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04)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7화(107/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7)
깡! 깡! 깡!
들고 있던 곡괭이로 바닥을 일구던 남자가 허리를 세웠다.
잘 발달된 팔 근육.
곡괭이를 쥐고 있는 전완근엔 지렁이 같은 핏줄이 돋아 있었다.
게다가 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앞머리를 길게 길러 왼쪽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내.
막스트리 부대의 3조장, 파울이었다.
“……후우.”
파울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보았다.
모두가 경비병들의 눈치를 보며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힘들어서 잠깐 쉬고 있는 녀석들에겐 경비병들이 호통을 치거나, 채찍을 휘둘러 그 자리에서 징계했다.
모두 자신처럼 징역을 대신하여 끌려온 범죄자들이었다.
‘……5개월인가.’
파울이 이곳에 온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그저 감옥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이곳에 온 것은 순전히 파울의 선택이었다.
바로 1년의 형벌에 대해 절반으로 줄여 준다는 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녀석들은 강제로 끌려온 것이 아닌 이상 이곳을 선택하진 않았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파울은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그저 하루라도 빨리 이 구속을 벗어 버리고 싶었다.
“후우.”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
막스트리에서 승리의 함성을 지르던 것이 어제 일처럼 선명했다.
파울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거기, 뭐 하고 있어! 얼른 일 안 해?”
감시를 하던 경비병이 파울을 보며 소리쳤다. 그에 파울이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곡괭이를 들어 올렸다.
조금이라도 늦게 움직였다간 채찍이 날아온다.
깡!
이제 남은 시간은 두 달.
그 시간을 버틴다면 자신의 징역은 완전히 끝이 나게 된다.
‘그때가 되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그분에게로 갈 수 있을까?
노역을 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체력 훈련은 멈추고 있지 않았다.
그것이 이곳에서 파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그때의 기억만큼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행복했던 때가 있을까.
‘……데미안 님은 뭘 하고 계시려나.’
아마도 본인의 부대원들을 죽어라 굴리고 있지 않을까?
그 생각에 파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머금어졌다.
* * *
쩌엉!
“큭!”
일자로 뻗어 들어오던 창이 갑자기 옆으로 회전하더니, 옆쪽에 있던 기사를 튕겨 냈다.
‘여러 명과 싸우는 것이 익숙한 녀석이다.’
‘대체 이런 놈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지?’
아직 앳된 외모.
아무리 많이 쳐줘도 10대 후반 정도로밖에 볼 수 없는 외모였다.
그런데 20년이 넘도록 검을 잡아 온 자신들이 이렇게 밀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미 합공을 하는 수치심 따윈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어떻게든 녀석을 잡기 위해 로즈나이트 기사단의 기사들은 이를 악물었다.
“흐압!”
로즈나이트 기사 중 한 명이 왼쪽으로 성큼 다가오며 데미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반원을 그리며 쇄도하는 공격에 데미안이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살짝 안으로 들어온 발끝.
기울어진 어깨와 곧게 편 손목.
거기에 자신을 바라보는 녀석의 시선까지 순식간에 확인했다.
데미안이 허리를 펴며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혔다.
녀석이 노리는 것이 자신의 왼쪽 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개를 들며 뒤로 피하는 순간.
핏!
“……!”
데미안은 순간적으로 왼쪽 턱 부근에서 느껴지는 뜨끔함에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의 검 끝이 아슬아슬하게 데미안의 턱을 베고 지나간 것이다.
타닥!
데미안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이미 뒤쪽에는 다른 기사들이 있었다.
“녀석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계속 몰아쳐라!”
아주 얕은 상처였다.
흉터는커녕 피도 몇 방울 나지 않는 그런 상처.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 준 귀신같던 움직임을 생각한다면, 녀석에게도 문제가 생긴 것이다.
“놈도 지쳤다! 다리 쪽을 공격해!”
“흐압!”
