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17)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20화(120/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20)
카이온 부대의 특별 궁수 부대.
3차 테스트가 끝나고 최종적으로 모든 인원이 선별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선별된 인원들 중 기존 카이온 부대 출신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따로 추가 인원을 뽑아야 할 수고를 덜었지만, 무엇보다 알 수 있는 건 궁수라는 보직이 생각보다 희귀하다는 것이었다.
“왜 궁수 부대를 지원 부대에서 따로 선별하는지 알 것도 같군.”
수성을 할 때 그냥 적이 있는 위치로 화살을 날리는 것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컸다.
“데미안 님, 스렌이란 자가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스렌? 아아.”
누구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금방 생각이 났다.
1차 테스트에서 항의를 했던 녀석.
“왜, 떨어졌어?”
“……예.”
“아…… 그렇군.”
무슨 면담인지 알 것만 같았다.
그냥 무시할까도 했었지만, 데미안은 디아날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스렌이 데미안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면담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제가 탈락을 하게 된 것입니까?”
“설명을 듣지 못했나?”
“납득이 가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스렌은 당장이라도 덤빌 듯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말투는 정중했으나, 화가 잔뜩 난 눈빛이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피식.
그에 데미안은 스렌의 테스트 성적이 적힌 서류를 보았다.
“1차에서 턱걸이. 2차에서 1시간…… 18분. 그리고 3차에서…… 엉망이군.”
3차 테스트는 스피드와 더불어 반사 신경 그리고 순발력을 보았다.
그리고 아쉽게도 2차와 3차 테스트에선 현재 합격한 이들과 비교하면 한참 아래에 있는 수준이었다.
데미안이 서류를 보곤 말하자 스렌이 물었다.
“궁수 부대에 가장 필요한 건 뛰어난 궁술이지 않습니까?”
“맞아, 그런데 그 궁술마저도 현 합격자들 기준으로 하위권이다.”
“그건……!”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예전에도 이런 녀석들을 꽤 자주 보았다.
스스로의 실력은 인정하지 않고, 주변 상황이 오로지 자신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류.
원래라면 그냥 상대도 안 했을 테지만.
‘다른 녀석들에게도 한 번 주의를 줄 겸…… 본보기를 보여 주는 게 좋겠지.’
데미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에 스렌이 움찔했지만, 데미안이 그를 보며 말했다.
“따라 나와라.”
데미안은 곧장 밖으로 나와 이번에 합격한 궁수 부대 지원자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던 파울을 가리켰다.
“파울, 앞으로 나와라.”
“……예.”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 나온 파울을 보며 데미안이 스렌을 보았다.
“가장 중요한 건 궁술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 녀석과 시합을 한다. 다들 피곤할 테니 총 다섯 발. 파울이 먼저 쏘는 방식으로 네가 이기면 추가 합격을 주겠다.”
대신 졌을 땐.
“너는 뭘 걸 테냐. 들고 있는 그 활이라도 걸래?”
데미안은 그가 들고 있던 활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제법 괜찮아 보이는 활이었다.
“그 활을 사용해서 테스트를 치르는 걸 허락하지. 그 정도 했는데도 지면 뭐 할 말은 없겠지.”
“……좋습니다.”
스렌의 승낙에 데미안은 주변에 있던 이들과 함께 다시 과녁이 보이는 언덕 쪽으로 올라갔다.
휘이이잉!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저 멀리 해가 떨어지고 있는 모습에 데미안이 파울과 스렌을 보며 말했다.
“빨리 시작하자, 파울. 너부터 쏴라.”
“예.”
파울은 데미안에게서 받은 활을 꺼냈다.
그리고…….
끼릭!
화살을 건 파울이 진지한 표정으로 시위를 당겼다.
제법 바람이 강한 언덕이었지만, 파울은 신중하게 과녁을 조준하며 화살을 쏘았다.
핏!
쒜에에에에에에엑!
