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0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3화(103/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3)
타다닥. 파밧!
평야 지역이라곤 하나 스라간의 왼쪽에 솟아 있는 언덕과 맞닿아 있는 지역이기에 몸을 숨길 곳은 있었다.
카이온 부대는 언덕길을 따라 최대한 자세를 낮춰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쓰벌…… 가만 생각해 보니까, 우린 뭐 정상적인 길로 간 적이 없는 것 같아.”
가뜩이나 덩치가 큰 카일은 다른 녀석들에 비해 훨씬 몸을 낮춰야 했다.
그리고 불편한 만큼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 바로 뒤에 있던 제르카가 말했다.
“괜히 구시렁거리다가 나중에 부대장님한테 처맞지 말고 빨리 가기나 해. 네놈 빵댕이 쳐다보면서 가는 나도 참고 있는 중이니까.”
“뭐, 스…… 아니다. 나중에 보자.”
괜히 소란을 피웠다간 작전에 피해를 끼칠 수 있었기에.
카일이 이내 입을 꾹 다문 채 다시 앞을 보았다.
스윽.
그때 데미안이 조용히 주먹을 들었다.
백 명의 카이온 부대원들이 줄지어 자리에 멈추며 숨을 죽였다.
어느덧 스라간 앞쪽에 모여 있는 제국군의 본대가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는 안 보이니 걱정하지 마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다들 자세 바짝 낮춰.”
몸을 가릴 수 있는 수풀의 높이가 낮은 탓에 카일은 마치 몸을 구기듯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다른 이들 역시 최대한 몸을 낮춘 채 앞을 보았다.
그리고 데미안은.
‘……어디 있지?’
데미안은 유심히 녀석들 사이를 보았다.
분명 기사단이라면 멀리서도 그 존재감이 확연하게 눈에 띌 터.
하지만 적의 군대에 기사단으로 보이는 집단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나오지 않은 건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것대로 좋은 상황이다.
어차피 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수적으로는 아군이 압도적으로 많으니까 말이다.
백 명과 삼백 명은 극복할 수도 있겠지만, 만 명과 삼만 명은 그 규모 자체가 달랐다.
‘결국 녀석들이 믿고 나온 건 오로지 오러 마스터일 터.’
데미안은 천천히 다른 곳을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다른 입구로 나와 우회한다면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데미안이 전방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야.”
“예.”
디아날이 대답하며 데미안의 뒤를 따르는 그때.
“부대장님.”
뒤쪽에서 펜닐이 데미안을 불렀다.
데미안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자, 펜닐이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갑자기 다른 녀석들이 나타났습니다.”
“…….”
데미안은 펜닐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언덕 바로 아래쪽에서 이동하고 있어 제대로 확인은 어려웠지만.
“……!”
데미안은 확신할 수 있었다.
바로 기사단이 움직였다는 것을 말이다.
“잘 파악했다.”
서둘러 다른 곳으로 이동했었더라면, 자칫 엇갈릴 뻔하지 않았던가.
데미안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기사단의 이동을 지켜보았다.
‘본대 쪽으로 합류하려는 건가?’
그러기엔 방향이 조금 달랐다.
지금 녀석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본다면.
‘우회해서 우리 군의 뒤를 노릴 생각이다.’
만에 하나 적의 본대가 앞에서 치고 있을 때, 오러 마스터가 있는 기사단이 뒤나 옆을 친다면…….
“전군, 빠르게 움직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장면이 나올 것이다.
족히 수천 명이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의 수는 백.’
하지만 우리와 적 간의 질적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데미안이 신중하게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 무조건…….
‘치고 빠지는 수밖에 없다.’
생각을 끝낸 데미안이 디아날을 보았다.
그 눈빛의 의미를 파악한 디아날은 고개를 끄덕이며 분대장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했다.
“절대 전면전은 없다. 무조건 원거리에서 적을 공격하고 도망칠 거다.”
끄덕.
