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36)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9화(139/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39)
화르륵!
“부, 불이다! 식량을 실은 마차에 불이 붙었어!”
“어서 덮을 만한 걸 가지고 와! 어서!”
“불화살이다! 모두 방패를 들어!”
아비규환이었다.
서로 맞붙은 격전지에서 칼과 창이 눈앞에서 빠르게 휙휙 움직이고 있었다.
두려움에 고개를 숙인 병사들.
이를 악물며 상대를 향해 창을 내지르는 병사들까지.
어떻게든 살아 돌아가겠다는 의지로 모두가 이를 악물며 서로를 향해 죽음을 선물하고 있는 이곳에서.
“……빌어먹을.”
헤이먼드는 타오르는 불길과 함께 점점 좁혀 들어오는 적군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베론 장군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하이넬을 막아 주고 있음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시간이 지연되고 있지 않은가.
‘설마…… 갈베론 장군이 지는 건 아니겠지?’
이미 20년 전부터 대륙에서 활동했던 자다.
이제는 50살이 훌쩍 넘은 노인을 상대로 제국의 오러 마스터가 밀리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빌어먹을…… 빌어먹을……!”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 작전을 계획했을 때부터 이상한 점이 많았다.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것이 없다.’
지금 자신들의 옆을 치는 저 바로크 왕국의 지원군.
저 녀석들은 진작에 갈베론 장군의 손에 죽었어야 될 녀석들이다.
저 녀석들만 아니었다면, 감히 스페니언 왕국의 군대가 자신들을 선제공격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설마, 이 선제공격이 바로크 왕국 놈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계획인 건가.”
지금까지의 입장을 본다면 그럴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렇지 않고서야 방어만 하고 있던 스페니언 왕국 놈들이 이렇게 달려 나올 수는 없지 않은가.
“페이돈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아직까지도 좌측 편에 있는 진형에선 계속해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로즈나이트 기사단의 절반을 궤멸시킨 부대라 하더라도 상당한 과장이 섞여 있다고 생각했다.
‘기습을 하지 않고서 일반 부대가 기사단을 격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이번엔 페이돈이 그들을 공격하는 입장이지 않은가.
주변에 많은 아군들이 둘러싸고 있는 상태에서 페이돈의 공격은 녀석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을 터.
다만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으니 마음이 조급해져 왔다.
하지만 그때.
콰앙!
“……?”
헤이먼드는 갑자기 페이돈이 간 방향에서 터져 나오는 굉음에 두 눈을 깜빡였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싸늘한 느낌.
“빌어먹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헤이먼드가 이를 악물며 씹어내듯 중얼거렸다.
* * *
콰아앙!
마치 쇠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 굉음에 주변에 있던 제국의 병사들은 물론, 카이온 부대원들도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릴 정도였다.
하지만 주변으로 터지는 빛이 사라지는 순간.
털썩.
자루만 남은 도끼를 쥔 페이돈은 온몸이 갈가리 찢어진 채 바닥에 쓰러졌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물어뜯은 것처럼 뜯겨 나간 흉측한 시신.
그 모습에 제국 병사들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했다.
“어, 어…….”
“이게…… 이게 대체 뭐야……?”
이런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말도 안 될 정도의 엄청난 모습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순간적으로 침묵하던 그때.
“카이온 부대!”
창을 내뻗었던 데미안이 크게 소리치자.
“허, 헛!”
“예!”
카이온 부대원들이 번뜩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그에 데미안이 다시 소리쳤다.
“카일, 크리온! 앞을 뚫어라! 이곳을 빠져나간다!”
“아, 알겠습니다!”
“예, 부대장님!”
카일과 크리온이 소리치자.
“노, 놈들을 쫓아라!”
“놈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곳에서 전부 죽여라!”
페이돈의 부관이었던 자가 소리쳤다.
비록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눈앞에서 마주쳤지만, 이대로 녀석들을 놓친다면 너무나도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하나.
‘페, 페이돈 님을 이렇게 빨리…….’
페이돈은 3군단 내에서도 실력으로 상당히 유명한 장수였다.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격퇴한 카이온 부대라는 것을 알면서도, 헤이먼드가 페이돈을 보낸 이유가 있었다.
