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09)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2화(112/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2)
데미안은 크리온과 함께 인근 도시인 알레크로 향했다.
데미안을 따라오던 크리온이 물었다.
“지금 가는 곳엔 누가 있습니까?”
“샌드런.”
데미안의 짧은 대답.
그에 크리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샌드런요? 그 마른 놈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막스트리 부대의 2조장 샌드런.
마른 체형에 칼을 상당히 잘 다루던 녀석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머리도 영리했고, 무엇보다도 훈련을 견뎌 내는 그 묵묵함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녀석이다.
데미안의 대답에 크리온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 녀석도 형벌이 끝났습니까? 꽤 길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너보다 1년 짧았어. 금광을 차지하는 순간 그 녀석도 끝난 거지.”
“아, 그렇습니까?”
크리온이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설마 녀석의 형량이 자신보다 짧았을 줄이야.
하지만 그때, 크리온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데미안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녀석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누구?”
데미안이 크리온을 보았다. 그에 크리온이 대답했다.
“3조장이요. 그 활 쏘는 녀석.”
“…….”
크리온의 말에 데미안이 순간 걸음을 멈췄다.
파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파울.”
사실 증원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이 3조장인 파울이었다.
하지만…….
‘녀석의 형벌이 끝나려면 앞으로 한 달.’
녀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디엘을 통해 찾으려고 하는 이들의 위치와 현재의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데미안이었다.
“파울은 아직 형벌 중이야. 하지만 곧 끝날 테니…… 이 일정이 다 끝날 때쯤 오겠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탄광 노역장.”
“예에?!”
크리온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탄광 노역장은 범죄자들 사이에서도 힘들기로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진해서 갈 경우 형량이 빨리 줄어들기에, 가끔 그곳으로 자진해서 가는 미친놈들이 있긴 하지만…….
“정상은 아닌 것 같았는데, 미친놈이었군요.”
크리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탄광 노역장이라면 사실상 막스트리와 거의 비등할 정도로 위험한 곳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크리온의 말에 데미안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녀석 나름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쳐서 나오면 안 되니까…….’
미리 손은 써 놔야겠지.
데미안은 크리온과 함께 2조장, 샌드런이 있는 알레크로 향했다.
* * *
도시 알레크.
크게 번화한 도시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수가 제법 많았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이런저런 많은 종류의 것들이 생성되며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었다.
저벅저벅.
감정 없는 걸음걸이.
허름한 옷에 눈을 가릴 정도로 길게 내려온 앞머리.
허리에 찬 검 한 자루를 제외하곤 특이점 따윈 찾아볼 수 없는 남자였다.
이윽고 남자는 알레크에 있던 한 검술 훈련장을 찾았다.
알레크 내에서 가장 유명하기도 했고, 훈련 교관이 기사단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제법 많은 사람들이 각자 훈련을 하고 있었다.
남자, 샌드런은 훈련장 안에 있던 교관을 보았다.
금발의 수염과 함께 힐끗힐끗 흰 수염이 있었으며, 한눈에 저 사람이 이곳의 교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의 훈련 교관 메튜른이오?”
샌드런은 다짜고짜 교관에게 다가가 이름을 물었다.
메튜른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
“누구시오?”
“그저 낭인이오. 한 수 배우고 싶은데 한번 겨루어 줄 수 있소?”
“……하?”
순간 메튜른이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끔 도장 깨기라는 형태로 대련을 요청하는 멍청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런 놈들을 다 받아 주다간 끝도 없이 몰려온다.
이어서 메튜른이 말했다.
“뭐 하는 놈인진 모르겠지만 여긴 그런 곳이 아니니 당장 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크게 혼이 날 테니까.”
“……내가 잘못 찾아온 것 같군.”
샌드런은 그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일개 낭인에게조차 겁을 먹는 곳이라면…… 그 위명이 잘못된 것일 터. 내가 잘못 찾아온 것 같소. 할 일들 하시오.”
샌드런은 다시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의 점잖은 반응 때문일까?
분위기는 마치, 교관이 겁을 먹고 발을 뺀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훈련소 안에 있던 훈련 생도들이 교관을 바라보았다.
정말 이대로 저 사람을 보낼 거냐고 물어보는 듯한 눈빛.
그런 생도들의 눈빛에 메튜른이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잠깐!”
“……?”
메튜른의 고함에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샌드런이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
메튜른이 샌드런에게 말했다.
“뭐 하는 자인가, 이름이 뭐지?”
“샌드런. 성은 없소. 그저 한 수 배우고 싶어서 찾아왔을 뿐이고.”
“죽을 수도 있는데 자신 있나?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일을 키워 놨으니 대충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대련용이 아닌 진검으로 하는 대련이라면 응해 주지.”
메튜른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진검이라면 정말로 대련 중에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
이 정도라면 오히려 녀석이 꼬리를 말고 도망칠 터.
‘그러면 내가 그만둔 것이 아닌, 녀석이 도망치게 된 것이지.’
메튜른이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상관없소. 날 죽이더라도 원망하지는 않을 테니 전력으로 다해 주면 좋겠소.”
“……뭐?”
