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32)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5화(135/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5)
전장에 나타난 글로리 기사단.
그 파장은 실로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허허, 그 엉덩이 무거운 분께서 직접 나서게 될 줄이야.”
바로크 왕국의 재상, 마테우르스 얀코프는 하이넬의 등장이 반갑기도 하면서 동시에 걱정되기도 했다.
그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시금 수작을 부리려는 이들이 하이넬에게 다가갈 수 있었지만.
“그때와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니 쉽게 그럴 순 없겠지.”
지금처럼 흉흉한 시기에선 오히려 하나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인물이기에.
하지만…….
“그런데 왜 하이넬 공작님께서 다시 기사단을 이끌고 전장에 나타난 것일까요.”
재상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왕실부 소속의 수석 서기 라클라만 백작이 물었다.
그 역시 하이넬의 등장이 반갑긴 하지만,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에 마테우르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분의 깊은 속내를 어찌 단번에 파악할 수 있겠소. 다만 전장에 나왔다는 것은 곧 궁에 들어오겠다는 뜻이기도 하니…… 우선은 기다려 보는 수밖에.”
“이번엔 제국이 제대로 칼을 갈고 스페니언 왕국을 집어삼키려 했는데…… 스페니언 왕국도, 티르칸 왕국도 얻지 못한 상황이 되었군요.”
“바다로 이동하던 제국의 군대는 어떻게 되었소?”
“아직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미 해안가로는 3군단 병력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바다로 들어오던 군대가 멈췄다는 건…… 이번에 그들이 물러난 것과 관련이 크겠구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스페니언 왕국을 침공함과 동시에 바로크 왕국의 북쪽과 서쪽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을 터.
하지만 북쪽에서 막힌 계획으로 인해 서쪽으로 들어오려던 군대 역시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쪼록 제국의 입장에선 상당히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 걱정이 됩니다. 최근 제국과의 힘 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곤 하나…… 전체 전력으로 본다면 사실상 그들이 더 강하니까 말이죠.”
“아르티안 왕국의 움직임은 어떻소?”
“아직까진 호의적이긴 합니다. 물론 외교부에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아야 하겠지만, 결국 우리가 무너지면 그들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제국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타이밍과 스피드를 모두 잃어버린 상태에서 그들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오.”
마테우르스의 말에 라클라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 또다시 성과를 낸 부대에겐 최대한 포상을 내리며 사기를 북돋우도록 하겠소.”
“후후, 벌써 키아렌 장군이 웃는 모습이 그려지는군요.”
최근 연이어 벌어지는 제국의 침략으로 인해 6군단장인 키아렌의 스트레스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부하들에게 포상을 내릴 수 있게 된다면 그녀의 기분도 조금은 나아질 터.
“일단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소.”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나 복잡하게 흘러가는 정세.
두 사람은 그래도 위기를 넘긴 현재의 상황에 안도를 하며 회의를 끝낼 수 있었다.
* * *
카이온 부대를 비롯한 6군단의 2사단 지원군은 무사히 스라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이곳까지 오는 도중 갈베론의 공격으로 인해 병사들을 잃었지만.
“와 주어서 정말 고맙소.”
“동맹국이지 않습니까. 당연한 일이지요.”
지원군을 이끌고 온 디오란트는 환대하는 마테우스를 보며 가볍게 악수했다.
이윽고 병사들이 모두 쉬고 있는 가운데, 간부 회의가 진행되었다.
“현재 이곳까지 내려왔던 제국의 군대가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자리만 잡고 있소. 아무래도 지원군을 끊고 난 이후 싸우려고 했던 그들의 계획이 무산되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는 듯하오.”
“……우리가 당했더라면 지금 이곳은 불바다가 되었겠군요.”
“그렇게…… 되었을 것이오.”
스라간을 지키고 있는 군대가 있다곤 하나, 오러 마스터가 함께한 제국을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겨우 며칠 시간이나 끌다가 결국 함락을 당했을 터.
마테우스는 냉정하게 현재의 상황을 판단했다.
바로크 왕국이 없었다면 자신들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에 마테우스는 진심으로 바로크 왕국의 지원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그렇지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제국의 군대가 완전히 철수를 하지 않는다면 아직 위험은 남아 있다고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데미안이 한마디 거들었다.
뭐가 됐든 간에 결국 저들이 물러나야 자신들도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디오란트는 갑작스레 발언한 데미안을 보며 침묵했다.
간부 회의이기에 독립 부대의 부대장인 그를 참석시키긴 했지만.
‘고작 상사 따위가 이런 회의에 낄 줄이야.’
그의 나이나 계급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카이온 부대가 보여 준 전장의 공로에 대해선 알고 있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게 떠들썩하게 떠들어 대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디오란트가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카이온 부대장은 합류가 늦었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무얼 하다가 이제 온 건가?”
“개인적인 훈련을 하던 도중 복귀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하아, 이런 시기에 개인적인 훈련이라니. 상당히 여유가 많은 모양이군.”
디오란트의 말에 데미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말을 던지는 디오란트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
“그게 문제가 되는 건가?”
“……?”
갑자기 회의실로 들어온 한 중년의 남자.
