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15)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8화(118/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18)
“군단장님.”
키아렌은 에드먼이 건넨 서신을 받으며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한동안 제국이 잠잠했었던 것 같았는데, 최근 다시 그들의 내부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왕궁에서 온 서신을 읽어 내려가던 키아렌이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왕국에 군단이 6개나 있는데 왜 나한테 이런 서신을 보내는 거야?”
“아무래도 가장 최근 제국과 맞붙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희가 북쪽에 군을 주둔시켜 놓고 있으니…….”
“아니, 알겠다고. 알겠는데 고생했으면 상을 줘야지 계속 일을 시키면 어쩌겠다는 거야?”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궁에서도 어떤 보상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동안 수십 번을 속았는데, 또 속으라고?”
“…….”
키아렌의 말에 에드먼은 침묵했다.
확실히 최근 들어 궁에서 6군단을 혹사시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키아렌의 말처럼 매번 말로만 보상이 있다고 했을 뿐, 아직까지 어떠한 반응이 없었다.
이어서 키아렌이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드먼이 물었다.
“어딜 가시려고요?”
“궁으로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마테우르스 님을 만나서 단판을 지어야겠어.”
이대로 있다간 애꿎은 부하들만 죄다 전장에서 죽게 만들 판국이다.
마테우르스를 만나 무슨 이야기라도 해 끝장을 내야 할 것 같다.
그에 에드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준비할까요?”
“서두르는 게 좋겠지. 이번 일이 똑같이 반복되어선 안 되니까.”
“예.”
“그리고 카이온 부대 증원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현재 테스트가 거의 끝났다고 합니다. 마지막에 무슨 특별 부대를 만든다고 하던데…… 며칠 안으로 자세히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특별 부대? 무슨 일을 하려고.”
“모르겠습니다.”
에드먼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키아렌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녀석들을 생각하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잠깐이나마 올라왔던 짜증이 살짝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키아렌이 에드먼에게 말했다.
“끝나고 한번 들리는 게 좋겠어. 하지만 그 전에…….”
다시금 키아렌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이 일부터 해결을 해야겠지.”
키아렌은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기 시작했다.
* * *
위르겐 텐밀리어.
이번 특별 부대 테스트 지원자 중 데미안이 가장 눈여겨보고 있었다.
하지만 3조 지원자들이 앞으로 나왔을 때.
“야, 야! 저 사람 스렌 님 아니야?”
“스렌? 스렌 님이 카이온 부대 지원을 왔다고?”
웅성거리는 소리에 카일은 물론 진행을 돕던 카이온 부대원들이 시선을 돌렸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곳.
그곳에는 한 중년의 남자가 활을 들고 서 있었다.
“저 사람이 스렌 가이안인 모양이네요.”
“스렌 가이안?”
“예, 6군단 지원 부대에서 꽤 이름을 날리고 있는 궁수 같더라고요.”
“아, 그래?”
데미안은 디아날의 설명에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나이는 대략 사십 정도 되어 보였는데, 꽉 다문 입술에서 제법 고집이 느껴지는 듯했다.
‘뭐…… 이른바 장인 같은 건가?’
실력이 어떤지 한번 보면 알겠지.
데미안은 시선을 돌려 같은 3조에 있는 위르겐을 보았다.
녀석은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활의 시위를 가볍게 튕겼다.
그러고는 앞서 파울이 한 것처럼 자신에게 맞게끔 시위를 빠르게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펄럭!
카일이 들고 있던 깃발을 크게 흔들며 소리쳤다.
“3조 지원자들은 자리로!”
카일의 우레 같은 목소리에 그들은 긴장된 표정을 애써 삼키며 자리에 섰다.
그들을 보며 카일이 소리쳤다.
“발사!”
촤자자자자작!
외침과 동시에 화살이 뻗어 나갔다.
“……으음.”
화살을 쏜 스렌이 미간을 찌푸렸다.
