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29)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2화(132/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2)
“허억…… 허억…… 허억……!”
죽어라 달리고 있지만,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좀처럼 길이 보이지 않는다.
“부부대장님! 조금만 쉬는 게 어떻겠습니까? 부대원들 전부 죽겠습니다.”
디아날과 함께 달리고 있던 카일이 호흡을 거칠게 내뱉으며 말했다.
카이온 부대 내에서도 체력이라면 상당히 뛰어난 축에 속하는 카일이다.
그런 그가 이 정도로 호흡이 거칠다면 다른 부대원들은 보지 않아도 훤했다.
특히 후방에서 달리고 있는 부대원들은 따라붙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수 있었다.
“이곳에서 조금만 휴식한다. 혹시라도 적이 나타나면 곧장 찢어질 수 있도록 분대장들은 작전 포인트 지점을 확실하게 인지하도록.”
“알겠습니다.”
“후우…… 그럼 제가 뒤쪽으로 이동해서 적의 위치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테르카의 말에 디아날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간다. 너희는 쉬고 있어.”
“……알겠습니다.”
이런 고집스러운 부분까지 데미안을 닮았다. 아니…….
‘부대장님을 닮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야 하나.’
물론 그런 집착 같은 노력이 있었기에 아까같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무용을 보일 수 있었겠지.
‘설마 오러 마스터가 쏘아 낸 검기를…….’
목숨이 두 개가 아니고서야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조금만 힘에 밀렸더라면 검기에 몸이 반으로 잘려 나갔을 것이다.
두 자루의 검을 잃은 것은 큰 타격이긴 했지만.
‘오히려 싸게 먹혔다고 봐야겠지.’
테르카는 뒤쪽으로 이동하는 디아날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제르카가 테르카에게 다가왔다.
“부부대장님, 너무 무리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부대장님이 없는 자리를 메꾸려고 애쓰시는 것 같다.”
“……이러다가 사달이 날 것 같은데.”
제르카가 불안한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가 봐도 디아날이 무리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대의 후방으로 걸음을 옮기던 디아날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내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디아날은 산산조각 나 버린 두 자루의 검을 생각하며 갈베론이 쏘아 낸 검기를 떠올렸다.
‘다시 막을 수 있을까?’
무식하다면 용감하다고, 아무것도 몰랐기에 할 수 있는 객기였다.
아쉬움이 남았다곤 하지만, 다시 그 공격을 막아 내라면 성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체…… 어떻게 그런 자리에서 우리를 이끈 겁니까, 데미안 부대장님.”
새삼 그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젠장, 잠깐 쉴 시간조차 주지 않겠다는 건가.”
드넓게 펼쳐진 평야였기에 적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말은 적들의 시야에도 자신들이 잘 보인다는 것이다.
‘겨우 숨 한 번 돌릴 정도가 끝이라는 건가…….’
디아날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넓게 펼쳐진 평야에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으나 꽤 높게 자란 갈대숲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그리 크지는 않았기에 부대원 전체를 이끌고 움직이기는 힘들 것 같았다.
“……하아.”
디아날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녀석들의 시선을 끌어 지원군을 구해 낸 것까진 좋았지만.
‘이러다간 우리가 전부 죽는다.’
이곳에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디아날은 빠르게 분대장들을 소집했다.
겨우 10분 남짓한 휴식이었지만, 그래도 호흡이 조금은 돌아온 듯 다들 한결 나아진 표정이었다.
디아날이 분대장급 인원들을 보며 말했다.
“내가 발이 빠른 궁수 부대와 함께 갈대숲 쪽으로 이동하겠다. 그럼 그때 카일, 제르카, 테르카는 부대원들을 3개로 나누어서 포인트 지점으로 이동해라.”
“여기 남는다고요?”
“기마대를 상대로 부부대장님이 남으면 어쩌겠다는 겁니까?”
카일과 제르카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리 궁수 부대가 발이 빠르다고 한들, 기마대를 상대로 도망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에 디아날이 말했다.
““갈대숲에서 최대한 버티다가 도망칠 거다.”