확실히 처음에 비해 움직임이 많이 둔해진 상태였다.
자세히 보면 창을 쥐고 있는 손아귀도 살짝씩 떨리고 있었으니까.
“후우.”
이어서 데미안은 크게 숨을 토하고는 창대를 옆구리에 낀 채 그대로 회전했다.
채채채채채채챙!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던 기사들이 다급히 검을 들며 방어했다.
팽이처럼 회전하는 그의 공격에 뒤로 튕겨 난 로즈나이트 기사들.
방금 전 일격에 그들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직까지…….’
‘이런 힘이 남아 있다는 건가?’
대체 이 녀석은 뭐야, 괴물인가?
말도 안 되는 반사 신경.
예측할 수 없는 공격.
거기에 체력까지 좋다고?
이건 너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마일로는 정말 괴물이라도 만난 것처럼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뚝…… 뚝…….
데미안의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
솔직히 데미안도 슬슬 한계에 치닫고 있었다.
‘……힘들다.’
다시 살아난 이후 이렇게까지 코너에 몰려 본 적이 있었던가?
비록 그사이 두 명을 죽이긴 했지만, 적의 지휘관을 포함하여 아직 네 명의 기사가 남아 있었다.
마일로가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포기해라, 그렇다면 목숨만은 살려 두지.”
어린 나이와는 달리 말도 안 되는 실력.
만약 이 녀석을 회유하여 제국으로 데리고만 갈 수 있다면…….
‘로즈나이트 기사단은 다시 한 번 제국의 정점에 오를 수 있다.’
마일로 자신도 제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검술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오러를 사용할 수 없기에 그 한계가 막혀 버린 것뿐이었다.
하지만 마일로는 단언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이 자신보다 더 강하다고 말이다.
하물며 아직까지 성장 가능성이 엄청나게 남아 있는 녀석이니까.
잘만 키운다면…….
‘차기 로즈나이트 기사단의 단장이 될 수도 있어.’
제국 내에서도 괴물이라 불리는 피아렌 장군의 후임으로서 말이다.
마일로가 데미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항복해라. 그렇다면 네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길을 열어 주마.”
“……뭐?”
“로즈나이트의 기사로 받아 주겠다. 앞서 네가 한 행동은 모두 잊어 주지.”
“……로즈나이트 기사로 받아 준다고?”
“그래.”
그에 마일로가 씨익 웃었다.
녀석도 귀가 있다면 제국의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들어 본 적이 있을 터.
‘바로크 왕국이 제법 규모가 있다곤 하나, 제국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마일드가 이어 말했다.
“가족들이 있다면 모두 책임지겠다. 로즈나이트 부단장인 내가 약속하지.”
“후우…… 구미가 당기는 얘기로군.”
데미안이 살짝 경계를 풀며 숨을 크게 토했다.
어느덧 들썩이던 가슴이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았다.
데미안이 마일로에게 물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물어도 되나?”
“얼마든지.”
“내가 제국에 가려면 한 가지가 필요한데, 그걸 줄 수 있나 싶어서.”
“그게 무엇이든 얼마든지 가능하다. 로즈나이트 부단장이란 직위는 생각 이상으로 높은 자리거든.”
마일로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부하들을 잃은 실책이 크긴 하지만, 이런 실력자를 데리고 올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공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일로의 말에 데미안이 말했다.
“제국 황제의 목을 내주었으면 좋겠는데.”
“……뭐?”
“후우, 덕분에 충분히 쉬었다.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어느덧 호흡이 안정되며 손의 떨림이 멈췄다.
다리도 한결 가벼워졌고…….
“이만하면 다시 해도 되겠어.”
그 말에 미소를 짓고 있던 마일로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윽고 녀석이 검을 꽉 움켜쥐었다.
“또…… 네놈의 세 치 혀에 당했구나.”
“당한 놈이 병신이지.”
