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11)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4화(114/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4)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오른쪽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어 있었고, 터진 입술에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막스트리 부대의 1조원이었던 노먼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조장이었던 크리온이 말했다.
“임마, 천천히 마셔. 누가 뺏어 먹냐?”
“크으…… 너무 신기해서 그럽니다, 신기해서. 이거 정말 꿈 아니죠?”
노먼은 앞에 있는 데미안을 비롯한 크리온을 바라보았다.
그리운 얼굴들을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데미안이 샌드런을 보며 말했다.
“샌드런이 너희가 여기 있다는 말을 해 줘서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이 너희 주 무대냐?”
데미안이 술집 안을 스윽 둘러보며 말했다.
상당히 들뜬 분위기.
조금 전 노먼이 싸웠던 경기장엔 또 다른 사내들이 올라가 또다시 치고받는 시합을 하고 있었다.
노먼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 뭐라고 해야 할까요. 나름 실전 감각 유지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것밖에 생각이 안 나서요.”
“실전 감각은 왜?”
“나중에 데미안 님 부대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요.”
“흐음, 쉽지 않을 텐데.”
사실 막스트리에선 조장급들을 제외하곤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만큼 카이온 부대가 하는 훈련은 엄청나며 힘들기로 유명하니까.
그런 훈련을 버티고 있기에 더욱 강해지는 것이었고.
하지만 막스트리는 다르다.
그저 어쩔 수 없이 녀석들을 데리고 최소한의 훈련을 거치며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의 입장에선 주어진 환경에 그저 최선을 다한 것일 뿐, 그들의 능력이 좋다고 말할 순 없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고.”
데미안은 술집의 데스크로 걸어가더니 종이와 펜을 가지고 왔다.
그러곤 무언가 빠르게 써 내려가더니, 이내 옆에 있던 샌드런에게 주었다.
“너희도 같이 가라.”
“……이게 뭡니까?”
“추천서.”
“이게요?!”
크리온이 화들짝 놀라며 데미안이 쓴 종이를 바라보았다.
대충 아무 종이에 휘갈긴 것만 같은 내용에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가 적혀 있었다.
“리온……하르크?”
“그래, 발페이트의 카이온 부대를 찾아가서 리온하르크 교관님에게 이 추천서를 전달해라.”
“그럼 저희도 데미안 님의 부대에 들어갈 수 있는 겁니까?”
노먼이 눈을 반짝였다.
그 옆에 있던 다른 녀석들도 잔뜩 기대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아니, 그냥 테스트.”
“테스트……요?”
“그래, 다른 거 다 필요 없이 리온하르크 교관님이 시키는 훈련을 버틴다면 내 직권으로 너희를 받아 주겠다.”
데미안의 말에 자리에 있던 녀석들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크리온은 이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데미안 님. 저랑 이 녀석은 합격된 거 아니었습니까?”
“누가 합격이래, 가서 테스트해 보고 결정할 생각이었지.”
“아…… 그랬습니까?”
크리온이 조금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샌드런이 그를 보며 혀를 찼다.
“그냥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 빡빡이 새끼야.”
“이 자식이! 너 나랑 저 시합장에 한번 올라가 볼래?”
“칼을 써도 된다면.”
“칼 없이는 힘도 못 쓰는 쭉정이 같은 자식이!”
또다시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데미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흰 상처가 좀 나으면 곧바로 출발해. 그리고…… 둘은 그만 싸우고. 나 없으면 가다가 한 명 죽겠는데?”
“죽더라도 이 녀석이 죽을 겁니다.”
“제 검엔 눈이 없지요.”
크리온과 샌드런의 기세 싸움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두 사람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다들 반갑다.”
데미안은 맥주잔을 들며 오랜만에 만난 부하들과 건배를 나누었다.
* * *
싸늘한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이었다.
해가 완전히 지기까지 혹사당하며 일을 한 사람들은 죽은 듯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좁은 방구석.
“후욱, 후욱……!”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을 이용하여 팔 굽혀 펴기를 하고 있던 파울은 이내 두 다리를 들어 올렸다.
“으음……!”
기억처럼 꺾인 몸이 천천히 펴지기 시작하며 온전한 일자로 물구나무서기를 완성했다.
손가락 끝은 피가 몰려 시뻘겋게 변했고, 부르르 떨렸지만 파울은 최대한 침착하게 버티며 호흡을 유지했다.
이윽고 그가 있던 자리에 땀이 흥건하게 고일 정도가 되었을 때.
툭.
두 다리를 땅에 붙인 파울이 고개를 들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우…….”
이곳에 온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살인적인 일과.
혹독한 채찍질이 항상인 이곳이었지만, 파울은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이제 보름 남았나…….’
보름 뒤면 이 지긋지긋한 곳과도 작별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꼬리표를 달고 있던 범죄자의 신분도 사라지게 된다.
물론 형량이 끝났다고 해서 그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수가 있었다.
다만.
“……나 같은 녀석이 그분에게 가도 되는 건가.”
최근 그분에 대한 소식을 우연찮게 들었다.
바로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로즈나이트 기사단과의 승부에서 이겼다는 이야기였다.
얼마나 유명한지 간수들은 물론 징역을 하고 있는 범죄자들까지 모두가 그 얘기를 하고 있었다.
카이온 부대.
사실상 모든 기사단을 포함한다고 해도 바로크 왕국 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명해진 부대다.
