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08)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1화(111/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1)
쨍그랑!
벽에 부딪친 접시가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졌다.
똑똑똑.
“피아렌 님! 피아렌 님!”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밖을 지키던 하녀가 다급한 목소리로 노크를 했다.
이윽고 들어온 그녀는 난장판이 되어 버린 방 안을 보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허, 헉!”
테이블이며 접시며 화병까지.
전부 산산조각 나 버린 방 안의 모습에 하녀는 이내 침착하게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괜찮으십니까?”
갑작스러운 소란에 다급히 다가온 집사가 피아렌에게 물었다.
그를 모신 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이런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사의 물음에 피아렌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별일 아니다.”
“……따뜻한 물을 받아 두겠습니다. 피로부터 푸시지요.”
집사는 방 정리를 하고 있는 하녀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녀들은 다급하게 깨진 유리 조각부터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내 피아렌의 목욕물을 받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피아렌이 집사에게 말했다.
“됐다, 그보다 기사단으로 가겠다. 준비해 두도록.”
“알겠습니다.”
피아렌의 말에 집사가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갔다.
이윽고 준비가 끝난 피아렌은 기사단으로 향했다.
절반이 줄어 버린 기사단원들의 모습에 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알아보라고 한 것은 어찌 되었지?”
기사단원, 베르너를 보며 피아렌이 말했다.
전투가 끝난 직후, 마일로와 기사들을 죽인 적에 대해 정보를 알아보라고 시킨 일이었다.
그에 베르너가 말했다.
“바로크 왕국의 카이온 부대입니다. 창설된 지 오래된 부대는 아닙니다만, 나름 정예들을 모아 만든 부대라고 했습니다.”
“부대장의 이름은?”
“그것까진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알아내겠습니다.”
“카이온 부대.”
자신의 기사단을 짓밟고 대륙에 이름을 떨친 녀석들이다.
피아렌은 그때 자신들의 뒤를 치던 창병을 떠올렸다.
그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던 적병 하나에 자신의 기사가 죽었다.
하지만 그때도 큰 문제는 없다 생각했었다.
그저 실력이 제법 있는 녀석이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때문에 마일로를 통해 확실하게 녀석들에게 벌을 내리고자 했던 것이다.
기사단의 절반을 움직인 것은 바로 그들을 단죄하기 위한 피아렌의 의지였다.
하지만 그 의지가…….
“부러졌다라.”
피아렌의 눈빛에 차가운 감정이 깃들었다.
머지않아 반드시 녀석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훈련을 준비해라.”
“예!”
피아렌은 다시금 만날 그때를 준비하며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스스스스스스슥.
고요한 훈련장.
홀로 자리에 앉아 있던 데미안이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시며 내뱉었다.
그의 옆에 놓인 붉은색의 환.
미치광이 선혈초로 만든 환이었다.
보관함에 남아 있는 미치광이 선혈초의 개수는 7개.
그동안 부작용을 고려하며 최대한 흡수하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조금 소홀히 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대론 안 돼.’
로즈나이트 기사단과 직접적으로 싸워 본 데미안은 현재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냉정하게…….’
마력을 다루는 이들 중에서라면 최상급에 속한다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위의 단계인 오러를 다루는 이들에게는 확실히 미치지 못했다.
‘그 녀석…….’
게다가 이번에 싸웠던 마일로라는 기사.
데미안이 지쳤던 부분도 있었지만, 녀석의 공격을 완전히 피하진 못했지 않았던가.
‘전부 다 보였는데…….’
어딜 공격할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못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특히 무게 중심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 놓고 공격하는 타이밍은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아직 멀었구나.’
실력에 대해 자신감을 가졌던 스스로에게 많은 반성을 했다.
그리고.
“후우우우우우…….”
미치광이 선혈초의 독성을 밀어내며 성분을 흡수한 데미안이 크게 숨을 토했다.
뼈는 물론 인대와 같은 육체 기관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미치광이 선혈초.
효과는 뛰어났지만, 그만큼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기에 리스크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할 수 있다.”
포기할 생각은 없다.
데미안은 다시 눈을 감으며 마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데미안 개인적으로 이번 전투에서 큰 소득이라고 한다면.
‘드디어…….’
델프트 마력 연공법이 5성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죽음에 가까운 한계까지 몰아붙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발현된 것이다.
‘이 힘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해.’
데미안은 이전보다 한층 늘어난 마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무게가 늘어난 덤벨처럼 묵직한 느낌과 함께 데미안의 통제를 벗어나는 마력.
하지만 데미안은 억지로 마력을 끌어당기며 천천히 몸 전체에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데미안의 의지대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마력은 이윽고 몸 구석구석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솨아아아!
그건 실로 기묘한 느낌이었다.
5성에 이른 델프트 마력 연공법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마치 마력 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녀석 봐라……?’
예전에 얼핏 그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마력은 주인을 닮는다고.
그래서 그럴까?
‘쓰벌, 말을 드럽게 안 들어 처먹네.’
망나니처럼 날뛰는 마력을 보며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
자업자득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최대한 어르고 달래며 그리고 때로는 강하게 잡아당기며 마력을 계속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망아지 같은 녀석이 점점 온순해지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데미안은 천천히 눈을 뜨며 자신의 손에 형상화된 마력을 보았다.
