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05)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8화(108/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08)
쾅!
“크악!”
로즈나이트 기사단의 기사가 휘두른 검을 간신히 막은 카이온 부대원 벤트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것이…….’
제국 최고의 기사단 중 하나라 불리는 로즈나이트인가.
검격 한 방 한 방이 마치 커다란 쇠망치로 때리는 것처럼 묵직했으며, 말도 안 될 정도로 날카로웠다.
서걱!
방어하는 순간 휘청이는 그 짧은 틈.
로즈나이트 기사가 벤트의 허벅지를 베었다.
“크아악!”
“벤트으!”
벤트의 비명이 터져 나오는 순간, 근처에 있던 디아날이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때.
“어딜 딴청을 피우는 거냐!”
휙!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공격에 디아날이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다른 이들과 달리 로즈나이트 기사와 일 대 일로 승부를 벌이고 있던 디아날이었다.
어떻게든 다른 부대원들의 부담을 덜어 주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이대로는…… 밀린다.’
디아날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자신들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녀석들은 이 대 일, 삼 대 일로 싸우는 것에 익숙해지며 오히려 부대원들을 압박해 갔다.
그리고.
푸욱!
“벤트으으으으으!”
찢어지는 듯한 외침과 함께 카이온 부대원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로즈나이트 기사의 검이 동료인 벤트의 가슴을 뚫고 등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털썩.
첫 사망자가 나왔다.
그 모습에 디아날이 눈을 부릅뜨며 앞에 있던 기사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디아날을 비웃으며.
“흐흐흐, 이제 곧 네놈 대장의 머리도 바닥에 떨어질 거다.”
언덕 아래쪽에서 싸우고 있는 데미안을 바라보며 히죽였다.
디아날의 시선이 그를 따라 데미안에게로 향했다.
으득!
‘도움이 되고자……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난단 말인가.
데미안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여섯 명의 기사들을 보며 디아날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카일!”
쾅!
디아날의 외침에 카일이 앞에 있던 기사를 방패로 튕겨 내고는 빠르게 디아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디아날의 옆으로 온 카일이 물었다.
“왜 부른 겁니까?”
“이제부터 무리를 해야겠다.”
“……무리?”
디아날이 데미안 쪽을 보았다.
“늦으면 부대장님이 죽는다. 우리가 어서 이곳을 정리해야 해.”
“그건 알지만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카일의 물음에 디아날이 앞에 있던 기사를 보았다. 이어서 카일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내가 기회를 잡을 테니까, 그때…… 저 녀석을 잡고만 있어.”
“잡고만 있으라고요?”
“그래.”
“…….”
디아날의 말에 카일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저런 괴물이 잡힐지도 의문이지만.
“잡다가 뒤질 텐데요?”
“그러니까 내가 기회를 만든다고 하잖아.”
“……믿어 보지요.”
카일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카일도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것을.
어설프게 시간을 끌었다간 아군의 피해만 계속해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전멸이다.’
데미안이 버텨 줄 때 뭐라도 해야 했다.
까득!
어금니를 꽉 깨문 카일이 앞에 있던 기사를 보았다.
녀석은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진지한 표정으로 검을 들었다.
“무슨 작전을 세운다고 달라질 것 같은가?”
“달려져야지.”
파밧!
디아날이 빠르게 녀석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에 녀석이 입꼬리를 올렸다.
“달라진 게 없지 않은가!”
쑤악!
쩡!
하지만 달려들던 디아날은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기사의 검을 튕겨 냈다.
그 기세에 기사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방금 전 녀석의 움직임.
지금까지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형태와는 달리 오로지 공격에만 치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멍청한 놈!”
훤하게 비어 있는 빈틈에 그가 검을 휘둘렀다.
촤악!
기사의 검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디아날의 옆구리를 스치며 허공에 붉은 피를 뿌렸다.
디아날이 간신히 허리를 비틀며 피했기에 이 정도 부상으로 멈춘 것이었다.
“공중으로 뛰어오르다니, 머저리 같은 놈!”
