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12)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5화(115/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5)
“……아.”
데미안을 본 파울은 그저 작게 탄식을 터트렸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파울을 보며 데미안이 말했다.
“오랜만이야. 여긴 노역장이라고 하던데, 몸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낡은 옷 안으로 힐끗 보이는 갈라진 근육. 볼살은 들어갔고, 눈매는 더욱 날카로워진 것 같았다.
데미안의 너스레에 파울이 물었다.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뭘 어떻게 와, 널 보러 온 거지.”
씨익 미소를 지은 데미안이 옆에 있던 지클리를 보며 말했다.
“이 녀석, 데리고 가도 되지요?”
“……그러시오. 그런데 이후 벌어지는 모든 책임은 데미안 상사, 당신이 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그러죠.”
짧은 대답과 함께 데미안이 파울을 보며 말했다.
“짐 싸, 여기서 나갈 테니까.”
“……예?”
이렇게 쉽게?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안다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노역 중인 죄수를 이렇게 쉽게 빼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지클리 역시 파울을 보곤 인상을 찌푸리며 턱짓을 했다.
빨리 꺼지라는 듯 말이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윽고 자신의 거처로 향했던 파울은 아주 간략한 짐을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사실상 거의 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
이어서 데미안은 파울과 함께 탄광 노역장을 빠져나왔다.
데미안을 따라오던 파울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데미안 님,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말했잖아, 데리러 왔다고.”
“그러니까 데리러 왔다는 것이…… 혹시 그 부대로 데리고 간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데미안이 짧게 말했다. 그에 파울이 말했다.
“아직 형벌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보름은 더 있어야 하는데…….”
“응, 알아. 지금도 형벌 중이니까 자숙하고 있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내 파울의 입가에 아주 작은 미소가 걸렸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물었다.
“왜 웃어?”
“아닙니다, 그냥…… 그냥 대장님을 다시 만난 것이 너무 신기해서요.”
그저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막스트리에서 있었던 몇 개월이 꿈만 같았고, 또다시 데미안과 함께 나란히 설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그런데 데미안이 이렇게 직접 찾아왔으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소 짓는 파울을 보며 데미안이 물었다.
“혹시 계속 연락하고 있는 녀석들이 있나?”
“막스트리의 궁수 부대원들 중에 말씀이십니까?”
“그래.”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울이 압도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었지만, 궁수 부대원들 중에서도 제법 쓸 만한 녀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울은 머리를 긁적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이들과 연락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아, 혹시 렉스를 기억하십니까?”
“렉스?”
데미안이 물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키 작은 녀석.”
“예, 맞습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녀석과 마지막으로 연락을 했었습니다.”
렉스라면 파울의 궁수 부대원 중 한 명인데, 상당히 뛰어난 활 솜씨를 지니고 있었다.
아니, 활 솜씨뿐만 아니라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날렵함이 인상적이었던 녀석이었다.
데미안이 말했다.
“그 녀석에게도 서신을 보내. 발페이트로 오라고.”
“부대가 발페이트에 있습니까?”
“그래.”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파울이 조금 망설이는 듯하다가 물었다.
“혹시 저만 찾아오셨습니까?”
“아니, 네가 제일 마지막이야.”
데미안이 파울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그 말에 파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다른 녀석들은…….”
“전부 발페이트로 보냈지.”
“모두 부대원이 된 겁니까?”
연달아 이어지는 파울의 말에 데미안이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궁금한 것도 많네. 가 보면 알게 될 거야. 녀석들이 함께할 수 있을지…… 아니면 아닐지.”
그리고 데미안이 파울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고.”
데미안의 미소에 파울은 침을 꿀꺽 삼킬 뿐이었다.
* * *
발페이트의 카이온 부대.
그곳에 도착한 크리온은 북적거리는 부대 안을 보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히…… 여기가 맞는데.”
“그런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그리고…… 저놈들은 왜 저래?”
침을 질질 흘리면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보며 샌드런이 미간을 찌푸렸다.
커다란 군장이 바닥에 뒹굴었고, 그 옆으로 군장처럼 쓰러져 굴러다니는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부대 안쪽에서 누군가 크리온 일행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뭔가 딱 봐도 다른 녀석들과는 포스가 달랐다.
“너희도 시험생인가?”
“저, 저희는 데미안 대장님이 이곳으로 가라고 해서 왔습니다.”
“……부대장님이?”
데미안의 이름에 그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최근 외출이 이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카이온 부대원은 이내 크리온을 비롯한 그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데…….
“잠깐 기다려라.”
그는 안으로 들어가 분대장인 테르카에게 이 내용을 보고했다.
이내 테르카가 입구로 나오며 그들을 맞이했다.
“데미안 부대장님께서 보냈다고?”
“예, 이 서신을 들고 리온하르크 교관님을 찾아가라고 했습니다.”
테르카는 크리온이 내민 서신을 보았다.
데미안 님의 필체까지는 모르지만, 마지막에 휘갈긴 이 사인.
데미안 님 사인이 맞다.
테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라.”
테르카는 그들을 데리고 리온하르크 교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왕국에 영광을!”
리온하르크에게 경례를 한 테르카는 따라온 이들을 리온하르크에게 소개했다.
“데미안 부대장님이 보낸 자들입니다. 그리고 여기…… 부대장님의 서신입니다.”
“데미안 상사가 보낸 자들이라고?”
리온하르크는 테르카가 데리고 온 자들을 보았다.
전부 여섯 명이었는데, 두 녀석을 제외하고는…….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이윽고 서신을 모두 읽어 내려간 리온하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물었다.