부대원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데미안은 순간 막스트리에서 만났던 3조장을 떠올렸다.
‘녀석의 궁수 부대가 있으면 지금 딱이었을 텐데.’
아쉬움이 진하게 남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가지고 있는 무기로 싸워야지.
데미안은 창을 움켜쥐며 천천히 움직였다.
창으로 인해 다소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는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이제 곧 시작하는가.”
본대를 보고 있던 피아렌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로베르타가 이끄는 본대가 적의 군대와 격돌하게 된다면 곧바로 적의 옆구리를 공격하여 뚫어 버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기사단 전원이 말을 타고 있었기에 기동력과 돌파력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다.
게다가 선두에는 제국의 오러 마스터인 피아렌이 서 있지 않은가.
마치 한 줄의 지우개가 되어 적의 부대를 반으로 갈라 버릴 수도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윽고 어둠이 더욱 짙게 깔리며 기사단을 세상에서 지우는 듯했다.
광택을 없앤 갑옷은 더욱 어둠에 물들었다.
또한 투구 안으로 번뜩이는 그들의 눈빛은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그것과 같았다.
그들은 숨을 죽인 채 전투가 벌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
이제 격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있을 학살을 생각하며 피아렌은 검을 뽑아 들었다.
“로즈나이트 기사단.”
스릉! 스릉! 스릉!
피아렌의 말과 동시에 로즈나이트 기사단의 기사들이 모두 검을 뽑아 들었다.
어둠 속에서도 은빛으로 반짝이는 롱소드가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저 멀리.
쾅!
강렬한 격돌이 울려 퍼지는 순간.
“돌겨어어어어억!”
피아렌의 외침이 크게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로즈나이트가 진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끄악!”
“……!”
갑자기 후미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함께.
“우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옆에 있던 낮은 수풀에서 다수의 적군이 튀어나오며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향해 짧은 창을 던졌다.
투창용으로 두 개씩 휴대하고 있던 단창.
갑작스러운 적의 공격에 피아렌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웬 놈들인가!”
“적입니다! 놈들을 쳐라!”
부관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기사들을 이끌고 그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가장 후미에서 공격당한 기사 중 다행히 부상을 입지 않은 이들은 두 눈을 번뜩였다.
“감히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이!”
입고 있는 갑옷을 보아하니 그저 일반 부대병들이었다.
기사도 아닌 자들이 감히 겁도 없이 덤빌 줄이야.
로즈나이트의 기사가 곧장 선두에 있는 자를 향해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파밧!
빠른 스피드.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과 검을 든 손의 각도가 휘둘러지기 전부터 이미 매서웠다.
하지만 로즈나이트 기사단의 기사가 데미안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순간.
스륵!
데미안이 가볍게 왼쪽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몸을 살짝 돌렸다.
쒜엑!
그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데미안의 오른쪽 옷깃을 스치며 허공을 갈랐다.
순간 자신의 검이 빗나가자 투구 안으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피, 피했다고?’
기사도 아닌 녀석이 막은 것도 아니라 피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루에 수백 번씩 휘둘렀던 검이다.
로즈나이트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고, 그 이름에 걸맞은 일격이었다.
“그렇게 놀랄 것 없어, 좋은 공격이었으니까.”
순간 멈칫한 기사를 보며 데미안이 말했다.
확실히 지금까지 겪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격이었다.
검격의 경로. 그리고 스피드와 타이밍.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일류였다.
다만 상대가 나빴을 뿐.
‘그 정도 공격은 이미 숱하게 겪어 봤거든.’
오러 마스터가 기사단장으로 있는 기사단이니 그 개개인의 실력도 상당할 터.
하지만 이미 과거의 삶에서 오러 마스터가 이끄는 기사단의 기사 여덟 명을 죽인 적이 있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은.
‘그때보다 더 강해졌다고.’
우우우우우웅!
데미안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순식간에 창으로 파고들며 푸른빛을 뿜어냈다.