발사 신호에 맞춰 화살을 쏘긴 했지만, 하필이면 언덕 사이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기 때문이다.
퍽!
그래도 그것마저 계산을 한 덕에 과녁 안으로 화살이 박히긴 했지만.
“쯧!”
중앙에서 한참 벗어난 화살을 보며 스렌이 혀를 찼다. 하지만 그 순간.
쑤아아아악!
뒤늦게 날아간 화살 한 발이 언덕을 가로지르며 과녁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쾅!
제법 큰 울림과 함께 화살이 과녁의 정가운데 박혔다.
“……오오!”
“가운데 맞았어!”
과녁의 근처에 있던 진행자가 중앙에 맞았다는 신호의 깃발을 펄럭이자, 지원자들이 모두 감탄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지원 부대에서 이름을 날리는 스렌조차 중앙에서 벗어난 곳에 맞췄는데, 누군지도 모를 녀석이 가운데에 맞췄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때.
“진행자님, 이건 불합리한 것 아닙니까?!”
스렌이 카일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며 크게 소리쳤다.
카일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보았다.
그러자 스렌이 카일에게 따지듯 말했다.
“진행자의 신호에 따라 바로 화살을 발사해야 할 텐데, 저자는 우리보다 늦게 화살을 쏘았습니다. 우리 화살이 바람에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을 하고 쏘았단 말입니다!”
그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스렌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 그러고 보니 그러네.”
“아니, 다른 사람이 쏜 화살을 보고 쏘는 건 반칙 아니야?”
“맞아, 규칙을 어긴 거잖아!”
순식간에 다른 지원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앞의 조에서도 약간씩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지자, 상황을 보고 있던 데미안이 혀를 찼다.
“어딜 가나 꼭 저런 놈이 하나씩 있다니까.”
물론 녀석의 항의가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여러 사람들이 있을 땐 말을 하기 전 한 번 더 생각이라는 것을 해야 했다.
디아날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제가 가서 해결하겠습니다.”
“아니야, 내가 간다.”
데미안이 웅성거리는 시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데미안이 나타나자.
“왕국에 영광을!”
“왕국에 영광을!”
진행을 맡고 있던 부대원들이 보란 듯이 데미안을 향해 경례를 했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곤 그들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지원자들을 보며 말했다.
“카이온 부대의 데미안이다. 아직 테스트가 끝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
데미안이라는 이름에 지원자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 이름이 데미안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어린 청년이 나왔기 때문이다.
데미안을 보면서 스렌이 말했다.
“그것이…….”
“스렌 가이안. 네 명성은 들어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한 가지 묻겠다.”
데미안은 스렌의 말을 자르곤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1차 테스트에서 진행자의 발사 신호가 떨어지고, 얼마 안에 화살을 발사해야 하지?”
“그거야 당연히 바로 쏘아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스렌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때, 근처에 있던 파울이 말했다.
“10초 안에 쏘면 됩니다.”
“……?”
그 목소리에 스렌은 물론 다른 지원자들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앞머리를 길게 길러 왼쪽 안면을 가리고 있는 한 사내.
앞선 조에서 과녁의 정가운데를 맞췄던 녀석이었다.
파울의 말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10초 안에 쏘면 되지. 그런데 저자는 발사 신호 이후 몇 초 정도 걸렸지?”
“대략 7, 8초 정도 소요가 되었습니다.”
그를 유심히 보았기에 파울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 정도로 보았다.”
이어서 데미안이 스렌과 그 주변에서 불만을 터트리던 지원자들을 보았다.
“문제 있나?”
“그, 그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의 화살을 보고 쏘는 건 비겁하지 않습니까.”
“보았다는 증거는?”
“…….”
순간 스렌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고 있다.
증거 따윈 없었다. 그저 자신의 화살은 과녁을 벗어났는데, 웬 이름 없는 녀석이 중앙에 맞췄으니 의심을 하는 것일 터.
데미안이 말했다.
