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38)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41화(141/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41)
카르텔리아 제국의 수도, 주테르멜.
대륙을 아우르는 제국의 수도인만큼 그 규모는 보통의 영지 다섯 배에 이를 정도로 거대했으며, 주테르멜의 중앙으로는 신의 강이라 불리는 아르덴 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궁궐.
황제가 살고 있다는 제국의 궁궐 안에선 평소와 달리 차가운 기류가 감돌고 있었다.
“실패라…… 실패했다는 말인가?”
카르텔리아 제국의 황제, 발렌티아 시무어.
그는 옥좌의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앞에 있던 신하를 바라보았다.
분명 작전이 실패했다는 보고를 했다면 응당 떨고 있어야 하거늘,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이 바로크 왕국의 병사들과 함께 스라간 북쪽에 대기하고 있던 제국의 군대를 향해 선제공격을 가했다고 합니다.”
“선제공격이라.”
발렌티아는 흥미로운 듯 눈을 반짝였다.
지난 12년.
제국이 숨을 죽이고 있었던 그 평화의 시간이 흐르면서 제국을 향해 먼저 칼을 빼 든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발렌티아가 물었다.
“스페니언 왕국의 병사들을 이끄는 자가 누구였지?”
“마테우스 그로네. 현재 스페니언 왕국의 대장에 오른 자입니다.”
“마테우스! 내 그를 잘 알지. 하지만 그는 아니다.”
발렌티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용맹함에 대해선 익히 들은 바가 있으나, 감히 제국을 상대로 먼저 칼을 빼 들 수 있는 자는 아니었다.
하물며 그는 전란이 끝난 12년 전, 군부에서 겨우 중간직에 있었던 애송이지 않는가.
“또 다른 이는 누구지?”
“바로크 왕국의 지원 병력을 이끄는 이는 디오란트라는 자였고, 그와 함께 움직인 부대에 카이온 부대라는 독립 부대가 있었습니다.”
“카이온 부대. 피아렌이 이끄는 로즈나이트 기사단을 반파해 버린 그 부대를 말하는 건가?”
“예. 그리고 본진과 별개로 이번 전장에서 갈베론 장군과 대치한 이가 있는데, 바로 하이넬 프레문트입니다.”
“하이넬?”
순간 발렌티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의 이름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그가 다시 전장에 나왔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폐하.”
12년 전, 그 전쟁을 마지막으로 전장을 떠난 하이넬이지 않은가.
그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 전장에 다시 나왔다는 것인지.
하지만 이로써 그의 다짐도 깨어진 것이겠지.
“후후후후후, 반가운 이름이로군.”
과거 대륙을 뒤흔들던 시기, 그때 주력으로 활동하던 이의 이름을 들으니 뭔가 기분이 새로웠다.
그리고.
“그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지. 감히 제국에 대항하고 살아남은 자일 테니. 아니…… 어쩌면 우리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발렌티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보고하고 있던 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렇게 격정적인 반응을 보인 발렌티아의 모습은 실로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발렌티아가 그를 보며 물었다.
“그대도 떨리지 않는가?”
그 물음에 앞에 있던 이가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렸다.
그가 던진 질문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들어 발렌티아를 보았다.
금색 머리카락이 살짝 웨이브 졌고, 피부는 실핏줄이 힐끗힐끗 보일 정도로 창백한 백색이었다.
조금은 마른 체형.
제국의 두뇌라 불리는 재상, 베누이트 율리아노스였다.
현 황제인 발렌티아와 함께 지금의 제국을 건설한 충신 중에 충신.
황제의 친우라 할 수 있는 베누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필요한 말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디인가?”
“이제 바로크 왕국 뒤에 숨어서 눈치만 보고 있는 그들 역시 끌어내야겠지요.”
“후후후후후후후후후.”
베누이트의 말에 발렌티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드디어 대륙이 예전의 그 전란의 시대로 돌아갈 것 같은 모습에 희열이 온몸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 곧 원하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겠군.”
대륙이 불타며 모든 이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는 그날이 말이다.
서서히 불붙기 시작한 전쟁의 불꽃을 보며 발렌티아는 실로 오랜만에 웃음을 터트렸다.
* * *
“미친놈일세.”
“……미친놈이요?”
리온하르크의 말에 데미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발페이트로 돌아온 이후, 리온하르크와 대화를 하다가 제국의 황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제국의 황제를 떠올리며 리온하르크는 그를 ‘미친놈’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의했다.
“전쟁에 미친 자였다네. 그가 처음 황권을 쥐고 벌인 일이 바로 19년 전 있었던 대전쟁이었으니까.
무려 7년간의 전쟁.
아무런 이득 없이 상처만 남긴 전쟁이었다.
그 전쟁으로 사라진 소왕국이 몇 개며,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던가.
그때의 삶을 살았던 리온하르크였기에, 제국의 황제에 대한 기억이 좋을 수가 없었다.
“내가 군으로 들어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네. 강한 국력만이 왕국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군요.”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삶에서도 리온하르크와 제법 가까운 사이라 생각은 했었는데.
‘이런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있었던가?’
뭔가 새로운 느낌에 데미안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때.
“그런데 하이넬 님은 어찌 된 일인가. 자네가 설득이라도 한 건가?”
“아닙니다. 사실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하이넬이 갑자기 전장에 나왔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가 12년 만에 다시 전장에 나왔고, 그로 인해 왕국 내에서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일 뿐.