기사가 검을 회수함과 동시에 다시 휘두르려고 할 때.
덥석.
“……!”
갑자기 뒤에서 몸을 감싸는 카일의 괴력에 기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큭! 뭐냐!”
기사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카일을 튕겨 냈다. 아니, 튕겨 내려 했다.
“어, 억?!”
하지만 마치 바위처럼 단단하게 잡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카일이 소리쳤다.
“얼른 끝내쇼!”
“알겠다.”
공중에 떠 있던 디아날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디아날의 눈빛을 마주한 기사가 당황한 듯 소리쳤다.
“자, 잠깐!”
서걱!
그러나 그 말을 기다려 줄 여유 따윈 없었다.
순식간에 한 명을 끝낸 디아날이 바닥에 착지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큭……!”
“시간을 번다는 게 이렇게 무식한 짓입니까?”
“어쩔 수 없어. 부상 없이 녀석들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그 역할은 내가 합니다. 내가 더 튼튼하니까.”
그리고 카일이 주변을 쓱 보았다.
“대략 여섯에서 일곱.”
그 정도만 숫자를 줄이면.
“승산이 있습니다.”
“머리 좀 썼네.”
“서두르자고요.”
카일의 말에 디아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적의 숫자가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부대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확연하게 줄어든다.
“가자!”
파밧!
디아날이 달려 나가자 카일이 방패를 앞세우며 옆에서 싸우고 있던 기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
로즈나이트 기사는 갑자기 황소처럼 달려오는 카일을 보며 급히 검을 휘둘렀다.
쩌엉!
방패로 쳐 내는 힘이 제법이었지만.
서걱!
“크악!”
“아래가 비었다, 멍청한 놈!”
“흐흐, 일부러 당한 거라곤 생각해 본 적 없냐?”
“뭐라고?”
“흐압!”
카일이 들고 있던 방패를 녀석에게 집어 던졌다.
아주 짧은 거리에서의 공격이었지만, 기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방패를 튕겨 냈다.
쩌엉!
“이딴 허접한 수에…… 허, 헉!”
이내 양팔을 펼치며 달려드는 카일의 모습에 기사가 당황하며 검을 휘둘렀다.
푸욱!
그의 검이 카일의 옆구리에 꽂혔다. 하지만.
콰득!
단단하게 그를 안아 든 카일이 충혈된 눈으로 소리쳤다.
“잡았다!”
서걱!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디아날의 검이 기사의 목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두 명의 기사들을 죽였지만.
비틀.
“크윽……!”
카일이 이를 악물며 몸을 세웠다.
디아날이 카일을 부축하며 말했다.
“싸울 수 있겠어?”
“……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카일이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치명상이라 할 순 없지만, 방금 전 허벅지와 옆구리에 찔린 상처에서 출혈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걱정 마십시오, 어떻게든 해 볼 테니까. 앞으로 다섯 놈만 더 죽입시다.”
“……죽지 마라, 네가 죽으면 부대장님 볼 면목이 없으니까.”
“흐흐흐, 걱정 마십시오.”
카일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순간.
“끄아아아아아악!”
“……?!”
디아날과 카일이 비명이 터져 나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기사에게 엉겨 붙어 난도질을 하고 있는 부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털썩.
몸의 세 군데에 칼이 꽂힌 로즈나이트 기사가 바닥에 쓰러지자, 마주 서 있던 부대원 한 명이 쓰러졌다.
“놈들을 죽여! 죽어도 죽여!”
“분대장들에게만 맡길 순 없지.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카일과 디아날의 행동이 녀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
카이온 부대원들은 훈련에서 배운 방어 따윈 개나 줘 버리라는 듯 몸으로 검을 받으며 기사들을 덮쳤다.
동시에 세 명, 네 명이 달려드니 녀석들도 어떻게 막을 방도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희생도 컸다.
털썩.
“베, 베닌스!”
“크흑!”
어떻게든 버텨 내고 있던 부대원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모습에 디아날은 더욱 빠르게, 더욱 강하게 검을 휘둘렀다.
