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3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3화(133/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3)
“가, 갈베론!”
디아날이 벌떡 일어나며 허리춤에 있는 검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저 허공을 붙잡는 두 손.
이미 검이 부러져 검집만 매달려 있는 허리춤에 디아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느덧 한 걸음 크게 다가온 갈베론이 디아날과 궁수 부대를 보며 말했다.
“설마 이런 소수로 움직였을 줄이야. 그러니 포위망을 한 번 빠져나간 것이겠지.”
갈베론은 순수하게 감탄을 터트렸다.
설마 자신들을 상대로 그 짧은 시간에 그런 작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아아아아악!
갈베론은 지금도 다른 쪽 갈대숲을 달리고 있는 기마대 쪽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덕분에 진탕 고생을 했다. 꽤 괜찮은 작전이었어.”
스윽.
그러곤 갈베론이 디아날을 향해 검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제 장난은 끝이다. 빨리 네놈들을 죽이고 나머지 잔당 놈들도 죽이러 가야 하거든.”
마치 껄렁한 양아치처럼 이죽거리는 갈베론의 모습.
그 모습에 디아날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큭! 크크크크크크크크큭.”
“……뭐야, 미친 거야?”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디아날을 보며 갈베론이 물었다.
그에 디아날이 말했다.
“이런 시정잡배 같은 놈이 오러 마스터라니. 참 세상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시정잡배?”
“잘 들어라, 시정잡배 같은 녀석아. 네놈이 어찌 그 경지까지 올라갔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조금 전까지 웃음을 터트리던 디아날의 눈빛이 어느덧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디아날이 갈베론을 보며 이어 말했다.
“이 정도 계략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헤맬 정도라면 네놈이 올라갈 수 있는 것도 여기가 끝일 거라는 것이다.”
그와 함께 디아날이 검집 두 개를 양손에 쥐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어차피 이곳을 돌파하지 못하면 죽는 상황이지 않은가.
모든 힘을 쥐어짜서라도…….
‘이 녀석들을 살려 보낸다.’
애초에 그러기 위해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던가.
디아날은 아랫배 쪽에 모아 둔 마력을 모조리 쥐어 짜내며 쥐고 있던 검집으로 밀어 넣었다.
이윽고 푸른빛의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우우우우웅!
작은 진동과 함께 선명하게 색을 띠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갈베론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디아날을 보았다.
“제법 실력이 있는 녀석인 것 같지만.”
스윽.
디아날을 향하던 검이 가볍게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려졌다.
검을 들어 올린 갈베론이 말했다.
“네놈의 그 혓바닥이 명을 재촉했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그와 함께 갈베론이 검을 내리그었다.
쑤아아악!
시정잡배라는 소리를 들은 자라고 하기엔 다소 지나칠 정도로 강한 위력.
그리고 그의 검격이 디아날을 비롯한 카이온 부대원들을 덮치는 그 순간.
쿵!
디아날이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가며 검집을 교차해 갈베론의 검격을 막아 냈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압!”
단 일격.
그 일격을 막아 내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부으며 디아날은 교차한 검집을 양쪽으로 휘둘렀다.
쿠아앙!
그와 함께 갈베론의 검기가 그대로 반으로 찢어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 번도 아닌 두 번.
디아날로 인해 겨우 피할 수 있었던 궁수 부대원들은 그 놀라운 광경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때.
“부, 부부대장님!”
파울이 크게 소리쳤다.
디아날이 검격을 막는 그 짧은 순간.
“정말 대단하군, 적이지만 칭찬하지.”
디아날의 품속으로 파고든 갈베론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사도 아닌 자가 이렇게 마력을 다루는 것도 대단한데, 하물며 자신의 검격을 두 번씩이나 막아 낼 줄이야.
“하나, 이젠 끝이다.”
서걱!
아래에서 위로.
대각선으로 뻗어 나간 검이 끝까지 휘둘러지는 순간.
“부부대장니이이이이이이임!”
“디아날니이이임!”
디아날의 몸을 감싸고 있던 갑옷이 갈라지며, 바닥으로 붉은 핏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쿨럭!”
