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23)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26화(126/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26)
데미안이 하이넬에게 물었다.
“조건이요?”
“그렇다네. 내가 자네에게 귀한 시간을 할애하는데, 그냥 의미 없이 보낸다면 내게 너무 불리하지 않겠는가.
뭐가 불리하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청하겠습니다.”
“딱 한 대. 내 몸에 자네의 창이 닿는다면 그때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
데미안은 순간 말문이 턱 하고 막히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하이넬이 내건 조건이 터무니없었던 탓은 아니었다.
‘……이 사람.’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조건을 말하는 순간, 하이넬의 눈빛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반짝였기 때문이다.
‘즐기고 있다.’
즐거운 건가? 아니면 자신을 상대로 그 정도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건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대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하이넬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에 데미안이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한 대.
아무리 오러 마스터라고 한들, 그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한다면 사실상 부대로 복귀해 봐야 의미가 없다.
‘……쉽진 않겠지.’
이전에 보여 주었던 그의 움직임을 생각한다면 결코 쉬운 난이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런 것과는 별개로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니까.
“그럼 시작은 언제부터 하겠는가?”
하이넬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그에 데미안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좋네.”
하이넬이 입꼬리를 길게 올리며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잠에서 깬 데미안은 곧장 저택 밖으로 나가 아무 곳에나 털썩 앉았다.
이곳에선 마력 연공법을 숨길 이유도 그리고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모든 곳에 마력이 충만했고, 그 어떤 곳보다 안전이 보장되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스으으읍, 후우우우…….”
천천히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들이마신 것보다 두 배의 시간을 소모하여 숨을 토해 냈다.
상당히 긴 호흡이었지만 연공법을 수행할 때마다 해 왔던 일이기에 힘들진 않았다.
데미안은 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마력을 느끼며 천천히 몸 전체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5성에 이른 이후, 미친 야생마처럼 날뛰며 통제를 벗어나던 마력이었다.
마력의 양이 강해진 만큼 그만큼 고도의 마력 컨트롤을 요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몸 안에서 마력을 돌리는 것 정도는 능숙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중간중간 조금만 방심하면 또다시 멋대로 움직이려 하긴 했지만.
꾸욱.
데미안은 최대한 집중력을 유지해 마력을 움직이며 몸속 구석구석으로 퍼트렸다.
“흔치 않은 소년입니다.”
“그런가?”
“예, 단순히 실력 때문이 아닙니다.”
그가 오기 전 이미 빌립트는 데미안에 대해 많은 조사를 끝낸 상태였다.
당연하지 않은가.
하이넬을 만나려고 하는 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 그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를 캐면 캘수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작 열세 살의 나이에 군에 입대.
그리고 훈련소에서 최우수 성적을 냈고, 남들은 무조건 피하고자 하는 에르칼의 네오칼리츠 부대로 전입을 했다.
이것이 말이 되는가?
네오칼리츠 부대라면 당시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왕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위험한 일을 하는 부대였다.
게다가 그뿐인가.
“네오칼리츠 부대에 들어간 지 고작 1년…… 그 짧은 시간에 브론세리안 숲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버렸다고 합니다.”
그 일로 인해 빌립트는 윌키스 디엘로 남작에게 따로 서신을 보내 확인을 할 정도였다.
윌키스 남작이 그의 공을 인정하여 공로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있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이넬이 물었다.
생각 이상으로 그가 걸어온 길이 흥미로웠다.
마치 저잣거리에서 허풍을 떠는 방랑 시인들의 소설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립트는 이제 시작이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공으로 저 소년이 요구한 것이 바로 상단을 끌어들여 브론세리안 숲에서 나오는 약초의 독점권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독점권?”
그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사업 수완도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뜻이다.
빌립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단이 현재 6군단의 보급품 전체를 납품하고 있는 하멜 상단입니다. 궁에서 흘러나오는 말로는 조만간 6군단뿐만이 아니라 군 전체의 보급품을 맡길 생각이라고 합니다.”
“……반발하는 자들이 꽤 있을 텐데도 그런 논의가 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실력이 좋은 모양이군.”
군의 보급품과 관련된 비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악습과도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엮이고 엮여 부정부패를 계속 일으키고 있지 않았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목숨을 걸고 싸우는 병사들과 왕국민들이 짊어져야 했다.
왕국은 부족한 군 예산을 위해 왕국민들을 쥐어짰고, 그렇게 쥐어짠 돈은 엉뚱한 이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
제대로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죽어 나간 병사들의 수도 상당했다.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좋지 못한 악습인데.
“하멜 상단이라?”
“예.”
“대단한 일을 하고 있군. 그런데 그 상단이 저 소년과 관련이 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또 있나?”
하이넬의 물음에 빌립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넬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대체 저 소년은 어떠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는 것인가.
하이넬은 이어지는 빌립트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계속 들었다.
들을수록 무언가 그가 이룬 업적보다도, 그가 그런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격퇴한 것으로 대륙 전체에 카이온 부대의 이름이 퍼졌습니다.”
“그리고 날 찾아왔다라.”
이야기가 끝났을 무렵, 마력 연공법을 하던 데미안이 눈을 떴다.
어느덧 그의 몸 주변으로 마력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작게 일렁이고 있었다.
하이넬이 그에게 다가갔다.
“마력 연공법은 누구에게 배웠나?”
