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1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3화(113/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3)
“어, 어떻게…….”
샌드런은 지금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옆에 서 있는 익숙한 얼굴.
“크리온?”
샌드런의 표정이 순간 찌푸려졌다.
샌드런이 데미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 돼지는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뭐라고?”
크리온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에 데미안이 피식 웃으며 샌드런에게 말했다.
“우선 앞에 있는 상대에게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싸움은 끝나지 않았는데.”
“……예.”
샌드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 대련 중이지 않은가.
잠깐 싸움이 멈춘 사이 메튜른은 호흡을 고르며 샌드런을 바라보았다.
샌드런은 그를 보며 살짝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미안하오, 너무 반가운 얼굴이 나타나서.”
그러고는 샌드런이 그에게 말했다.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지금부턴 나도 최선을 다해 싸우겠소.”
샌드런은 메튜른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지난 6개월.
많은 상대와 싸우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했던 것은 오로지 데미안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이제는 마지막 대련 상대가 되어 버린 메튜른.
샌드런이 어깨높이로 들어 올리며 검 끝을 그에게 겨누었다.
“고맙소, 내 마지막 대련 상대가 되어 주어서. 지금부턴 내가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을 쏟아부을 테니…… 잘 버텨 보시오.”
“……버텨 보라고?”
순간 메튜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치 자신을 아래로 놓고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어 메튜른이 검을 들었다.
“갑자기 무슨 시건방인진 모르겠지만…… 어디 한번 해볼 테면 해보거라.”
메튜른 역시 진지한 눈빛으로 샌드런을 바라보았다.
“그럼…….”
푸앗!
샌드런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순간적으로 바뀐 기세에 메튜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쿵!
강한 발 구름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힌 샌드런.
이윽고 그의 검이 벼락처럼 메튜른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채앵! 채챙! 쩌엉! 쾅!
눈 깜짝할 사이 터진 연격.
엄청난 스피드와 힘에 메튜른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그의 검을 막아 내고 있었다.
‘이, 이 무슨……!’
마치 사람이 바뀐 것만 같은 엄청난 공격이었다.
마치 지금까지는 웅크린 곰처럼 공방을 주고받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고삐가 풀려 버린 짐승을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흐아압!”
콰앙!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일반적인 공격.
하지만 검을 막는 순간.
“크악!”
메튜른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공격을 막는 순간 손목이 부러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고.
주르륵.
검을 쥐고 있던 손바닥이 찢어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크윽!”
메튜른이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아니 몸을 일으키려는 그 순간.
쒜에에에에에에엑!
“으아악!”
눈앞으로 뻗어 오는 한 자루의 검.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쇄도하는 듯 강렬한 기세에 메튜른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우뚝!
그리고 뻗었던 샌드런의 검이 메튜른의 눈앞에서 멈추었다.
완벽한 승리.
압도적인 힘으로 메튜른을 누른 샌드런은 천천히 숨을 토하며 검을 거두었다.
“……후우.”
검집에 검을 집어넣은 샌드런은 여전히 굳어 있는 메튜른을 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좋은 경험이었소.”
짧은 인사를 남긴 샌드런은 대련장을 내려와 데미안에게로 걸어갔다.
그의 모습에 데미안은 조금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이렇게 많이 바뀐 거야?”
“뭐가 말씀이십니까?”
“말투부터 분위기까지 전부 다 바뀌었는데. 원래 이렇게 진중한 분위기가 아니었잖아.”
“하하, 그렇습니까?”
샌드런이 웃음을 터트렸다.
조금 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조금은 밝아진 듯한 그의 모습이었지만.
“흐음…… 변했어, 완전히 변했네. 이 또라이 자식. 왜 어울리지도 않는 폼을 잡고 있는 거야? 엉?”
크리온의 말에 웃던 샌드런이 인상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개처럼 처맞고 싶은 것이 아니라며 입 다물고 있는 게 좋을 거야, 빡빡이.”
“뭐라고?”
“해볼 테냐?”