“그 10초라는 시간에 다른 사람이 쏜 화살을 보고 다시 활을 조준해서 쏘는 것이 가능할 리도 없고…… 설사 가능하다면 그 또한 그 사람의 능력일 터.”
데미안의 눈빛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움찔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데미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 더 이상의 소란은 용서치 않는다. 다들 정숙하고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카이온 부대원들이 모두 각 잡고 대답을 했다.
그에 순식간에 웅성거리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꿀꺽.
소란을 피우던 지원자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혹여라도 이번 일로 감점되는 일이 있을까 걱정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
까득.
스렌은 자신의 의견이 묵살됐음에 그저 주먹을 말아 쥘 뿐이었다.
* * *
5 대 1.
정원이 30명 되는 특별 부대의 테스트에 150명이 모였으니 당연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차 테스트가 끝나고 난 이후, 지원자들의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모두가 자신의 성적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점수를 받지 못한 이들은 2차 테스트부터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칼을 갈고 있을 것이고.
“1차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녀석들은 지키려고 악을 쓰겠죠.”
“할 때는 지랄 같은데, 보는 건 재미있군요. 흐흐흐흐흐!”
데미안의 옆에 붙어 있던 디아날과 카일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데미안이 말했다.
“이번엔 체력 시험이지?”
“예.”
“1차에서 미달 된 인원 중에 체력 시험 통과 못 하는 녀석들은 그냥 곧바로 보내 버려. 어차피 3차 테스트를 봐도 결과는 똑같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이번 체력 시험이 끝나고 나면 절반 이상은 떠나겠군요.”
“흐흐흐, 저는 그 이상이라고 봅니다.”
1차 테스트에서 과녁을 못 맞춘 녀석들이 거의 절반이었고, 그중에서도 절반은 과녁 안에 있던 원을 맞추지 못했다.
물론 언덕 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쉽지 않은 난이도였던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전장에서도 언제나 좋은 상황만 있는 건 아니거든.”
시험을 치르는 녀석들은 ‘운이 없었다.’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조건은 모두가 똑같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지를 발휘하느냐 역시 그 사람의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스윽.
데미안이 가지고 있던 회중시계를 보았다.
지원자들이 군장을 메고 산으로 올라간 지 50분이 지났다.
이쯤부터 빠른 녀석들은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데…….
“오는군.”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선두에서 달려오고 있는 네 명의 사내.
엎치락뒤치락하며 달려오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1시간 안에만 들어오면 되는데.”
하지만 반드시 1등을 하겠다는 듯한 결연한 의지. 그리고 그중에는.
“……저 녀석이 끼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저도 의외입니다. 체력이 좋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50분대에 올 줄이야.”
파울의 모습에 디아날과 카일이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데미안이 피식 웃었다.
“내가 이기라고 했거든. 그래야 대장을 할 수 있다고.”
“대장이요?”
“파울에게 궁수 부대장 자리를 주려고 하십니까?”
카일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데미안이 인맥 같은 걸로 감투를 씌워 주는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일의 물음에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자격이 있어야 하지. 그러니 자격을 보이라고 얘기한 것뿐이야.”
“……저 녀석에게도 부대장님의 존재가 특별한 모양입니다.”
디아날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자신 역시, 데미안의 그 말을 듣고 죽을힘을 다해 버텨 내지 않았던가.
뭔가 동질감이 느껴지는 파울의 모습에 디아날은 굳은 표정으로 파울을 바라보았다.
1차 테스트에서 최우수 성적을 받은 파울이다.
2차 테스트에서 만약 1등으로 들어온다면.
‘궁수 부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디아날은 그가 성공하길 빌었다.
그리고 선두로 달려온 지원자들이 도착 지점에 거의 다 왔을 무렵.
“흐아아아아아아아!”
파울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모든 힘을 쥐어짰다. 그리고…….
“통과!”
미친 체력 시험.
1등으로 들어온 파울을 보며 데미안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