“……돌아가신 아버지께 배웠습니다.”
“좋은 연공법이로군. 계속해서 정진하면 되겠어. 하지만 마력을 다루는 방식은 상당히 비효율적이군.”
“어떤 부분이 말씀이십니까?”
데미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갈증이 느껴지는 듯한 그의 질문에 하이넬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마력은 자유로운 성질을 띠고 있다. 보통의 마력이라는 단어를 아는 이들이라면 전부 그렇게 생각하지.”
“잘못된 것이라는 말씀입니까?”
“아니, 잘못된 것은 아니지. 기본적인 특성을 말한다면 맞다고 할 수 있네. 하지만 말일세.”
스르륵.
하이넬의 손에 있던 마력이 흐르듯이 움직이더니.
파바박!
마치 강렬한 스파크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하이넬이 말했다.
“그 사람에게 종속되는 순간 마력 역시 그 사람의 성질처럼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네. 내 경우는 굉장히 빠르게 튀는 것이 특징이지.”
움켜쥐고 있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바깥으로 튀어나 갈 것만 같은 탄성.
자유롭다기보다는 제멋대로라는 느낌이 강한 하이넬의 마력이었다.
하이넬이 마력을 거두며 데미안에게 물었다.
“자네의 마력은 어떠한 성질을 지니고 있는가?”
“……제 마력은.”
데미안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굉장히 멋대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이넬 님의 마력과 비슷한 느낌은 아니었다.’
마치 사람으로 따진다면 굉장히 고집이 센 아이와 대화를 한다는 느낌이랄까?
고민을 시작한 데미안으 보며 하이넬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마 계속해서 고민을 해야 할 거네. 하지만 그 답을 찾았을 땐, 지금보단 조금 더 가야 할 길이 명확해질 걸세.”
“조언 감사합니다.”
데미안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하이넬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리고 그저 머리로만 하는 고민으론 아무런 의미가 없지. 계속해서 마력을 사용하고 또 다루어 보면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하니…….”
하이넬이 바닥에 놓인 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부터 들지.”
“예.”
데미안이 기다렸다는 듯 창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강철목으로 만든 목검을 든 하이넬이 데미안을 향해 겨누며.
“죽을힘을 다해서 덤벼야 할 거네.”
담담하게 경고를 날렸다.
그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크게 숨을 토한 데미안은 창을 움켜쥔 채 하이넬을 보았다.
그가 말한 수준, 격.
그 격의 차이가 어떠한 정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오러 마스터라 불리는 이들에겐 데미안의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확신을 버려야 한다.’
자신감과 확신은 전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확신을 버려야 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창을 내지르면서도 이 창이 그의 몸에 닿을까, 혹시 피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동작 안에서도 수십 가지의 상황을 생각하며 다음 동작을 이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스윽.
데미안은 머릿속을 헝클이는 많은 생각들을 정리했다.
머릿속으로 인지하고 있되, 최대한 상황에 맞춰 최선의 움직임 수행해야 한다.
이른바.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모든 준비가 끝난 데미안은 망설임 없이 하이넬을 향해 달려들었다.
쿵!
강한 발 구름과 함께 하이넬을 향해 쇄도한 데미안은 빠르게 몸을 흔들었다.
비교적 하이넬이 가진 검에 비해 훨씬 유리한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검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며 거리를 유지한 채 싸운다.’
그야말로 데미안이 가지고 있는 최대 한계치의 사정거리를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하이넬의 빠른 움직임에 지난번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대련이 끝날 테니까.
쑤아악!
멀리서 뻗어 오는 창을 보며 하이넬의 눈빛이 반짝였다.
‘호오?’
나름의 해답을 벌써 찾았다는 것인가?
마력을 다루는 능력은 여전히 투박했지만, 싸움에 관한 감각만큼은 칭찬을 해 줄만 했다.
‘스스로의 강점을 알고, 상대방에 대한 분석도 철저하다.’
무장이라면, 특히나 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이라면 필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덕목.
자신의 행동 하나로 인해 수많은 부하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멀었네.”
거리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말은 멀리서 공격하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작전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경우 현재 데미안이 내지른 창으론 하이넬에게 닿을 수 없었다.
파밧!
뻗어 오는 창을 보며 하이넬이 공격을 흘려 내곤 안으로 파고들었다.
거리가 먼 만큼 그가 창을 회수하는 시간도 오래 걸릴 테니까.
쑤아악!
그야말로 번개였다.
하이넬은 마치 자신이 사용하는 전격의 오러처럼 빠른 움직임으로 데미안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
아니, 창의 회수가 절반도 되지 않았는데.
데미안은 이미 품속으로 파고든 하이넬을 보며 허리를 비틀었다.
쑤아악!
오른쪽 팔꿈치로 하이넬의 안면을 향해 휘두른 데미안.
창의 회수조차 멈춘 채 근접에 있는 하이넬을 밀어낼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닿아라……!’
하지만 데미안의 간절함 바람과는 달리.
쩌엉!
“크악!”
팔꿈치가 찌릿하며 데미안이 비명을 질렀다.
하이넬이 가볍게 검을 비트는 동작만으로 데미안의 공격을 튕겨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훤하게 비어 버린 데미안의 상체를 보며 하이넬이 말했다.
“쉬게나.”
데미안은 자신의 명치를 향해 뻗어 오는 하이넬을 보며.
“……젠장.”
다시금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