마치 푸른빛의 불꽃 같으면서도 기체가 퍼져 나가는 듯한 모습.
처음 보는 형태의 마력을 보며 데미안은 신기한 듯, 눈을 반짝였다.
“이 녀석…….”
데미안이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렸다.
“잘 부탁한다.”
이것으로 조금은 더…… 강해질 수 있을까.
분명 부족한 것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채워지지 않은 부분은 또 다른 것으로 채워질 터.
“으차! 어……?”
자리에서 일어난 데미안은 느껴지지 않는 통증에 움찔하며 다리 쪽을 보았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력 연공법을 끝내고 나니 몸의 상처가 상당 부분 아물어 있었기 때문이다.
‘5성으로 오른 것에 이런 효과가 있는가……?’
분명한 건 미치광이 선혈초 때문은 아니다.
그러면 예상할 수 있는 것은 5성으로 오른 마력을 처음으로 연공한 것밖에 없었다.
의외의 효과에 데미안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제는…… 그걸 알아봐야겠지.”
이번 포상으로 무려 삼백 명까지 인원을 증원할 수 있게 되었다.
상사로 진급을 함과 동시에 삼백인장이라는 직위를 얻은 셈이다.
이제 카이온 부대는 백인 부대가 아닌, 삼백인 부대로 거듭날 것이다.
다만.
‘아무 놈들로 숫자만 채울 수는 없지.’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녀석이 있었다.
‘아직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계기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윽고 데미안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재미있겠네.”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 * *
데미안이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이긴 하나, 전체적인 운영은 리온하르크가 전담하고 있었다.
“외출을 하겠다고?”
“예.”
“부대 증원 때문인가?”
“예, 그렇습니다.”
리온하르크의 물음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리온하르크가 물었다.
“생각해 둔 사람이 있는 것 같군.”
“예, 하지만 그렇다고 200명을 다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일부는 제가 데리고 오고, 나머진 교관님이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그럼 언제쯤 돌아올 생각인가?”
이번 임무로 인해 카이온 부대는 한동안 휴식을 취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족히 한두 달은 훈련도 가볍게 하며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다.
“한 달 안에 돌아오겠습니다.”
“알겠네. 상부엔 내가 보고하지. 지금 바로 떠날 텐가?”
“예.”
데미안의 대답에 리온하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집무실에서 데미안이 나오자.
“무슨 일이십니까?”
“외출하려고.”
“외출요?”
“좀 쉬셔야 하지 않습니까?”
디아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들보다는 덜하다곤 하나, 데미안 역시 제법 많은 상처를 입었다.
아무리 데미안의 체력이 좋다곤 해도, 이대로 나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에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디아날의 말처럼 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녀석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의 말에 디아날이 망설이는 듯하더니.
“예, 그럼 잘 다녀오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대장님.”
옆에 있던 제르카도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번 전투가 너희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네.”
변한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데미안은 부대원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막사를 떠났다.
“흐음…… 그때 형량이 끝난 녀석이…… 그 녀석이었지?”
―혹시 대장님이 있는 부대로 갈 수 있습니까?
덩치랑 다르게 쩔쩔매며 물어보던 녀석의 얼굴이 떠오른다.
‘뭘 하고 있으려나.’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이려나?
걸음을 옮기는 데미안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 * *
“으악!”
쾅!
거구의 남자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이내 테이블과 의자가 산산조각이 났다.
바닥에 떨어진 사내는 통증 때문인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신음을 흘렸다.
저벅.
그리고 그의 앞에 선 남자.
방금 쓰러진 거구의 남자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체구를 지니고 있었는데.
“에이씨, 그러니까 건드리지 말고 곱게 술이나 처먹으라니까.”
상당히 위협적인 인상으로 쓰러진 남자를 노려본 이가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바로 막스트리 부대의 1조장, 크리온이었다.
“뭐야, 더 하고 싶은 놈들 있어?”
크리온이 주변에 있는 녀석들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족히 100kg가 넘는 남자를 한 손으로 집어 던진 그의 괴력에 술집에 있던 이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크리온이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젠장, 짜증 나게.”
그날 이후, 최대한 사고를 안 치려고 하는데 계속해서 건드리는 놈들이 이렇게 있었다.
하지만 그때.
“뭐야, 사고 치지 말고 지내라고 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이러고 있는 거야?”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에 크리온이 다시금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어떤 새끼가 뒤지고 싶어서…… 어?”
저벅저벅.
순간 크리온은 말문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이었다.
이 사람이 왜…… 이곳에 있는 거지?
순간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크리온에게 다가오던 남자가 씩 하고 미소를 지었다.
“잘 지냈냐?”
“대장님!”
크리온이 소리쳤다.
그에 데미안은 바닥에 쓰러진 녀석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혀를 찼다.
“야야, 이러면 또 징계 먹겠는데? 또 막스트리로 가고 싶냐?”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건 그냥…… 이 녀석들이 시비를 걸어서.”
“개 버릇 못 고친다고. 안 되겠다, 너는 내가 데리고 가서 정신 수양 좀 시켜야겠어.”
데미안이 크리온에게 물었다.
“날 따라가고 싶다는 그 말, 아직도 유효하냐?”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진지한 데미안의 눈빛.
그에 크리온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지옥 끝까지라도 갑니다.”
일단 한 명.
크리온의 대답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