입가로 흐르는 핏물과 함께 디아날이 쥐고 있던 검집을 떨어트렸다.
이윽고 디아날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하며.
털썩.
그가 힘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아…….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고통보다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한 느낌, 그와 함께 디아날의 눈앞에 그의 얼굴이 흐릿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더……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무려 오러 마스터의 검기를 막아 냈다.
이것만으로도 평생 우려먹을 수 있는 안줏거리를 만들었는데.
‘시발…… 자랑하고 싶었는데.’
―봤습니까? 제가 했습니다. 제가 오러 마스터의 검기를 막아 냈다고요?
이렇게 소리치면서 조금은 거들먹거리고 싶었는데.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
어느덧 다가온 갈베론이 검을 들어 올렸다.
“그 짧은 시간에 반걸음 뒤로 피해서 즉사를 피하다니. 적이지만 실로 대단하군.”
갈베론은 냉정하게 디아날의 실력을 평가했다.
자신의 부하 중에서도 과연 이런 녀석이 있을까?
하지만.
“네놈의 그 혓바닥을 원망해라. 그게 아니었더라면 내 부하가 되길 권해 봤을 텐데.”
씨익.
갈베론이 입꼬리를 올리는 순간.
“안 돼애애애애!”
“디아날 님!”
궁수 부대원들이 다급히 검을 꺼내며 갈베론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푹!
퍽!
“크억!”
“으악!”
갈베론의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창을 뻗어 그들의 가슴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무런 저항조차 해 보지 못한 채 그대로 절명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
보고 있던 파울과 궁수 부대원들의 얼굴에 무력감과 함께 절망이 깃들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 마치 단두대의 칼날이 떨어지듯 갈베론이 디아날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죽어라.”
하지만 갈베론이 검을 휘두르려던 그때.
쑤아아아아아아악!
“……!”
갑자기 갈대 사이를 뚫고 오는 강렬한 기운.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갈베론이 본능적으로 옆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쩌엉!
무언가 하늘로 튕겨 날아가며 손목이 시큰거리는 느낌이 든다.
“……뭐지?”
갈베론이 미간을 찌푸리며 갈대 너머를 바라보았다.
바닥의 울림.
무언가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하더니.
쑤아아악!
갈대 위로 점프하며 나타난 한 필의 말과 함께.
푹!
“커억!”
섬광처럼 뻗어 나온 창 한 자루가 가장 앞에 있던 기사의 목을 꿰뚫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갈베론을 향해 덮치는 검은 그림자.
“웬 놈이냐!”
콰릉!
갈베론의 몸에서 벼락처럼 마력이 솟구쳐 오르며 그의 검에서 엄청난 수준의 검기가 치솟아 올랐다.
콰앙!
갈베론은 자신을 향해 덤벼들던 녀석을 그대로 베었다.
아니, 베려 했다.
하지만 녀석의 손에 쥐어진 창이 번쩍이는 순간.
쩌어엉!
강렬한 진동과 함께 그가 탄 말과 통째로 밀려났다.
촤르르륵!
말과 함께 뒤로 밀려난 한 남자.
처음 보는 모습에 갈베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웬 놈이지?”
“카이온 부대! 전원 도주해라! 포인트는 L32 포인트에서 모인다!”
갑자기 나타난 녀석의 외침.
그와 함께 활을 들고 있던 녀석들이 빠르게 흩어지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갈베론이 당황한 듯 소리쳤다.
“녀석들을 놓치지 마라!”
“예!”
그 외침과 함께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궁수 부대원들을 쫓으려는 그때.
쒜에에에에에엑!
“……!”
갑자기 말을 탄 남자에게서부터 뻗어 오는 검기에 기사들이 급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엄청난 폭발력.
갈베론을 비롯한 기사들은 그 검기를 막으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대체 이런 녀석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단 말인가.
하지만.
“이 녀석은 내가 데리고 가겠다. 쫓아오려면 목숨을 걸고 쫓아와라.”
히이이이이잉!
그 말과 함께 녀석이 말 머리를 돌려 갈대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
갈베론은 멀어지는 녀석을 보다가.