특히나 그 부대를 이끄는 대장에 대해선 여러 가지 소문이 돌고 있었다.
알고 보니 오러를 다룰 수 있었다는 둥, 어느 유명한 귀족 가문의 자재라는 둥 말이다.
하지만 그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 그저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파울은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너무나 높이 올라가 버린 그분에게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되었다.
“조금만 더 할까.”
노역을 끝내고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4~5시간.
파울은 그 시간마저 절반 정도 쪼개 매일같이 훈련을 했다.
혹시라도 왔을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하지만 다음 날, 파울은 생각지도 못한 손님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 *
“……여긴가.”
탄광 노역장.
이켄나에서 탄광 노역장이 있는 곳까진 말을 타고도 일주일이나 와야 할 정도로 제법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동남부 지역에 있었기에, 발페이트까지와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오랜만에 보겠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미안은 반드시 이곳에 와야만 했다.
녀석이 바로 이곳에 있으니까 말이다.
“잠깐, 신분을 밝혀라.”
탄광 노역장의 입구로 가자,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이 데미안에게 으름장을 놓듯 말했다.
데미안은 가지고 있던 신분패를 꺼냈다.
“카이온 부대장, 데미안 상사다.”
“카, 카이온 부대?!”
“카이온 부대장님이라고요?”
순간 경비병들의 눈이 휘둥그렇게 변했다.
그들도 최근 왕국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소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책임자를 만나러 왔다.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경비병 중 한 명이 크게 대답하며 데미안을 노역장 안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깡! 깡! 깡! 깡! 깡!
노역장 안으로 들어오자 여기저기에서 곡괭이를 휘두르며 벽과 바닥을 파고 있는 죄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꾀부리지 말고 열심히 움직여라! 저녁까지 일을 끝내지 못하면 식사 배급은 없을 줄 알아라!”
쫘악!
“끄악!”
간수들의 성난 고함 소리.
채찍질에 맞고 비명을 지르는 죄수들.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 데미안은 안내하던 경비병과 함께 한 막사에 도착했다.
“지클리 님. 카이온 부대의 데미안 상사가 찾아왔습니다.”
“……카이온 부대?”
막사 안에서 뭔가 놀란 듯한 목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살짝 휘어진 콧수염과 다부진 체격을 지닌 중년의 남자.
지클리가 경비병을 바라보았다.
“카이온 부대의 데미안 상사라고? 카이온 부대장 말인가?”
“이분입니다.”
안내해 준 경비병이 옆으로 나오자, 지클리는 데미안을 보았다.
“자네가 카이온 부대장이라고?”
“데미안 상사입니다. 계급이 어떻게 됩니까?”
“……나 역시 상사요.”
“그렇군요, 지클리 상사. 다른 게 아니라 이 노역장에 파울이라는 이름의 죄수가 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만날 수 있습니까?”
“파울?”
지클리가 두 눈을 껌뻑이며 경비병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경비병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다급하게 말했다.
“아, 있습니다. 그 음침한 녀석이요. 지클리 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면, 아니 얼굴에 화상 입은 녀석이요.”
“아아아!”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지클리가 탄성을 터트렸다.
워낙 많은 죄수들이 있었기에 대부분의 죄수들은 모르지만, 녀석은 워낙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곧 형량이 끝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자는 왜 찾는 거요?”
“데리고 가려고 왔습니다.”
“데리고 간다니…… 그게 무슨…….”
순간 지클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카이온 부대라곤 하나 이 노역장의 모든 권한은 자신에게 있었다.
그런데 연락도 없이 다짜고짜 와서는 이런 말을 하다니.
지클리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데미안은 가지고 있던 서류 한 장을 꺼냈다.
“군단장님 직속 부대 증원을 위한 일입니다. 협조 좀 부탁드리죠.”
“……파울을 데리고 와라.”
데미안의 말에 지클리가 경비병을 보며 말했다.
살짝 일그러진 표정은 그의 기분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군단장님 사인이 된 서류를 들이대는데 어찌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아닌 죄수 한 명 때문에 괜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경비병이 떠나고.
“……흐음.”
데미안은 막사 앞에서 팔짱을 낀 채 파울을 기다렸다.
지클리가 막사 안으로 들어갈 것을 권했지만.
“괜찮습니다, 그냥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데미안이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어차피 이곳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에.
‘음침한 놈이라.’
하긴 이곳에서 봤을 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터.
데미안은 곧 만날 녀석을 기다리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금도 실력이 여전하려나…….’
어쩌면 그동안 활을 쏘지 않았기에 실력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파울은 과거의 삶과 이번 삶을 통틀어 만난 녀석 중 가장 활에 재능이 있는 녀석이었으니까.
‘뛰어난 궁수 부대가 필요하다.’
로즈나이트 기사단과 싸우면서 궁수 부대의 부재를 절실히 느끼지 않았던가.
제대로 된 궁수 부대가 갖춰져 있었더라면 피해를 더욱 최소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데리고 왔습니다.”
파울을 데리러 갔던 경비병이 돌아왔을 때, 그의 뒤로 무표정한 사내 한 명이 따라왔다.
여전히 앞머리로 왼쪽 얼굴을 가리고 있는 녀석.
파울이었다.
그를 본 데미안이 가볍게 손을 들었다.
“오랜만이야.”
“……데미안 님?”
상당히 놀란 표정.
데미안을 본 파울의 눈동자가 크게 떨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말문이 막혀 질문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파울을 보며 데미안이 말했다.
“데리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