어지간한 중급 이상의 기사들조차 페이돈의 도끼를 막아 내지 못했으며.
하물며 그가 전력으로 마력을 사용할 때는 단장급 기사들도 위협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고작.
‘저런 어린놈이……!’
부정하고 싶었지만,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돌이킬 수는 없다.
그저 어떻게든 이 실수를 상쇄해야 할 뿐.
“쫓아라! 놈들을 절대로 놓치지 마라!”
부관의 외침이 울려 퍼지며 페이돈이 데리고 온 병사들이 카이온 부대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카일과 크리온은 서서히 앞에서 막히고 있는 퇴로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최대한 서둘러 이동을 하고 있었지만.
“젠장…… 포위당하겠어……!”
“더 빨리 뛰십시오!”
크리온이 이를 악물며 달렸다. 그러나 서서히 닫혀 가는 퇴로에 절망적인 표정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
“내가 시간을 벌겠다. 빨리 쫓아와라.”
“예? 부, 부대장님!”
데미안이 바닥을 강하게 박차며 크리온과 카일의 사이를 지나갔다.
순식간에 화살처럼 튀어 나가는 데미안의 모습에 카일이 소리를 질렀지만.
“이익!”
이윽고 뒤따라오던 돌격대는 이를 악물며 데미안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후욱, 후욱, 후욱……!”
조금 전 상당히 많은 마력을 소모한 탓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온 데미안이 호흡을 거칠게 내뱉으며 달렸다.
‘여기서 막히면 부대원 전부 죽는다.’
멈춰 설 수 없는 상황에 데미안은 창을 꽉 움켜쥐었다.
그래도 토르엘이 만들어 준 덕분인지 아까 같은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도 창이 버텨 주고 있지 않은가.
‘조금만 더 버텨라.’
창에게 하는 말인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파밧!
데미안은 마력을 다리에 집중시키며 더욱 빠르게 질주했다.
“막아!”
“놈이 온다! 막아!”
그리고 달려드는 데미안을 보며 제국의 병사들이 창을 내질렀다.
이미 녀석의 공격이 얼마나 강한지는 확인했다.
그렇다면 녀석이 공격하는 것을 막는 것보단, 먼저 공격해야만 녀석을 저지할 수 있었다.
“동시에 공격해!”
“놈이 피할 공간 따윈 주지 마라!”
쑤아악!
“죽어라!”
데미안은 자신을 향해 뻗어 오는 십여 개의 창을 보며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쿵!
강한 발 구름과 함께 데미안이 떠오르자, 녀석들이 급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공중에 있던 데미안은 이미 한 손으로 창을 잡은 채.
“미안하지만 시간을 끌 수가 없다.”
이어서 데미안의 두 눈이 번뜩이는 순간.
쑤아아아아아악!
데미안이 뻗은 창이 제국 병사의 머리를 뚫고 그대로 몸 안으로 꽂혔다.
콰드득!
그리고 그들의 안으로 파고든 데미안은 고삐가 풀린 망아지처럼 창을 휘두르며 녀석들을 도륙했다.
털썩, 털썩, 털썩.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제국 병사들이 모두 쓰러지자 뻥 뚫린 길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때.
휘청.
마력을 너무 과하게 사용한 것일까?
아니면 과하게 움직인 탓에 육체가 한계에 도달한 것일까?
창을 쥐고 있던 데미안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데미안 님!”
그에 달려들던 카일이 그대로 데미안을 어깨에 올리며 달렸다.
데미안이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잠깐 쉬고 계십쇼. 이대로 빠져나갈 테니까.”
“나머진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뒤쪽에서 다른 분대장들이 알아서 할 겁니다.”
“…….”
이어진 크리온의 말에 데미안이 시선을 돌려 부대의 뒤쪽을 보았다.
이미 양쪽에서 방패를 들고 제국 병사들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는 부대원들과 움직이면서도 화살을 쏘며 엄호하고 있는 궁수 부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언제나 가장 앞에서 선두만 이끌었기에 뒤의 모습은 잘 보질 못했는데.
