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35)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8화(138/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8)
전쟁은 미친 짓이다.
그리고 어느 쪽이 더 미쳤는지의 자웅을 대결하는 장이기도 했다.
지옥도.
적을 향해 달려가는 선두의 병사들은 미치지 않고서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방패와 창을 날카롭게 뻗은 적들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 어찌 맨정신으로 가능하겠는가.
방패와 방패가 부딪치고, 그 과정에서 삐져나온 창과 칼에 팔과 다리가 찢기며 피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격돌하는 그 순간 고통을 느낄 틈 따윈 없었다.
그야말로 광기와 광기의 대결.
“으아아아아아아!”
“밀어어어어어!”
“끄아아악!”
바로 옆에서 팔을 베고 가는 공격에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왔다.
격돌 전까지 최대치로 올라갔던 광기가 격돌과 함께 싸늘하게 가라앉는다.
그리고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시야.
칼과 창이 난무하는 전장의 한가운데에 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제야.
덜덜덜덜덜덜덜덜!
온몸이 떨리며 다리에 힘이 쭉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쿵!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여기서 죽을 거야?!”
“아, 아닙니다!”
쓰고 있던 투구를 때리는 선임의 외침에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가 급히 정신을 차렸다.
이어서 선임이 소리쳤다.
“밀리면 죽어! 어떻게든 안으로 파고들어 가야 돼!”
그는 자신의 가슴을 팡팡 치고는 말했다.
“내 뒤만 따라와라. 절대로 떨어지지 마!”
“예……!”
그에 후임이 대답하며 선임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죽어라, 이 망국의 썩을 놈들아!”
“감히 우리에게 덤비다니!”
어느덧 옆에서 달려드는 제국 병사들의 모습에 후임이 기겁을 하며 방패를 들어 올렸다.
“으아아아아악!”
쿵! 쿵! 쿵!
강하게 때리는 적들의 공격에 방패가 흔들렸고,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콰드득!
“크아악!”
뼈를 가르는 오싹한 소리와 함께 앞에 있던 제국의 병사들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어느덧 그들의 앞에 선 총사령관 마테우스.
“모두 진영을 정렬하라! 눈앞에 보이는 모든 적들을 죽여라!”
마테우스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휘두르며 제국의 병사들을 도륙했다.
비록 그들의 저항이 거세어 전세가 팽팽하게 보이는 듯했지만.
‘곧 무너진다.’
특히 양쪽에서 계속해서 압박해 주고 있는 바로크 왕국의 공격이 저들에게 상당히 치명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중간에서 힘이 완전히 끊어져 버리니, 앞쪽에 있는 제국 병사들의 힘이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후방 쪽, 제국군의 지휘자가 있는 곳에서 제법 발 빠르게 대처를 하려는 듯했지만.
“이…… 무슨.”
헤이먼드는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녀석들이 먼저 선제공격을 할 것이라고 예상도 하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양쪽에서 들어오는 공격이 너무나 강하다.’
그나마 빠르게 틀어막으며 진형을 재정렬하고 있었지만, 안으로 파고들며 계속해서 진형을 무너트리고 있는 한 부대로 인해 몸살을 앓아야 했다.
“저들이 바로크 왕국의 카이온 부대인가?”
“카이온 부대?”
“그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쓰러트린 녀석들 말입니까?”
헤이먼드의 말에 다른 부관들이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그렇다면 어느 정도 말이 됐다.
고작 300명 정도 남짓한 부대로 저런 파괴력을 낼 수 있는 부대가 어디 흔하겠는가.
하지만 이내 헤이먼드가 말했다.
“페이돈 대위! 그대가 저곳으로 가라. 가서 녀석들이 다시 우리 진형을 깨부수는 것을 막아라!”
“알겠습니다!”
페이돈이라 불린 제국의 장수는 커다란 도끼를 손에 쥔 채 병사들을 이끌고 좌측 진형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저들의 견제만 막는다면, 정면과 오른쪽에 있는 대규모 전투에서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터.
이윽고 병력을 이끈 페이돈의 앞에 카이온 부대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들도 자신들을 노리는 칼날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터.
