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07)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0화(110/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0)
“도착했습니다.”
발페이트의 카이온 부대가 있는 막사.
마차가 서고 키아렌이 천천히 내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뭔가 휑한데?”
“부상자가 많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병사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부상이 다들 심하다고 했었지?”
“예.”
“쯧…….”
고생했을 병사들의 모습에 키아렌이 안타까운 듯 작게 혀를 찼다.
그리고 막사 쪽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리온하르크가 다가오며 경례를 했다.
“왕국에 영광을!”
“고생이 많네. 그나저나 카이온 부대장은 어디로 갔지?”
원래라면 제일 먼저 튀어나와 경례를 했을 녀석일 텐데.
데미안이 보이지 않자 키아렌이 물었다.
그에 리온하르크가 말했다.
“카이온 부대장과 부부대장은 지금 발페이트 인근 도시로 이동했습니다.”
“인근 도시?”
“예, 그것이…….”
이어지는 리온하르크의 말에 키아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맥도엘이…… 죽었다고요?”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건 맥도엘이 가족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물건입니다.”
데미안은 하얀색 천에 쌓인 무언가를 내밀었다.
각 부대원들은 자신이 죽고 난 이후, 가족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물건을 막사에 보관했다.
그리고 동료가 죽으면 막사에 보관되어 있던 녀석의 물건을 이렇게 하얀색 천으로 감싸 전달하기로 했었다.
“이, 이건…….”
앞에 있는 여성은 떨리는 손으로 데미안이 건넨 천을 받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믿지 않겠다는 듯한, 하지만 굳게 다짐했던 의지는 네모반듯한 천을 펼치는 순간 무너졌다.
“크흡…… 흐윽…… 끅…… 흐윽 흐윽…….”
나무를 깎아 만든 장식을 보며 맥도엘의 모친이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애써 울음을 참기 위해 꽉 깨문 입술의 틈새로 침이 흘러나왔고, 두 눈에선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여성의 품에 안긴 아기의 조각.
어릴 적 자신을 많이 안아 준 어머니를 생각하며 맥도엘이 직접 깎은 조각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데미안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디아날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지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이런 위로밖에 없었다.
이어서 데미안과 디아날이 몸을 돌렸다.
지금은 온전히 맥도엘의 모친이 그에 대한 생각만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키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데미안과 디아날이 돌아서자.
털썩.
나무 조각을 품에 안고 있던 멕도엘의 모친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다시는 아들을 볼 수 없다는 그 말과 곧 돌아오겠다고 말하던 아들의 얼굴이 눈앞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미안과 디아날이 멀어지는 그때…….
“으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아악!”
자식을 잃은 부모의 처절한 절규가 울려 퍼졌다.
* * *
며칠이 지났다.
데미안과 디아날은 부상이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마차를 타고 발페이트 인근 도시를 돌며 죽은 동료들의 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전사 사실을 전했다.
피를 토하는 슬픔.
어떠한 단어로도 그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어질 것만 같은 그들의 슬픔과 괴로움에 데미안과 디아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자리를 피해 주는 것뿐이었다.
“……후우.”
부대로 돌아가는 데미안은 마차 안에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그 안에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륙에서 손꼽히는 무력 집단인 로즈나이트 기사단과 전투를 치렀고, 죽은 동료들의 화장식을 했다.
그리고 죽은 동료들의 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소식과 함께 유품을 전하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강행군이었다.
“조금 눈이라도 붙이시지요. 그러다가 쓰러집니다.”
“그럼…… 조금만 그럴까?”
디아날의 말에 데미안이 작게 숨을 토하며 눈을 감았다.
지금은 정말…… 조금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적응이 되질 않는군.’
아니, 어쩌면 평생 적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함께한 소중한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일은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데미안이 겪어야 하는 일이지 않은가.
그저 지금 이 순간만…… 조금 휴식을 취할 뿐이다.
데미안은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잠을 청하며 그동안 쌓여 있던 짐을 아주 잠깐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부대장님과 부부대장님이 복귀하십니다!”
부대 입구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는 멀리서 걸어오는 데미안과 디아날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그와 함께 막사에 있던 카일과 제르카가 잽싸게 달려 나오며 데미안과 디아날을 반겼다.
“오셨습니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대장님, 부부대장님.”
카일과 제르카의 말에 데미안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뭔데 이렇게 나와서 마중까지 하는 거야?”
“그게…… 며칠 전에 군단장님께서 오셨다 가셨습니다.”
“……6군단장님?”
“예.”
카일은 며칠 전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다.
데미안이 전사자들의 가족들을 만나러 간다는 일정을 듣고 다시 오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게 오늘입니다. 정확하게 오셨네요.”
“오늘 군단장님께서 다시 온다고?”
“예, 아마…….”
카일이 말을 흐렸다. 하지만 이내.
“……오셨군요.”
부대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
그곳에 보이는 마차를 보며 카일이 중얼거렸다.
그에 데미안이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카일에게 말했다.
“현재 부대원들의 상태는?”
“대부분 거동은 가능합니다. 중환자들은 의무실에 누워 있고요.”
“그럼 움직일 수 있는 녀석들만 전부 데리고 나와서 정렬시켜. 무슨 이유 때문인진 모르지만, 군단장님을 두 번이나 걸음하게 했으니 이번엔 잘 맞이해야지.”
“예, 알겠습니다!”
이윽고 카일이 막사 안으로 들어가자 데미안은 디아날을 보며 말했다.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어라. 이 몰골로 군단장님을 맞이할 수는 없으니까.”
“예.”
데미안의 말에 디아날이 대답했다.
며칠 간의 일정으로 엉망이 되어 버린 두 사람이다. 하지만 그때.
“이미 옷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오실 줄 알고 잘 다려 놨죠, 흐흐.”
