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24)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27화(127/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27)
티르칸 왕국의 국왕.
에달하렌 지미르는 벌써 수도의 코앞까지 진격해 온 제국의 군대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소왕국이긴 하나, 지금까지 치밀한 외교와 지형적 이점을 활용한 군의 운영으로 계속해서 명맥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정 이것이 티르칸 왕국의 마지막이란 말인가.”
고작 한 명.
오러 마스터라는 칭호를 지닌 한 명이 이끄는 군대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 한 명 때문에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 왔던 티르칸 왕국의 병사들이 무너질 수 있는가.
그것도 이리도 쉽게 말이다.
하지만 그때, 한 중년의 남자가 에달하렌을 보며 말했다.
“전하, 아직까지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수도를 중심으로 방어한다면 저들 역시 쉽게 공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알겠네, 끝까지 희망을 붙잡아 보도록 하지.”
에달하렌은 반쯤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저, 전하!”
“무슨 일인가?”
갑자기 대전으로 달려 들어오는 병사의 모습에 에달하렌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혹시 벌써 뚫렸단 말인가?
하지만 한쪽 무릎을 꿇은 병사는 숨을 헐떡이며 다급히 얘기했다.
“저, 적들의 군대가 방향을 틀었습니다.”
“……뭐라?”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것이…….”
이어지는 병사의 말에 자리에 있던 이들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 * *
쩌엉!
목검을 막았는데 쇠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처음으로 성공한 방어.
가까스로 창을 든 데미안이 공격을 방어하자, 하이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호오, 방금 움직임은 제법 좋았군.”
데미안이 하이넬의 저택에 온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기절로 일과를 마무리했었지만, 재미있는 것은 버티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이제부터는 조금 다를 겁니다.”
무려 보름 동안이나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한 채 무력하게 기절했었던 데미안이었다.
하루하루 이를 악물었고, 단순히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하이넬을 죽이겠다는 기세로 전투에 임했다.
“흡!”
짧게 들이켠 호흡과 함께 데미안이 그의 발목을 노리며 창을 뻗었다.
목표 지점이 워낙 작은지라 맞추기 어려울 수 있었으나, 데미안의 공격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촤악!
이어서 데미안의 창이 바닥의 잔디를 긁어내며 곧장 그의 옆구리를 향했다.
하이넬이 가볍게 뒤로 발을 빼며 데미안의 공격을 피해 냈기 때문이다.
“…….”
하이넬은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보름 사이에 이렇게나 실력이 늘다니…….’
그리고 하이넬은 데미안의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는…… 재능 같은 건 없습니다.
겸손이라 생각했다.
아니, 겸손을 떠나 기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작 15살.
이 어린 나이에 이런 실력을 지니고 있는 자가 대륙에 몇 명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보름이 지난 지금, 단순히 그의 실력을 재능이라는 말로 폄하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바로 그가 보여 준 노력 때문이었다.
기절한 탓에 상당 시간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지만, 때문에 깨어 있는 모든 시간 동안 그는 훈련에 집중했다.
하이넬의 말 한마디에 집착적으로 달려들며 배움을 얻었고, 단 1초라도 낭비하지 않겠다는 듯 시간을 쪼개어 생활을 했다.
새벽에는 마력 연공법.
오전부터 기절하기 전까진 하이넬과의 대련.
그리고 깨어난 이후엔 대련을 통해 깨달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연습하는 훈련을 이어 나갔다.
‘지독한 소년이로군.’
대체 어떤 삶을 살아야 이 정도로 강렬한 의지를 갖고 꾸준히 이어 나갈 수 있을까.
피식.
연이어 뻗어 오는 공격에 하이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쩌엉!
“이 공격은 불필요하네. 지금은 적의 눈을 속이기 위한 수보다는 보다 빠른 한 방의 공격이 더 중요하네.”
“명심하겠습니다.”
데미안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든 하이넬의 몸에 공격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쿵!
데미안이 내지른 창을 검면으로 막아 낸 하이넬이 뒤로 펄쩍 뛰며 데미안과 거리를 벌렸다.
순식간에 사정거리 밖으로 완전히 벗어난 하이넬을 보며 데미안이 두 눈을 번뜩였다.
지금까지였다면 쫓아갈 엄두도 내지 못할 그의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우우우웅!
데미안이 다리에 마력을 집중하며 강하게 바닥을 굴렀다.
쾅!
데미안이 밟은 곳의 땅이 움푹 파이며.
쑤아아악!
그의 신형이 마치 화살처럼 하이넬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마치 강궁으로 쏜 한 발의 화살처럼 엄청난 스피드로 다가오는 데미안을 보며 하이넬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이 녀석 봐라?’
하이넬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그 짧은 시간 동안 마력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익혔다는 건가?
하지만 오래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녀석과 대련을 시작한 이후 처음 닥친 위기였기 때문이다.
쒜에에에에엑!
돌진으로 가속력이 더해진 창이 하이넬의 가슴을 노리고 뻗어 나갔다.
지금 이 순간.
‘닿는다.’
데미안이 이를 악물며 다리로 움직였던 마력을 팔 쪽으로 이동시키며 정신을 집중했다.
데미안의 의지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던 마력은.
‘내 말 들어……!’
데미안의 강렬한 의지에 저항 한 번 해 보지 못한 채 빠르게 이동했고.
우우우우웅!
강렬한 진동과 함께 하이넬의 가슴을 때렸다.
콰아아아앙!
