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egitimate Child of a Chaebol Who Became a Genius Starts as a Low-level Employee RAW novel - Chapter (9)
천재가 된 재벌가 사생아는 말단 사원으로 시작한다-9화(9/80)
9화 : 가지가지 한다.
신입사원 환영 회식 장소에 도착한 나는 눈살 찌푸렸다.
박성칠 사장과 해병대 후임들이 나를 맞이한다며 일렬횡대로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박성칠 사장이 우렁찬 목소리로 경례 구호를 외쳤다.
“설 하사님께 경례!”
“필승!”
“필승!”
나는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예의상 답례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놈들아, 쪽팔리게 뭐 하는 짓이야?”
“생명의 은인이 찾아오셨는데, 어떻게 모른 척하고 있겠습니까?”
“내가 왜 생명의 은인이야?”
“설 하사님이 아니면 저하고 똥파리는 불명예 제대했을 겁니다.”
그와 동시에 조동팔 주방장이 발끈하며 덤벼들었다.
“멀쩡한 이름을 내버려두고 똥파리가 뭐냐?”
“똥파리를 똥파리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그럼, 나도 땡칠이라고 부를까?”
“니 꼴리는 대로 해라.”
박성칠 사장과 조동팔 주방장 주방장은 같은 고향 출신으로 죽마고우 사이.
두 사람은 해병대에 같이 입대했고 운이 따른 탓인지 우리 부대에 같이 배치받았다.
박성칠 사장은 우리 소대, 조동팔 주방장은 다른 소대에 배치받았고.
두 사람과는 군 시절에 발생했던 사건이 인연이 되어 아직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별명은 이름 때문에 생겨났고, 나도 사석에서는 똥파리와 땡칠이로 부르고 있었다.
“으이고. 징그러운 놈들. 얼른 들어가자.”
“설 하사님도 참. 형수님을 모시고 들어가야 하잖아요.”
“우리 그런 사이 아니거든요!”
차에서 내리며 박성칠 사장의 얘기를 들었는지 발끈하는 홍서연이었다.
예약 상태를 확인한 나는 박성칠 사장과 본격적인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하고 홍서연 씨가 빨리 온 이유를 얘기해줄게. 우리는 입사 1년 선배와······.”
박성칠 사장은 이제야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이해했다.
설도윤이 주문한 회는 일반 회사원들은 절대로 먹을 수 없는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회를 뜬 상태로 4kg나 주문했고.
그가 무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에도 그의 얘기는 끝을 향해 달려갔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김진수 팀장님을 끌고 들어가는 이유가 뭡니까?”
“식사비용이 많이 나오면 싸가지 없는 인간이 어떻게 행동할 것 같아?”
“당연히 설 하사님과 형수님을···.”
“박 사장님!”
기분 나쁘다는 듯 홍서연이 박성칠 사장의 말을 중간에 잘라버렸다.
“어이쿠! 말이 헛나갔습니다. 하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너스레를 떨며 웃는 박성칠 사장.
‘하이고, 애쓴다. 애써.’
그는 본래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분위기를 푸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박 사장, 홍서연 씨는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야. 그러니 주의할 필요가 있어.”
“설 하사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싸가지 없는 인간에게 빅 엿을 먹이기 위해서는 박 사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십쇼.”
어느 때보다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박성칠 사장이었다.
***
신입사원 환영회식은 예정된 시간에 시작됐다.
김진수 팀장이 상석에 앉았고, 나하고 홍서연은 신입사원인 탓에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우리를 주욱~ 둘러본 후,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회식은 팀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맞는데, 남현우 씨가 부담하기로 했어. 이유는 얘기하지 않아도 되겠지?”
“네! 물론입니다.”
김진수 팀장은 우리의 대답을 뒤로하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 회를 주문했나?”
“팀장님이 좋아하는 회가 무엇인지 몰라서 주문하지 못했습니다.”
김진수 팀장은 설도윤의 대답에 담겨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단숨에 눈치챘다.
그는 남현우 사원의 보복이 두려워,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의도를 눈치챘는데, 모른 척하는 것은 직무유기였다.
“무슨 말인지 알았네. 횟집 사장을 불러와.”
