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34)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7화(137/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7)
“……!?”
갑자기 들려오는 함성에 갈베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임시로 지어진 막사 밖으로 뛰쳐나간 갈베론은 이윽고 멀리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습격이라고? 놈들이 먼저?”
갈베론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 미친놈들이 감히……!”
자신들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취했단 말인가?
정말로 미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제국의 거대한 힘에 모래알조차 남기지 않고 멸망당하고자 하는 것인가.
“갈베론 님!”
“서둘러 전투 준비를 해라. 곧장 출발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삐이이이이이이!
부관은 서둘러 피리를 불어 상황을 전파했다.
피리 소리에 병사들이 헐레벌떡 움직이며 전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준비가 끝난 후.
“겁대가리를 상실한 녀석들을 이곳에서 모조리 지우겠다.”
갈베론이 서둘러 본대가 있는 곳으로 부대를 이동시켰다. 아니, 이동시키려는 순간이었다.
“……!”
갑자기 저 너머,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스산한 기운.
온몸이 저릿해질 정도의 느낌에 갈베론이 자리에 멈춰 섰다.
그에 부관이 물었다.
“갈베론 님, 왜 그러십니까?”
“느껴지지 않는가?”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부관이 침을 꿀꺽 삼키며 갈베론이 바라보는 곳을 쳐다보았다.
온통 어둠밖에 없는 곳에서 뭔가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내게만 집중하고 있다는 건가.”
시야조차 보이지 않는 이 어둠 속에서?
순간 갈베론은 헛웃음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영악한 늙은이가…….”
“……왜 그러십니까?”
“전원 대기해라.”
갈베론이 부관에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 부관이 흠칫 놀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어느덧 갈베론의 목소리엔 은은한 살기마저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둠 속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대체 무슨 일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은 상태로 전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어서 갈베론은 그 어둠 너머로 보이는 그의 모습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런 식으로 나온단 말인가.’
자신이 움직인다면 언제든 뒤를 치겠다는 듯한 의지.
갈베론은 노골적으로 투기를 뿜어내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하이넬…… 프레문트…… 감히 그대가 나를 억압하려 드는 건가?”
이런 건방진 늙은이 같으니라고.
갈베론이 이윽고 검을 뽑아 들었다.
자신이 본대로 출진하는 순간, 녀석이 자신의 뒤를 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꾸욱.
한 번 물러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두 번은 없다.
‘감히 날 억압하려고 들다니.’
갈베론의 두 눈이 번뜩였다.
“방향을 바꾼다.”
“예?”
“우리는…… 늙은 여우를 사냥하러 간다.”
갈베론은 결심했다는 듯 검을 들어 올렸다.
“전군, 돌격하라!”
갈베론의 말과 함께 그의 군대가 어둠 속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는 건가.”
다가오는 갈베론을 보며 하이넬도 검을 뽑아 들었다.
그저 가만히 있어 준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의 자존심이 더 이상 참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렇게 나온다면 이쪽에서도 맞장구를 쳐 주면 되는 것이니까.
“글로리 기사단, 전투를 준비하도록.”
하이넬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전원 전투 준비!”
글로리 기사단원들은 날카롭게 눈빛을 번뜩이며 다가오는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콰앙!
방패를 앞세운 돌격대가 가장 먼저 진입하는 순간.
“끄아아악!”
“저, 적이다! 적의 공격이다!”
어둠 속에서의 기습은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게다가 반대쪽에서 생긴 소란으로 인해 제국의 병사들은 카이온 부대가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흐랴아아아아압!”
“우어어어어어!”
카일과 크리온이 성난 황소처럼 적을 밀고 들어갔다.
힘이라면 밀리지 않는 그들은 마치 경쟁을 하듯 길을 열었다.
그리고 그들이 길을 여는 그 순간.
파밧!
기다렸다는 듯 데미안이 맹수처럼 제국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며 창을 내질렀다.
푹, 푹, 푹!