데미안의 말에 리온하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데미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어쨌든 정말 고생 많았네. 이렇게 살아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맙네.”
“당분간 일정은 없겠지요? 부상당한 녀석들이 많아서 한동안은 치료에 전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이네. 군단장님께서도 이번 전투 이후 확실하게 휴식을 보장하셨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네.”
만에 하나 갑자기 부대를 운용한다면 이번엔 자신이 뜯어말릴 생각이었다.
리온하르크의 강렬한 의지에 데미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매번 감사합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이지 않은가.”
리온하르크의 작은 미소.
데미안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다시 부대원들이 있는 막사로 돌아왔다.
다들 데미안이 오길 기다렸는지, 데미안이 막사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바로 훈련을 재개하는 건 아니겠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지친 상태였다.
데미안은 긴장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대원들을 보며.
“일주일은 쉬게 해 줄테니 걱정 마라.”
“이, 일주일!”
“우왓!”
데미안의 결정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부대원들은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래도 멀쩡한 놈들은 틈틈이 개인 훈련을 계속하도록. 갑자기 쉬다가 다시 훈련을 받으면 지옥일 수도 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부대원들의 대답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막사를 나섰다.
아주 큰 사건 하나가 잘 넘어가긴 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제국에서도 본대를 운용할 터.’
지금까지는 1, 2만 정도의 작은 규모로 군을 운용했더라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추측할 수 있는 것으로 두 가지 정도가 있었다.
첫 번째는.
‘하이넬 공작이 다시 전장에 나온 것.’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데미안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리온하르크와의 대화를 통해 하이넬이라는 카드를 가지게 된 바로크 왕국이 이번 전투를 시작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제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는 두 번째였다.
그것은 바로.
‘선제공격을 당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의 입장에선 자신들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하겠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제국이었기에, 때리는 것에만 익숙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반격을 당하는 것까진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설마 자신들이 먼저 공격을 받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터.
이번 일은 앞으로 있을 전장에 크나큰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전투에 승리를 가지고 온 데미안의 작전이 대륙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대장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갑작스레 찾아온 손님의 존재에 데미안이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데미안을 보며 다가오는 한 남자.
“당신은……?”
“디엘 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며칠 전부터 기다렸는데…… 이제 오셨다는 얘기를 들어서…….”
하멜 상단의 직원.
그는 데미안에게 디엘이 보낸 서신을 건넸다.
그리고 그 서신에는.
“……확실히 내가 사람 하나는 잘 고른 것 같네.”
바로크 왕국 남부 땅을 매입하여 식량 재배를 시작했다는 내용.
더불어 밀토버른에 있는 토르엘을 통해 데미안이 요청했던 장비가 완성되었다는 것이었다.
그에 데미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차피 당분간 훈련도 못 할 텐데…….”
게다가 이번 전투로 녀석은 무기까지 잃지 않았던가.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겠어.’
유일하게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것을 밝혀도 되는 녀석이 바로 디아날이었다.
녀석의 성격, 충정심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고 있으니까.
“일주일.”
짧게 주어진 휴가.
물론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반보 후퇴의 개념이긴 했으나, 이 기회에 밀토버른에 가 보는 것도 녀석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저벅저벅.
데미안은 주저 없이 디아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직까지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녀석에게 이런 권유를 하기엔 조금 미안했지만…….
“가겠습니다! 따라가겠습니다!”
밀토버른으로 같이 가겠냐는 데미안의 말에 눈을 번뜩이는 디아날이었다.
그동안 데미안이 혼자서 어딜 그렇게 다니는지 상당히 궁금했었는데.
“훈련은 힘들지만, 그냥 일반적인 생활은 충분히 가능한 정도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차로 이동할 테니, 그 안에서 충분히 쉬라고.”
게다가 디엘 역시 밀토버른으로 오라고 했으니.
‘이번에 가면…… 네 명이 모이는 건가.’
데미안은 이윽고 간단하게 짐을 싸며 디아날과 함께 밀토버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벌써 데미안이 떠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그가 떠나고 난 이후 밀토버른의 대장장이 구역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마이스터의 등장.
아만타티움이라는 극강의 금속을 다룰 수 있는 토르엘이라는 존재가 부각되며, 그의 아래로 상당히 많은 제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토르엘은 부담스럽다며 거절을 했었지만, 결국 하멜 상단과의 연계로 인하여 밀토버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장간을 만들며 많은 제자들을 받기로 했다.
토르엘이 가끔씩 해 주는 기술 전수만으로도 그들에겐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
사실상 밀토버른에서 가장 유명한 대장장이가 된 셈이다.
그렇지만.
깡! 깡! 깡! 깡! 깡!
엄청난 명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토르엘은 단 하루도 망치를 놓지 않았다.
자만하지 않고 계속 정진하는 것.
그것이 자신을 이 자리로 올려 준 그에 대한 보답이며 의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치이이이이이익!
“……후우.”
차가운 물에 담근 철을 꺼내 이리저리 둘러보던 토르엘이 작게 숨을 토했다.
그리고 다시 모루에 철을 올리고 망치를 들어 올리는 순간.
“토르엘 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이요?”
갑자기 작업실로 들어온 사내의 말에 토르엘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작업 중엔 방해하지 말라고 말을 했는데…….
“누굽니까?”
“데미안이라는 이름의 손님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손님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