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41)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44화(144/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44)
하이넬의 숲속 별장.
허락받지 않은 이라면 높은 직위를 가진 귀족들조차 들어올 수 없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다시 돌아온 하이넬.
그는 앞에 있는 빌립트를 보며 물었다.
“알아보라고 한 것은?”
“생각보다 깊은 관련이 있었습니다.”
“짧게 설명이 되겠나?”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 속에 빌립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접촉을 한 것은 3년 전, 데미안이 군에 입대하면서 바로 이루어진 듯합니다.”
빌립트는 데미안과 하멜 상단이 처음 만났던 그때부터 시작하여, 에르칼에서 독점 운영권을 준 것과 6군단의 납품 관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미 하멜 상단은 바로크 왕국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상단이 되었다.
그리고 그 폭풍 같은 성장을 이룬 것은 고작 3년.
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데미안이라는 존재가 굉장히 깊숙하게 박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최근 밀토버른에서 토르엘이라는 마이스터를 발굴하면서 그곳으로 투자를 시작했고, 바로크 왕국 남부에서 엄청난 양의 밀 재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밀 재배는 아니었지만, 밀토버른의 토르엘마저도 데미안과 관련이 있었다.
“데미안이 그 상단을 움직이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볼 수는 없지만, 파트너 관계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데미안이 공로로 받은 것을 하멜 상단에게 밀어주면서 엄청난 성장을 거둔 것은 맞으니까요.”
하지만 이 부분을 좋지 않게 볼 수도 없는 것이.
“현재 군 전체의 보급 납품 건을 하멜 상단으로 바꾸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들의 성과가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하이넬이 눈을 감았다.
지난번 일과 관련하여 데미안에게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조금만 잘 이끌어 준다면…….
“내 생각이 너무 억측이라 생각하나?”
“그 생각과 별개로 그가 해낸 업적이나 재능은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빌립트조차 데미안의 재능을 인정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하멜 상단에게 연통을 한번 넣어 보게.”
“알겠습니다. 중요하게 의논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빌립트의 말에 하이넬이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따로 강조해야 할 건 없고 그냥…….”
이어진 하이넬의 말에 빌립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하이넬 공작님이요?”
“예.”
디엘의 입에서 나온 것은 상당히 의외의 내용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하이넬 공작님께서 무슨 일로 하멜 상단과 접촉을 하신 거죠?”
일국의 공작이다.
사실상 왕과 거의 필적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가 아무리 규모가 크다고 한들 일개 상단에게 먼저 연락을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게……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하이넬 공작님의 연락이라곤 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사람이 왔고요.”
“혹시 그…… 아래에 있는 사람이 마른 체형에 키가 크고 콧수염이 중후한 노인이었습니까?”
“……그걸 어떻게 아세요?”
빌립트가 직접 갔구나.
사실상 빌립트가 갔다는 것은 하이넬이 직접 지시했다는 말이었다.
그런 데미안의 표정에 디엘이 말했다.
“공작령을 비롯한 왕국 내에서 활동을 조금 더 자유롭게 보장해 주기로 했습니다. 쉬운 말로 하멜 상단의 후견인이 되어 주는 셈이지요.”
왕국 내에서 하이넬을 후견인으로 업고 있는 상단이라.
작정하고 가장 높은 자리에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하이넬이 왜?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가 없네요.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디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분명 이유가 있는 호의이긴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상단에 해를 끼칠 것 같지 않으니 우선 지켜보도록 하죠.”
만약 또다시 하이넬을 만나게 될 기회가 있다면 물어볼 수 있겠지만…….
‘또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지 장담은 할 수 없으니까.’
이미 그와 한 번 만난 것만으로도 사실상 천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만큼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려 하는 사람이니까.
데미안의 말에 디엘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으니까.
공작을 후견인으로 업은 만큼.
“진행하던 사업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해야겠네요.”
디엘이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에 데미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죠. 이제 괜찮아졌습니다.”
데미안은 그저 다시 칼론을 만나길 염원할 뿐이었다.
* * *
밀토버른에서의 사업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니, 사업을 진행하는 하멜 상단의 추진력이 엄청나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현재 6군단에 들어가는 일반 병사들의 무기는 밀토버른에서 제작 중에 있습니다. 물론…… 군단 전체로 바뀌게 된다면, 그때는 다른 영지의 구역 전체를 대장장이 도시로 만들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그곳이 생긴다면 저는 그곳으로 옮길 생각이고요.”
디엘의 말에 토르엘이 말했다.
이미 토르엘과도 모든 얘기를 끝낸 모양이었다.
“그 부분은 알아서 잘 준비해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제국 쪽의 움직임만 잘 확인하면서 예의 주시해 주세요. 저들이 움직이는 순간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이어서 옆에 있던 토르엘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제가 도와드릴 다른 일은 없을까요?”
“흐음…… 그럼 부탁을 하나만 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혹시 방패와 창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방패와 창이요?”
토르엘의 물음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카이온 부대가 나아가야 할 길도 명확하게 제시를 해야 한다.
‘보다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부대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 누구보다 빠르며 강하게.
하나의 단단한 방패가 됨과 동시에 날카로운 창이 되어 적을 꿰뚫을 수 있는 부대로 말이다.
