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01)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4화(104/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4)
질서 따윈 없었다.
모두가 약속된 집결 장소로 미친 듯이 달렸다.
“야, 따라오냐?”
“아무도 없어.”
카일의 말에 제르카가 속도를 늦추며 뒤를 돌아보았다.
카일의 말처럼 추격자는 없었다.
“후우…… 힘들어 뒤지겠네.”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제르카는 아까 로즈나이트의 기사와 싸우던 데미안의 모습을 떠올렸다.
‘무슨 움직임이…….’
데미안의 전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였지만, 정말 신기한 부분이 많았다.
“아까 부대장님 싸우는 거 봤지?”
“당연하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싸울 수 있냐? 일부러도 그렇게는 힘들 거야.”
아슬아슬하게 적의 공격을 피해 내는 회피 동작.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적의 공격을 흘리고 빈틈을 정확하게 찌르는 날카로운 공격까지.
하지만 제르카의 말에 카일이 말했다.
“일부러 그렇게 하는 거 맞아.”
“……뭐?”
“데미안, 그 녀석…… 아니. 부대장님은 원래 그렇게 싸워.”
처음 자신도 그랬다.
마치 귀신과 싸우는 느낌 말이다.
닿을 듯한데, 닿지 않는 그 황당함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나중에 잘 봐. 부대장님은 적의 공격을 정말 끝까지 보고 있어.”
검이 바로 눈앞에까지 뻗어 오는 것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보고 정확하게 피해 낸다.
그러면 적은 조금만…… 조금만 더 뻗으면이라는 생각과 운이 없었다는 생각을 하며 조급한 마음을 먹게 되는데.
그 조급함이 평정심을 깨트리고, 균형을 무너트린다.
“아까 그 기사처럼.”
그 기사 역시 약간의 방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약간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 부대장은 그런 사람이지.”
“그럼…… 혹시 오러 마스터와도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거 아니야?”
제르카가 카일에게 물었다.
그에 카일이 황당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랬으면 도망쳤겠냐?”
“하긴 그건 그렇지.”
제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그런데 씨발, 왜 내가 너랑 같이 움직이고 있는 거야?”
“나도 기분이 썩 좋진 않거든?”
“젠장, 나 먼저 갈 테니까 따라오지 마라.”
“같은 장소로 가야 한다, 이 멍청아.”
“뭐라고?!”
카일에게 멍청이라는 소리를 들을 줄이야.
제르카가 발끈하며 소리쳤지만, 카일은 그저 코웃음을 치며 약속된 장소로 달리기 시작했다.
* * *
백 명.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모두 약속된 장소에 도착을 했다.
“부대장님은 아직인가?”
“이제 곧 오실 거야.”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적의 기사들을 유인하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던 데미안이다.
그랬기에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디아날은 차분하게 데미안을 기다렸다.
부스륵.
이윽고 왼쪽 편에 있던 수풀에서 데미안이 나오자 부대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디아날이 데미안에게 다가가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무사하지?”
“전원 무사합니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녀석들의 시선을 돌리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아주 작정하고 쫓으려고 하니까.”
덕분에 위험해진 건 이쪽이다.
만에 하나라도 화가 난 피아렌이 단독으로 움직여 자신들을 쫓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상황은 큰 위험에 처할 테니까.
데미안이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바로 이동한다. 우리의 목적은 최대한 녀석들이 본대로 가지 못하도록 계속 치고 빠지는 거다.”
사실상 피아렌의 발만 묶어 두어도 상당히 큰 이득이라 할 수 있다.
데미안의 말에 부대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놓쳤나?”
“예…… 죄송합니다.”
로즈나이트의 부단장, 마일로는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피아렌은 놈들이 도망친 방향을 바라보며 작게 숨을 토했다.
로즈나이트 기사단의 기사들은 그 한 명 한 명이 뛰어난 실력을 지닌 기사들이다.
제국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그들이건만.
‘아까 그 녀석…….’
순식간에 자신의 기사 한 명을 죽이고 도망친 녀석.
어느 왕국인지 확인조차 힘든 녀석이지만, 보통 녀석이 아니었다.
“마일로.”
“예, 단장님.”
“절반을 떼어 주겠다. 녀석들을 잡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상대의 수는 고작 백 명.
기사단 절반이라 하면 오십 명이나 되는 인원이지 않은가.
로즈나이트 기사단의 절반이라면 족히 천여 명의 병사들과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전력이다.
비록 그 부대를 이끄는 대장이 제법 강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자신들을 이길 순 없다.
마일로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자, 피아렌이 몸을 돌렸다.
“1조부터 5조까지 마일로를 따라 적들을 섬멸한다. 6조부터 10조까지는 날 따라 본대에 합류한다.”
“알겠습니다!”
기사들이 대답하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피아렌이 마일로를 보며 말했다.
“마일로.”
“예, 단장님.”
“아까 아딘을 죽인 녀석을 주의해라. 보통 창술이 아니었다.”
“걱정 마십시오. 강하긴 했지만 저의 상대는 아닙니다.”
“그건 그렇지.”
피아렌이 말에 몸을 올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마일로는 제국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검술을 지닌 기사다.
아직까지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여서 성장이 멈췄을 뿐, 만약 그가 오러 마스터가 된다면 제국의 마스터 순위는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을 것이다.
마일로에게 뒤를 맡긴 피아렌은 곧장 본대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더 늦어졌다간 로베르타의 군대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으니.
“이럇!”
피아렌을 선두로 오십여 명의 로즈나이트 기사들이 평야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본대로 이동하는 적 기사단의 수가 줄었다.