그렇지만…….
‘……이런 파격적인 전술을 사용할 줄이야.’
자정이 조금 지나자마자 이렇게 공격해 올 거라곤 예상을 하지 못했다.
비록 저들이 가진 군의 규모가 더 크다곤 하지만, 제국을 상대로 이렇게 먼저 이빨을 드러낼 줄이야.
“……적국의 오러 마스터는 갈베론 장군이 맡고 있는 건가.”
갈베론이 전장에서 이탈된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상대 오러 마스터도 이탈했다면 불만은 없다.
만약 그곳에서 갈베론이 승리를 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실패한 모든 것을 상쇄할 수 있는 큰 공일 것이다.’
헤이먼드는 침착하게 전장의 상황을 바라보았다.
우선은…… 이곳을 사수하는 것이 먼저였다.
* * *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빠르게 질주하는 부대원들의 모습은 마치 하나의 기마대를 보는 듯했다.
상당히 빠르면서도 절제된 움직임.
낭비되는 동선이 없기에 적들의 입장에선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가능케 했던 것은 단 하나.
콰앙!
선두에서 말도 안 되는 무쌍을 펼치는 데미안의 미친 창술 때문이었다.
“노, 놈을 막아!”
“다리를 공격해!”
창 주변으론 시퍼런 마력이 육안으로 선명히 보일 정도로 많은 힘이 깃들어 있었다.
당황한 제국의 병사들이 다급하게 데미안을 향해 창을 뻗었지만.
스륵.
휙! 쒜엑!
의미 없이 허공만 찌를 뿐이었다.
그 모습에 제국의 병사들이 헛바람을 들이켜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허, 헉!”
“뭐야?!”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한 느낌.
자신들의 창이 이미 뻗어 나가기도 전에 회피 동작으로 들어서지 않았던가.
너무나 허망하게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제국의 병사들은 급히 창을 회수하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다음 공격 따윈 없었다.
쾅! 쾅!
“크악!”
“컥!”
데미안의 옆에서 튀어나온 카일과 크리온이 들고 있던 방패로 녀석들을 날려 버렸다.
그러고는 데미안의 옆을 지키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제국 놈들도 별거 없군요!”
“흐흐흐, 엄청 긴장했었는데 할 만하네!”
카일과 크리온이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 모습에 데미안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건방 떨지 마라. 이러다가도 한 번에 무너지는 게 전쟁이니까.”
“예, 옙.”
“……알겠습니다.”
두 녀석이 바로 수긍하며 방패를 단단히 들어 올렸다.
어쨌거나 현재 카이온 부대의 돌격에 있어 공격은 데미안이 그리고 방어는 카일과 크리온이 맡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데미안이 서서히 방향을 틀며 다시금 바깥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던 시점이었다.
“감히 여기까지 들어와 놓고 순순히 빠져나갈 생각이더냐!”
갑자기 커다란 도끼를 들고 달려드는 한 장수의 외침에 카일이 급히 앞으로 달려 나가며 방패를 들었다.
쾅!
“크악!”
처음으로 카일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녀석의 공격을 막아 내긴 했으나, 카일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고, 데미안이 손을 뻗어 카일의 몸을 잡았다.
‘카일이 튕겨 나가……?’
힘이라면 어지간해선 지지 않는 카일인데.
데미안이 고개를 돌려 앞에 있는 녀석을 보았다.
그에 도끼를 들고 있던 녀석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데미안을 쳐다보았다.
마치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
그렇지만 이내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뭐야, 이 애새끼는.”
투구 안으로 보이는 데미안의 얼굴은 지나치게 어려 보였다.
하지만 그런 페이돈을 보며 데미안은 빠르게 창을 돌리며.
척!
“거기서 폼 잡고 있을 거면 그냥 비켜라.”
“뭐, 뭣?!”
파밧!
순식간에 그에게 달려가며 그대로 창을 내질렀다.
콰앙!
기다란 창과 커다란 도끼.
밸런스가 맞지 않는 힘의 파동이 중간에서 요동쳤다. 하지만…….
“큭!”
오히려 뒤로 밀려난 것은 페이돈이었다.
