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31)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4화(134/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4)
6군단, 키아렌의 집무실.
최근 벌어진 크나큰 상황에 심각해진 6군단의 분위기였다.
그래서 키아렌의 집무실은 초상집과 거의 다름없는 분위기였는데.
“……그분은 이런 상황을 예견하셨다는 말인가?”
“그건 아닌 듯합니다. 다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으로는…… 데미안이 돌아갈 때 이미 군대를 준비하셨던 것 같습니다.”
“왜?”
키아렌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어지간한 일에는, 아니 어지간한 일에도 고개를 돌리며 가능한 개입을 하지 않으시던 분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하지만 키아렌의 물음에 에드먼은 침묵했다.
그 이유를 묻고 싶은 것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분을 모시고 있는 집사에게서 들은 말로는.
“빌립트 경의 말로는 그분께서 오랜만에 웃으셨다고 하더군요.”
“철혈의 검이라 불리는 그분이 웃었다?”
“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만약 그 일이 사실이라면 그것 또한 신기한 일이지 않은가.
키아렌은 데미안의 얼굴을 떠올렸다.
‘대체 거기서 무슨 짓을 한 거냐, 데미안.’
하지만 그런 의문을 떠나서.
“……모두 무사해야 할 텐데.”
그래도 그분이 직접 움직여 준 덕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랄까.
키아렌도 뒤늦게나마 지원 병력으로 기마대를 파견하긴 했지만…….
“후우, 혼란스럽군.”
요즘 하루하루가 그랬다.
단 한 번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최근 정세를 보며 키아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 *
휘이이이잉!
강한 바람이 뺨을 스치며 지나갔고, 흐르는 땀방울이 턱을 타고 흘러내린다.
“제국의 4번째 오러 마스터, 갈베론 맥스코프.”
새하얀 바탕에 푸른빛의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입고 있었고, 눌러쓴 투구 안쪽으로는 짙은 살기를 머금은 눈빛이 번뜩였다.
바로크 왕국의 제1 오러 마스터, 하이넬 프레문트 공작.
이 하얀 갑옷은 하이넬의 상징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때문에 하이넬이 나타나는 순간 갈베론은 한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하이넬 프레문트 공작. 전장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역시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되는 모양이군.”
하이넬의 절반을 조금 더 살았을까?
제국의 천재라 불리는 갈베론은 눈앞에 있는 하이넬을 보며 여유롭게 말했다.
하나…….
‘……빌어먹을.’
어찌 이런 타이밍에 바로크 왕국의 오러 마스터가 이렇게 갑자기 등장할 수 있단 말인가.
‘계획된 것인가?’
아니, 그럴 리 없다.
자신들이 이곳으로 오는 것은 굉장히 비밀리에 진행된 작전이었으니까.
그 증거로 자신들에게 뒤를 잡힌 바로크 왕국의 지원군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당하고만 있었지 않은가.
‘설마 우연인 건가?’
단순히 우연으로 저 오러 마스터가 이끄는 군대와 맞닿았다는 말인가?
“이곳에서 나와 당신이 맞붙는다면 다른 병사들은 피해를 크게 입거나 죽을 텐데.”
“그래도 네놈을 죽일 수 있다면 이쪽은 수지 타산이 맞는 장사이지 않겠나?”
하이넬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비록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꾸욱.
이제 오러 마스터의 반열에 이름을 막 올린 애송이에게 질 정도로 퇴물이 되진 않았다.
게다가…….
파직, 파지직!
하이넬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뇌전이 강하게 스파크를 터트렸다.
언제든 오러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으득!
그에 갈베론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비록 아직까지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남아 있다곤 하나.
‘적의 숫자가 더 많다.’
어디서 합류한 것인지 모를 도망쳤던 삼백여 명과 하이넬이 이끌고 온 기사단까지 오백 명이 훌쩍 넘는 규모였다.
거기에 자신과 달리 하이넬은 아직까지 오러의 여유가 남아 있지 않은가.
“의미 없는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할 텐가?”
