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28)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1화(131/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1)
갑자기 옆에서 나타난 카이온 부대에 디오란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어찌 저 녀석들이 저곳으로 이동하고 있단 말인가!”
6군단 직속의 독립 부대이기 때문에 저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6군단장인 키아렌뿐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원군에 속해 있을 때는 자신 역시 명령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 갑작스러운 갈베론의 등장에 이미 멘탈이 크게 흔들린 디오란트는 그저 후퇴를 위한 방안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마저도 엄청난 속도로 뚫고 들어오는 갈베론의 기마대에 발목이 잡힐 판국인데…….
그런데 고작 삼백 명밖에 되지 않는 부대가 오러 마스터가 이끄는 부대를 향해 돌진을 한다고?
“저, 저런 미친놈들!”
디오란트가 소리쳤다.
“흐흐흐흐, 이거 미친 짓 아닙니까?”
디아날의 옆에서 함께 달리고 있던 카일이 살짝 광기가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그 반대편에 있던 제르카가 말했다.
“하지만 부대장님이 있었으면 분명히 이렇게 했을 거야.”
끄덕.
그에 디아날이 고개를 끄덕였다.
디아날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만약 데미안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군들이 모조리 죽어 나갈 수 있는 이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분명 이 길이 같은 길일 것이다.’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내는 것이 바로 데미안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이 카이온 부대이지 않은가.
데미안은 없었지만, 아군이 전멸당할 수도 있는 이 상황에서 가만히 도망치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랬다간 돌아와서 불호령을 내리겠지.’
다른 사람도 아닌, 데미안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명심해라, 절대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전 로즈나이트 기사단과 싸울 때처럼 살짝 긁고 지나간다는 느낌으로 움직여.”
“알겠습니다.”
“예!”
하물며 상대는 보병도 아닌 기마대.
자칫 그 속력에 휩쓸렸다간 그 자리에서 곤죽이 되어 죽을 수 있다.
“파울!”
삐이이이이이!
신호를 알리는 피리 소리와 함께 파울이 이끄는 서른 명의 궁수들이 빠르게 옆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기마대의 허리.
중간을 자를 수만 있다면 녀석들의 후미를 떼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바밧!
빠르게 달려 나가던 파울이 궁수 부대와 함께 자세를 낮추며 활을 들어 올렸다.
그동안 훈련이 제법 효과가 있었는지, 그들은 거의 한 몸처럼 움직임이며 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발사!”
촤자자자자작!
파울의 외침과 함께 그들의 화살이 기마대의 중심부에 있는 기사단을 향해 날아갔다.
비록 녀석들이 달리는 스피드와 긴 창으로 화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곤 해도.
퍼퍼퍼퍼퍽!
전부 막을 수는 없는 법.
“히이이이이이이잉!”
화살에 맞은 세 마리의 말이 그 자리에서 날뛰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으, 으아아악!”
“앞에서 사고가 생겼다. 피해서 바로 이동해!”
중간에서 달리던 말이 바닥에 쓰러지자, 뒤이어 달려오던 기마대원들도 앞으로 꼬꾸라지며 연쇄 충돌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디아날은 곧장 부대원들과 함께 균열이 생긴 기마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쓰러진 말은 전부 다 해서 스무 마리 정도 되는 건가?’
이런 순간에서도 임기응변으로 옆으로 돌아 계속 진격하는 녀석들의 모습은 가히 오러 마스터가 이끄는 부대라 할 수 있었다.
최소 오십 마리 정도는 쓰러트릴 생각으로 궁수 부대를 운용한 건데.
하지만 이 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하다.
이미 허리의 한 웅큼이 잘려 나간 녀석들의 속도는 확연하게 줄었으니까.
“이런 버러지 같은 놈들이!”
“감히 우리에게 덤벼든다고?”
갈베론의 기마대원들은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카이온 부대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때.
파밧!
가장 선두에 있던 디아날이 엄청난 속도로 말에서 떨어진 기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순간적으로 녀석은 디아날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쳐 버렸다.