순식간에 세 명.
눈 깜짝할 사이에 앞쪽에 있던 제국 병사 세 명이 쓰러지자 데미안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최대한 요란하게 싸워야겠지.’
그래야 이쪽으로도 녀석들의 시선이 쏠릴 테니까.
데미안이 가볍게 창을 돌리자, 어느덧 그의 창에 푸른빛이 선명하게 맺히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제국의 병사들이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마, 마력이다! 마력을 다룰 줄 아는 녀석이야!”
“기사단이 투입된 건가? 녀석들 모두 마력을 다룰 수 있는 거야?”
“이런 빌어먹을! 망국의 병사 따위가!”
기습한 카이온 부대를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로 착각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윈 상관없다.
목표는 하나.
오로지 녀석들을 섬멸하는 것이었다.
쑤아악! 촤악! 서걱!
좁은 공간에서 창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데미안은 창을 짧게 잡고 최대한 동선을 간결하게 함으로써 빠르게 적들을 유린했다.
어차피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도, 오른쪽으로 돌려도 죄다 적들밖에 없는 상황이다.
창의 사정거리를 활용하기보다는 마력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필요했다.
‘조금 더…… 조금 더……!’
강한 마력을 부여할수록 신체가 받는 부담은 점점 커진다.
그 증거로 창에 새겨진 푸른빛이 진해질수록 근육이 뻣뻣해지며 지끈거리는 통증이 강해졌다.
하지만.
‘이걸 뛰어넘어야지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흐아아압!”
강한 기합과 함께.
촤악!
“크악!”
데미안의 창이 제국 병사의 목을 뚫어 내며 그의 목숨을 앗아 갔다.
어느덧 주변에는 꽤 많은 병사들의 시체가 버려지듯 쓰러져 있었다.
“카일, 크리온! 오른쪽으로 길을 연다!”
“예!”
“알겠습니다! 돌격대! 돌격 준비!”
“으아아아아아아!”
리온하르크 교관의 의견으로 새롭게 탄생한 돌격대.
그들의 무자비한 힘을 바탕으로 한 돌격은 그야말로 전차 그 자체였다.
콰르르르르릉!
‘최근 특훈을 한 것이 바로 저건가……?’
무게 중심을 거의 무릎 높이까지 낮춘 자세.
그리고 폭발력 있게 땅을 밟는 발동작과 함께 방패에 몸을 밀착시켜 미는 동작은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힘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쉬지 않고 앞으로 달려 나가는 스피드까지.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계속해서 저런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강력한 하체가 뒷받침되어야 했다.
‘훈련받는 동안 다리가 찢어지고 있다고 소리치던 이유가 있었군.’
엄살인 줄 알았었는데, 지금 보니 확실히 엄살은 아니었던 것 같다.
데미안이 피식 웃으며 돌격대가 뚫는 길목으로 빠르게 부대원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쿠궁!
“흐아아아압!”
돌격대의 뒤를 따라 제국의 진형 안으로 들어왔던 카이온 부대는 그대로 방향을 틀어 다시 바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계속 있었지만.
푹!
“마, 마력을 다루는 자다!”
“모두 조심해!”
귀신같이 창을 휘두르는 데미안의 무용에 제국 병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바닥에 픽픽 쓰러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그 스스로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어느덧 그 역시 점점 그곳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뒤에서 데미안을 따라오던 부대원들도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부대장님께서 이렇게 강했었던가……?‘
창에 깃든 푸른빛의 선명한 마력.
게다가 창을 뻗는 동작은 눈으로 보이지도 않을 만큼 엄청난 스피드였다.
원래도 데미안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짧은 사이에 사람이 바뀐 것 같다.’
‘대체 뭘 배우고 오신 거야……?’
한 달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아무리 오러 마스터인 하이넬과 함께 훈련을 했다지만, 어찌 이렇게 사람이 변할 수 있는가.
서걱!
털썩.