데미안은 그 자리에서 종이에 방패와 창을 그리기 시작했다.
방패는 사각형의 모양으로 어깨에서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의 길이.
그리고 창은 창날 아래쪽으로 살짝 갈고리 같은 형태가 되어 있는 창을 그렸다.
데미안이 그려 준 창을 보던 토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량은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200개가 필요합니다.”
“……많군요. 한동안 죽어라 만들어 봐야겠네요.”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니까 하던 일을 하면서 진행해 주세요. 무리하게 해서 계획을 망치고 싶진 않으니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런데…… 이 방패와 창은 어떤 이들에게 주려고 하시는 겁니까?”
특이한 건 없었지만, 데미안이 이렇게 신경 쓴다면…….
“혹시 데미안 님의 부대원들입니까?”
“네, 맞습니다.”
칼론의 이름을 들은 이후부터 뭔가 이전보다 훨씬 투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언제든 녀석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기도 했지만.
‘더욱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지.’
속으로 화를 삭이고 또 삭이며 그날을 기다렸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죠.”
데미안은 토르엘이 만들어 준 창을 슬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옆에 있던 디아날 역시 토르엘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잘 사용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서로 인사를 끝낸 데미안은 몸을 돌렸다.
다시 부대로 돌아간다면 리온하르크와 본격적으로 부대원들의 훈련에 관해 대화를 나눠 볼 생각이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카이온 부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가자.”
“예.”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그렇게 데미안은 디아날과 함께 다시 발페이트로 돌아갔다.
그리고 같은 시각.
“……뭐라?”
“제국의 군대가 바닷길을 통해 진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차례의 공격도 없었던 아르티안 왕국으로 제국의 칼날이 뻗기 시작했다.
* * *
아르티안 왕국은 대륙의 서남쪽에 위치한 왕국이었다.
대륙의 구조는 왼쪽으로 입을 벌린 듯한 두꺼운 초승달 형태였기에 아르티안 왕국을 가기 위해선 반드시 바로크 왕국을 거쳐 가야 했다.
그것이 긴 역사 동안, 아르티안 왕국이 굳건하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바로 대륙의 강대국 중 하나인 바로크 왕국이 입구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어 줬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바로 바다를 이용하여 아르티안 왕국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바로크 왕국과 맞닿아 있는 동쪽을 제외한 서, 남, 북쪽. 삼면이 바다와 맞닿아 있기에 바닷길을 이용한 침략에 언제나 유의해야 했다.
하지만 두 명의 오러 마스터를 보유한 아르티안 왕국이었기에 사실상 그들은 침략받는 것과는 항상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저게 뭐야?”
아르티안 왕국 북쪽 해안 경비대.
높은 망루에서 바다 쪽을 감시하고 있던 병사는 멀리서 보이기 시작한 검은 무언가에 미간을 찌푸렸다.
밤의 바다는 특히나 어둡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바다와 하늘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 중간 어디쯤인가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병사는 옆에 있던 선임을 보며 말했다.
“칼비슨 병장님. 저기 뭔가 나타난 것 같지 않습니까?”
“아…… 쓰벌. 이런 새벽에 뭐가 나타나, 인마. 크라켄이라도 나타난 거야?”
“아니요, 그게 아니라…….”
하지만 이윽고 병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불빛 하나 없는 그것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엄청난 수의 선박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병사가 소리쳤다.
“저, 적군의 군선입니다! 적군의 군선입니다!”
“뭐라고?”
칼비슨이라 불린 선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눈을 비볐다.
젠장, 자고 있었던 탓에 정신이 몽롱했지만 그는 눈에 힘을 주며 앞을 보았다.
후임의 말처럼 정말로 군선이었다.
그것도…….
“제, 제국이다!”
뎅뎅뎅뎅뎅뎅뎅뎅뎅!
칼비슨이 미친 듯이 종을 치기 시작했다.
“적의 군선이다! 제국의 군선이 나타났다!”
그가 크게 소리치자 아래에 있던 경비대 막사에서 아르티안 왕국의 병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쪽 해안 경계를 지키는 경비대장 호문트는 멀리서 보이는 제국의 군선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드디어 이곳까지 온 것인가.”
이미 제국이 대륙을 상대로 정벌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하지만 어디까지나 육지의 싸움에서 진행되다가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들에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예상치 못했는데…….
그렇지만.
“감히 이 땅에 온 것을 후회하게 해 주마.”
호문트는 서둘러 병사들을 지휘하며 전투를 준비했다.
궁병들은 제국의 병사들이 해안가로 올라왔을 경우 곧바로 화살을 쏠 수 있게 준비했고.
“발리스타를 준비하라!”
“예!”
군선을 파괴할 거대한 병기.
발리스타까지 등장하며 본격적인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호문트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
“이 땅을 밟기 전, 절반은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 주마……!”
이윽고 준비된 발리스타가 제국의 군선을 향해 조준을 끝마쳤다.
그에 호문트가 검을 앞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적의 군선을 모조리 파괴해라! 발리스타, 발사!”
콰앙!
강렬한 폭음과 함께 엄청난 두께와 길이를 지닌 발리스타의 화살이 제국의 군선을 향해 뻗어 나갔다.
제국과 아르티안의 첫 전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