“뭐, 뭣?!”
“어디냐!”
순식간에 사라진 그의 신형.
마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다리에 집중시킨 디아날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쾌속 그 자체였다.
파밧!
그리고 그들의 옆쪽으로 이동했던 디아날이.
서걱!
“크악!”
한 기사의 왼쪽 다리를 베며 지나갔고.
“거기냐!”
쩌엉!
뒤돌아 공격하는 기사의 창을 막아 내며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자만하지 마라, 제국의 개들아.”
“미친……!”
그의 검과 맞부딪친 창이 하늘로 튕겨 나가자, 기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마력이 깃든 자신의 공격을 어찌.
‘저렇게 호리호리한 검으로…….’
검신의 두께라고 해 봐야 5cm도 되지 않는 얇은 검이었다.
일반 롱소드보다 얇은 검이 어찌 이렇게도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그 순간 디아날이 곧바로 어깨로 기사의 명치를 강하게 후려쳤다.
쿵!
“크억!”
기사의 갑옷이 우그러지며, 입에서 피가 섞인 침이 튀어나왔다.
너무 가깝게 붙어 있었던지라, 검을 휘두를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기사가 충격으로 한 걸음 뒤로 떨어지는 순간.
콰드드드득!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진 검이 기사의 갑옷마저 찢으며 완전히 반으로 갈랐다.
“……!”
“뭐, 뭣?!”
그것은 실로 눈이 휘둥그렇게 변할 만한 일이었다.
비록 풀 플레이트 아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금속으로 제작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단순히 갑옷의 빈틈을 찌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갑옷을 통째로 베는 것이 가능한 건가?
그것도 기사도 아닌 일반 병사 따위가.
“흐아아아아압!”
하지만 놀랄 시간은 없었다.
어느덧 카이온 부대원들이 달려들며 앞에 있던 기사들을 모조리 튕겨 내자.
삐이이이이이!
“후퇴! 후퇴해라! 후퇴해라!”
디아날이 크게 소리치며 주변에 있는 기마대를 보았다.
조금만 시간을 더 끌었다간 저들에게 모조리 포위당할 수 있는 상황임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에 갈베론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감히 이딴 짓을 저질러 놓고 그냥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는 말 머리를 돌려 카이온 부대 쪽을 바라보며 부대를 양쪽으로 움직였다.
감히 자신의 기마대를 상대로 덤벼 놓고 먼저 발을 빼려는 건방진 녀석들.
상당히 조직적이며, 빠르게 퇴로까지 확보하여 움직이는 것이 제법이긴 하다만.
“곱게 보내 줄 성싶으냐!”
갈베론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쥐고 있던 검에 집중시켰다.
단번에 오러로 녀석들의 허리를 끊어 버릴까 생각도 했었지만.
‘고작 저런 놈들에게 오러를 쓸 수는 없지.’
오러가 엄청난 힘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강대한 힘만큼이나 시전자의 육체에 상당히 큰 부담을 주었다.
갈베론의 경우엔 연달아 사용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온전한 컨디션이라 하더라도 4번 정도로 제한하여 싸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갈베론이 오러를 사용하는 것은 적의 단단한 방어진을 뚫을 때와 적장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을 때였다.
저런 잔챙이 놈들을 잡는 데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쿠르르르르르릉!
갈베론이 아래에서 위로 검을 휘두르자, 그의 검에서 반원의 검기가 쏘아져 나갔다.
오러가 시전자의 특질을 담은 힘이라 한다면, 이것은 그저 순수한 마력의 힘.
쑤아아아아아악!
갈베론이 쏘아 보낸 반원형 검기가 선두에 있던 디아날을 향해 쇄도했다.
“……!”
그 모습에 디아날은 끌어올릴 수 있는 모든 마력을 양손에 쥔 검으로 집중했다.
‘막아야 한다……!’
피한다면 부대원들이 위험하다.
