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3)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화(13/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
갑작스러운 포복 훈련으로 4소대 전원이 비상이 걸렸다.
“으으…… 자고 일어나니까 더 아픈 것 같아.”
“시발, 누가 약 좀 발라 줘. 아…… 너무 아픈데……?”
“난 뾰족한 자갈에 찔렸어, 씨발. 하필 내가 기어가는 곳에 그런 돌이 있냐…….”
포복 훈련으로 팔꿈치와 무릎이 다 벗겨진 4소대원들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한마디씩 내뱉었다.
당연히 내무실 분위기는 아주 거지 같았다.
“씨…… 다들 좀 닥쳐. 아침부터 왜 이렇게 앓는 소리야?”
“아니, 아픈 걸 아프다고 하는데 왜 지랄이야?”
“시발, 소대장 병사면 단가? 진짜 자기가 선임인 줄 알고 지껄이고 있네.”
순식간에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하지만 그때…….
“무슨 소란인가!”
4소대장이 내무실로 들어오며 크게 호통을 쳤다.
조금 전까지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던 소대원들이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4소대장이 소대원들을 보았다.
‘……이거 시작부터 좋지 않군.’
아직까지 전우애가 끈끈하게 쌓이기엔 다소 부족한 시간이다.
특히 포복처럼 몸에 상처가 생기는 훈련은 훈련병들의 스트레스를 굉장히 증가시킨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전우애가 쌓였을 4주 차에 포복 훈련을 하는 건데…….’
그때가 되면 서로가 모두 힘든 것을 알기에, 조금씩 보듬어 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결속력이 없는 지금은 그저 서로에게 짜증과 화를 분출하기 급급했다.
“다들 포복으로 아픈 건 알겠지만, 조금 더 의연하게 대처해라. 아직까지 함께 훈련해야 할 시간들이 많이 남았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예.”
대답은 하지만 성의는 없었다.
한 번 더 윽박지를까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4소대장이 돌아간 4소대 내무실은 그저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야야, 나 여기 까졌어! 약 좀 줘 봐!”
“어이구…… 임마, 그러기에 보호대를 잘 착용했어야지. 방향이 틀렸잖아.”
“아…… 내가 무릎 옆으로 길 줄은 몰랐어, 젠장.”
“상처 좀 보자. 내가 찰과상 좋은 약이 있어.”
“어어? 나도 좀!”
“흐흐, 줄을 서시오!”
찰과상에 좋은 드래곤표 약을 가진 병사가 크게 소리치자, 그 앞으로 상처가 생긴 소대원들이 우르르 몰려들며 줄을 섰다.
그 모습에 카일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흐, 새끼들. 그깟 긁힌 정도 상처로 약은 무슨.”
“넌 괜찮냐?”
“난 완벽했지.”
보호대 방향이 말이야.
“덕분에 보급용 양말을 다 써 버렸지만, 후회는 없다. 흐흐흐흐흐.”
“필요하면 말해, 내 거 하나 줄 테니까.”
“작아.”
“양말은 그냥 쑤셔 넣으면 늘어나니까 괜찮아.”
“흐흐흐흐흐, 그런데 데미안. 이런 꼼수는 어디서 배운 거야?”
“돌아가신 아버지께. 그런데 아버지께서 반드시 당부한 얘기가 있다.”
“……?”
“절대 걸리면 안 된다고.”
데미안의 진지한 말에 카일은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크하하하! 그거야말로 명언이로군! 자고로 부친의 조언은 새겨들어야 하는 법이다. 으하하하하!”
솥뚜껑만 한 손으로 데미안의 등을 퍽퍽 두드리는데, 한 방 맞을 때마다 뼈가 으스러지는 느낌이었다.
‘이 새끼…… 저번 일에 복수인가?’
데미안이 힐끗 흘려 보았지만, 카일은 모르는 듯했다.
어쨌든 생각보다 좋은 분위기에 데미안은 다음 훈련 일정을 보았다.
‘이번 주는 쭉 방패술과 창술이구나.’
하긴 처음에 체력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훈련병들이 배우기엔 가장 좋은 훈련이다.
‘가장 중요한 훈련이기도 하고.’
왕국제일창술은 제법 뛰어난 창술이다.