마력 연공법이 6성을 넘어 7성쯤에 이르면 그때는 오러도 사용이 가능할 터.
푸른빛을 짙게 내뿜는 데미안의 마력에 기사가 흠칫 놀라며 급히 검을 들었다.
쒜에에에엑!
빠르게 뻗어 오는 데미안의 창에 기사가 다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가슴 쪽으로 날아오는 그의 공격이 너무나 매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다리다, 이 멍청아!”
옆에서 들려오는 쩌렁쩌렁한 외침.
그 소리에 데미안과 싸우던 기사가 흠칫 놀라며 급히 검을 아래로 휘둘렀지만.
“이미 늦었어!”
쑤악!
가슴으로 날아가던 창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며 그대로 기사의 무릎 부근의 이음새를 파고들었다.
콰득!
“크악!”
정확하게 빈틈으로 파고든 데미안의 창날에 붉은 피가 묻어 나온다.
비틀거리는 기사를 보며 데미안이 창대로 녀석의 투구 옆을 후려쳤다.
콰앙!
뇌를 흔들어 버리는 파괴력.
순간 기사의 몸이 비틀거리며,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마력이 흩어졌다.
일순간 정신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흐압!”
그리고 데미안은 곧장 녀석에게로 달려가며 창으로 다리를 걸었다.
쿵!
육중한 갑옷의 무게로 인해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이 새끼가!”
“아디이이이인!”
쓰러진 녀석의 이름이 아딘인 모양이었다.
다른 로즈나이트의 기사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푸욱!
데미안은 버둥거리는 기사의 목덜미 부근에 창을 꽂아 넣었다.
“끄륵!”
공기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죽어 버린 로즈나이트 기사단의 기사.
동료의 죽음에 그들이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동료의 죽음보다도 동료를 죽인 녀석이 기사도 아닌 일반 병사라는 것에 더욱 충격이었다.
파밧!
로즈나이트의 기사를 죽인 데미안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녀석들을 보았다.
어느덧 부대원의 곁으로 간 데미안은 약 십여 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그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이…… 감히……!”
“감히 아딘을…….”
뒤쪽에 있던 기사들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분노로 인해 당장이라도 녀석들을 쳐 죽이고 싶었지만, 방금 전 데미안이 보여 준 위용이 너무나 거센 탓에 함부로 덤빌 수 없었다.
스윽.
그리고 데미안은 고개를 돌려 앞쪽에서 오고 있는 녀석을 보았다.
‘……저 녀석이로군.’
한눈에 그가 피아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금발의 머리.
남자치고는 상당히 계집처럼 생긴 곱상한 외모.
하지만 그 외모와 달리 투구 안으로 보이는 표정은 참혹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데미안이 곧장 부대원들에게 말했다.
“모두 흩어져라! 집결 장소까지 어떻게든 도망쳐라!”
“예!”
“알겠습니다!”
피아렌이 나타난 이상 이들과 싸운다는 건 자살행위일 뿐이다.
데미안의 외침에 카이온 부대원들은 질서 없이 다시 수풀 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
그 모습에 로즈나이트 기사단원들이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놓칠 것 같으냐!”
“전부 다 죽여 주겠다!”
그들은 말에서 내려 곧바로 카이온 부대원들을 쫓기 시작했다.
수풀 안쪽의 지형으로는 말로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그럭! 절그럭!
그들의 몸을 지켜 주는 단단한 갑옷이 이 순간 가장 큰 방해가 되었다.
무거운 갑옷으로 인해 도망치는 카이온 부대원들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파밧!
달려드는 로즈나이트 기사들을 보며 데미안이 가장 마지막으로 몸을 빼기 시작했다.
“또 만나게 될 거야.”
데미안은 멀리서 다가오는 피아렌을 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곧장 수풀 속으로 몸을 숨겼다.
고작 한 명의 적밖에 죽이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첫 전투는…….’
카이온 부대의 승리였다.
도망치는 데미안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