메튜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녀석의 목소리엔 한 점 망설임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그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었다.
“건방진 놈이로군. 네놈 선택을 후회하게 해 주마. 올라와라!”
메튜른이 벽에 걸어 둔 자신의 검을 들고 대련장 위로 올라갔다.
순식간에 훈련 생도들은 대련장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그들 사이로 샌드런이 걸음을 옮기며 대련장으로 올라갔다.
스릉.
샌드런이 검을 뽑았다.
그와 함께 검을 살짝 들어 올려 메튜른에게 겨눈 샌드런.
이윽고 그는 막스트리 이후 지금까지 싸웠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후우.”
그동안 샌드런은 상당히 많은 이들과 진검승부를 펼쳐 왔다.
죽음을 담보로 싸웠고, 그곳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당히 큰 부상을 입었던 적도 있었지만, 샌드런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작하겠소.”
샌드런이 메튜른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파밧!
“흐압!”
메튜른이 샌드런에게 달려들었다.
상당히 빠른 스피드.
‘혼쭐을 내 주마……!’
단 일격에 샌드런을 끝장내 버리겠다는 듯, 메튜른이 검을 길게 뻗었다.
녀석의 팔과 어깨 사이를 찔러 힘줄을 끊어 버릴 생각이었다.
‘병신이 되더라도 후회하지 마라……!’
하지만 메튜른의 검이 샌드런의 몸에 닿으려는 그 순간.
스륵.
샌드런이 가볍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쑤악!
“……!”
순간적으로 메튜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자신의 공격이 빗나감과 동시에 녀석의 검이 머리 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샌드런의 검이 메튜른의 머리를 베려는 그 직전.
턱!
샌드런의 검이 메튜른 머리 바로 위에서 멈췄다.
메튜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전력으로 해 줬으면 좋겠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해 날 이기려고 애써 주시오.”
샌드런이 검을 거두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꿀꺽.
그 모습에 메튜른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방금 전, 녀석이 검을 그대로 휘둘렀더라면.
‘죽었다.’
변명조차 할 수 없는 완벽한 공격이었다.
그에 순간적으로 메튜른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샌드런이 그에게 말했다.
“그럼 다시 시작하겠소.”
그 말에 메튜른이 진지한 눈빛으로 샌드런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 *
챙! 쩌엉! 채챙!
싸움은 그야말로 박빙이었다.
비록 이런 소도시에서 검술을 가르치는 교관이긴 하나, 한때 기사단에 들어갔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메튜른이다.
물론 지금은 나이가 들어 그때보단 느려졌지만.
‘……웬 놈이지?’
샌드런과 검을 교환하고 있던 메튜른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녀석을 파악하기가 더욱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 자식…….’
검술의 형태도, 형식도.
그리고 검을 파지하는 방법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형태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근본이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길거리에서 배운 기술.
용병들 중에서나 간혹 다룰 법한 수준의 검술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것은.
‘피지컬이 뛰어난 것인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뛰어난 육체 능력을 가진 천재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몸을 보면 육체 능력이 좋은 유형도 아니었다.
캉!
대충 봐도 마른 체형.
근력도 그리 강해 보이진 않았는데.
스륵. 쩡!
교묘하게 자신의 검을 흘리며 막아 내고 있는 샌드런을 보며 메튜른이 미간을 찌푸렸다.
파밧!
이윽고 메튜른이 가볍게 몸을 좌우로 흔들며 녀석을 향해 달려갔다.
검을 휘두르는 순간, 페인트 모션으로 녀석의 시선을 분산시킬 생각이었다.
그리고.
“흐압!”
왼쪽으로 이동하던 메튜른이 기합을 내지르며, 오른쪽으로 몸을 숙이며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메튜른의 검이 샌드런의 다리를 향해 쇄도했다.
깡!
하지만 샌드런이 또다시 그의 검을 튕겨 내고는 앞으로 성큼 다가오며 그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핏!
“……!”
아슬아슬한 타이밍.
일자로 뻗어 오는 검에 메튜른은 급히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공격을 피해 냈다.
‘이런……!’
조금만 늦었더라면 얼굴에 큰 상처가 날 뻔했다.
메튜른은 뒤로 물러난 채 볼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 냈다.
“이름이 뭐지? 어디서 검을 배웠나.”
“샌드런. 검을 배운 적은 없소.”
“…….”
예상대로다.
그저 경험으로 인한 본능적인 움직임.
그의 말에 메튜른이 입을 꾹 다물었다.
뭔가…… 조금만 다듬으면 훨씬 더 강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메튜른이 그에게 물었다.
“혹시 내 밑에서 검을 배워 볼 생각 없나? 자네라면 1~2년 정도 배우면 기사단 테스트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사단이라.”
샌드런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내.
피식.
“……?”
싸우는 내내 무표정이었던 샌드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지만 좋아서 웃은 것은 아니었다.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죽을 날만 기다리는 범죄자였던 자신이다.
그런데 기사라니.
샌드런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
하지만 샌드런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
“미안한데 그 녀석은 내가 데리고 가야 해.”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에 샌드런이 고개를 돌려 그곳을 보았다.
그리고.
“……!”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를 보며 샌드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