황금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하이넬의 모습에 디오란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 하이넬 프레문트 공작님!”
아주 예전, 먼발치에서 보았지만 그의 얼굴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그런 걸 떠나서 저 백색의 갑옷과 함께 왼쪽 가슴에 새겨진 검과 방패의 문양은 글로리 기사단의 상징이지 않은가.
디오란트가 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옆에 있던 마테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 스페니언 왕국의 사령관, 마테우스 대장입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장.
스페니언 왕국의 군 계급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마테우스다.
하지만 그런 그도 하이넬을 보며 깍듯하게 예를 갖추었다.
하이넬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바로크 왕국의 하이넬 프레문트 공작이오. 나 역시 마테우스 장군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소. 스페니언 왕국의 마지막 수호신이라고.”
“……과찬일 뿐입니다.”
실제로 그가 스페니언 왕국을 지키고 있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왕족의 대부분이 죽고, 혈통을 잇는 자가 이제 겨우 두 살이지 않은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질 수 있는 스페니언 왕국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은 오로지 마테우스뿐이었다.
이어서 하이넬이 물었다.
“그런데 무슨 회의를 진행 중이었소?”
“현재 스라간 북쪽에 위치한 제국의 군대에 대해 논의 중이었습니다.
대답은 데미안이 했다.
그러자 대답을 들은 하이넬이 자리에 앉았다.
자신 역시 이곳까지 왔으니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은 충분했으니까.
하이넬이 합류한 후 회의는 계속 이어져 갔다. 하지만 좀처럼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 전쟁의 칼자루를 제국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만이 전쟁을 시작할지, 그만할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잠시 제가 한 가지 의견을 내도 되겠습니까?”
“크흠.”
데미안의 말에 디오란트가 불편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터트렸다.
하지만 맞은편에 있던 하이넬이 데미안을 보며 말했다.
“말해 보게.”
“우리가 먼저 선제공격을 가해 녀석들을 확실하게 잡는 건 어떻습니까?”
“뭐라고?”
“아?”
디오란트가 미간을 찌푸렸고, 마테우스는 제법 놀란 표정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데미안은 주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적의 수는 대략 1만 명 정도의 수입니다. 우리의 군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적은 숫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진격이 두려웠던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갈베론이라는 오러 마스터의 존재였고, 두 번째는 제국의 병사들이 상당히 정예병이라는 것이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본다면 제국의 병사가 훨씬 적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정면으로 붙는다면 족히 두 배 이상의 전력이라 판단해야 한다.
하나.
“하이넬 님이 갈베론을 억제할 수 있다면, 결국 남은 것은 1만의 군대라는 것인데…….”
데미안이 마테우스를 보며 말했다.
“스라간에 있는 2만의 군대와 우리의 지원군 7천이 합한다면 정면 승부로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정면 승부가 아니라 양쪽으로 병력을 나누어 적의 옆구리를 기습하면…….”
데미안은 양손으로 손뼉을 쳤다.
짝!
“혼란이 벌어진 상태에서 본대가 정면을 친다면 녀석들을 완전히 무너트릴 수 있을 것입니다.”
데미안의 말에 디오란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완전히 제국과 전쟁을 선포한다는 말이지 않은가!”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습니다.”
“…….”
데미안의 차분한 목소리에 디오란트가 입을 꾹 다물었다.
데미안이 디오란트를 바라보았다.
지원군 지휘관이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내뱉고 있었지만, 데미안은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대륙의 정세가 그러했다.
제국이 자신들을 공격함에 있어 방어는 할 수 있지만, ‘감히’ 선제공격을 할 수 없다는 마음이 말이다.
‘워낙 제국의 위상이 높았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과거의 삶, 제국이 군대를 일으키며 정복 전쟁을 시작했을 때 소왕국이 빠르게 무너진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제국이란 괴물에게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두려움.
그 두려움이 먼저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을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내주어야 한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
데미안이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흐음…… 제국을 먼저 공격한다라.”
지금까지 잠자코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하이넬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당연한 일이긴 한데, 망설여지는 것은 지금까지 제국이란 존재에 짓눌려 온 역사 때문일 터.
디오란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선제공격이라니. 저들이 무슨 준비를 하고 있을 줄 알고!”
“준비하고 있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녀석들을 공격하는 것을 꺼리는 만큼, 녀석들도 자신들이 먼저 공격당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요.”
어쩌면 이번 전투.
이 한 방으로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진 인식을 뒤바꿔 줄 수 있다.
그리고 제국에게도 말이다.
“멋대로 남의 땅에 들어왔으면 자신들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줘야죠. 그래야 놈들도 앞으로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
뭐 하나 반박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
“크크크크크크크크큭, 자신 있나?”
“이 땅은 바로크 왕국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정면에서 싸우는 것은 스페니언 왕국이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싸운다면…… 가장 처음 기습 공격은 카이온 부대가 맡겠습니다.”
그와 함께 데미안의 시선이 마테우스를 향했다.
이어 데미안이 말했다.
“결정은 마테우스 장군께서 하시지요.”
“나는…….”
데미안의 물음에 마테우스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