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02)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5화(105/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5)
피아렌과 떨어진 마일로는 곧장 작게 솟은 언덕 쪽을 바라보았다.
“놈들의 위치는 어디에 있지?”
“반대쪽 언덕으로 이동하는 것만 보고, 이후 행방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런가.”
마일로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이 언덕 주변에 있는 것은 확실했다.
평야에서 살짝 솟은 비교적 낮은 언덕이다.
수풀의 높이도 낮았고, 나무도 우거지지 않았기에 언덕 정상으로만 올라간다면 녀석들을 파악하기는 쉬울 것 같았다.
다만 신경 쓰이는 건 하나.
바로 허벅지 높이까지 올라와 있는 이 수풀이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녀석들이 바닥에 엎드려 숨어 있다면…….’
마일로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해도 고작 일반 부대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
보아하니 투창을 던진 것으로 보아 녀석들 중 궁수는 없었다.
마일로는 곧장 기사단을 보았다.
“급소 부분만을 가린 갑옷을 제외하곤 모두 해제하고 이동한다.”
“알겠습니다.”
철컥! 철컥!
그들은 흉갑과 사타구니 쪽을 가려 주는 갑옷을 제외하고는 빠르게 벗었다.
그리고 검과 방패만을 들었다.
“가자.”
기사단 전원이 마력을 다룰 수 있기에, 그들의 육체 능력은 상당했다.
게다가 갑옷의 무게 절반이 줄어들다 보니,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언덕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휙!
언덕 위쪽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부대원이 빠르게 깃발을 들어 흔들었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중얼거렸다.
“움직이기 시작했나.”
로즈나이트 기사단이 올라오는 반대쪽 언덕에 매복한 데미안과 분대장급 부대원들은 숨을 죽인 채 그들을 기다렸다.
‘당연히 언덕 위쪽에서 우리를 찾으려고 할 터.’
그들이 언덕 위를 올라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그 이후가 중요했다.
‘무조건 기습을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녀석들이 흩어져 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기습으로 숫자를 줄여야 했다.
로즈나이트 기사단 정도라면 기사들 모두가 마력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검술은 오죽하겠는가.
카이온 부대 내에서도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심지어 상대한다는 것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닌, 버티는 정도.
그 수준을 생각한다면.
‘정면으로 붙으면 필패다.’
데미안이 없다면 카이온 부대 백 명이 덤벼도 로즈나이트 기사 열 명을 죽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로즈나이트 기사단이 언덕 위로 올라왔다.
“흐음…….”
마일로는 조장급 기사들과 함께 아래를 둘러보았다.
그 순간.
“저기 있습니다!”
누군가의 외침에 마일로가 소리가 난 쪽을 보았다.
조장 한 명이 손가락으로 언덕 아래쪽을 가리켰다.
그곳엔 언덕 아래로 도주하고 있는 적병들이 보였다.
마일로의 눈이 번뜩였다.
“놈들을 쫓아라! 그대로 일망타진하겠다!”
“예!”
이젠 갑옷을 전부 입고 있을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기사들은 모두 마력을 끌어올리며 육체 능력을 강화했다.
이윽고 그들이 빠르게 언덕 아래를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비록 입고 있는 갑옷과 무기로 인해 발바닥과 무릎에 부하가 강하게 걸렸지만, 이런 것쯤은 그들에겐 일상일 뿐이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마치 황소 무리가 달려가듯 로즈나이트 기사들은 위협적이었다.
달려오는 로즈나이트 기사들을 보며.
“워메, 존나 무섭네.”
“와…… 저렇게 달리는데 진형 봐라. 진짜 제국의 기사단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부대원들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 모습에 부대를 인솔하고 있던 테르카가 말했다.
“다들 여유 부리지 말고 집중해. 전투가 벌어지는 순간 최대한 빠르게 흩어지는 것도 잊지 말고.”
“걱정 말라고, 우리도 말만 이렇지 지금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후우…… 그런데 진짜 무섭긴 하네.”