“이 서신이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나?”
“모릅니다.”
샌드런이 짧게 대답했다. 그에 리온하르크가 대답했다.
“너희들을 테스트해 보라는 서찰이다. 각오는 되어 있나?”
“어떤 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죽어도 버텨 내겠습니다!”
샌드런과 크리온이 대답했다.
리온하르크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그 열정, 변치 말길 바라네.”
그리고 그날을 시작으로, 그들의 곡소리가 훈련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데미안이 다시 부대로 복귀한 것은 떠난 지 한 달이 조금 지나서였다.
예정보다는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외출할 때 목표로 했던 것들은 충분히 이룬 것 같았다.
그런데…….
“……뭐야, 분위기 왜 이래?”
고작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뿐이었다.
그런데 부대 내 분위기는 상당히 많이 변해 있는 상태였다.
우선은.
“워어, 꽤 많이 뽑았는데?”
데미안은 연병장에 모여 있는 녀석들을 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전체 인원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제법 많은 인원들이 추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오셨습니까, 부대장님!”
“오셨습니까!”
데미안이 막사 안으로 들어가자, 경계를 서고 있던 부대원이 크게 소리쳤다.
이윽고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누군가가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디아날이었다.
“부대장님!”
“고생했다. 지원자가 꽤 많았다면서?”
데미안은 디아날을 보자마자 한 달 동안 있었던 노고를 격려했다.
예전 테스트 때도 그랬지만, 시험을 치르러 온 이들을 통솔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데미안의 말에 디아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인 걸요. 그런데…… 누구입니까?”
디아날은 데미안의 뒤에 있던 파울을 보며 물었다.
그에 데미안이 파울에게 디아날을 소개했다.
“카이온 부대 부부대장이다. 네가 부대에 들어오게 된다면 네 상관이 될 사람이지.”
“파울입니다. 데미안 님께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딱히 얘기한 적은 없었지만, 파울의 말에 디아날이 미소를 지었다.
“반갑습니다.”
디아날은 파울에게 가볍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했다.
이윽고 데미안이 디아날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그럼 볼일 보고 들어갈 테니 들어가 있어. 그때 현 상황에 대한 보고도 받을테 니까.”
“알겠습니다.”
디아날의 대답을 뒤로한 채 데미안은 파울과 함께 리온하르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 왔는가!”
데미안을 본 리온하르크가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데미안이 없는 사이 제법 많이 시달린 듯, 평소에 없던 다크서클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에 데미안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바쁜 시기에 저만…….”
“후우…… 아닐세. 자네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뭐 어쩌겠는가.”
젠장, 저 말이 더 죄책감을 들게 한다.
데미안이 멋쩍은 듯 미소를 짓자 리온하르크가 뒤에 있던 파울을 보았다.
“자네가 데리고 온 사람인가?”
“예, 지난번에 보낸 녀석들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들 어떻습니까?”
데미안이 직접적으로 물었다.
모두 의지가 있는 녀석들이긴 하지만, 리온하르크의 훈련은 의지만으로 버텨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본이 없다면 시도조차 못 하는 것이 리온하르크의 훈련이다.
그 엄격하게 뽑힌 카이온 부대원들조차 매일같이 죽는소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데미안의 표정에 긴장이 살짝 어려 있었다. 그에 리온하르크가 말했다.
“흐음…… 나도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말일세.”
“말씀하시지요.”
“이런 녀석들을 어디서 구했나?”
“그게 무슨…….”
이런 녀석들이라는 말이 참으로 오묘했다.
칭찬인지, 욕인지 말이다.
하지만 리온하르크가 이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평소 그답지 않게 제법 큰 미소였다.
“따라오게, 직접 보면 알 걸세.”
리온하르크는 데미안을 데리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아아!”
쾅!
강하게 맞부딪치는 방패와 방패.
훈련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들려오는 고함과 굉음에 데미안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방패와 검을 들고 미친 듯이 싸우고 있는 크리온의 모습이 보였다.
데미안이 말했다.
“상대가 괜찮군요.”
“맨투맨 마크로 제대로 키우고 있네. 아주 물건이야.”
크리온과 대련을 하고 있는 이는 카일이었다.
두 녀석 모두 힘이 장사인 녀석이다.
하지만 크리온과 달리 카일은 힘과 더불어 상당한 경험과 기술을 가졌다는 것이 다른 점이랄까?
그러다 보니 당연히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흐흐흐, 더 강하게 덤벼 봐라!”
“흐아아아압!”
카일의 외침에 크리온이 검을 들며 강하게 휘둘렀다.
방패마저 부술 기세로 휘둘렀지만.
쩡!
카일은 방패로 녀석의 검을 가볍게 튕겨 내고는 크리온의 발을 살짝 걸었다.
휘청!
순간 몸을 크게 휘청이는 크리온.
하지만 이내 허리를 비틀며 뒤쪽으로 껑충 뛰어 카일과 거리를 벌려 냈다.
“……하?”
생각보다 날렵한 몸놀림에 카일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보다 훨씬 나아진 녀석의 모습에 조금은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그때.
“부대장님 오셨습니다!”
한 부대원이 훈련장 안으로 들어온 데미안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대련장 위에 있던 카일이 데미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부대장님!”
“고생한다.”
이윽고 데미안이 카일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떤 것 같아?”
“이 녀석들요?”
카일이 훈련을 받고 있는 크리온을 보았다. 그리고.
씨익.
“쓸 만합니다.”
그 말에 데미안의 입가에 작은 호선이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