파울이 쏜 화살이 바람을 뚫고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평소보다 시위를 더욱 단단하게 걸어 파괴력을 올린 것이다.
당연히 속도가 붙으니 바람을 뚫는 듯한 느낌이 났고.
쾅!
과녁에 박혔을 때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나무 판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펄럭!
빨간 깃발.
정중앙에 맞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파울은 연이어 4개의 화살을 계속해서 쏘았다.
결과는 모두 정중앙.
단 하나도 빗나가지 않고 정확하게 중앙에 꽂아 버린 파울의 모습에 데미안이 입꼬리를 올렸다.
“다음은 너다. 방금 전 파울이 쏜 화살로 바람의 수준은 파악했겠지?”
“…….”
스렌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자리에 섰다.
데미안의 말처럼 방금 전 먼저 쏜 녀석으로 인해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불어오는지에 대한 정보는 대략 확인했다.
그그극.
이윽고 스렌이 말없이 시위를 당겼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 줘야 했다.
‘저런 애송이들에게 질 것 같은가……!’
활을 쏜 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흘렀다.
나름대로 군단 내에서는 스스로의 실력을 자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명성이 높은 카이온 부대에 지원을 한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이곳에서 보내고 은퇴한다면, 그 이름값으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테니까.
촤악!
쑤아아아아아악!
스렌의 손을 떠난 화살이 빠르게 뻗어 나갔다.
확실히 보급형과는 달리 그 속도부터 남달랐다.
쿵!
그리고 그가 쏜 화살이 과녁에 꽂혔다.
정중앙보다는 조금 벗어났지만, 앞선 1차 테스트보다는 훨씬 좋은 위치에 화살이 맞은 것이다.
하지만.
“탈락. 끝이다.”
“뭐, 뭐라고?!”
단 한 발로 승부가 끝나 버린 상황에 스렌이 데미안을 보며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무슨 소리긴. 파울은 5발 전부 정가운데. 너는 첫 발이 약간 왼쪽. 무슨 말이 더 필요해.”
“아직 네 번의 기회가 더 있지 않습니까!”
“전부 중앙에 꽂는다고 해도 결국은 너의 패배다. 이미 결정 났는데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
데미안의 말에 스렌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말처럼 남은 화살을 모두 쏜다고 해도 이미 결과는 정해졌기 때문이다.
“……인정하겠습니다. 나의…… 패배를.”
스렌은 데미안에게 다가와 들고 있던 활을 건넸다.
이 정도로 처참한 결과가 나올 거라곤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에 데미안이 활을 받아 들며 말했다.
“원래 부대에선 조금 겸손하도록 해라. 스스로 부족한 점을 계속해서 보완하면서.”
쓸데없는 오지랖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렌은 그저 말없이 돌아섰다.
여기서 더 이상 어떤 말을 해 봐야 스스로 비참함만 커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스렌을 보며.
“…….”
“너희도 항상 생각을 바로잡아라.”
디아날이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그럼 돌아가자. 디아날, 합격한 인원들 명단은 내일까지 제출하도록.”
“알겠습니다.”
제법 길었던 카이온 부대의 증원 테스트.
그것이 막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저곳인가.”
제국의 오러 마스터 갈베론 맥스코프.
그는 티르칸 왕국의 국경이 보이는 언덕에 주둔한 채 아래를 내려 보았다.
이미 자신들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예상한 듯, 국경 너머로 티르칸 왕국의 군대가 포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갈베론은 개의치 않는 듯 천천히 지고 있는 해를 보며 몸을 돌렸다.
해가 완전히 지고 밤이 찾아오는 그때.
“새로운 역사의 첫 페이지가 써질 것이다.”
자신의 첫 출전이 얼룩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법.
이윽고 해가 지며 대지에 어둠이 내려와 깔리자.
“준비가 끝났습니다, 장군.”
갈베론을 향해 부관인 호이킨이 다가와 말했다.
그에 갈베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가 뜨기 전까지 모든 병력은 티르칸 왕국으로 진입한다.”