제르카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 아이디어는 아니겠지? 테르카가 시켰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했습니다, 제가! 윽!”
제르카가 자신의 가슴을 엄지로 쿡 찌르며 말하다가 통증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저 멍청한 놈은 싸우다가 적 기사의 방패에 가슴을 얻어맞은 걸 까먹은 모양이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피식 웃으며 디아날을 보았다.
“들었지? 준비되었다니까 바로 입고 나와라.”
“예!”
전사자들의 가족들을 만나는 일정 내내 착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군.’
부대로 들어오자마자 녀석들을 보니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시점으로…… 모두들 조금 변했나?’
어쩌면 로즈나이트 기사단과의 싸움은 단순히 카이온 부대의 위명만을 떨치게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단단하게 결속된 부대.
데미안은 변화하는 부대의 분위기에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 * *
마차에서 내리는 키아렌은 지금의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에드먼, 이게 말이 되나?”
“……군단장님께서 원하신 것이지 않습니까.”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에드먼이 바로 키아렌에 말했다.
일전에 이곳으로 오겠다고 한 것도 키아렌의 의지였고, 헛걸음을 했을 때 카이온 부대를 군단으로 부르자고 의견을 제시했던 에드먼이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키아렌은 거절하며 직접 발페이트를 찾은 것이다.
“쯧, 그래도 다친 애들보고 전부 오라고 할 수는 없잖아.”
일전에 왔을 때 카이온 부대원들의 부상은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었다.
모두가 꽤 깊은 검상 한두 개씩은 전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모르면 모를까, 알고 있는데 그들을 군단으로 부를 수는 없었다.
그에 에드먼이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충분히 말이 되는 상황입니다.”
“……나중에 따로 얘기 좀 하자고.”
키아렌이 에드먼에게 핀잔을 던지고는 이내 카이온 부대원들이 있는 막사 쪽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리온하르크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에 키아렌이 물었다.
“부대원들은?”
“연병장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시지요.”
리온하르크는 키아렌을 안내하며 함께 부대원들이 있는 연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키아렌이 연병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 순간.
“부대애애애애! 차렷!”
척!
데미안의 외침에 부대원들이 각 잡힌 제식으로 키아렌을 쳐다보았다.
이어서 키아렌이 단상 쪽에 서자, 데미안이 다시 소리쳤다.
“군단장님을 향하여 경례!”
“왕국에 영광을!”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외침.
데미안이 몸을 돌려 키아렌에게 경례했다.
“왕국에 영광을!”
“왕궁에 영광을.”
키아렌이 작은 목소리로 화답하며 그들을 보았다.
“바로!”
이윽고 부대원들이 모습에 키아렌이 피식 웃었다.
“부대 열중쉬어.”
짧은 말과 함께 부대원들이 조금 편하게 자세를 취하자, 키아렌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먼저…….”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았는데, 이 말이 가장 먼저인 것 같았다.
“살아 돌아와서 고맙다.”
무려 로즈나이트 기사단과의 전투였다.
사망자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부대원들이 무사히 돌아오지 않았는가.
그것만으로도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 건지 알고 있다. 하물며…….
“로즈나이트 기사단 절반을 전멸시켰다라…… 과연 이 일을 다른 이들이 믿을지 솔직히 군단장은 의문이다.”
왕궁에 이미 보고를 올렸지만, 벌써부터 술렁이는 분위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사실로 판명이 난 지금,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
키아렌이 옆에 있던 에드먼을 보았다.
“에드먼.”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 데미안은 단상으로!”
에드먼의 외침에 데미안이 걸음을 옮겨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에 에드먼이 소리쳤다.
“카이온 부대원들은 대륙의 모든 왕국을 위협하는 제국의 무력 행위에 대해 저항하였고, 그 과정에서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상대로 믿을 수 없는 전공을 세웠다!”
에드먼의 외침이 울려 퍼지자 연병장에 정렬하고 있던 부대원들은 피식피식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억눌러야 했다.
타인의 입에서 듣는 자신들의 전공.
그것은 자신들끼리 얘기하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기 때문이다.
에드먼이 말을 이었다.
“그에 카이온 부대원들 전원! 일 계급 특진과 더불어 금 50골드. 또한 군단 무구 창고에서 무구 한 점을 포상으로 하사한다!”
“우, 우앗!?”
“진짜 특진에 50골드야!”
“부대장님께서 말한 그대로인데?”
너무나 정확하게 떨어지는 포상에 모두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높은 공을 세웠어도, 일반 부대의 병사들이 받을 수 있는 포상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에.
“흐흐, 드디어 병장이다. 병장님이라 불러라.”
“나도 병장이야, 자식아. 흐흐흐흐흐.”
특진이라는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놈들을 보며.
“이 등신들아. 병장 나부랭이들이 서로 좋아하고 있네. 부대장님은 이번에도 특진해서 벌써 상사라고.”
“……아?”
“헉!”
“……등신들.”
놀란 표정을 짓는 놈들을 보며 한 부대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집중하며 단상을 바라보았다.
아직 논공행상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카이온 부대장, 데미안.”
“예!”
“그대는 로즈나이트 기사단과의 싸움에서 기사 십여 명과 홀로 싸우며 아군의 승리를 도왔고, 왕국의 명성을 드높인 바…….”
에드먼이 키아렌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에 키아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먼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 계급 특진과 더불어 삼백인장으로 임명. 더불어 카이온 부대를 삼백 명까지 증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에드먼의 말이 끝나자.
“앞으로도 좋은 활약을 기대하겠다.”
키아렌이 앞으로 나와 데미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에 데미안이 키아렌의 손을 잡으며.
“상사! 데미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에 부대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앞으로 더욱 강해질 카이온 부대를 생각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