 말이지.
사회 경험을 제외한 홍서연의 능력은 충분히 뛰어나 보였으니, 미래를 생각하면 완전한 아군으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었다.
“신입사원들이 제일 많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얘기해줄까요?”
“얘기해보세요.”
“신입사원들은 입사하기 전에 어학, 스펙 등을 충분히 쌓았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업무가 부여되면,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고요. 이를 일컬어 ‘주인공 병’이라고 부릅니다.”
나는 숨을 고르기 위해서 말을 끊었다 이어 나갔다.
“하지만 현실과는 달리 신입사원들한테 부여되는 업무는, 서류 복사, 음식점 예약 등의 잡무가 대부분입니다. 선배들이 신입사원들한테 잡무를 시키는 이유를 얘기해줄까요?”
“빨리 얘기해주세요.”
호기심을 느꼈다는 듯 홍서연이 상체를 나에게 기울이며 대답을 재촉했다.
‘쯧, 머리로만 배웠으니 실무를 알 리가 없지.’
“신입사원들의 능력이 어떤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네요.”
“선배들이 신입사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얘기해줄까요?”
“경청할게요.”
“먼저 중요한 업무를 해 본 경험도 없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타 부서 또는 파트너 등과의 협조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업무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고,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겠군요. 그나저나 도윤 씨는 이렇게 잡다한 지식은 어디서 습득했어요?”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인터넷, 책, 신문 등을 통해서 습득했다.
하지만 방금 전에 홍서연에게 해준 얘기는 아니었다.
“예전에 모셨던 직장 상사한테 배웠습니다.”
“매우 훌륭한 분이셨나 보군요.”
“그럼요.”
윙윙-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이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핸드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하니, 해병대 후임인 박성칠였다,
홍서연에게 양해를 구한 후, 통화버튼을 눌렀다.
“왜?”
[설 하사님, 오늘 몇 분이 저희 식당에 오실 예정입니까?]“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여덟 명 정도를 예상하면 될 거야.”
[그럼, 4kg 정도를 준비하면 되겠네요.]“얘가 장난하나? 회를 기준으로 일 인당 1kg씩 준비해.”
[네! 너무 많은데요?]“먹다 남은 회는 매운탕에 넣어 먹으면 되잖아.”
[아이고. 제가 설 하사님하고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저녁때 뵙겠습니다.]딸깍.
핸드폰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것과 동시에 홍서연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과연 그 재수 없는 인간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그럼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정말 회만으로 가능할까요?”
“궁금하면 인터넷을 찾아보세요. 그럼, 저는 사무실로 돌아가겠습니다.”
홍서연은 설도윤이 사무실로 돌아가자 핸드폰으로 가장 비싼 생선회가 무엇인지 검색했다.
“남현우, 오늘 한번 죽어봐라.”
으드득.
어금니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홍서연이었다.
***
그 시각.
홍기훈 사장은 집무실로 장민국 본부장을 불러서 업무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파르 칸 사장이 다른 회사와 거래하려고 연락을 끊은 것이 아닐까?”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에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자네 자리는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될 거야.”
“사장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나도 같이 알면 안 되나?”
“하하. 그게 말입니다. 저희 아시아 사업본부에 오성 전자 남종수 부사장의 아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장민국 본부장은 신입사원들이 남현우 사원과 내기한 내용과 결과 등을 상세히 보고했다.
“···그놈을 박살 내버렸습니다.”
“설도윤 씨가 그렇게 능력이 뛰어났나?”
“저는 그의 능력이 홍서연 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순간, 홍기훈 사장은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도윤은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 전까진 천재성을 드러내선 안 된다.
그의 존재가 섣불리 알려져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그런데 장민국 본부장이 그의 천재성을 알아채는 상황이 발생해버렸다.
그렇다고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노릇.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야?”
“그는 500페이지가 넘는 업무 매뉴얼에서 15개 문제를 추출했는데, 그중에 10개가 시험 문제로 출제됐습니다.”
“그가 신이 아닌데 어떻게 족집게처럼 문제를 뽑아냈을까?”
“저도 그 점이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운이 좋았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아, 적당히 했어야죠. 도련님···.’
그래도 다행히 대놓고 천재성을 드러내진 않은 것 같았다.
“뭐, 그 정도야. 별거 아니군. 이제 가봐.”
축객령을 받은 장민국 본부장이 집무실 밖으로 나가자, 정기호 비서실장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붙여왔다.
“사장님,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으하하하!”
정기호 비서실장의 물음에 화통한 웃음으로 대답하는 홍기훈 사장이었다.
***
“홍서연 씨는 부모님이 겁나게 부자인가 보네요?”
홍서연은 살짝 기분이 상했다.
설도윤의 질문에는 차를 부모님께 선물 받았다는 의미가 담겨있었으니까.
모른 척하고 넘어가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이 차는 제 돈으로 직접 구입했어요.”
“와우.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었는지 알려줄 수 있습니까?”
“주식투자요.”
쾅!
그 순간, 커다란 둔기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신비의 묘약을 먹은 이후, 천재로 거듭났다.
머릿속에는 엄청난 정보가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최신 정보를 습득하고 있었고.
따라서 주식에 돈을 투자하면 큰돈을 벌 자신이 있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마다하고,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유산을 은행에만 넣어놓고 있었다니.
“홍서연 씨는 주식투자 해서 많이 벌었습니까?”
“시드머니가 많지 않은 탓에 몇억 원밖에 벌지 못했어요.”
“네? 몇억이 적다고요?”
“이 세상에는 주식, 선물투자 등으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부지기수에요.”
“그렇군요. 어찌 됐든 축하합니다.”
“별말씀을요. 그나저나 설도윤 씨는 차가 없나 보네요?”
처음에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산으로 간지나는 차부터 구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홍기훈 사장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 물었더니, 이철중 회장은 검소한 사람을 좋아한다며, 손자로 인정받을 때까지 자중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주장이 일리 있다고 판단하고, 아직까지 뚜벅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었고.
“저는 오성 물산에 입사하기 전까지 백수나 다름없는 상태였으니까요.”
“직장을 다녔다고 얘기하지 않았어요?”
“입사 3개월 만에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그만뒀습니다.”
“···뭐, 덕분에 더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고 생각하면 되죠. 그나저나 신입사원 환영식은 7시인데, 30분 먼저 가는 이유가 있어요?”
‘오,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시킬 줄도 알고. 확실히 센스는 있네.’
“신입사원들이 수행하는 잡무 중에는 음식점 예약도 포함되어 있어요.”
“횟집 내부를 둘러본다는 말이군요?”
“물론 그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어요.”
“또 다른 이유라니요?”
“우리는 싸가지 없는 인간에게 빅엿을 먹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 대처······.”
순간, 홍서연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도윤이 그렇게 악착같이 벼르고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겉으로는 설렁설렁 모습이었는데 그마저도 전부 연기였던 것이다.
그의 치밀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먼저 가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건 그렇고, 회식비용은 얼마나 나올까요?”
“팀장님과 군대 후임의 대처능력에 따라 달려있습니다만, 제법 많이 나올 겁니다.”
“그게 가능해요?”
“물론입니다. 그 인간에게 빅엿을 먹이려면, 홍서연 씨도 거들어줘야 합니다.”
“물론이죠. 제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나요?”
“간단합니다.”
나는 열의에 차 보이는 홍서연에게 씩 웃으며 말했다.
“배 터지게 회와 술을 먹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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