‘모두들 잘 따라오고 있었구나.’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광경.
그에 데미안이 카일의 어깨에 몸을 기대곤 나지막하게 말했다.
“……더 빨리 뛰어, 새끼야.”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 * *
화르륵!
한 곳에 불이 번지기 시작하자, 이내 삽시간에 주변으로 불이 옮겨붙기 시작했다.
식량을 실은 마차가 타올랐고, 그곳을 지키던 병사들이 끝내 밀리는 형태가 이루어지자.
“……후퇴한다.”
헤이먼드는 결국 후퇴를 선택했다.
후회가 가득 남는 결정이었지만, 더 이상 병력을 잃을 순 없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좀처럼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저들이 선제공격을 할 거라곤 예상도 못 했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전투가 벌어진 다음이었다.
제국의 병사들은 우수하다.
비록 수적으로 밀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두 배가 넘는 적들과 팽팽한 접전을 이루었지 않은가.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스윽.
헤이먼드는 엉망이 되어 버린 좌측 진형을 바라보았다.
마치 기다란 송곳이 파고들어 한 번 안을 휘젓고 나간 것처럼 좌측 진형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수선했다.
그에 헤이먼드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설마…… 저것 때문이라는 건가.”
전방과 우측 전투에 집중할 수 없게 계속해서 안쪽을 헤집어 놓던 카이온 부대.
고작 300명 정도밖에 안 되는 녀석들이 자신들을 밀어냈단 말인가?
‘……납득할 수 없군.’
이번 일을 대체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결국…….
“후퇴한다, 전 병력에게 알려라.”
뿌우우우우우우우!
이윽고 터져 나오는 퇴각 명령의 나팔 소리.
그 소리에 싸우고 있던 제국의 병사들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이 물러난단 말인가?
“젠장……!”
“후퇴한다! 후퇴해라!”
제국 병사들이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했다.
기세를 잡은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과 디오란트가 이끄는 바로크 왕국의 병사들이 기세 좋게 녀석들을 쫓았지만.
“그만! 여기까지다!”
“적들을 쫓지 마라! 진형을 정렬하라!”
지휘관들은 빠르게 병사들을 정렬시키며 도망치는 제국 병사들을 보았다.
“……이긴 건가.”
마테우스는 점점 멀어지는 제국의 군대를 보며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설마 자신들이 먼저 제국군을 공격하여 저들을 물러나게 할 줄이야.
‘정말로…….’
이제 세상이 변화하는 때가 온 것인가.
제국이라는 거대한 벽.
대륙에서 가장 압도적인 힘을 지닌 그들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한다.
이것은 대부분의 이들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죽을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거대한 몬스터를 상대로 덤비는 일은 그 누구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몬스터가 자신을 먹으려 한다면,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그것이 설사 몬스터가 자고 있을 때 공격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최소한의 저항조차 우리는 하고 있지 않았었던 건가.’
만약 이대로 지레 겁을 먹고, 녀석들의 진격을 허용했었더라면 대륙은 어떻게 되었을까.
제국이 계획대로 자신들의 왕국을 집어삼키고 바로크 왕국으로 진격을 했었더라면…….
“어쩌면 이미 대륙이 불바다로 변했을 수도 있겠군.”
비록 이렇게 물러나긴 했지만, 마테우스는 제국이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힘을 알고 있었다.
4명의 오러 마스터를 필두로 한 그들의 30만 대군이 움직인다면.
‘다른 모든 왕국이 힘을 하나로 뭉쳐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그런 대군은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가 되니까.
스윽.
그때 마테우스는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한 무리를 보았다.
고작 300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독립 부대.
그렇지만.
‘……저 소년이 이 기적을 만든 것인가.’
―먼저 공격해야 합니다!
회의실에서 당차게 보여 주었던 그 모습.
그리고 적진으로 파고들어 적의 진형을 유린하며 아군들이 유리한 전투를 할 수 있게 고군분투해 주지 않았던가.
마테우스는 문득 생각했다.
‘……부럽군.’
저런 인재를 가진 바로크 왕국이.
마테우스의 시선은 다가오고 있는 데미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