어떤 녀석들은 특정 귀족 가문의 창술과 비교하며 낮게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데미안이 익혀 본 결과, 끝까지 익힐 수만 있다면 어지간한 명문 창술에도 밀리지 않았다.
‘대부분 기본기만 배우고 때려치워서 문제지.’
아무런 연줄도 없이 전쟁터로 끌려왔던 데미안에겐 왕국제일창술이 유일한 돌파구였다.
죽어라 훈련한 끝에 남들보다 조금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고, ‘그분’을 만나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도 성격이 그대로이려나.’
데미안의 스승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성격 파탄자’였다.
결코 쉽게 가르치는 법이 없이 어떻게 하면 배우는 녀석들이 더 고통스러워할지를 연구하던 악질이었다.
물론 그 덕분에 모진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시 볼 수 있겠지.’
데미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윽고 1소대장인 브라이언이 내무실 안으로 들어오며 소대원들을 보았다.
“다들 괜찮나?”
“예,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밝은 분위기.
우렁찬 대답에 브라이언은 조금 의외인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4소대는 완전히 박살 났다고 하던데.’
그에 비해 1소대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뭔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인데?’
거의 퇴소할 때쯤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2주 차 때 느낄 줄이야.
피식.
이 분위기도 설마 저 녀석과 관련이 있는 건가?
브라이언이 데미안을 보았다.
데미안은 브라이언의 시선을 받으며 말없이 서 있었다.
브라이언이 말했다.
“오늘도 단체전에 대비한 훈련이 진행된다.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데미안의 대답에 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다.
그리고 이윽고 준비를 끝낸 1소대는 곧장 단체전 훈련을 위해 훈련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던 도중…….
“야야, 저기 4소대다.”
“워우, 쓰벌. 표정들이 아주 뭐 같은데?”
“분위기 장난 아닌데……?”
당장 살인이라도 날 것만 같은 흉흉한 분위기에 1소대 훈련병들이 혀를 내두르며 녀석들을 보았다.
“우리도…… 보호대가 없었으면 저런 분위기였을까?”
“아…… 그런데 진짜 보호대 없이는 힘들었을 것 같긴 해. 해도 상처가 생겼는데, 안 한 쟤들은 오죽하겠냐?”
가뜩이나 훈련으로 몸도 힘든데, 거기에 상처까지 생겨 계속해서 통증이 있으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것이다.
1소대는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4소대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이 1소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잘 봐 둬, 저 새끼들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개고생을 한 거니까.”
“씨발놈들…… 지들은 아주 낄낄거리며 난리가 났지?”
“아니, 그런데 똑같이 포복 훈련을 했는데 저 새끼들은 왜 멀쩡한 거 같냐고.”
“분명 무슨 비겁한 수를 썼을 거다.”
4소대 소대장 병사 찢어진 눈깔은 지금 소대 내에 돌고 있는 분노를 모두 1소대로 전가시켰다.
4소대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이제 며칠 안 남았다. 소대 대항전 때 저 새끼들을 아주 박살 내고 우리가 1등을 하는 거야……!”
“그래!”
“우리가 1등이다!”
다시금 하나로 뭉쳐지는 소대원들을 보며 찢어진 눈깔은 지나가는 데미안을 흘겨볼 뿐이었다.
* * *
훈련소 생활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모두가 자고 있는 밤, 밖으로 나온 데미안은 인적이 없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틀 뒤…… 소대 대항전.’
어떻게 본다면 훈련소에서 진행되는 가장 첫 번째 시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훈련을 열심히 받는 건 모두가 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결과를 만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점수를 측정하여 순위를 매기는 것이 훈련소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데미안에게 소대 대항전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소대 대항전이 훈련병들의 점수를 매기는 데 있어,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디든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3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의 점수를 매기는 것은 기본적인 훈련의 태도, 적극성을 채점한다.
당연히 습득이 뛰어난 경우에도 점수를 높게 받는다.
하지만 소대 대항전은 그야말로 일종의 중간고사와도 같은 개념.
여기서 어떤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받는 점수가 완전히 달라진다.
“어떻게든 상위 다섯 명이었지.”
