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37)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40화(140/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40)
“젠장…… 젠장……!”
눈앞에서 하이넬을 비롯한 글로리 기사단을 놓쳐 버린 갈베론은 어둠 속에서 홀로 남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어찌 바로크 왕국의 제1 오러 마스터라는 작자가 이렇게 쉽게 등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감히…… 날 농락하는 것인가?”
갈베론은 하이넬이 사라진 어둠 속을 바라보며 화를 삭였다.
하지만 그래도…….
“후우.”
한 가지 소득이 있었다면.
‘하이넬 프레문트라 하여 상당히 긴장했거늘.’
그와 검을 겨누는 것이 전혀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하이넬 프레문트.
그가 가진 명성은 가히 대륙을 뒤흔들 정도로 엄청나지 않았던가.
하지만 세월이 지나 쇠약해진 것인지 예전의 명성만큼이나 대단한 힘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갈베론은 이내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놓친 건 놓친 거지만.
“다음번엔 반드시 그 목을 쳐 주지.”
다음번의 싸움에서 반드시 자신이 승리할 것이다.
“……갈베론 님, 본진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자만심만 가득 찬 놈들 같으니라고.”
제국이 강한 것은 자신들 같은 오러 마스터가 있기 때문에 강한 것이다.
그리고 매일같이 훈련을 받고 있는 병사들의 강함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멍청한 지휘관들은 그들이 있어 제국이 강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이 생겨나는 것이겠지.”
결국 패배의 책임은 지휘관에게 물어야 할 터.
“돌아간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갈베론은 하이넬과의 공방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그와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후우, 물러난 건가.”
계속해서 쫓아오는 갈베론이 상당히 부담스럽던 찰나였는데, 결국은 포기하고 돌아간 듯했다.
하이넬과 함께 달리고 있던 글로리 기사단의 부단장, 오웨인이 하이넬에게 말했다.
“여기서 그를 처치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요?”
제국의 오러 마스터와 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싸울 수 있는 기회였다.
비록 힘든 상대일 수는 있겠지만, 자신들이 충분히 이길 수 있었을 텐데.
“그를 잡았더라면 제국은 더 이상 다른 왕국을 상대로 정복 전쟁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저 그를 죽이는 것만으로도 대륙의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하이넬은 오웨인을 보며 물었다.
“자네가 글로리 기사단의 부단장이 된 지 얼마나 되었는가?”
“5년 되었습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군. 하나, 오웨인 경. 그대의 의견도 좋으나,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한 가지가 있다네.”
“……무엇입니까?”
하이넬의 말에 오웨인이 물었다.
자신이 대체 무엇을 간과했다는 것이지.
그에 하이넬이 말했다.
“자네의 말처럼 갈베론을 죽였더라면 제국이 대륙을 상대로 싸움을 거는 정복 전쟁은 더 이상 할 수 없겠지. 그 말은 맞네. 하지만…… 우리가 이곳에서 전멸하게 된다면, 제국의 전진을 막을 수 있는 자들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네.”
“…….”
순간 오웨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 말은 즉.
“하이넬 님이 질 수 있다는 것입니까?”
“물론.”
하이넬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승부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상대를 죽이고자 했을 때 우리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 역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싸움은 단기전 몇 번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네.”
이미 대륙을 상대로 완강하게 이빨을 드러낸 제국이다.
그 흉포함에 대륙 전체가 요동치고 있는 지금.
“……또다시 기나긴 전란의 시대가 올 것 같군.”
그 끔찍했던 시기를 떠올리며 하이넬은 작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 * *
“승리했다고?!”
최근 놀랄 만한 소식이 계속해서 전해지는 듯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키아렌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에 에드먼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는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전부 잘된 것 같군요.”
애써 여유 있는 듯 웃고 있었지만, 에드먼도 상당히 긴장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제국의 오러 마스터가 지원군의 뒤를 치지 않나, 스페니언 왕국으로 제국의 군대가 내려오질 않나.
만약 하이넬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처참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의 활약이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소식을 들었다. 질투 많은 2사단장이 그 정도로 얘기를 했다는 건, 그의 활약이 엄청났다는 뜻이겠지.”
2사단장인 디오란트는 데미안에 대한 평을 굉장히 낮게 주었다.
독단적이며 위험한 발상으로 부대원들을 위험에 빠트릴 뻔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의 히트 앤 런 작전은 굉장히 성공적으로 적들을 유린하였고.
“그 덕분에 전장의 분위기를 쉽게 가지고 올 수 있었다라…….”
마지막에 결과만 놓고 볼 것이 아닌, 과정에서 데미안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디오란트는 보고했다.
그렇지만 키아렌은 디오란트와 꽤 오랫동안 함께 6군단을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성향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런 보고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끝도 없이 올라갈 것 같은데. 어디까지 올라갈 것 같아?”