강렬한 굉음.
흡사 쇠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하이넬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그가 물러난 것이 아닌, 데미안의 공격에 의해 밀려난 것이었다.
하지만…….
“……젠장.”
데미안이 씹어내듯 말을 내뱉었다.
분명 완벽한 공격이라 생각했는데, 그 찰나의 순간 하이넬이 검면으로 공격을 막았기 때문이다.
“큭……!”
게다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마력을 급격하게 움직인 탓일까?
공격을 끝낸 데미안은 순간 창을 잡은 손을 타고 팔 전체로 퍼지는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크윽!”
통증에 데미안이 창을 떨어트리며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마치 근육이 찢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마력을 통제하지 말고 천천히 풀어 두게.”
데미안이 주저앉는 순간 다가온 하이넬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윽고 하이넬이 자신의 마력을 주입하며 데미안의 팔 쪽으로 모여 있던 마력을 흩트리기 시작했다.
수아아아악!
그러자 신기하게도 칼로 난도질하는 듯한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 이제 괜찮아졌습니다.”
“다행이구먼.”
하이넬이 데미안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자신의 목검을 보았다.
“…….”
설마 천 년 묵은 강철목의 가지로 만든 목검에 금이 생길 줄이야.
예상치도 못한 강렬한 파괴력에 하이넬이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해답을 조금은 찾았는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마력을 움직인 것 같습니다.”
“바로 그거네.”
“……예?”
하이넬이 데미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네의 마력은 굉장히 단단하면서도 거칠게 날뛰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네. 비유하자면…… 투우를 하는 황소 같은 느낌이랄까?”
“투우요?”
“투우를 하는 황소. 투우가 아닌 황소에 집중을 해야 하네.”
바로 데미안이 가지고 있는 마력을 강한 의지로써 억누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자네 마력은 강한 통제력으로 찍어 누르며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 때문에 그 마력을 사용하는 시전자가 더욱 강해야 한다는 뜻이네.”
처음부터 해답을 주지 않은 이유는 해답을 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한 단계 벽을 깨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 벽을 깬 데미안에겐 무엇보다 친절한 설명이었다.
“자네도 알 걸세. 마력을 순간적으로 이동시키면 그곳에 폭발적인 힘이 생긴다는 것을.”
“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컨트롤은 할 수 있다.
아니,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방금 전 그 움직임은…….
‘……지금까지 내가 했던 건 그저 춤을 추는 정도의 수준이었던가.’
뭔가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데미안이 복잡하다는 듯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때 하이넬이 데미안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래도 방금 전, 그 움직임은 상당히 괜찮았네. 그 느낌을 잊지 말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느껴 보는 감정.
아니, 아주 오래전…… 그때…….
‘오래전에 느꼈던 감정.’
―잘했다, 데미안!
이제는 흐릿하게만 남은 어린 시절의 기억.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환하게 웃던 아버지의 목소리.
데미안은 미소를 짓던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삶.
그날, 데미안은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 * *
그동안 스페니언 왕국의 서북쪽에서 대치만 하면서 상황을 보던 제국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티르칸 왕국으로 오러 마스터 갈베론을 투입시키면서 견제용으로 세워 두었던 군대라 생각했는데.
“이제 움직이는 건가.”
스페니언 왕국의 마테우스 장군은 전령이 가지고 온 서신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당장 바로크 왕국에 이 사실을 알려라. 가장 빠른 전령으로 보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 서신을 지금 바로크 왕국으로 보낸다 하더라도 전령이 도착할 때쯤엔…….
마테우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우리의 땅을 지키는 건 우리가 해내야지.’
그래야 후에 바로크 왕국과도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힘이 없음이 한스럽구나.”
그래도 카르텔리아 제국과 바로크 왕국, 아르티안 왕국의 삼파전 같은 이 대륙의 정세 속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소왕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땅덩이만 큰 약소국이 되어 버린 상황.
마테우스는 몸을 돌렸다.
“수도의 방어를 강화해라. 다른 모든 것을 내어 주더라도 수도만큼은 반드시 사수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지금의 병력으로 국경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이제는 그 땅을 자신들의 것이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돌아서는 부하를 보며 마테우스는 착잡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발페이트의 카이온 부대.
“……아직 부대장님이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데미안 상사에겐 이미 서신을 보내 놨네. 우선은 스페니언 왕국 쪽으로 부대를 먼저 이동하는 것이 우선이니 자네가 데미안 상사가 오기 전까지 지휘권을 가지고 있게.”
리온하르크의 말에 디아날은 망설였다.
자신이 데미안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욱.
군인이라면 상부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가장 최우선.
그리고 스페니언 왕국까지 이동하는 것만이라면…….
“알겠습니다.”
디아날이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부대를 정렬시켰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바로 출발을 해야 할 터.
디아날은 곧바로 카이온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모두들 전달받아서 알 것이다.”
디아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두들 알고 있었다.
데미안이 없는 상태로 전장에 가는 것은 어찌 보면 처음이지 않은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바로 전투에 투입하는 것도 아니고…….”
설사 전투가 벌어진다 하더라도.
“우린 카이온 부대다. 부대장님께서 안 계신다고 못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맞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카일과 제르카가 한마디씩 내뱉었다.
다른 부대원들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디아날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고는 이내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부대장님께서 왔을 때 당당히 맞을 수 있도록 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우렁찬 부대원들의 외침.
디아날은 데미안을 떠올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전 부대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