애써 여유 부리는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 카이온 부대원들은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었다.
“부대장님께서 잘하실 거다.”
테르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스윽.
언덕 아래로 빠르게 내려가던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보며 바닥에 넙죽 엎드려 숨어 있던 데미안이 천천히 몸을 세웠다.
그와 함께 그의 주변에 있던 디아날을 비롯한 분대장급 부대원들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고작 열 명도 안 되는 소수의 인원.
많은 부대원들을 차출할 수는 없었다.
백 명 중 스무 명만 빠지더라도 그들이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최대한 본대의 숫자가 변동이 없다는 것을 들키지 않아야 했기에 열 명도 되지 않는 인원을 데리고 나온 것이다.
끄덕.
끄덕.
데미안의 고갯짓에 그들이 동시에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파밧!
침묵과 함께 데미안의 신형이 비호처럼 언덕을 내려가던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쫓았다.
쑤아아악!
엄청난 스피드.
마치 내리막길을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리막길로 떨어지는 듯한 스피드였다.
타닥! 파밧!
이어서 도움닫기를 하던 데미안이 공중으로 붕 날아올랐다.
“……?”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묘한 느낌에 로즈나이트 기사 중 한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억!”
그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푸욱!
“크아악!”
그의 복부로 파고든 창날에 녀석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뭐야!”
“적의 습격이다!”
“그 녀석이야!”
앞서 아딘을 죽였던 녀석이다.
데미안의 등장에 기사들이 이를 악물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흐아압!”
“하압!”
로즈나이트 기사 두 명이 데미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위와 아래를 동시에 베는 합공.
그 찰나의 순간에 나온 합공치고는 치명적일 정도로 정교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의 검이 데미안의 몸에 닿기도 전에.
푸악!
데미안은 창으로 찔렀던 녀석의 목덜미를 잡아채며 그를 방패로 삼았다.
“허, 헉!”
“끄악!”
검을 휘두르던 기사들이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휘둘러지던 검의 경로를 급하게나마 꺾은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쑤악! 푸욱! 푸욱!
데미안은 한 손으로 창을 잡고 오른쪽에 있던 녀석의 허벅지를 연달아 찔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허벅지에 두 번의 창상을 입은 기사가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악!”
녀석이 바닥에 쓰러지자 데미안은 왼쪽에 있던 기사에게 방패로 삼던 녀석을 집어 던졌다.
타닥!
기사 한 명이 복부에 상처를 입고, 또 다른 한 명이 허벅지를 다쳤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이 고작 십여 초라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
데미안이 뒤로 빠지며 가볍게 호흡을 내쉬었다.
“후우우…….”
치밀하게 계산된 움직임.
자칫 조금의 실수라도 있었더라면, 기사 두 명의 공격에 당할 뻔했다.
꾸욱.
데미안이 양손으로 창을 잡으며 녀석들을 보았다.
“디아날, 카일. 두 조로 나누어 싸워라. 절대 무리하진 말고.”
“알겠습니다.”
“예압!”
정해진 작전대로만 움직인다.
디아날은 손가락으로 피리를 크게 불었다.
삐이이이이이이!
언덕 전체로 퍼져 나간 소리에 언덕 아래로 도주하던 카이온 부대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우아아아아아아!”
“놈들을 쳐라!”
“기사고 나발이고 다 죽여 버려!”
카이온 부대원들이 위협적으로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앞뒤로 공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
그에 마일로는 미간을 찌푸리며 카이온 부대를 보았다.
“미친 불나방 같은 새끼들이……!”
고작 몇 명이 후방을 공격했다고, 제깟 놈들이 감히 자신들을 향해 정면 승부를 건다?
미치지 않고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놈들을 모두 죽여라!”
“예!”
마일로가 크게 소리치자, 로즈나이트 기사들이 양쪽으로 넓게 펼쳐지며 카이온 부대원들을 노렸다.
그에 카이온 부대는 빠르게 사각 진형을 갖추며 방패를 앞세웠다.
