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25)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28화(128/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28)
우우우우웅.
가부좌를 틀고 허리를 곧게 편 자세.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탓에 마력 연공법을 할 때는 반드시 이 자세로 해야만 했다.
“후으으으으읍, 후우우우우우우우.”
길게 내뱉어진 호흡과 함께 대기에 충만한 마력이 몸속에 쌓여 간다.
쌓인 마력이 다시금 몸 안에서 회전하며 데미안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 들어.’
데미안은 마치 마력에게 자아가 있는 것처럼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방금 전, 통제를 벗어나 날뛰려고 하던 마력이 고분고분해지며 데미안의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데미안은 하이넬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자네 마력은 강한 통제력으로 찍어 누르며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 때문에 그 마력을 사용하는 시전자가 더욱 강해야 한다는 뜻이네.
찍어 누른다라.
생각해 보면 자유롭게 마력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통제하며 끌어올 때 더욱 강한 힘을 냈었던 것 같다.
다만 그럴 때마다 육체에 가해지는 부하가 심해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정답이었다니.’
잘못된 길이라 생각하여 최대한 멀리했었는데.
그동안 목적지를 향해 상당히 돌아 나간 자신의 행동이 후회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어.’
지나간 일은 묻어 둔다.
후회를 하는 것은 좋으나, 그 후회에 매몰되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큰 손해는 없을 테니까.
이전에 했던 실수를 발판 삼아 더욱 빠르고 높이 나아가리.
데미안은 몸 안에서 움직이는 마력을 더욱 강하게 움켜잡으며 회전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하이넬.
그는 최근 데미안과 함께한 수련이 제법 즐거운지 매일같이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넬 공작님.”
집사인 빌립트가 한 장의 서신을 가지고 하이넬에게로 다가왔다.
바로 카이온 부대에서 온 서신이었다.
그에 하이넬이 조금은 아쉬운 표정으로 서신을 받아 들었다.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로군.”
“그런 것 같습니다.”
서신을 뜯는 하이넬의 얼굴에 아쉬움이 살짝 스쳐 갔다.
그리고 예상대로 서신에는 데미안의 빠른 복귀를 희망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제국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군.”
“이번엔 진심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국이 대륙에 있는 왕국을 상대로 이를 드러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들의 야욕이 끝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팽팽하게 균형추가 맞아떨어지고 있었기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물러나 있었던 건가.”
바로크 왕국의 수호신이라 불렸지만, 잡다한 정치 싸움에 환멸을 느껴 왕국과 거리를 두었던 하이넬이다.
당연히 이름값은 남아 있었겠지만, 그 영향력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을 터.
하이넬은 어쩌면 이 사단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자신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빌립트는 고개를 저었다.
“공작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균형의 추가 맞지 않게 되었을 뿐이지요.”
제국의 4번째 오러 마스터.
그의 등장이 바로 지금의 일을 키우게 된 것이다.
하물며 제국의 병사들은 그 한 명 한 명이 다른 왕국의 병사들 서너 명을 감당할 정도로 강하지 않은가.
“그럼 오늘이 마지막 대련이 될 수 있겠군.”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이윽고 하이넬은 마력 연공법이 끝난 데미안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후우.”
크게 호흡을 토한 데미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력 연공법을 끝내고 나면 항상 머리가 맑아지며 몸에 활력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이라면…….’
뭔가 오늘은 크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때 하이넬이 다가오며 데미안에게 들고 있던 서신을 건넸다.
“부대에서 온 서신일세.”
“예?”
갑자기 부대에서 서신이?
데미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윽고 서신을 받아 든 데미안이 빠르게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자 하이넬이 말했다.
“상황이 조금 빠르게 바뀌고 있는 듯하네.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 대련이 될 것 같은데…….”
“…….”
데미안의 얼굴에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이제 무언가 실마리를 찾고 있는 듯했는데…….
으득.
‘빌어먹을 제국 놈들.’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변수까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전쟁이지 않은가.
이내 데미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면, 이 상황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이어서 데미안이 하이넬에게 말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후후, 그래도 무언가 얻은 것이 있는 거 같은데 오늘은 기대해 보겠네. 지금 바로 시작할 텐가?”
“예.”
지금부턴 1분 1초가 귀한 시간이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괜찮다면 제 창을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나 역시 진검으로 하도록 하지.”
서로가 마지막임을 알기에 아쉬운 마음을 강하게 표출했다.
데미안은 집 안에 보관되어 있는 자신의 창을 잡았다.
토르엘이 아만타티움으로 만들어 준 창.
20일이 넘도록 사용하지 않았지만.
꽈악.
창을 잡는 순간 앞서 사용한 것과는 달리 몸의 일부분처럼 느껴지는 감촉이었다.
데미안의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올라갔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이군요.”
“……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빌립트가 한마디 내뱉었다. 그에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하자.
저벅저벅.
그가 다가오며 말했다.
“자신에게 잘 맞는 애병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실력을 훨씬 상승시켜 주니까요.”
“……맞습니다.”
“이 창에는 데미안 님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겠지요. 그러니 더욱 지금 같은 표정이 나왔을 테고요.”
빌립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데미안에게 말했다.
“필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이 기대됩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빌립트가 이미 밖으로 나간 하이넬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공작님께서도 자신의 애병을 드셨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
순간 데미안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빌립트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너무나 명확하게 이해를 했기 때문이다.
이어 빌립트가 말했다.
“그라셀을 쥔 공작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거든요.”
빌립트의 말에 데미안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을 기다리는 하이넬을 바라보았다.
* * *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평소처럼 상쾌한 느낌보다는.