훈련 기간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다섯 명은 3훈련소의 무구 창고에서 본인이 원하는 무구를 하나 선택할 수 있다.
물론 무구라고 해 봐야 C등급 정도의 아티팩트가 최고다.
그저 괜찮은 무기나 일회성 보호 마법이 걸려 있는 액세서리를 고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남들은 절대 고르지 않을 것 같은 무구 중 엄청난 것이 숨겨져 있었다.
“그게…… 있으면 좋겠는데.”
데미안 역시 3훈련소 출신의 부하에게 듣기만 해서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저 그것이 장식 없는 거무튀튀한 반지라는 것밖에.
하지만 능력에 대해선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마력을 주입했을 때…… 한순간 몸을 사라지게 만드는 능력이라.’
정확하게는 1~2초 정도 잠깐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주는 투명화 마법이 걸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이라는 점에서 이미 C등급이 아닌 A등급 이상의 아티팩트라고 해도 무방했다.
‘어디서나 보물이 썩어 나는 경우는 있으니까.’
그것을 알고도 그냥 넘어가는 건 멍청이나 하는 짓이다.
“후우…….”
그러기 위해선 확실하게 1등을 차지해야 한다.
원래라면 그냥 다섯 명 안에만 들어갈까 했었지만.
‘아펠이 눈치챌 수도 있어.’
마력을 사용하는 아펠이라면 아티팩트의 유무를 밝혀낼 수도 있겠지.
혹시라도 녀석이 먼저 무구 창고에서 아이템을 선택한다면 데미안에게 있어선 난처한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스르륵.
데미안은 몸에 힘을 빼며 마력 연공법에 집중했다.
‘조금만 더…….’
훈련소에 들어와서도 매일같이 마력 연공법을 빠지지 않고 했던 데미안이다.
어느덧 델프트 마력 연공법의 2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우우우우웅.
데미안의 몸 주변으로 작은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 * *
드디어 2주 차 마지막 날.
소대 대항전이 열리는 날이 다가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상당히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각 소대의 훈련병들은 자신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연병장에 모여들었다.
“후우…… 이것 참, 재미있겠네.”
“어차피 우승은 우리 아니겠어? 흐흐흐.”
카일이 낮게 웃으며 반대편에 있던 데미안을 보았다.
데미안은 방패의 손잡이와 창대에 끈적한 반창고를 감고 있었다.
그 모습에 카일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단순히 반창고를 감고 있는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데미안.”
“왜?”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
카일의 말에 데미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보았다.
뭔가 진지한 듯한 카일의 눈빛.
그는 데미안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변한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네.”
그러더니 데미안의 머리 위로 손바닥을 펼쳐 대며 말했다.
“키가 좀 컸나? 성장기니까 말이야.”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이봐, 카일. 데미안은 이미 키가 크다고.”
“그래, 네가 너무 무식하게 큰 거라고.”
“그래도 성장기잖아, 더 클 수도 있지. 으하하하하!”
성장기라는 말에 다른 소대원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녀석들의 반응에 데미안이 조금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정말 놀란 것은 카일의 눈썰미였다.
‘이 자식……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건가?’
북쪽 출신은 원래 이렇게 마력에 대한 기감이 뛰어난가?
바로 어젯밤.
델프트 마력 연공법을 2성까지 성공시킨 데미안이다.
덕분에 마력의 양이 늘어남은 물론, 한 번에 출력할 수 있는 마력의 양도 늘어났다.
이전보다 육체적인 능력이 상승했고, 마력으로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카일.”
“음?”
데미안의 말에 카일이 고개를 갸웃했다.
녀석이 평소와 다르게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이 이내 카일을 보며 말했다.
“난 이 소대 대항전, 우리가 압도적으로 이겼으면 한다.”
“……흐흐흐.”
그 말에 카일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다른 소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 소대장 병사께서 압도적으로 이 대항전에서 우승하겠다고 하는데, 다들 잘 들었지?”
“물론이지!”
“당연히 우리가 우승이지!”
의욕 넘치는 소대원들을 보며 카일이 데미안을 향해 씨익 웃었다.
“다들 그렇다는군.”
“그럼 가자고.”
그리고 때마침…….
“1소대 앞으로!”
교관의 호명과 함께 데미안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