잠시 후, 호출받은 박성칠 사장이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상석에 앉아있는 김진수 팀장에게 정중한 자세로 인사한 후,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설도윤 하사님의 해병대 후임인 박성칠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설도윤 씨의 직장상사인 김진수 팀장이라고 합니다.”
“설 하사님께 팀장님에 대한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겠지요?”
“···아니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정곡을 찔렸다는 듯 박성칠 사장이 한참 만에 대답했다.
“하하. 솔직해서 좋군요. 오늘 어떤 회가 괜찮습니까?”
“겨울철에 제일 맛있는 회는 줄가자미, 방어, 광어 등이 있습니다.”
“줄자가미가 괜찮을 것 같은데,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양이 될까요?”
“제 아버지가 어업에 종사하고 계신데, 어제 조업 나가서 10kg 정도를 잡아 왔습니다.”
순간, 김진수 팀장은 귀를 의심했다.
줄가자미는 잡히는 양이 워낙 소량이기 때문에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생선이다.
이는 즉, 설도윤이 남현우 사원에게 빅 엿을 먹여주기 위해서 미리 주문했다는 뜻.
“혹시··· 다른 가자미를 줄가자미로 속여서 판매하는 것은 아니겠죠?”
“저희는 손님들의 의심을 방지하기 위해서 주방에 CCTV를 설치해놓고 회를 뜨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원하는 경우에 CCTV 동영상을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 문제 없겠군요. 줄가자미 10kg 모두를 우리한테 주세요.”
“네!? 그게 정말입니까?”
김진수 팀장은 박성칠 사장의 놀란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자신들은 여직원 두 명을 포함해서 모두 여덟 명.
따라서 줄가자미 10kg를 먹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내는 이유는 장민국 본부장에게 지시받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 사장, 줄가자미 1kg를 회를 뜨면 양이 얼마나 될까요?”
“줄가자미의 크기에 따라서 다릅니다만, 평균적으로 350~400g 정도 나옵니다.”
“그럼, 4kg 정도 나온다는 말인데, 일 인당 500g씩 먹으면 되겠네요.”
“쓰키다시가 제공되기 때문에 4kg를 먹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쓰키다시는 최소한으로 제공하면 되잖아요.”
“하여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줄가자미 가격은 얼마입니까?”
“가격은 매일 바뀌기 때문에 시가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오늘 가격은 1kg당 20만 원입니다.”
“······!!”
김진수 팀장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입을 쩍 벌렸다.
나하고 홍서연은 가격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크게 놀라는 척했고.
물론 남현우 사원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겠지만.
“왜들 놀라나?”
“줄가자미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럽니다.”
“자네들이 몰라서 하는 말 같은데, 다른 횟집에서는 kg당 25만 원을 넘게 받고 있어.”
“그럼, 저희가 싸게 먹는 겁니까?”
“박 사장이 설도윤 씨의 해병대 후임이 아니었다면, 그 가격을 받았겠지.”
“아, 그렇군요.”
조재석 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물러났다.
“박 사장님, 우리가 쓰키다시를 먹지 않는 대신에 가격을 조금만 깎아 주세요.”
“음···. 좋습니다. 1kg당 2만 원 깎아드리죠.”
“그렇게 합시다. 줄가자미 회에 어울릴 만한 술을 추천해주세요.”
“가자미의 경우에는 시트러스(Citrus, 감귤)계열의 화이트 와인 그리고 과일 향과 꽃향기가 진하게 나지만 맛이 부드러운 청주(사케)를 많이 마십니다.”
“화이트 화인으로 합시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주문을 받은 박성칠 사장이 밖으로 나가자, 김진수 팀장이 똥 씹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남현우 사원에게 말을 걸었다.
“왜, 내가 줄가자미 회를 주문한 것 때문에 불만인가?”
남현우 사원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입을 우물거렸지만, 가까스로 고개를 저었다.
“···전혀 불만 없습니다.”
잠시 후, 기본 세팅이 끝나자 김진수 팀장이 말문을 열었다.
“설도윤 씨, 홍서연 씨, 마케팅 2팀에 배치받은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환영해.”
“감사합니다. 팀장님.”
