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13)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6화(116/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6)
짧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녀석들이 이곳에서 보여 준 노력은 헛되지 않은 듯했다.
“잘 따라오고 있네. 솔직히 생각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크고 있어.”
물론 그 아래에는 애초에 가지고 있던 것이 별로 ‘없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지만.
어쨌든 리온하르크 교관은 물론 부대원들 모두에게 ‘낙하산’이라는 이미지는 없는 듯했다.
그리고 뒤늦게 참여한 파울 역시 카이온 부대의 기초 훈련에 참여했다.
“허억……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파울.
그는 이미 바닥에 쓰러진 예전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말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강한 강도의 체력 훈련이었다.
“어때, 할 만해?”
“저 녀석들…… 매일…… 허억…… 허억…… 이런 훈련을 하고 있던 겁니까?”
“매일은 아니야. 이 정도의 체력 훈련은 일주일에 세 번 정도만 한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데미안의 말에 파울은 벌써부터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듯했다.
“부대장님, 물 좀 드시면서 하시죠.”
파울은 데미안의 옆으로 다가온 디아날을 보았다.
카이온 부대의 부부대장.
그는 호흡이 약간 가파른 것을 제외하곤 크게 힘들어 보이진 않았다.
스윽.
그리고 다른 부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괴물들만 있는 건가.’
자신도 체력으로는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노역장에서도 근지구력 훈련을 쉬지 않고 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들부들.
가만히 있어도 떨려 오는 손을 보며 파울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감상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삐이이이이!
리온하르크 교관의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자, 쓰러져 있던 부대원들이 좀비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특히 데미안이 데리고 온 노먼 패거리는 체력 훈련을 할 때마다 창백해질 정도로 안색이 좋지 않았다.
“우엑!”
게다가 다음 훈련을 위해 자진해서 구토까지 해 버린 녀석들도 있었다.
“후우…… 오늘도 잘 버텨 보자고.”
스스로에게 하는 말.
다짐하듯 중얼거리며 정렬하러 가는 그를 보며 파울도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내가 원했던 일이잖아.’
그것도 상당히.
파울은 돌아서는 데미안을 바라보며 이내 부대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대단한 녀석들이군요. 애초에 시작점도 많이 다른데.”
“그래도 그 지옥에서 버텨 낸 녀석들이야. 너희들 눈엔 기본이 없어 보일 순 있지만, 그 이상의 독기를 가지고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디아날은 순순히 인정했다.
실제로 첫 체력 훈련.
군장을 메고 산을 오르는 테스트에 녀석들은 기존 시험자들의 평균 시간보다 훨씬 오버가 되었다.
아니, 사실상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을 체크하기 위해 함께 산을 올랐던 디아날은 보았다.
다리가 부들거리며 움직이지도 못하던 녀석이 손까지 이용하여 네발로 기어 올라가던 그 모습을 말이다.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녀석들은 몇 번의 어지럼증을 느끼며 쓰러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제한 시간은 1시간이다. 통과하지 못하면 너희들에게 기회는 없다.
―이미 제한 시간이 끝났다. 포기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 여긴 너희가 버틸 만한 곳이 아니야.
디아날은 그들에게 모진 소리를 쏟아 냈다.
냉정하게 카이온 부대의 훈련을 그들이 버텨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훈련을 마무리했고, 지금까지 단 한마디의 불평도 없이 계속해서 버텨 내고 있었다.
‘……독기라.’
그 말이 정확한 것 같았다.
게다가 근육질의 대머리 녀석과 마른 체형의 과묵한 녀석은 나름의 특징도 있지 않은가.
디아날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 데미안이 물었다.
“샌드런은 어떤 것 같아?”
“전체적으로 상당히 우수한 편입니다. 저 여섯 명 중에선 가장 뛰어나죠. 특히 검술이 조금 특이한데…… 제법 강합니다.”
“그래?”
디아날의 입에서 제법 강하다는 말이 나오다니.
데미안이 의외라는 듯 디아날을 쳐다보았다. 그에 디아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치 거친 전장을 헤쳐 나온 용병의 검과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형식이 없고 변칙적입니다.”
“네가 많이 손봐 줘. 지금 상태론 부대에 어우러지는 게 힘들 테니까.”
“제가요?”
디아날의 물음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부대에서 검술은 가장 뛰어나니까. 게다가 스타일도 비슷하고.”
“……탈영해도 모릅니다.”
“그 정도로 탈영할 놈이라면 그냥 내보내는 게 낫지.”
데미안이 크큭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디아날 녀석, 가끔 보면 승부욕이 상당한 듯하다.
데미안의 웃음에도 디아날은 그저 진지한 눈빛으로 샌드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앞길에 축복이 가득하길.
데미안은 그저 속으로 샌드런을 위로하는 수밖에 없었다.
* * *
“후우…….”
가늘게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검을 뽑아 든 샌드런은 앞에 있는 목각 인형을 보았다.
‘그때 그 검격.’
카이온 부대에 온 이후 하루하루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말도 안 되는 체력 훈련을 매일 해내는 부대원들도 대단했고, 진형을 갖춘 단체 훈련도 상당했다.
막스트리에서 데미안의 가르침으로 어느 정도의 진형 훈련을 했던 자신들이었지만, 카이온 부대에서 하는 진형 훈련은 그 디테일 자체가 달랐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샌드런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바로.
‘디아날 부부대장…….’
그가 대련에서 보여 준 말도 안 되는 검술이었다.
두 자루의 검을 사용했지만, 완벽한 균형미와 더불어 눈으로도 쫓을 수 없는 빠른 스피드.