어떻게든 지금은 시간을 끌어야 한다.
‘분명 왕국 쪽에서도 이 사실을 인지했을 테니까.’
디아날이 일부러 도망치는 방향을 남쪽으로 잡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였다.
남쪽으로 이동한다면 추가로 보내는 지원군과 만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니까.
‘살아남아야지.’
어째서 이런 괴물 같은 놈들이 득실거리는 전장에만 투입이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죽지 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는 것을 가장 1순위로 해라.
부대장님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지 않은가.
디아날이 분대장들에게 말했다.
“그럼 작전을 시작한다. 이 포인트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면 그때 신호탄을 날려 적들의 시선을 빼앗아라. 그럼 그때 우리도 타이밍을 보고 도망칠 테니까.”
“……알겠습니다.”
“죽지 마십시오. 부대장님이 절대 죽지 말라고 했으니까요.”
“그래.”
디아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안하다, 네게도 이런 위험을 부담하게 해서.”
“아닙니다, 오히려 영광입니다.”
파울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데미안이 이 자리에 있었더라도 똑같은 말을 했을 터.
파울은 이윽고 궁수 부대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부부대장님의 지휘를 따르겠습니다.”
“좋아, 가자!”
디아날이 검집으로 바닥을 긁으며 빠르게 갈대숲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별것 아닌 행동이긴 같았지만…….
“……음?”
멀리서 다가오던 갈베론은 살짝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알아차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들이 향하는 방향.
“하? 어쭙잖게 시간을 끌 생각인가?”
갈대숲으로 달리는 그들의 모습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갈대숲이긴 하나.
“어디 숨바꼭질을 해 보자는 건가.”
하지만 녀석들에게 오래 시간을 끌 생각 따윈 없었다.
갈베론이 곧장 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전 대원, 삼각 횡대로. 최대한 넓게 퍼져서 녀석들을 한 번에 잡아낸다.”
“예!”
그 명령과 동시에 삼백여 명의 기마대가 좌우로 넓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족히 삼십 열 이상 펼쳐진 기마대의 모습은 갈대숲을 몇 번만 오가면 순식간에 녀석들을 잡아낼 수 있을 듯했다.
“이번 전투에선 바로크 왕국의 카이온 부대를 제물로 올린다. 죽는 놈들은 이곳에 버려두고 갈 테니 이 악물고 따라오도록!”
“예, 알겠습니다!”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외침과 함께 갈베론의 기마대가 갈대숲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 * *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스페니언 왕국의 땅으로 들어온 지 벌써 한나절이 훌쩍 넘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말을 타고 달리던 데미안은 저 멀리서 보이는 흐릿한 집단을 보았다.
‘아군인가?’
순간 데미안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이내.
“……!”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부대의 선두, 카일의 모습에 데미안이 소리쳤다.
“카일!”
목소리에 마력을 실은 데미안의 외침.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소리에 부대를 이끌고 포인트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던 카일이 고개를 돌렸다.
“어, 엇?! 부대장님!”
“카일! 현재 상황을 보고해라!”
곧장 말에서 뛰어내린 데미안은 그와 함께 있는 부대원들을 보았다.
겨우 백 명 남짓.
한눈에 숫자를 파악한 데미안의 머릿속에 불안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혀, 현재 디아날 부부대장이 궁수 부대와 함께 오러 마스터인 갈베론이 이끄는 적 기마대를 유인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제르카, 테르카 분대장이 각 부대를 찢어서 포인트 지점으로 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카일은 다급한 상황에서도 최대한 간결하게 상황을 보고했다.
그의 보고에 데미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다른 두 부대는 어디에 있지?”
“세 방향으로 찢어진 터라…….”
“……젠장.”
데미안이 이를 갈았다.
지금 다시 부대를 모아서 디아날과 궁수 부대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도 멍청한 짓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기껏 살리려고 보낸 부대원들을 하나로 합친다고 한들.
‘갈베론이라니.’
제국의 4번째 오러 마스터.
그렇게 보기 힘든 오러 마스터이거늘, 어째서 가는 곳마다 오러 마스터와 마주친단 말인가.