페이돈은 욱신거리는 손바닥에 미간을 찌푸렸다.
어느새 도끼를 쥐고 있던 손바닥이 찢겨져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페이돈의 표정이 우악스럽게 구겨졌다.
“감히 이 새끼가……!”
어린 데미안에게 밀렸다는 생각을 한 것일까?
페이돈이 도끼를 높게 들어 올렸다.
우우우우웅!
그와 함께 그의 도끼에 번지는 푸른빛의 마력.
녀석 역시 상당한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장수였다.
그리고.
콰앙!
데미안을 향해 휘두른 페이돈의 도끼가 그대로 바닥을 강타했다.
바닥이 쩍 하고 갈라질 정도의 강한 파괴력.
주변에 있던 이들이 모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페이돈을 보았다.
“……!”
한데 분명 정확하게 머리 위로 찍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너무 당연하다는 듯 뒤로 빠져 있는 데미안의 모습에 페이돈이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너…… 실전 경험은 많이 없구나.”
“뭐라고?”
“움직임이 단순해.”
어떤 전투를 주로 했는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힘이 강하니 대부분 일격에 승부를 봤겠지.’
도끼질 한 방으로 카일을 날려 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휘두르는 도끼를 보통 놈들이 막아 낼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길어야 다섯 합에서 여섯 합.’
그 안에 승부가 났을 테니 위험한 상황은 거의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과한 자신감.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내거나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그 자신감이 녀석에게 독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쒜에에에엑!
데미안의 창이 다시금 번쩍이며 녀석을 향해 뻗어 갔다.
가슴을 향해 뻗어 오는 창에 페이돈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급히 도끼를 들었다.
우선 도끼의 면으로 창을 막은 다음 녀석의 다리를 잘라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페이돈의 가슴으로 향하던 데미안의 창이 갑자기.
쑤악!
“……!”
방향을 전환하더니 이윽고 페이돈의 왼쪽 허벅지를 찔렀다.
푸욱!
“크악!”
그 순간 페이돈의 육중한 몸뚱이가 크게 움찔하며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날카롭게 파고든 창이 빠져나오자, 핏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고.
“크윽……!”
벌어진 상처 안으로는 뼈가 힐끗 보이는 수준이었다.
단 일격에 녀석의 기동력을 완전히 빼앗아 버린 데미안.
이내 데미안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창을 회전시켰다.
이런 녀석을 상대로 사용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오래 시간을 끌면 부대원들이 위험해진다.’
현재 카이온 부대가 하고 있는 작전은 오로지 히트 앤 런.
빠르게 치고 빠져나가야 하는데, 시간이 더 소모가 되면 포위될 가능성이 컸다.
스윽.
이어서 데미안이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나마 궁수 부대원들이 다가오는 적병들을 향해 화살을 쏘며 견제하고 있었으나.
‘그걸로 부족해.’
다소 부담이 되긴 하지만.
우우우우웅!
데미안이 최대치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심장에 강한 부하가 걸리며 근육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이다.’
그때 하이넬에게 가했던 마지막 일격.
그 감각을 떠올리며 데미안이 창을 돌렸다.
휙휙휙휙휙!
빠르게 회전하던 창이 데미안의 손에 정확하게 안착하고.
탁!
창을 잡은 데미안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리고 그 순간 데미안의 몸 전체를 휘감는 푸른빛의 아지랑이.
그런 데미안을 보며 페이돈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이, 이 애송이가……!’
페이돈이 양손으로 도끼를 쥐며 하늘로 들어 올렸다. 하지만.
“흐아아아아아아아압!”
데미안의 입에서 터져 나온 기합과 함께.
쿠아아아아앙!
마치 폭발이 일어난 듯한 그 일격.
데미안의 창이 페이돈을 향해 뻗어 오자, 페이돈은 순간적으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순간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은 엄청난 압박.
페이돈이 다급히 도끼를 들어 그의 창을 막았지만.
콰드드드드득!
데미안의 창이 페이돈의 도끼를 산산조각 내며.
“사라져라.”
“으, 으아아아아악!”
거구의 페이돈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