“후후후, 그대의 말처럼 이곳은 너무 의미가 없는 전장이야. 내가 활약할 만한 무대로는 너무 작다.”
갈베론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하이넬에게 말했다.
“오늘은 그냥 물러나도록 하지. 하지만 머지않아…… 오늘 일에 대한 빚을 꼭 받도록 하겠다.”
“기대하겠다, 애송이.”
하이넬의 말에 갈베론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저 빌어먹을 늙은이를 언젠가 죽일 날이 오겠지.
“돌아간다. 이럇!”
이내 말 머리를 돌린 갈베론은 기마대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어느덧 갈베론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지 않을 때쯤 되어서야.
“부대장님!”
“부부대장님!”
“디아날 님!”
자리에 있던 부대원들이 데미안과 디아날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이윽고 데미안은 디아날을 바닥에 눕힌 채 그의 상처를 보았다.
“……젠장.”
도망치는 데 바빠 제대로 상처를 보지 못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갈베론의 검이 갈비뼈를 완전히 자르진 않았지만, 그의 검이 몸을 뚫고 뼈에 닿았을 정도로 심한 부상이었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불안해 보이는 상황. 하지만 그때였다.
“잠깐 나와 보게.”
하이넬은 모여 있는 카이온 부대원들 사이로 들어와 품속에서 작은 병을 하나 꺼냈다.
“친우 녀석이 준 건데, 이렇게 쓰게 되는군.”
그의 손에 쥐어진 새하얀 액체.
그냥 물을 담은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설마…… 하이 포션입니까?”
데미안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일반 포션도 생명수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효능을 지니고 있었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비싸며 어지간한 상처는 치유해 주는 신기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 포션은 그야말로 죽은 자도 되돌린다고 전해지는 것이었다.
가격은 측정할 수조차 없을뿐더러, 너무 희귀하여 좀처럼 보기도 힘든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귀한 것을…….”
“왕국의 인재보다 귀한 것은 없네.”
하이넬은 망설임 없이 하이 포션이 담긴 병의 뚜껑을 열어 조심스럽게 디아날의 상처 부위에 떨어트렸다.
톡…… 톡…… 톡…….
디아날의 상처 부위로 떨어진 하이 포션.
그리고 적당량을 뿌린 후 나머지는 모두 디아날의 입속으로 조심스럽게 부어 삼키게 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우드득, 우드드드득.
벌어졌던 상처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아물기 시작하며 조금씩 붙기 시작했다.
물론 완벽히 회복한 것이라고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어, 어? 어?”
“혈색이…… 좋아지고 있어.”
하얗게 질렸던 디아날의 얼굴에 어느덧 붉은 기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상처에선 피가 완전히 멈추었고, 호흡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하이넬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후, 되었군. 이제 고비는 완전히 넘긴 것 같다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데미안은 하이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에 하이넬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히려 감사는 내가 해야지.”
“……예?”
“다시금 해볼 마음이 생겼거든, 누구 때문에 말일세. 후후후후후.”
작게 웃음을 터트린 하이넬은 이윽고 북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직까지 할 일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애초에 스라간으로 지원을 가고 있던 도중이지 않은가.
데미안의 말에 하이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청년은 내가 데리고 가도록 하지. 자네는 자네의 일을 하게.”
“예, 감사합니다.”
이내 하이넬의 기사단원 중 한 명이 디아날을 조심스럽게 들어 말에 올렸다.
데미안이 고개를 돌려 카이온 부대를 보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꽤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최대한 버텨 준 너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겠다.”
다들 비장한 눈빛.
지금의 상황이 어떠한 상황인지와 자신들의 힘에 무력함마저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데미안이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들이 얼마나 강한 적들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더…… 강해져야 하는지도.”
데미안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역시 우리가 강해지는 방법 중 하나이다. 우리는 전장 속에서 싸우고 또 싸워서…… 더욱더 강해질 것이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
가장 먼저 카일이 검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맞습니다아아아! 우아아아아아!”
그에 크리온이 덩달아 소리쳤고.