데미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기사단을 두 개로 나누었다는 건가?’
그렇다면 그 자체만으로 어느 정도 소득을 거두었다고 말할 순 있지만…….
‘그래도 피아렌이 합류하는 이상 본대에게 무조건 불리하다.’
데미안은 곧장 가지고 있던 붉은 신호탄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피유우우우우우우우우우!
하늘로 솟아오른 붉은 신호탄.
데미안은 아끼지 않고 붉은 신호탄을 연달아 날렸다.
피아렌이 합류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피아렌이 기사단을 나눈 그 시점부터 카이온 부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바로 자신들을 쫓는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스윽.
데미안이 시선을 돌려 부대원들을 보았다. 그동안 숱한 훈련을 통해 상당히 강해지긴 했지만.
‘우리가 저들을 이길 수 있을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로즈나이트 기사단의 절반을 상대로 이겨 내기만 한다면…….
‘카이온 부대의 위상은 순식간에 대륙 전체로 퍼진다.’
데미안은 생각했다.
어쩌면 이 상황은 카이온 부대가 시험을 받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가끔씩 이러한 일들이 생긴다.
물론 강한 상대를 피해 안전을 도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데미안은 이게 기회라고 생각했다.
“디아날.”
“예, 부대장님.”
“로즈나이트 기사단이 반으로 나누어 우리를 쫓는 것 같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말을 타고 본대로 합류하는 적의 기사단이 많이 줄어 보였거든요.”
“아마 우리를 쫓는 것일 거야.”
그 말에 디아날의 표정이 굳어졌다.
데미안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로즈나이트 기사단과 싸울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어때, 해봐야 하지 않겠어?”
“위험하지 않을까요?”
디아날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상대는 제국 내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로즈나이트 기사단이다.
이제 만들어진 지 1년도 되지 않는 자신들이…….
하지만 데미안은 뒤쪽으로 시선을 돌려 부대원들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했던 훈련들을 생각해 봐라.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나?”
“그, 그건…….”
“으윽…… 갑자기 교관님의 얼굴이 떠올랐어.”
“으윽, 안 돼!”
다들 경기를 일으킬 정도의 반응.
데미안이 말했다.
“편한 전장은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항상 무사할 수 있는 상황도 사실 그리 많지는 않다.”
전장이란 바로 그런 곳이니까.
그렇지만.
“이번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다들 훨씬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데미안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나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저 제국 놈들을 모조리 처단할 거다.”
대륙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제국.
오히려 녀석들을 잡아먹어 이 대륙 전체를 가지는 것이 목표였다.
데미안의 날카로운 눈빛에 부대원들은 말없이 침을 꿀꺽 삼켰다.
순간적으로 데미안의 분위기에 압도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에 부대원 중 누군가 말했다.
“저는 뭐…… 이 부대에 오면서 쉬운 일을 할 거라는 생각은 버렸습니다. 대신 부와 명예나 아주 제대로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흐흐, 나도. 공을 세워서 떵떵거리면서 살고 싶은 게 지금 목표입니다.”
“너두? 나도!”
순간적으로 카이온 부대의 분위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제국이 전쟁을 일으키기 전만 하더라도, 바로크 왕국의 군인들은 사실상 편한 직업이었을 뿐이다.
실제로 전투를 하는 이들은 위험한 지역에 투입된 소수의 인원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군인이 된 이들 중 상당수는 나름대로 자신이 꿈꾸고 있던 그림이 있었을 것이다.
전장에 나가 적을 무찌르고, 높은 계급으로 올라 귀족이 되고 부자가 되는 그런 그림 말이다.
카이온 부대에는 특히 그런 녀석들이 많았다.
가지고 있는 실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좀이 쑤신 녀석들도 있었고.
뛰어난 실력을 활용할 곳이 없어 웅크리고 있었던 녀석들도 있었다.
데미안이 디아날을 쳐다보았다.
“……반대한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만?”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는 듯, 디아날은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상당히 빠른 태세 전환에 데미안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여간 이 새끼들…… 오래 살 놈들은 없어 보이네.”
“흐흐흐흐흐, 아까 기사랑 대놓고 맞다이 뜨신 부대장님께서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또, 이 새끼. 부대장님한테 말버릇하고는. 매를 벌고 있지?”
제르카의 말에 옆에 있던 테르카가 잔소리를 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데미안이 입꼬리를 길게 올리며 말했다.
“그래, 뒤지더라도 한 번 화끈하게 해보자. 대신 약속한다. 만약 저놈들 전부 잡으면…….”
데미안의 눈빛이 번뜩였다.
“모두 특진에 최소 50골드씩은 포상금으로 받아 주마. 왕국에서 안 주면 내 사비를 써서라도 준다.”
“우, 우앗?!”
“정말이십니까?”
“50골드요?”
50골드면 평민들 2년 생활비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그 말에 부대원들이 모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약속 지키셔야 합니다.”
옆에 있던 디아날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에 데미안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 새끼들이, 흐흐. 좋아, 약속한다. 그런데 돈은 그렇다 쳐도 특진까진 내가 해 줄 수 없으니까 그것까진 우기지 마라!”
데미안이 소리쳤다.
그러자 카일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부대장님은 그냥 돈만 신경 쓰십시오, 흐흐흐.”
그리고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다른 부대원들도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데미안을 보았다.
이어서 데미안이 몸을 돌렸다.
“그럼 가 보자, 이 새끼들아.”
오늘이 바로…….
“카이온 부대의 첫 전설을 쓰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