스윽.
샌드런이 검을 들며 앞을 보았다.
‘거의 동시에 양쪽에서 타격이 들어갔다.’
한 자루의 검이 아닌 두 자루의 검으로.
그만큼 그가 보여 준 검술의 디테일은 지금까지 봐 왔던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수준이었다.
‘나도…… 할 수 있어.’
샌드런 역시 그동안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비록 검을 다루기 시작한 것이 오래되진 않았지만,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흐압!”
샌드런이 기합을 내지르며 목각 인형을 향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빡 빠박!
무려 삼 연격.
하지만 뒤에 연달아 터진 이 연격의 속도는 디아날이 보여 준 것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빡! 뻑! 빠각! 쿵!
몸조차 가누기 힘든 상황이라 그런지, 검을 휘두를수록 그의 자세는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이윽고.
털썩.
“……젠장.”
힘이 다 빠져 버린 것인지 목각 인형 앞에 주저앉은 샌드런이 고개를 숙였다.
뭔가 마음은 조급한데 몸이 따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시각.
“으악! 죽겠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노먼은 옆에 있던 다른 동료들을 보았다.
기존에 있던 녀석들도 힘들어 보이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야, 괜찮냐?”
노먼과 함께 온 세 사람은 정말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그나마 계속해서 훈련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의 훈련 난이도는 자신들이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노먼의 물음에 발크가 고개를 저었다.
“나…… 자신이 없어지고 있어. 이런 훈련을 몇 번 더 받으면…… 정말 마음이 꺾여 버릴지도 몰라.”
쫘악!
“크악!”
나약한 발크의 말에 옆에 있던 루트빌이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막사 안에 있던 다른 동료들이 모두 쳐다볼 정도로 엄청난 세기였다.
이어서 루트빌이 말했다.
“그딴 나약한 소리 할 거면 그냥 시궁창에 들어가서 뒤져 버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그딴 소리를 하는 거야?”
루트빌을 비롯한 모두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은 기존 카이온 부대의 합격 기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았다는 것을 말이다.
훈련을 ‘버텨 냈다.’라는 이유 하나로 이곳에 있을 수 있게 되었는데, 발크의 말은 너무 배부른 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발크가 상체를 일으키며 소리쳤다.
“에이, 씨발!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말도 하지 마. 그런 마음도 먹지 말고.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든 버티라고.”
“……루트빌 말이 맞아. 그래도 조금씩 적응하고 있잖아.”
첫날엔 체력 훈련 한 번으로 거의 기절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쌩쌩하게 말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어, 흐흐흐.”
확실한 것은 자신들은 성장했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먼이 발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 정도도 못 버텼다간 데미안 부대장님에게 죽을 수도 있어. 감당할 수 있겠냐?”
“그건…….”
순간 막스트리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지금이야 순한 양처럼 대해 주고 있지만, 막스트리에서의 데미안은…….
‘아, 악마 그 자체였지.’
죽고 싶은 녀석이 있으면 직접 죽여 주겠다고 말하던 그 눈빛이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발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 열심히 할게.”
“흐흐흐, 그나저나 파울도 뒤늦게 합류했던데. 그 녀석은 어디에 있는 거야?”
“파울은 다른 훈련이 있다고 들었어.”
“……다른 훈련?”
모두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쿵!
같은 시각 파울은 멀리 있는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다시금 화살을 장전하고는 천천히 시위를 당겼다.
끼릭.
오랜만에 잡아 보는 활이다.
게다가 파울의 손에 쥐어진 활은 일반적인 보급형 활이 아니었다.
그그그극.
활이 휘어지며 특유의 소리를 냈고, 시위를 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는 느낌이었다.
‘제법 묵직한 활이다.’
때문에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일정했다.
곧이어 천천히 호흡을 멈춘 파울이 쥐고 있던 시위를 놓았다.
쉐에에에에에에엑!
퍼억!
또다시 과녁 정가운데 꽂히는 화살.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와 궤도 역시 흠잡을 곳이 없었다.
“좋네.”
데미안이 짧게 감상을 얘기했다.
구구절절하게 칭찬할 필요도 없었다.
‘몇 개월이나 활을 사용하지 못했을 텐데…… 고작 몇 번으로 완전히 영점을 잡았어.’
역시 활에 대한 녀석의 재능은 진짜다.
하지만 파울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시위를 가볍게 튕기고는 데미안에게 말했다.
“활이 너무 좋아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활은 뭔가요?”
일단 외형부터가 조금 달랐다.
보통의 보급으로 나오는 활과는 달리, 활대에 각인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이 말했다.
“네가 사용할 활. 아는 녀석에게 부탁해서 괜찮은 걸로 받아 왔지.”
디엘을 통해 토르엘에게 받아 온 활이다.
비록 데미안이 가지고 있는 창처럼 값비싼 재료를 사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반 무기 상점에서 판매하는 활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었다.
파울은 활을 들어 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소중하게 쓰겠습니다.”
“앞으로 궁수 부대를 따로 편성할 거야. 물론 실력으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네가 대장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상관없습니다.”
“아니, 이 얘기를 해 주는 건 그런 뜻이 아니야.”
“……예?”
파울이 의아한 듯 데미안을 바라보자, 데미안이 그에게 말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대장 자리를 따내. 그게 네가 해야 할 일이야.”
그 말에 파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데미안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감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어서 파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그래.”
데미안의 짧은 대답과 함께 파울은 비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며칠 뒤, 본격적으로 궁수 부대를 편성하는 테스트가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