“……하하.”
전신에서 경고하고 있었다.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라고 말이다.
그 감각에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빌립트의 말을 듣고 나름대로 긴장을 하긴 했지만.
‘이건…… 너무 다르잖아?’
데미안은 검을 잡고 서 있는 하이넬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까지 목검을 들고 싸울 때도 상당한 기세를 느꼈었는데, 이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지 않은가.
하지만 그때.
“언제까지 눈싸움만 할 생각인가? 시간이 없을 텐데.”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건 그 어떤 누구보다도 확실히 알고 있다.
하지만…….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턱 끝에 맺혔다가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죽는다.
분명 그렇게 느끼고 있었지만, 하이넬의 말처럼 금보다 귀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기에.
스윽.
데미안이 창을 들었다.
어차피 앞으로 상대해야 할 이들은 이런 기세를 가진 자들이다.
‘주눅 들지 말자.’
그동안 앞만 보며 쉬지 않고 달려오지 않았던가.
상대방이 자신을 압도한다고 생각할 땐.
‘그동안의 노력을 떠올려.’
하루하루, 단 하루도 멈추지 않고 쌓아 올린 그 노력이 이럴 때 항상 뒷받침이 되어 주었다.
어느덧 데미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세.
우우우웅!
날카롭진 않았지만, 굉장히 단단하게 뭉쳐진 느낌이었다.
하이넬은 데미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묵직한 기세를 느끼며 검을 들었다.
‘이해한 모양이로군.’
강력한 통제로 마력을 다스리는 것.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몸에 상당한 부하가 걸리고 있을 듯했지만.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군.’
이 일을 통해 데미안은 또다시 한 걸음 껑충 성장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랬기에.
“이번엔 내가 먼저 가지.”
그와의 마지막 대련에 집중해야 했다.
아주 털끝만큼이라도 그의 힘을 모두 뽑아낼 수 있게 몰아붙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핏!
순간 하이넬의 신형이 사라졌다.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하이넬의 신형에 데미안의 얼굴에 순간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쿵!
강한 발 구름과 함께 데미안이 빠르게 옆으로 이동하며 창을 뻗었다.
“훌륭하군.”
설마 이 움직임에 반응할 줄이야.
아니, 반응은 둘째 치고 자신을 따라잡지 않았는가.
비록 그 타이밍이 조금 늦었긴 했지만.
‘보통의 기사들은 반응조차 하지 못한 채 목이 떨어지겠어.’
쑤아아아아악!
뻗어 오는 데미안의 창에 하이넬이 가볍게 검을 튕겨 냈다.
그리고.
“잘 막아야 할 거네.”
들어 올렸던 검을 그대로 아래로 그었다.
마치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쿠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터지며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렇지만.
스르륵.
그의 검이 휘둘러지는 순간, 데미안은 이미 옆으로 몸을 틀며 두 걸음 물러났다.
하이넬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회피한 데미안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방금 자신이 검기를 사용하는 그 순간에.
‘또 성장했다고?’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피할 거라곤…….
씨익.
“재미있군.”
더, 더 날뛰어 보아라.
하이넬은 곧장 데미안을 향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쩌엉!
자신의 애병, 그라셀이 데미안의 창과 부딪치자, 거센 기세를 폭발시키며 녀석을 밀어냈다.
“크윽!”
“좋은 창이다. 그라셀의 반발을 이 정도로 줄일 줄이야.”
하이넬은 데미안의 창에 감탄했다.
은은하게 보랏빛을 띠고 있는 저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라셀과 부딪쳤는데 흠집조차 생기지 않았다.
그라셀만큼이나 강한 강도를 지닌 무기라는 뜻일 터.
하지만 데미안은 하이넬의 말에 어울려 줄 만한 여유는 없었다.
‘조금 더…… 조금 더……!’
우우우우우웅.
데미안은 몸속에서 움직이는 마력을 양손으로 찌부러트리듯 압축하며 더욱 강하게 온몸으로 퍼트렸다.
우드득, 우드득!
근육의 세포 한 올 한 올.
쥐어진 창에 끝까지 밀고 또 밀어 넣어서 바늘구멍만큼의 소모도 되지 않도록.
모든 집중력을 쏟아부으며 하이넬을 향해 끊임없이 창을 휘둘렀다.
쑤아아악!
횡으로 휘둘러지는 데미안의 공격에 하이넬이 허리를 뒤로 크게 젖히며 피해 냈다.
뒤로 숙인 그의 얼굴 위로 데미안의 창이 지나가는 순간.
스르륵.
마치 세상이 느려진 것처럼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
그 기묘한 순간의 느낌.
데미안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으득!
집중력을 모으며 그 세상에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푸아아악!
데미안의 손에 쥐어진 창에서 엄청난 양의 마력을 뿜어져 나왔다.
그에 데미안이 입술을 꽉 깨물며 양손으로 창을 잡고 뒤로 허리를 비틀었다.
당장이라도 사방으로 흩어질 것만 같은 마력을 단단히 잡아채며 창에 집중시켰다.
바로 그때.
우우우우웅!
강렬한 기세와 함께 창 주변으로 길게 뻗어 나오는 엄청난 마력의 응축.
데미안의 투기를 응축시킨 강렬한 힘이 창 전체에 집중되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압!”
조금 전 하이넬이 데미안에게 쏘아 냈던 바로 그 검기처럼,
쿠아아아아아앙!
데미안의 외침과 함께 그의 창이 하이넬을 향해 뻗어 나갔다.
그리고.
“……허허.”
그 공격을 받아 낸 하이넬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