“자, 이제 본격적으로 회식을 시작해보자고. 건배!”
“건배!”
김진수 팀장이 와인 잔을 위로 높이 치켜들며 큰소리로 선창하자, 모두 후창 했다.
그러고는 단숨에 와인을 마셔버렸다.
“크으, 빈속에 마시니 짜르르한 것이 좋군.”
김진수 팀장의 감탄 섞인 말과 함께 본격적인 저녁 식사가 시작됐다.
그렇게 줄가자미 회와 와인을 곁들여 가며 저녁 식사 하던 도중에 김진수 팀장이 궁금한 것이 있다는 듯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설도윤 씨는 부사관으로 해병대를 입대했나?”
“아닙니다. 병으로 입대했습니다.”
“그럼, 박 사장이 설도윤 씨를 ‘하사’라고 부르는 이유가 뭐야?”
“다름 아니라, ‘하사’로 제대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사로 제대했는지 얘기해줄 수 있나?”
그 정도야 군사기밀도 아니고 얼마든지 얘기해 줄 수 있다.
다만 그렇게 하면 자화자찬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당장은 숨기기로 결정했다.
“말씀드리기 조금 곤란합니다.”
“본인이 얘기하기 싫다면 할 수 없지.”
똑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박성칠 사장과 조동팔 주방장이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왔다.
조동팔 주방장은 김진수 팀장에게 정중한 자세로 인사한 후, 자기소개를 했다.
“김진수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설도윤 하사의 해병대 후임인 조동팔 주방장입니다.”
“나 역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팀장님, 줄가자미 회가 입맛에 맞습니까?”
“제철에 먹어서 그런지 아주 맛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제가 회 뜨는 장면이 촬영된 CCTV 동영상을 제공해드릴까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회가 줄가자미입니다.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아도 되겠죠?”
즉, CCTV 동영상이 필요 없다는 말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매운탕은 언제 준비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아직 회가 많이 남아있으니까, 가급적이면 천천히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하지만 박성칠 사장과 조동팔 주방장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김진수 팀장이 두 사람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내 술을 한 잔씩 받고 나가는 것이 어때요?”
“주시면 감사하게 마시겠습니다.”
김진수 팀장은 와인 잔을 들어 벌컥벌컥 마신 후, 박성칠 사장에게 건네며 화이트 와인을 가득 따라주었다.
그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와인을 단숨에 마신 후, 조동팔 주방장에게 건네주었고.
조동팔 주방장 또한 김진수 팀장이 가득 따라준 화이트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일련의 과정이 끝나자,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듯 박성칠 사장이 말문을 열었다.
“팀장님, 저희가 마신 와인은 식사비용을 계산할 때 제외하겠습니다.”
“와인을 주겠다고 내가 먼저 제안했는데 그럴 수는 없지요.”
“와인 값이 제법 비싼데 괜찮겠습니까?”
“그야 물론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호출 벨을 눌러주십시오.”
그렇게 권커니 잣거니 하며 술잔을 주고받던 도중에 눈살 찌푸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술에 만취했다는 듯 남현우 사원이 나한테 시비를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성질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차마 그러진 못했다.
‘이 인간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김진수 팀장이 드디어 한마디 했다.
“남현우 씨,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뭐···하는 짓이라뇨? 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만취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남현우 사원은 혀가 잔뜩 꼬인 상태로 대답했다.
김진수 팀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남현우 씨가 많이 취한 것 같으니까, 이쯤에서 회식을 끝내자고.”
하지만 지금까지는 애피타이저였고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남현우 사원은 박성칠 사장에게 식사비용이 너무 많다며 진상 짓을 부리기 시작했으니까.
느닷없이 바닥에 드러누워 발버둥 치다가 그 상태로 잠이 들어버렸다.
김진수 팀장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회식비용을 대신 결제하려는 듯 양복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바로 그때, 할 말이 있다는 듯 홍서연이 불쑥 입을 열었다.
“팀장님, 남 선배는 만취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제가 남 선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와인 두 잔밖에 마시지 않았습니다.”
김진수 팀장은 잠든 척 누워있는 남현우 사원을 매섭게 노려보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하여간 가지가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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