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27)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0화(130/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0)
“이랴! 이럇!”
스페니언 왕국의 땅으로 들어와 말을 달리던 데미안의 시선이 앞을 향해 고정되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스페니언 왕국의 북쪽 경계에 위치하고 있던 제국의 군대. 그리고 동시에 티르칸 왕국을 향해 진격한 제국의 오러 마스터.
두 개의 군대를 운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군대만 움직였다는 것은…….
‘분명 꿍꿍이가 있다는 건데.’
말을 달리던 데미안의 눈이 가늘어졌다.
분명 예전에도 이러한 수와 비슷했던 기억이 있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국의 스타일을 본다면 강한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조금만 파고 들어가 보면 굉장히 세세한 부분들이 존재한다.
‘제국의 작전을 구상하는 녀석이 괴물이라고 했었지.’
말도 안 되는 전술 예측으로 상대방의 팔다리는 모조리 잘라 버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장으로 만드는 능력.
거기에 그들이 애초에 가지고 있는 거대한 체급까지 더해서 압도적인 힘을 내는 것이었다.
“이번 작전에도 그가 개입을 했다면…….”
데미안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했다.
그들의 움직임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수월하겠지만 현재 상태에서 데미안이 알 수 있는 정보는 굉장히 미약했으니까.
그랬기에 데미안은 더욱 빠르게 말을 달렸다.
불안한 마음이 계속해서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는 스라간을 보며 부대원들을 떠올렸다.
‘내가 가기 전까지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그렇게 데미안은 평야를 질주하고 있었다.
* * *
뿌우우우우우우우!
울려 퍼지는 나팔 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측 후방! 제국의 군대가 출현하였습니다!”
“누가 이끄는 군대지? 아니, 그보다 제국의 군대가 여기에는 어떻게 있단 말인가!”
지원군으로 이동하고 있던 6군단의 디오란트는 후방에서 나타난 제국의 군대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그야말로 나타난 타이밍이 너무나 신출귀몰하지 않은가. 게다가…….
“거, 검은 뱀 문양?”
적 부대의 깃발을 확인한 디오란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세 마리의 뱀이 검을 휘감고 있는 문양은 ‘그’가 이끄는 부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오러 마스터, 갈베론 맥스코프……!
“이런 빌어먹을. 티르칸 왕국으로 갔다고 하던 녀석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거지?”
하지만 오래 생각할 시간 따윈 없었다.
티르칸 왕국을 공격하러 진격했던 갈베론이 부대를 이끌고 온 것이라면.
‘적의 숫자는 최소 2~3천.’
지원군의 숫자는 7천 명이 전부다.
물론 수적으로 압도적이긴 하나, 상대측에 오러 마스터가 끼어 있다면 숫자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가 지나가는 그 길이 곧 지옥이 될 테니까.
“지금 당장 방어 대형으로 병사들을 펼쳐라. 적들이 들어오면 그대로 포위할 것이다!”
“예!”
“궁수들을 배치하고 방패병들을 전방으로 보내라! 어떻게든 녀석들의 진격을 늦추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뿌우! 뿌우우우! 뿌우우우우!
작전을 알리는 나팔이 울려 퍼지자, 병사들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전이 익숙한 이들도 있었고, 처음인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의 여부 따윈 다 제쳐 놓고서라도, 모두가 지금의 위급함을 알고 있었다.
“빨리 움직여! 놈들이 온다!”
“미친…… 오러 마스터라니! 이게 무슨 개같은 소리야!”
오러 마스터 갈베론 맥스코프가 이끄는 군대는 그 이름만으로도 병사들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게다가.
‘지형적 위치도 좋지 않아.’
부대원들과 함께 전투 준비에 들어선 디아날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갈베론의 군대를 보았다.
‘2천…… 아니, 3천?’
정확하게 숫자를 파악할 순 없었지만, 거의 3천 명에 미치는 수준으로 봐야 할 터.
하지만 정말 저들이 갈베론이 이끄는 부대라고 한다면.