만나자마자 으르렁거리는 두 녀석의 모습에 데미안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만하고 가자, 오랜만에 만났는데 맥주나 한잔해야지. 그동안 뭐 하고 지냈는지 얘기도 듣고.”
생각보다 빨리 두 녀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자 데미안의 말에 샌드런이 말했다.
“그런데 데미안 님.”
“왜?”
“혹시 막스트리에 있었던 녀석들을 찾고 있는 겁니까?”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바로 그것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전부는 아니지만.”
마음 같아선 막스트리에 있던 녀석들을 모두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지금 카이온 부대의 수준을 생각하면 녀석들에겐 무리다.’
오히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간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발페이트를 떠나면서 생각했던 건, 이 두 녀석을 비롯한 3조장 파울과 궁수 부대가 전부였다.
데미안의 말에 샌드런이 물었다.
“그럼…… 혹시 다른 녀석들도 한번 봐 주실 수 있습니까?”
“다른 누구?”
데미안의 물음에 샌드런은 얼마 전 이켄나라는 도시에서 보았던 녀석들을 떠올렸다.
“이켄나에서 막스트리에 있던 놈들을 만났었는데…… 모두 데미안 님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습니다. 가능하다면 녀석들에게도 기회를 한 번 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흐음…… 그래?”
이켄나라.
다행히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거기로 가 보자고.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그러곤 데미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가기 전에 맥주 한 잔은 괜찮잖아?”
“물론입니다.”
그 말에 샌드런이 미소를 지었고.
“흐흐흐, 데미안 님이 사시는 겁니까?”
“그래.”
“그럼 배 터지게 먹겠습니다, 으하하.”
크리온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 모습에 샌드런이 작게 혀를 찼지만.
“웃어, 웃으라고.”
데미안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 * *
제국의 로즈나이트 기사단.
기사단의 절반을 전멸시킨 카이온 부대의 위명은 바로크 왕국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야말로 군에 입대한 이들이라면 카이온 부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그 때문인지 카이온 부대가 삼백 명으로 증원한다는 소식에 엄청나게 많은 지원자들이 몰렸다.
“……이천 명이라고?”
“그 많은 사람들을 전부 다 테스트 봐야 하는 거야?”
더군다나 교관으로 리온하르크가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지원자들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아마도 바로크 왕국의 역사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인원이 지원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 놀라고 있는 디아날과 카일을 보며 테르카가 말했다.
“다른 기사단과 달리 신분에 대한 조건이 없지 않습니까. 그냥 실력만 되면 무조건 합격이라고 해서 지원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테르카의 말에 디아날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평민도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는 데다가 유명세는 기사단을 넘어서고 있으니 당연한 현상일 터.
부대에 도착한 지원자들을 보던 제르카가 말했다.
“게다가 다른 부대에서 통째로 넘어오는 녀석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략 다섯, 여섯 명 정도 뭉쳐 있는 집단도 두어 개 정도 보이는 듯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원자가 너무 많아 순차적으로 나누어 테스트를 본다는 것이었다.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인원을 테스트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때 분대장 중 한 명인 호멘슨이 디아날에게 다가왔다.
“부부대장님, 교관님께서 테스트 보는 시험생들의 안내를 도우라 하셨습니다.”
“첫 번째 테스트가 뭐야?”
“첫 번째 테스트가…… 체력 시험입니다. 군장을 메고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테스트군요.”
“……꼭대기까지?”
“예.”
호멘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군장으로 산의 꼭대기를 찍고 내려오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카이온 부대원들이 하는 필수 훈련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카일이 물었다.
“설마, 제한 시간이 1시간인 건 아니겠지?”
“맞아.”
“오우, 쒯!”
그 말에 카일이 경기를 일으키듯 말했다.
테르카도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우리도 상당히 힘든데 말입니다.”
벌써부터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런 반응에 호멘슨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뭐…… 오늘은 우리가 하는 것도 아니잖아. 오늘은 즐기자고, 저 녀석들이 괴로워하는 걸 보면서 말이야.”