“절대 진형을 흩트리지 마라!”
“막는 게 먼저다. 절대 달려들지 마!”
알고 있었다.
자신들은 저 괴물들을 상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없다는 것을.
‘시간만 끄는 거다.’
적의 선두가 자신들에게 집중되기를 말이다.
그리고 그사이, 후방에 있는 부대장과 분대장들이 녀석들의 수를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얼마나 처치할 수 있을지…….’
솔직히 예상할 수 없었다.
한 명 한 명이 자신들을 훨씬 뛰어넘는 기사들이니까.
냉정하게 로즈나이트 기사 한 명이 카이온 부대 4~5명 정도는 거뜬하게 상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력으로 선출된 분대장급들이라면 다를 터. 게다가…….
“부대장님을 믿어라! 반드시 해 주실 거다!”
테르카가 소리쳤다.
자신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했다.
“감히 그깟 엉성한 진형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일로가 바닥을 박차며 그대로 앞으로 돌진했다.
내리막길의 탄력을 받은 그는 그대로 방패를 앞세우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콰앙!
“큭!”
마력으로 강화된 마일로의 돌진에 사각 진형을 유지하던 카이온 부대가 크게 흔들렸다.
고작 한 명의 실드 차징이 이렇게 강할 수 있단 말인가.
단순히 힘만이 아닌 카이온 부대의 약한 점을 정확하게 가격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
분명 방패 사이의 약한 부분으로 공격을 했는데, 녀석들의 진형은 굳건했다.
가장 선두에서 자신의 차징을 막은 녀석이 휘청이는 순간, 뒤에 있던 동료가 손으로 받쳐 도와준 것이다.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라는 말인가?’
이 녀석들, 생각보다 강하다.
순간 마일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 *
피유우우우우우웅!
하늘로 솟아오른 세 발의 신호탄에 리젤로테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세 발의 의미는 피아렌이 적의 본대로 합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역시.”
가급적이면 그가 나타나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이렇게 신호탄이 늦게 터졌다는 건…….
‘꽤 오래 발을 붙잡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피아렌에 대한 정찰을 성공한 것만으로도 그들은 임무를 완수했다.
오러 마스터가 이끄는 기사단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부대를 뒤로 물린다. 다음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라.”
“예!”
뿌우우우우우! 뿌우! 뿌우우우우우!
리젤로테의 명령과 함께 퇴각을 알리는 뿔피리가 울려 퍼졌다.
압도적인 숫자로 피아렌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될 경우 피해를 입을 아군의 수가 너무나 많을 것이다.
‘세 배가 많은 숫자의 병력이 후퇴라…….’
참으로 불공평하지 않은가.
오러 마스터라는 존재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은 그저 지휘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터.
“우리에게 유리한 전장으로 옮긴다.”
이미 스페니언 왕국의 지휘관 마테우스와도 말이 끝난 상태다.
그 증거로 그들도 투석기를 파괴하며 진형을 옮길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가.
투석기를 그냥 두고 갔다간 저들이 사용할 수도 있기에 반드시 파괴해야 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갑자기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는 바로크 왕국과 스페니언 왕국의 연합군을 보며 로베르타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 대군이 물러난다?”
“부대를 뺄까요? 놈들이 투석기까지 파괴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자신들은 스라간을 지키고 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니, 이미 성벽이 부서진 이상 수성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이렇게 승기를 잡았을 때.
“녀석들을 완전히 몰아내고 그 기세로 아래까지 진격하겠다.”
이 진격을 필두로 바로크 왕국의 국경까지 갈 수 있다면.
‘다음 전장은 바로크 왕국의 국경이 될 터.’
로베르타는 빠르게 합류하고 있을 피아렌을 떠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적을 추격한다. 쫓아라.”
탄력을 받은 제국의 군대가 빠르게 진격하며 도주하는 연합군을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쩌엉!
“크악!”
본대가 있는 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
그곳에 미쳐 날뛰는 한 명의 창잡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