‘7천의 병력으로도 막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하물며 이렇게 평야라면 더더욱.
어떻게서든 적들이 오기 전에 궁수로 숫자를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우선은 명령에 따른다.’
독립 부대라 하더라도 지금은 6군단 2사단의 군대와 함께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분명 무슨 명령이 떨어질 터.
디아날은 침착하게 분대장급 부대원들에게 대기 명령을 전달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같은 시각.
“흐음…… 제법 움직임이 빠르군.”
갈베론은 순식간에 방어 진형으로 전환하고 있는 바로크 왕국의 군대를 보며 내심 감탄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적의 규모는 고작해야 7, 8천 정도의 수준.
자신들보다 2배가 조금 넘는 정도라는 것이었다.
“바로크 왕국의 오러 마스터가 오지 않는 이상 네놈들이 살아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미 그들이 도망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사방이 평지이며 숨을 수 있는 곳도 없었기에.
하물며 스라간까지는 빨리 가도 이틀 거리.
지금부터 스라간에서 지원군이 온다고 해도 늦을뿐더러, 그들이 올 수도 없다.
“까마귀들이 축제를 벌이겠어.”
티르칸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갈베론은 곧장 옆에 있던 부관을 보며 말했다.
“기마대를 출전시킨다. 저 녀석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발을 묶는다.”
“직접 지휘하시는 겁니까?”
부관의 물음에 갈베론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마대는 자신이 가진 부대 중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지니고 있는 부대다.
그리고 그 부대의 강력한 공격력의 대부분은 선두에 선 갈베론에게서 나왔다.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이윽고 갈베론이 말 머리를 돌려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일정한 리듬에 맞춰 나아가는 갈베론의 뒤쪽으로 기마대가 줄지어 서기 시작했다.
고작 삼백 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삼백 명의 공격력은 가히 숫자로 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철컥!
기마대원들이 헬멧의 앞부분을 내리며 창을 들었다.
일자로 쭉 뻗은 창은 찌르기에 용이했고, 그들의 앞에 선 갈베론만이 검을 뽑아 들었다.
“흐흐흐, 그럼 시작해 볼까?”
조금은 경박스러운 웃음소리.
하지만 그가 선두를 달렸을 때, 그 웃음소리는 가히 지옥의 파수꾼이 내는 소리와 같으리.
“이럇!”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이윽고 먼지를 휘날리며 달리기 시작하는 기마대가 핏빛 오러를 뿜어내듯 거친 기세를 사방으로 뿌리고 있었다.
* * *
“뭐라고?!”
쾅!
자리에서 일어난 키아렌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갈베론이라니! 그놈이 어떻게 거기에 있을 수 있어?!”
말이 되지 않는다.
티르칸 왕국의 수도로 진격하고 있던 녀석이 갑자기 왜 스페니언 왕국에 있단 말인가.
그것도 지원군의 뒤를 노리고.
‘애초에 우리가 지원 병력을 움직일 것을 예상했던 것인가?’
키아렌의 표정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적의 계략에 정확하게 얻어맞은 상황이었고, 다른 방법을 강구할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스라간에 마법 통신구로 연락을 할 수 있나? 그곳에서 병력을 보낸다면 아군들에게 빨리 도달할 수 있지 않은가?”
“스라간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늦습니다. 최소한 이틀은 걸릴 것입니다.
“왜 도대체 갈베론이 거기에!”
키아렌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에 에드먼이 망설이는 듯하더니.
“……키아렌 님. 사실 이건 결과론에 의한 도출이긴 합니다만…….”
“말해 봐.”
“스페니언 북부에 있던 제국의 군대가 움직이는 순간, 우리의 지원군이 출발할 거라고 예상을 했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습니다.”
지원군이 움직이는 시간에 맞춰 갈베론이 그곳으로 출발하는 작전이라면 말이다.
“그럼 애초부터 이 모든 작전이 설계되었다고 보는 것인가?”
“결과를 놓고 본다면 그렇게 추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 이런 작전을…….”