계속해서 창을 휘두르는 데미안은 그야말로 무아지경에 빠져 적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휘둘러지는 창에 적들이 쓰러졌고, 녀석들이 내지르는 검과 창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휙 휙!
양쪽에서 데미안을 노리고 뻗어 오는 창.
하지만 데미안은 가볍게 몸을 비틀며 두 개의 창을 피해 냈다.
이어서 데미안이 창으로 원을 그리며 녀석들의 무기들을 튕겨 내자.
“흐아아아압!”
“감히 어딜!”
바로 뒤에 있던 카이온 부대원들이 녀석들을 응징했다.
“부대장님! 이제 거의 다 빠져나왔습니다!”
“다시 대열을 정렬해라. 선두에서 아군이 공격을 시작한다면 다시 진입할 테니까.”
그야말로 히트 앤 런의 정석과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300명도 되지 않는 카이온 부대는 자신들에게 가장 잘 맞는 작전으로 제국 병사들을 유린했다.
특히나 녀석들이 쫓아올 때, 양쪽 날개처럼 펼쳐진 궁수들의 저격은 그들의 추격 의지마저 꺾어 버리기 충분했다.
스윽.
그렇게 완전히 녀석들의 진영에서 빠져나온 데미안이 어딘가를 쳐다보았다.
‘이제 당신 차롑니다.’
철컥!
바로크 왕국의 병사들이 제국의 군대 양쪽에서 그들을 공격하자, 모든 신경이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어느덧 스라간 밖으로 나와 군대를 정렬시킨 마테우스는 투구를 내려 쓰며 검을 들었다.
“오늘 이 순간, 우리는 스페니언 왕국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
제국을 그들의 땅으로 몰아내고, 다시는 이곳으로 쉽게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말이다.
마테우스가 검을 앞으로 뻗으며 말했다.
“전구우우우우우운! 돌격하라아아아아!”
“우아아아아아아아!”
마테우스의 명령과 함께,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이 엄청난 기합을 내지르며 제국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콰콰콰콰콰콰콰콰쾅!
바닥과 언덕이 파괴되며 지형이 바뀌고 있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지형이 되어 새롭게 지도를 그려야 할 정도였다.
크게 아가리를 벌린 검은색 뱀이 미친 듯 날뛰기 시작하자, 그를 저지하기 위한 뇌격이 또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콰르르르릉! 푸아아아아악!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말살하는 엄청난 파괴력.
갈베론은 뒤쪽으로 펄쩍 뛰어 그 말도 안 되는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제법이군.”
늙은 여우인 줄 알았더니, 아직까지는 호랑이쯤 된다는 말인가?
어째서 그가 바로크 왕국의 수호신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세대가 바뀌어야 할 때지.”
갈베론이 다시금 오러를 끌어올렸다.
조금 전 오러의 사용으로 육체적 부담이 되긴 했지만.
‘페이스를 늦췄다간 저 늙은이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겠지.’
게다가 하이넬도 똑같이 부담이 될 터.
오러가 시전자의 육체를 갉아먹는 것은 모두가 동일하니까 말이다.
이어서 갈베론이 두 눈을 번뜩이며 그를 보았다. 하지만…….
“……흐음, 이 정도면 충분한가.”
“……?”
갑자기 검을 집어넣는 하이넬.
그 모습에 갈베론의 눈썹이 꿈틀했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이지?”
하지만 하이넬은 그런 갈베론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승부는 나중에 보도록 하지. 나이가 드니 몸이 영 따라 주질 않는구먼.”
“뭐라고?”
갈베론이 하이넬에게 소리쳤지만.
“후퇴한다!”
그 말과 함께 하이넬과 글로리 기사단이 빠르게 퇴각하기 시작했다.
그에 갈베론이 눈을 부릅뜨며 녀석들의 뒤를 쫓으려 했지만.
“가, 갈베론 님!”
부관의 외침에 갈베론이 움찔하며 어디론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불꽃.
본진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