찰나의 순간, 빠르게 결정을 내린 디아날이 곧바로 갈베론이 쏘아 낸 검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흐아아아아아압!”
모든 마력을 집중한 검을 엑스자로 휘두르며 갈베론의 검기를 강타하는 순간.
쩌어엉!
강렬한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마력의 회오리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엄청난 진동.
디아날은 산산조각이 나 버린 자신의 검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이탈한다! 모두 서둘러 움직여!”
마력의 회오리가 몰아치며 시야가 흐릿해지는 이 순간이 도망치기 가장 최적의 순간이다.
디아날의 외침에 분대장들은 각 분대원들에게 빠르게 명령을 하달하며 약속된 포인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뛰어! 뛰어! 뛰어!”
“죽어라 달려라! 뒤처지면 진짜 뒈지는 거야!”
카이온 부대원들 전원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달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포위하려던 기마대를 뚫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데미안과 함께 숱하게 했던 작전이다.
적의 균형을 무너트린 이후 곧장 도망쳐서 다시 기회를 잡는 것.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메꿀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었다.
도망치고 있는 카이온 부대를 보며 갈베론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감히 이놈들이……!”
갈베론은 곧장 부대를 나누어 녀석들의 뒤를 쫓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피아렌의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격퇴한 것이 저 녀석들인가?’
뭔가 속이 울렁이는 듯한 감각과 함께 녀석들의 정체가 번뜩 떠올렸다.
이전 스라간의 전쟁 보고서에서 올라왔던 상황과 거의 흡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크크크큭, 저 녀석들이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쓰러트린 카이온 부대란 말인가.”
백인 부대라 들었었는데, 그 짧은 사이 증원을 한 모양이었다.
대략 삼백 명 정도로 이루어진 부대로 보였다.
스윽.
갈베론은 완전히 말 머리를 돌려 카이온 부대 쪽을 바라보았다.
이미 바로크 왕국의 지원군은 큰 타격을 입었다.
곧장 스라간으로 이동한다 하더라도 정비를 하는 데 제법 시간이 오래 걸릴 터.
그렇다면 우리들은…….
“제프리. 보병 전체를 이끌고 바로크 왕국의 지원군을 견제하라. 녀석들이 스라간으로 이동하는 것만 저지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나는 기마대를 이끌고 저 녀석들을 모조리 소탕하도록 하지.”
카이온 부대.
그 명성이 대륙 전체에 퍼지고 있는 이 시점에 녀석들을 완전히 전멸시킬 수 있다면.
“흐흐흐흐흐, 이 몸의 위상 역시 하늘 높이 올라가겠지.”
이미 제국의 4번째 오러 마스터로 이름값을 올리고 있는 갈베론이다.
그런데 첫 전투에서 티르칸 왕국의 국경을 뚫은 것을 시작으로 바로크 왕국의 지원 병력을 막아 내고, 카이온 부대까지 전멸시킨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
확실한 무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다.
이윽고 생각을 정리한 갈베론이 기마대원들을 보았다.
카이온 부대의 공격으로 몇몇 기사들이 당하긴 했지만, 전체 인원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 소수였다.
그에 갈베론이 소리쳤다.
“이동이 가능한 이들은 빠르게 정렬해라. 신속히 녀석들을 쫓겠다!”
다행인 것은 이곳은 평야 지역으로 말이 가지 못할 만한 험한 숲이나 언덕이 없다.
고로 녀석들이 도망친다 하더라도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었다.
‘로즈나이트 기사단이 녀석들에게 당한 것은 지형적 위치로 인해 그들의 계략에 걸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트인 곳에서 특별한 작전을 구상하는 것은 불가능할 터.
“녀석들을 뒤쫓는다. 반드시 오늘 안으로 놈들을 전멸시킨다!”
“예!”
“가자!”
갈베론은 카이온 부대원들이 도망친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그의 눈에는 완벽한 승리로 얻을 명성에 대한 생각만이 강하게 들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