데미안이 창을 들며 비웃었다.
그러자 마일로가 어금니를 뿌드득하고 갈며 말했다.
“결코 쉽게 죽지 못할 것이다. 내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결코 쉽게 죽을 수 없지. 너희들을 전부 죽일 거니까.”
“쳐라!”
파밧!
마일로의 명령과 함께 세 명의 기사들이 데미안을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가장 뒤쪽에서.
스릉.
마일로가 검을 움직이며 데미안을 노렸다.
파밧!
네 명의 연계.
그중에서도 마일로의 공격은 특히나 날카로우면서도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그때에 비하면 아직 할 만하다.’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면서도 끝까지 저항했던 그때의 기억.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몸이 조금 더 자란 상태였다랄까?
‘팔이 조금 더 길었으면 빠르게 닿았을까.’
다리가 조금 길면 뒤로 빨리 도망칠 수 있을까.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피식.
데미안은 달려드는 기사들을 보며 두 눈을 번뜩였다.
과거가 어떻든 간에.
“지금보다 좋을 순 없지.”
우우우우우웅!
데미안의 손에 쥐어진 창이 작게 진동을 했고, 푸른빛의 마력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파밧!
쑤아아악!
지금까지 방어적으로 움직였던 데미안이 앞으로 그들에게 달려 나가며 창을 휘둘렀다.
녀석들이 아무리 여러 명이라 한들, 검이 창보다 먼저 닿을 수는 없다.
“온다!”
쩌정!
눈 깜짝할 사이, 두 번의 연격이 앞에 있던 기사 두 명을 밀어냈다.
이 공격을 정확하게 막은 것만으로도 그들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보통의 병사들이라면 막기는커녕, 눈으로 좇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테니까.
‘엄청난 가속이다.’
데미안의 공격을 보며 마일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어찌 아직 여물지도 않은 몸으로 이런 공격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단순히 물리적인 힘만으로 한다면, 이미 팔꿈치나 손목 관절이 혹사당해 너덜거렸을 것이다.
예상컨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순간적으로 마력을 증폭시키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마력 컨트롤을 할 수 있다면 가능할 터.
하지만 그것조차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텐데.
“흐압!”
마일로가 기합을 내지르며 오른쪽으로 파고들어 데미안의 왼쪽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아래에서 위로.
대각선으로 휘둘러지는 검격이 앞으로 나와 있던 데미안의 왼쪽 허벅지를 노렸다.
그 공격에 데미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급히 다리를 뒤로 뺐다.
핏!
순간 허벅지에 그의 검이 살짝 닿으며 허공에 붉은 피가 실처럼 뿌려졌다.
‘젠장.’
알고 있었다.
녀석이 그곳으로 공격할 것을 말이다.
하지만 다른 기사들과 달리 검을 휘두르는 속도와 타이밍이 아주 지랄 맞았다.
데미안의 입장에선 말이다.
체력이 떨어진 지금 상태에서, 다른 기사들의 공격을 방어하며 마일로의 검까진 완벽하게 피할 수가 없었다.
이제 슬슬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촤악!
“큭!”
데미안이 녀석들의 공격을 막아 내며 뒤로 물러섰다. 그렇지만 작정하고 달려드는 마일로의 공격에 데미안의 몸에도 조금씩 상처가 쌓여 가고 있었다.
“……그래도 내 승리인 것 같다.”
어느덧 입가에 호선을 그린 데미안이 말했다.
그에 마일로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수작이 아니야.”
데미안이 뒤쪽으로 턱짓을 했다. 그와 동시에 마일로가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부대장니이이임!”
“이 개새끼들이 감히!”
데미안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카이온 부대.
어느덧 로즈나이트 기사단의 기사들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언덕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마일로를 향해 창을 뻗으며 말했다.
“우리의 승리다, 로즈나이트 기사단.”
그리고 데미안의 창이 순식간에 피바람을 몰아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