‘이것도 내 업보인가.’
데미안은 마치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자신의 잘못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카일, 넌 이대로 포인트 지점으로 이동해라. 나는 곧장 디아날에게로 간다.”
“같이 가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아니.”
데미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상대가 오러 마스터라면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부대원들은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녀석의 오러에 제물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컸다.
‘그럴 바엔…….’
차라리 단 한 번 기회를 만들어 녀석들에게 타격을 주고 도망치는 길을 택해야 한다.
참으로 험난한 여정이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가야지.”
데미안은 다시 말에 오르며 창을 잡았다.
‘……멍청이.’
왜 네가 그곳에서 대신 죽음을 선택하려 하느냔 말이다.
하여간 과거나 지금이나 다른 점이라곤 하나도 없이 고지식한 녀석이다.
그렇게 또 죽어 버리면 남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라고.
으득.
‘절대, 두 번은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번엔 반드시 살린다.
데미안이 강하게 고삐를 당기자, 데미안을 태운 말이 빠르게 갈대숲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파바바바바바바밧!
기마대가 날뛰는 중심, 갈대들이 심하게 흔들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흔들리고 있는 갈대의 움직임에 디아날은 자세를 낮춘 채 파울을 보았다.
끄덕.
끄덕.
눈짓과 고개의 끄덕임으로 사인을 보낸 디아날이 천천히 다른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녀석들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날개를 펼친 것처럼 넓은 진형으로 갈대숲을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직선으로 달린 이후 방향을 바꿔 다시금 옆쪽으로 이동하다가 또다시 일직선으로 달리는데.
‘한 포인트씩 겹친 상태로 이동을 하는구나.’
아마도 카이온 부대의 인원이 전부 다 있다고 생각을 하고 집중적으로 수색을 하기 위함인 듯했다.
삼백 명이나 되는 부대원들이 동시에 위치를 휙휙 바꾸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까.
‘궁수 부대만 이끌고 오길 잘했어.’
게다가 갈대숲으로 들어오기 전, 검집과 다른 무기로 흙먼지를 일으킨 것이 녀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이동한다.”
작게 속삭이듯 말한 디아날은 녀석들이 수색하고 지나간 방향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런 형태로 녀석들의 수색을 한 번 피해 냈었기 때문이다.
‘지금쯤이면…… 전부 이동했겠지.’
이제 자신들만 이곳을 벗어나 도망치면 된다.
디아날은 녀석들이 지나간 지점에 모여 자세를 낮췄다.
이어서 빠르게 부대원들을 모은 디아날이 말했다.
“가지고 있는 화살을 부러트려 대각선으로 바닥에 꽂는 건 어때? 화살촉이 위로 향하게끔 해서 트랩을 만드는 거지.”
“말의 다리에 상처를 낼 생각이시군요.”
끄덕.
자신들이 이곳을 빠져나가더라도 도망치기 위해선 반드시 저들의 기동력을 줄일 필요가 있다.
물론 삼십 명이 만들어 내는 트랩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떻게서든 발악을 해 봐야지.’
디아날의 의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서두르죠. 다들 간격을 띄우고 화살을 바닥에 박아 트랩을 만든다.”
작게 속삭였지만 다급함이 묻어났다.
궁수 부대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곤 화살통에 있던 화살을 쏟아 냈다.
콰직! 콰직! 콰직!
한 무리는 화살을 부러트렸고, 다른 무리는 빠르게 이동하며 화살을 바닥에 꽂기 시작했다.
‘반대쪽에도 우리가 없다는 걸 알면 반드시 이쪽으로 다시 오겠지.’
그리고 녀석들이 이 화살 트랩에 걸린다면 그때가 도망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디아날은 서둘러 바닥에 화살을 꽂으며 트랩을 설치했다.
하지만 그때.
“재미있는 짓을 하고 있군.”
“……!”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에 디아날은 귀신을 본 듯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십여 명의 기사들과.
“가, 갈베론……!”
오러 마스터 갈베론이 말에서 내린 채 그들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