“뭐 하고 있어! 얼른 말 가지고 오지 않고!”
크게 노하며 소리쳤다.
감히 자신의 앞에서 이런 창피를 주고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빠드득!
어금니에 금이 갈 정도로 강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갈베론은 곧이어 부하가 데리고 온 말에 몸을 실었다.
어느덧 갈베론의 뒤로 모인 기마대.
갈베론이 그들에게 말했다.
“오늘 저 녀석들을 놓친다면…….”
오싹!
순간 기마대원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갈베론의 눈빛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갈베론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모두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쫓는다.”
그 짧은 한마디.
갈베론과 기마대가 도망친 적군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 *
두두두두두두두두두!
평야를 질주하는 말 위에서 데미안은 뒤를 돌아보았다.
뒤쪽에서 흙먼지와 함께 자신을 쫓아오는 기마대.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계속해서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좁혀지는 느낌이었다.
‘……빌어먹을.’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데미안을 태운 말은 거의 쉬지 않고 하루를 꼬박 달렸기 때문이다.
이미 체력도 한계에 다다랐을 뿐만 아니라, 한 명이 아닌 두 명을 태우고 달리고 있지 않은가.
“미안하다, 디아날.”
데미안은 자신의 앞에 앉힌 디아날을 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다행히 즉사는 피했지만 치명상이 너무 컸다.
급한 대로 가지고 있던 포션을 모두 상처에 쏟아부었지만, 응급 처치만 됐을 뿐 나아진 것은 없었다.
‘고작 시간을 번 것이 전부다. 어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 상태로 가장 가까운 도시로 간다고 하더라도 추격자를 먼저 뿌리쳐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미 조금 전에 사용한 투기만 하더라도 상당히 육체에 부담이 가는 수준의 공격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무려 오러 마스터를 비롯한 기사 십여 명을 한 번에 튕겨 낼 정도의 투기를 발산하지 않았던가.
급작스럽게 끌어올린 마력으로 인해 속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조금만 버텨라. 반드시 살릴 테니까.”
데미안이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그의 다짐에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 듯.
두두두두두두두두!
이미 옆으로 나란히 달리고 있는 적들의 기마대에 데미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빨리 달리려고 한들, 이미 한계에 다다른 말은 더 이상 속도를 내기 힘들었다.
‘……빌어먹을.’
데미안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데미안의 주변을 둘러싸며 포위한 적의 기마대.
가장 선두에 있던 갈베론이 앞으로 나오며 데미안에게 말했다.
“……감히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그럴 줄 알았는데…… 상황이 거지 같이 되어 버렸네?”
데미안이 태연히 그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미 체력의 한계로 다리를 떨고 있는 말의 흔들림과 미약해져 가는 디아날의 숨소리에 마음이 급해지고 있었다.
그에 갈베론이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이죽거리지 마라, 그 입을 찢어 버리고 싶으니까.”
갈베론은 화가 잔뜩 난 듯 데미안을 향해 검을 뽑았다.
어느덧 그의 몸 주변으로 일렁이고 있는 마력.
하지만 단순한 마력에서 멈추지 않고.
크어어어어어어어!
검은색 빛의 거대한 뱀이 포효하며 갈베론의 머리 위쪽으로 똬리를 틀며 데미안을 노려보았다.
이것이 갈베론의 오러.
숨이 턱 하고 막힐 듯한 강맹한 기운에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오러 마스터의 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오러를 보는 것은 상상 이상의 압박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작부터 바로 오러를 꺼내 버린 갈베론의 의지였다.
반드시 녀석을 죽이겠다는 집념.
단 하나의 변수도 만들지 않겠다는 그의 확고한 생각이 강렬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베론이 오러를 꺼내는 순간, 기마대는 모두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갈베론의 오러가 날뛴다면 일대가 완전히 박살 나 버릴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때.
콰르르르르릉!
갑자기 갈베론의 머리 위쪽으로 똬리를 틀고 있는 검은색 뱀을 향해 쏟아지는 뇌전.
그에 갈베론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한 존재.
“…….”
그리고 그 존재를 본 데미안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