자신이 한 명이라도 더 빨리 죽여야지만, 부대원들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털썩.
마지막 남은 기사를 죽였을 때.
‘……다들.’
카이온 부대원들 중 피를 흘리지 않는 이들은 없었다.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의 몸에 심각할 정도의 검상이 있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혈투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 주는 듯했다.
게다가 절반 정도는 바닥에 쓰러진 채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분대장급들은 날 따라와라. 부대장님을 구하러 간다.”
“예!”
그렇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기에.
파밧!
디아날과 부대원들은 죽을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최강의 기사단.
물론 그 유명세의 대부분은 단장으로 있는 피아렌 테일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제국의 세 번째 오러 마스터.
무력만큼은 1, 2위를 다툴 정도로 강했지만, 특유의 자유로운 성격으로 인하여 실력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로즈나이트의 위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사를 희망하는 이라면 누구든 들어오고 싶어 하는 영광스러운 자리.
때문에 자신들도 더욱 노력하며 그 자리에 걸맞은 실력을 가지고자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자신들이 걸어온 길의 무게를 생각한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들은…….
저벅.
그때 그의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군데군데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고 있는 한 사내.
앳된 얼굴과는 달리 깊은 눈빛을 지니고 있는 그가 자신을 바라보았다.
“……하하.”
허탈함에 마일로가 고개를 숙였다.
설마 자신의 마지막이 이럴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분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거늘.’
고작…….
‘일반 부대 하나를 잡아내지 못하고 이렇게 무너져 버리는 것인가.’
마일로는 고개를 들어 데미안을 보았다.
“이것이 로즈나이트의 끝이라 생각하지 마라. 우리의 진짜 힘은 피아렌 님께서 함께할 때…….”
하지만 마일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뒤에 서 있던 디아날이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기에.
서걱!
마일로가 쓰러지며 최후를 맞이했다.
털썩.
로즈나이트 기사단의 부단장.
그 명성치고는 사실상 초라한 죽음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데미안은 그의 시체를 보다가 이내 부대원들을 보았다.
“……디아날, 보고해라.”
“예, 이번 전투로 인해 부상자 스물다섯 명, 그리고…….”
순간 디아날의 눈빛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꾸욱.
디아날이 주먹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사망자, 일곱 명입니다.”
백 명 중 사망자가 일곱 명이라.
데미안이 주변에 있는 부대원들을 보았다.
디아날이 말한 부상자라함은 상당한 중상을 입은 자들이고, 다른 녀석들도 몸 곳곳에 꽤나 깊은 검상이 있었다.
백 명의 카이온 부대원들이 오십 명이 조금 되지 않는 로즈나이트 기사단과 대적했다.
두 배가 조금 넘는 인원.
하지만 그것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이들이 상대한 이는 대륙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최강의 기사단 중 하나였으니까.
데미안이 디아날에게 말했다.
“죽은 부대원들을 잘 챙겨라. 그리고…… 이 녀석의 수급도 챙기고. 우리가 해낸 일의 증명이 될 거다.”
데미안은 이 싸움을 돌아보았다.
너무나 힘겨웠던 전투.
모두의 투지가 없었더라면, 이곳에서 모두 뼈를 묻어야 했을 것이다.
‘내가…… 더 강했더라면.’
오만했던 것일까?
과거보다 더 강해졌다고 착각한 것일까?
수많은 생각과 아쉬움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지금은…….
스윽.
데미안이 부대원들을 보았다. 그러곤 말했다.
“떠난 동료들을 기억해라. 그리고 계속해서 전진하며 그들의 자부심이 되어라.”
데미안의 말에 부대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다양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눈빛.
데미안이 부대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이 스라간의 언덕에서 벌어진 일은 앞으로 긴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것이다.”
점점 데미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는 부대원들은 고조되는 분위기에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를 것처럼 격양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 데미안이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가 제국의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꺾었다! 우리가 승리했다아아아!”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데미안이 창을 번쩍 들며 소리치자, 부대원들이 참았던 함성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