막아서는 모든 적들을 짓밟고 유린하리라.
“전군, 진격.”
갈베론의 명령과 함께 제국의 군대가 티르칸 왕국의 국경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 * *
“하나, 둘, 셋, 넷! 한둘셋넷! 한둘셋넷!”
증원이 끝난 후, 카이온 부대의 첫 일과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가벼운 구보로 아침을 연 카이온 부대는 첫날부터 당연하다는 듯 훈련을 진행했다.
‘우선 부대원들의 결집력을 모으는 것이 가장 먼저다.’
전술의 합이야 훈련을 통해 맞추면 그만이다.
하지만 갑자기 3배로 늘어난 인원들이 하나로 끈끈하게 뭉쳐지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게 아니라면.
‘확실한 계기가 필요하지.’
이런 부분에서 생각한다면 전장에서의 삶은 아주 짧은 시간 만에 부대원들끼리의 단합력을 끌어올려 주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나의 등을 지켜 주는 동료를 믿지 못한다는 것은, 곧 죽음과도 같았으니까.
데미안은 막사 주변을 달리고 있는 부대원들을 보며 눈을 감았다.
최근 제국의 움직임이 다시 시작된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언제 자신들에게 임무가 떨어질지 몰랐다.
아니, 사실 데미안은 알고 있었다.
‘이미 시작됐다.’
그저 카이온 부대의 활약으로 잠깐 움츠러들었을 뿐, 제국이 계획한 일은 진행되고 있었다.
그 증거로 바로크 왕국과 스페니언 왕국은 강한 동맹을 결속했고, 주변의 소왕국과도 계속해서 동맹과 관련된 외교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제 바로크 왕국도 제국과의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것만으로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원래라면 제국은 스페니언 왕국과의 전쟁을 기점으로 엄청난 속도로 주변 왕국들을 집어삼켰다.
그야말로 바로크 왕국이나 아르티안 왕국이 손쓸 틈도 없이 말이다.
가뜩이나 체급이 엄청난 제국은 스페니언 왕국을 비롯한 소왕국을 전부 집어삼키고 말도 안 되는 괴물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데미안은.
‘……괴물에게 먹혀 버렸지.’
뒤늦게 제국을 막기 위해 바로크 왕국과 아르티안 왕국이 힘을 합치긴 했지만.
‘이미 동맹이 진행되기도 전에 바로크 왕국의 영토 절반이…… 날아갔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알 수가 없었다.
아르티안 왕국과 동맹을 맺은 이후 제국의 걸음을 저지했는지, 아니면 패배했는지.
이미 데미안은 죽고 난 이후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스페니언 왕국이 멸망하기 직전이라곤 하나, 빠른 속도로 수복을 하고 있었고.
‘그때…… 그 아이가 왕자라고 했었지.’
어쨌든 왕족이 남아 있는 이상 녀석들의 역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주변 소왕국들도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은 상태로 버텨 주고 있다.
이미 이런 상황만으로도 과거보다 훨씬 좋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예전보다도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
‘이미 나로 인해 미래는 변했다.’
다행스럽게도 큰 틀은 유지가 되는 듯했지만, 그 안에 있던 작은 사건들은 이미 변하고 있지 않던가.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데미안은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그리고…….
“이제 이 힘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지.”
델프트 마력 연공법이 5성에 달하며 데미안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 마력만으로 한계를 보이던 힘이 조금씩 그 이상의 것으로 나아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즉.
‘오러의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한다.’
다만 이 힘의 방향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선 보다 뛰어난 오러 마스터의 조언이 필요했다.
“지금이라면 만날 수도 있겠지.”
고작해야 상사 따위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위치가 로즈나이트 기사단에게서 승리한 카이온 부대의 부대장이라면 달라진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데미안은 리온하르크를 찾아갔다.
“리온하르크 교관님.”
“무슨 일인가?”
“부탁이 있습니다.”
이어지는 데미안의 말에 리온하르크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