이것은 단순히 전략적인 두뇌가 뛰어나다는 것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의 부대가 어느 정도로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정보와 상대방의 심리까지 완전히 꿰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지금이라도 서둘러 지원 병력을 보내라.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기마대로 당장 보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지원을 나간 2사단과 5사단 전체가 전멸할 수도 있다.
그에 에드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원 병력을 보낼 수는 있지만, 보낸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마대가 밤낮 달리지 않고 간다 하더라도 하루는 넘게 걸릴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에드먼은 서둘러 집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최대한 빨리 기마대를 출발시켜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때.
“군단장님!”
한 병사가 미친 듯이 달려오며 키아렌을 향해 소리쳤다.
경례조차 잊은 듯 다급한 그의 외침에 키아렌이 그를 보았다.
그에 병사가 말했다.
“지금 지원군 쪽으로 아군의 병력이 이동하고 있다는 전보입니다!”
“……?!”
키아렌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자신들도 이제 마력 통신구를 통해 급보를 전해 들었는데, 이미 아군 부대를 향해 이동하고 있는 지원군이 있다고?
“그게 누구지? 지휘관이 누군가!”
키아렌이 소리쳤다. 그에 병사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것이…….”
이어지는 병사의 말에 키아렌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 * *
콰르르르르르릉!
마른하늘에 벼락이 내리친다는 것이 바로 이런 뜻일까.
가장 선두에 세워 둔 방패병들을 짓밟는 거대한 흑색 뱀을 보며 디오란트를 비롯한 간부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저것이…… 오러?”
“후, 후퇴해야 합니다! 저런 걸 상대로 당해 낼 수는 없습니다!”
인간을 초월한 힘.
소수의 선택받은 인간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의 힘이라 일컫는 오러.
그것이 눈앞에 강림했을 때, 수천 명의 병사들은 무력함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콰콰콰콰콰콰쾅!
단 한 번의 검짓에 쏟아지는 거대한 흑색 뱀 형태의 오러.
그것이 쓸고 간 자리엔 백여 명의 병사들이 흔적만 남긴 채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뻥 뚫린 공간으로 갈베론을 앞세운 기마대가 거대한 발리스타처럼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기세가 얼마나 강한지, 순식간에 부대 전체가 반으로 갈라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때.
“2진, 뒤로 후퇴하며 후방 궁수 부대에게 발사 명령을 내려라!”
“하, 하지만 그랬다간 1진에 있는 아군들까지 맞습니다!”
“최대한 녀석들을 조준해서 쏘라고 해! 지금은 어떻게든 녀석들의 발을 묶는 것이 먼저다!”
저런 속도로 밀고 들어왔다간 순식간에 2진마저 당할 수 있다.
1진과 거리를 상당히 떨어트려 놓았기에 대응할 시간이 조금은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도 찰나의 시간일 뿐이다.
디오란트의 명령에 부관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뿌우우우우우우우!
연이은 궁수 부대 격발 명령이 떨어지자, 가장 후방에 있던 궁수 부대가 갈베론이 이끄는 기마대를 향해 화살을 쏘았다.
촤자자자자자자작!
족히 오백 개 이상의 화살이 동시에 하늘로 솟구쳐 오르자 갈베론의 눈이 번뜩였다.
“아군마저 죽이겠다는 뜻인가.”
멍청한 지휘관 같은이라고.
고작 이 정도 수준의 지휘관이라면 지원군으로 와도 크게 위협적이지 않겠지만.
“이곳에서 모두 묻어 주마.”
이어서 갈베론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우우우우웅!
순식간에 생겨나는 검막과 함께 날아오던 화살들이 튕겨나가자.
“더 속도를 올려 간다!”
“예!”
기세를 탄 갈베론이 기마대를 채찍질하며 속도를 올렸다.
그 모습에 디오란트가 아연실색하며 움츠러드는 그 순간.
“디, 디오란트 님!”
“……?”
엄청난 속도로 갈베론이 이끄는 기마대 옆을 향해 돌격하고 있는 한 부대.
카이온 부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