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44)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47화(147/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47)
“전…… 이미 한 번 죽었던 적이 있습니다.”
상당히 진지한 표정이었다.
마치 정말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흠…… 그런가.”
데미안의 말에 하이넬이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얼마나 좋지 못한 기억이기에 죽었다는 표현을 하는 것일까.
하이넬은 데미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든든하게 있어 줘서 정말 고맙네.”
“……별말씀을요.”
데미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믿지 않는 듯했다.
하긴, 이런 말을 진짜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세상에 있을까?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하이넬은 계속해서 진지한 표정으로 데미안에게 말했다.
“자네의 대답은 잘 들었네. 그런데 강해지고 싶다고 했나?”
“예.”
“죽을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네. 자네가 원하는 수준으로 강해지려면 정말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네.”
“하겠습니다.”
데민안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에 하이넬이 입을 꾹 다물며 침묵했다.
무언가 고민을 하는 듯…….
그러나 이윽고 결심을 끝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자네가 얼마나 따라올 수 있을지…… 한번 보도록 하지.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아 두어야 할 걸세.”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그런 데미안의 물음과 동시에.
“……!”
순간 데미안이 화들짝 놀라 뒤로 펄쩍 뛰며 하이넬과 거리를 벌렸다.
어느덧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이넬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데미안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난 자네를 죽이겠다 생각을 하겠네. 그렇지 않는다면 다다를 수 없는 경지니까 말이네.”
“살아남아 보겠습니다.”
“후후, 좋은 마음가짐이네.”
그 말과 함께 데미안을 억누르던 살기가 사라졌다.
이윽고 하이넬이 저택 쪽으로 걸음을 옮기더니.
“앞으로 많이 고단해질 텐데…… 오늘을 푹 쉬고 든든하게 먹도록 하지.”
“예.”
어차피 돌아갈 생각은 없다. 그 무엇을 하든…… 무조건 해낼 생각이다.
저택으로 들어가는 길.
데미안은 마치 거대한 짐승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 *
쾅!
주먹으로 내려친 테이블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질 듯 크게 흔들렸다.
“대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이오!”
“…….”
분노에 찬 남자의 말에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도 하질 못했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니까 말이다.
“고작 3일 만에…… 해안 경비대가 몰살하고 스렌츠카날이 함락당했소. 그리고 이제 그 군대가 드리온트로 이동한다는데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오!”
아르티안 왕국의 국왕.
프란츠 위넨.
좀처럼 화를 내지 않기로 유명했지만, 작금에 생긴 황당한 사건은 도저히 그도 참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정전에 있는 신하들 중 한 명을 바라보았다.
“재상.”
“하명하십시오, 전하.”
“그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태가 이 지경인데 아무런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아닙니다. 워낙 갑작스레 들어온 기습인 데다 그 군을 이끌고 있는 자가 제국의 제2 오러 마스터, 칼론 크산토스입니다.”
“……칼론 크산토스?”
순간 프란츠 위넨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칼론 크산토스라는 이름이 가진 위명은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군을 이끌고 쳐들어온 것이라면.
“……대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소?”
“현재 드리온트로 1군단의 병력을 전부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더불어…… 동부에 있는 케일런 장군까지 호출을 했습니다.”
케일런 디에르고.
아르티안 왕국의 오러 마스터로 칼론에게 대항한다면 반드시 그에 걸맞은 수준의 장수가 필요한 법이다.
그에 프란츠가 작게 숨을 토하며 대신들을 보았다.
“모두들 현재 상황을 잘 인지해야 할 것이오. 제국이 바닷길을 이용하여 움직였다는 것은 이제 그들이 대륙 전체를 상대로 싸우겠다는 뜻이니까.”
이제부턴 결코 자신들도 안전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프란츠의 말에 대신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전하.”
“지금부터 제국의 군대가 이 땅에서 떠날 때까지 1급 비상 상황을 선포하겠소. 그 모든 것보다 그들을 몰아내는 것을 우선시하도록.”
“예! 전하!”
지금까지 관망하고 있던 아르티안 왕국 역시 본격적으로 대륙의 전쟁에 개입을 시작했다.
* * *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이전에도 하이넬의 벽이 상당히 높다 생각을 했었지만.
‘……이건 좀 과할 정도로군.’
검을 들고 서 있는 하이넬의 몸에선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투기가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름다운 숲의 정원을 가진 이곳과는 너무나 상반된 기운.
하지만 하이넬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데미안에게 말했다.
“오러라는 것은 이른바 생명의 끝에 다다랐을 때 선택받은 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일세. 그러니 한 가지 부탁을 하겠네.”
“말씀하십시오.”
“죽지 말게.”
“…….”
데미안은 저 말이 진심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데미안은 토르엘이 만들어 준 봉을 꺼내며 버튼에 마력을 주입했다.
파캉!