뭔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호멘슨을 보며 다들 입꼬리를 씰룩였다.
“뭔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흐흐흐, 내려올 때 저 녀석들 얼굴이 어떤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
카일의 말에 디아날이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리며 말했다.
“자, 그럼 시험생들 안내하러 가자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디아날의 말에 모두가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시험생들의 테스트 안내를 시작했다.
* * *
이켄나.
바로크 왕국의 서쪽에 위치한 도시로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주로 용병들이 많이 머무르는 곳이기에, 제법 특이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싸워라! 화끈하게 싸우라고!”
“야야! 뒤로 도망치지 말고 주먹을 날려! 어우 씨! 주먹을…… 아오!”
어두컴컴한 술집 안.
특이하게도 술집 중앙에는 사각의 링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두 사람이 피 튀기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흐아압!”
오른쪽 얼굴이 완전히 부어오른 채 발악하듯 주먹을 휘두르는 한 남자.
그의 앞에는 양팔을 들어 얼굴을 방어하며 웅크린 남자가 있었다.
휙!
방어하던 남자가 가볍게 허리를 비틀어 그의 공격을 피해 냈다.
제법 큰 동작으로 날아오던 주먹이 그대로 허공을 가르자.
퍼퍽!
순식간에 남자가 상대의 안면에 원투를 꽂아 넣었다.
“큭!”
거의 동시에 터지는 두 번의 주먹질.
안면을 공격당한 남자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바로 그때.
“지금이야, 테슬! 끝내 버리라고!”
방금 원투를 가격한 녀석의 이름이 테슬인 모양이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일행의 목소리에 테슬이 두 눈을 번뜩이며 비틀거리는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제 쓰러져라.”
짧게 중얼거리듯 말한 테슬이 남자의 오른쪽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일명 리버샷.
간이 있는 곳을 맞게 되면 순간적으로 호흡이 멈추며 엄청난 데미지가 들어가게 된다.
퍼억!
이어서 그는 숙련된 복서처럼 상대의 복부에 주먹을 휘둘렀다.
“크악!”
공격이 상당히 크게 들어갔는지, 복부를 맞은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에 뒤쪽에 있던 몇몇 무리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크게 소리쳤다.
“노먼, 버티라고!”
“버텨, 노먼! 뒤로 빠져!”
노먼이라 불린 이는 하얗게 질린 듯한 안색으로 뒤로 물러섰다.
숨이 턱턱 막히고 당장 죽을 것 같았지만.
‘내가 그 지옥에서 어떻게 버텼는데……!’
어금니를 꽉 깨물며 허리를 세웠다.
하지만 그 순간.
“기다렸다.”
쑤아아아아아악!“
노먼이 허리를 펴는 순간, 테슬은 기다렸다는 듯 오른 주먹을 노먼의 안면을 향해 날렸다.
이번 한 방으로.
‘끝이다.’
테슬은 확실한 승리를 장담했다. 하지만 그때.
붕!
“……!”
갑자기 노먼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갑작스레 사라진 노먼의 모습에 테슬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덥석!
아래로 허리를 숙인 노먼이 테슬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으아아아아아아!”
엄청난 기합과 함께 그대로 테슬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에 당황한 테슬이 노먼의 어깨를 누르며 힘을 썼지만,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하더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콰앙!
노먼이 테슬을 들어 올리며 그대로 녀석을 바닥에 메쳐 버렸기 때문이다.
“그, 그만!”
한 방에 테슬이 기절하자 심판이 급히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며 소리쳤다.
“승자, 노먼!”
“우아아아아아!”
“노먼이 이겼어! 으아아아아!”
순간 술집에 희비가 교차했다.
돈을 걸고 보던 녀석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때, 낯선 얼굴이 술집으로 들어오더니 링 위에 있는 노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군요.”
“재미있는 짓을 하고 있네, 저 녀석들?”
거기에다 링 바깥에 있는 녀석들까지.
그들을 보며 데미안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