“그건 모르지요. 다만 그 과정에서 적장까지 죽였다고 하니…… 이미 실력은 어지간한 기사단장급과 비등한 수준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장급 기사와 비등한 실력을 지닌 독립 부대의 부대장이라.”
기본적으로 기사단과 일반 병사들로 이루어진 부대는 그 힘의 차이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대개 기사들이라 함은 모두 마력을 다룰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자의 상급 검술을 익히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일반병으로 이루어진 부대가 기사단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라.
“녀석은 언제나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 주는구나.”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제국에서도 전장을 바라보는 판도가 바뀔 수 있다.
‘본대가 출정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
아마 왕국에서도 그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겠지만.
다만 더 이상 자신들을 비롯한 주변 소왕국만의 힘으로 제국을 막아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키아렌이 에드먼에게 물었다.
“아르티안 왕국의 움직임은 어떻지?”
“아직 자세히 확인해 보지 못했습니다만 그들도 현재 제국의 움직임에 상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국이 바다를 통해 병력을 이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상 아르티안 왕국도 완벽하게 안전한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키아린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재상을 만나 봐야겠다. 이번 싸움으로 인해 얻어야 할 것들도 있으니까.”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에드먼의 말에 키아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복을 갖춰 입기 시작했다.
* * *
스라간으로 돌아온 카이온 부대는 마테우스에 의해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뭐든지 말하시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원해 주겠소.”
“배려 감사합니다.”
데미안은 마테우스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부대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초부터 시작하여 부대원들의 식사까지 모두 스페니언 왕국에서 제공해 주고 있었다.
데미안은 다친 부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 상황을 확인했다.
“다들 어때?”
“중상자는 별로 없습니다. 다만 경상자들의 숫자가 꽤 되는데…… 그래도 며칠 휴식하면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
“……그렇군.”
데미안은 부상당한 부대원들을 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해야 하는 일이긴 했었지만, 어찌 되었든 자신의 무리한 작전이 이 녀석들을 다치게 한 셈이지 않은가.
게다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모두가 몰살당할 뻔했다.’
가까스로 작전에 성공하긴 했지만, 성공과 실패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였다.
하지만 그때.
“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십니까?”
“……너?”
절뚝거리며 다가온 디아날의 모습에 데미안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소 한 달은 요양을 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벌써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데미안의 표정에 디아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많이 하셨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해? 이 멍청한 자식아. 네놈 몸뚱이는 돌보면서 싸워야 할 거 아니야!”
“흐흐, 상대가 오러 마스터인데 어찌합니까.”
디아날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 강해지겠습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디아날의 모습에 데미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똑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디아날에게 말했다.
“다 나으면 빡세게 굴릴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흐흐,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디아날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리고 주변을 스윽 둘러보며 부상당한 부대원들을 보더니, 데미안에게 말했다.
“지금 이 모습을 부대장님의 탓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부대장님께서 있었기 때문에 이런 활약을 하고도 이 정도 부상자밖에 없는 겁니다.”
“흐흐, 맞습니다.”
“디아날 부부대장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부상으로 붕대를 감고 있던 녀석들이 디아날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그저 일반 병사에 지나지 않는 자신들이 이런 엄청난 활약을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대장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디아날은 진심으로 말했다.
데미안이 없을 때 느꼈던 그 무력감.
그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고 싶었지만, 자신의 실력으론 너무나도 큰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깨어났을 때, 디아날은 가장 먼저 그 생각을 했다.
그저 이런 모습으로 무력하게 당하는 것은…….
‘한 번이면 족해.’
두 번 다시 이런 치욕은 당하지 않는다.
상대가 비록 오러 마스터라 할지라도.
디아날의 눈빛에 데미안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녀석이 결심하면 정말로 해내는 녀석이라는 것을 데미안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데미안이 디아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믿고 있겠다.”
“예.”
그래, 이 말이면 충분하다.
디아날의 대답에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부대원들 사이를 걸었다.
부상당한 이들을 격려하고, 부대원들 모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전장에서 우리가 이룬 것은 단순히 뛰어나다, 공을 세웠다. 이런 느낌과는 완전히 다르다.”
저 거대한 제국의 군대에게 선제공격을 가해 녀석들을 완전히 밀어내지 않았는가.
“비록 그 주체가 스페니언 왕국이었다 할지라도 우리의 활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데미안은 자리에 있는 부대원들을 쓱 보며 말했다.
“그동안 고된 훈련을 버텨 준 덕분에 이런 활약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겠지.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낯간지러울 수 있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데미안은 진심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더욱더 높게 올라갈 거다. 기사단이든 제국의 오러 마스터든!”
우리가 더욱 위로 올라가 그들을 내려다볼 것이다.
“앞으로 모든 전장은 우리 카이온 부대가……!”
데미안이 다짐하듯 그리고 선언하듯 말했다.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