“우아아아아아아아!”
부대원들 모두가 함성을 내지르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데미안이 몸을 돌려 북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명심해라,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는 우리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예, 알겠습니다!”
쩌렁쩌렁한 대답.
이어서 데미안이 창을 움켜쥐며 들어 올렸다.
“카이온 부대, 진격한다.”
목적지는 스라간.
그곳에서 제국의 군대를 완전히 밀어낼 것이다.
이윽고 데미안의 명령과 함께 카이온 부대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옛날에 우리를 보는 것 같구먼.”
하이넬이 옆에 있던 부관을 보며 말했다. 그에 부관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것 같군요. 하지만…… 저 청년은 그때의 우리보다 훨씬 강한 것 같습니다.”
그 말에 하이넬도 부정하지 않는 듯 그저 작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우리도 어서 따라가도록 하지.”
“예! 글로리 기사단, 이동한다!”
바로크 최강의 기사단, 글로리 기사단.
한동안 수면 아래로 사라졌던 그들이 다시금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하이넬 프레문트?”
제국의 3군단장, 에스테반 가체프스타는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늙은이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단 말이냐!”
“그, 그게…….”
그녀의 부관인 렌터는 소리를 지르는 에스테반의 반응에 움찔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저 보고를 했을 뿐인데 왜 자신에게 화를 쏟아 낸단 말인가.
하지만 이내 렌터가 말했다.
“저,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 그와 마주친 갈베론 장군이 후퇴를 했고…… 바로크 왕국의 지원군과 싸우고 있던 3천의 병력 모두 빠졌다고 합니다.”
“미친 새끼! 그걸 그렇게 빼면 어떻게 하나!”
쿵!
그녀는 의자의 팔걸이를 강하게 후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작전은 그가 직접 구상하고 내린 작전이었다.
그야말로 한 치의 구멍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그 늙은이가…….’
이미 전장에서 떠났다는 소문마저 나오던 늙은이이지 않은가.
세작에 의하면 왕궁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홀로 요양 중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아니, 그런 것을 떠나서 분명 갈베론이 하이넬과 만났다고 했다.
그런데도 뒤로 물러났다는 것은…….
“아직까지 그의 힘이 건재하다는 뜻인가?”
“아무래도 그렇게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이넬 공작에 대한 소문이 여러 가지가 있긴 하지만, 전부 믿을 수 있는 건 아닌 듯합니다.”
렌터의 말에 에스테반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집무실 안을 서성였다.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스페니언 왕국의 수도로 진격한 군대 역시 힘을 쓰지 못할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빌어먹을…… 어쩌다가 일이…….’
제국의 행사에 어찌 이리 걸리는 것이 많다는 말인가.
그저 압도적인 힘으로 쭉쭉 밀고 들어가면 될 줄 알았거늘.
하지만 그때였다.
쿵.
누군가 말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에스테반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감히 누가 겁도 없이……!”
그렇지만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사내를 보며 에스테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피아렌 테일.
제국의 3번째 오러 마스터.
자신과의 사이가 크게 좋지는 않았기에 서로 왕래를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녀석이 지금 이곳을 찾아왔다는 것은…….
“갈베론이 실패했다지?”
“…….”
“이렇게 완벽하게 차려진 밥상을 엎어 버린 것을 보면 녀석의 기량은 보지 않아도 알겠군.”
만약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하이넬의 목을 베고 바로크 왕국의 전력을 완전히 감소시켰을 것이다.
피아렌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에스테반을 보며 말했다.
“내가 다시 나가겠다. 만약 방해한다면 이번에는 당신도 피를 볼 각오를 해야 할 거다.”
“…….”
정면으로 들어온 선전 포고에 에스테반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의 피아렌은 정말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에스테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힘써 보도록 하겠소.”
“그럼 결과를 기다리지. 그리고 분명히 말해 두는데…….”
돌아서던 피아렌이 다시 고개를 돌려 에스테반을 보았다.
“카이온 부대. 그 녀석들은 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