눈 깜짝할 사이 길어지며 날을 꺼낸 창을 보며 하이넬이 흥미로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신기한 물건이로군.”
“그럼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어차피 대련을 빙자한 싸움일 뿐이다.
그 싸움 끝에서 결국은 무언가를 얻으라는 것인데.
‘먼저 받아 줄 이유가 없지……!’
파밧!
데미안이 바닥을 박차며 빠르게 하이넬을 향해 쇄도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데미안을 보며 하이넬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우웅!
그의 검이 작게 진동함과 동시에 푸른빛의 마력이 그의 검 주변을 감쌌다.
흉흉한 기세.
하이넬은 달려오는 데미안을 향해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쑤악!
엄청난 속도.
하지만 데미안은 하이넬의 움직임을 두 눈에 담았다.
스르르르륵.
그가 검기를 형성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왼발을 앞으로 내밀며 오른쪽 어깨를 뒤로 뺀 동작.
그리고 그의 시선과 찔러 들어오는 검 끝의 방향.
검을 쥐고 있는 손목의 각도와 허리의 비틀어짐까지.
‘왼쪽……!’
옆구리를 노리는 그의 공격에 데미안이 빠르게 오른쪽으로 몸을 숙이며 동시에 쥐고 있던 창을 몸 뒤로 올렸다.
휙!
“……!”
자신의 찌르기가 허공을 가름과 동시에 하이넬은 왼쪽에서 휘둘러지는 데미안의 창을 보았다.
이전 대련에서도 느꼈던 것이었지만.
‘신기한 움직임이로군.’
마치 자신이 어느 쪽으로 공격할지 알고 있다는 듯한 엄청난 반응.
이것이 본능적인 반응인지, 아니면 이성적인 판단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후자라면…….’
이 또한 녀석의 엄청난 재능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실로 대단한.
하나.
“흡!”
검을 내질렀던 하이넬이 곧바로 검을 회수하며 데미안의 창을 향해 휘둘렀다.
쩌엉!
“큭!”
데미안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기본적으로 싸움은 한 번씩 주고받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적이 공격했을 때, 피하거나 막거나.
이렇게 서로 한 번의 차례가 끝난다면 다시 행위가 반복되거나, 입장이 바뀌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하지만 지금 데미안의 움직임은 사실상 반박자 빠른 행위라 할 수 있었다.
하이넬의 공격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공격을 회피했고, 반박자 빠르게 공격을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리도 정확하게 자신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하이넬이 말했던 ‘격’의 차이란 말인가.
으득!
“흐아아아압!”
인정하기 싫었다.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니까.
‘그까짓 격……!’
데미안이 눈을 부릅뜨며 하이넬을 향해 빠르게 창을 내질렀다.
촤자작!
거의 눈 깜빡할 사이에 터진 3연격.
하지만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공격을 피해 낸 하이넬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자.
“하압!”
데미안이 창대의 끝을 잡고 몸을 회전하며 창을 휘둘렀다.
쑤아악!
공기를 찢는 듯한 파공음과 함께 하이넬의 허리가 뒤로 크게 젖혀졌다.
나름대로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하이넬의 옷깃에 닿는 것조차 불가능했었다.
‘그렇다면……!’
푸아아악!
데미안의 몸에서 엄청난 투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데미안의 육체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이 정도 마력을 감당하기엔 익숙하지 않았지만.
‘동등하게 싸우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데미안의 두 눈이 이글거렸고, 그의 손에 쥐어진 창이 작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창 전체에 둘러진 선명한 푸른빛.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기세에 하이넬 역시 검을 들며 진지한 표정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이래선 분위기상으로 자신이 밀리는 느낌이지 않는가.
‘지난번에 깨우친 것을 이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렸단 말인가.’
우연으로 한 번 나왔던 경지일 뿐이다.
그런데 벌써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 낼 정도가 되었다니.
‘천재는…… 천재라는 건가.’
하지만 하이넬은 몰랐다.
이것은 십수 년 뒷골목과 전장을 구르며 익힌 경험과 목표를 향한 데미안의 지독한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것을.
단순히 천재라느니, 재능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데미안에게 있어 실례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하이넬은 그저 데미안의 재능이 뛰어나다고만 생각을 했다.
“이 정도로는 안 되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압!”
마치 원수를 만난 것처럼 엄청난 기세로 달려드는 데미안.
그는 자신을 시험하려는 하이넬의 예상을 완전히 깨부수고 싶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이 한 수가 그들에게 위협적인 공격이 될 수 있기를.
데미안의 간절함이 담긴 공격이 하이넬을 향해 뻗어 나갔다. 하지만 그 순간.
쩌엉!
하이넬의 검이 데미안의 창끝을 때리자.
쿠우웅!
주변으로 엄청난 기의 파동이 크게 요동쳤다.
그리고 마력이 일렁이는 듯한 묘한 기류와 함께 데미안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자신의 마력이…….
‘흩어졌다고……?’
그야말로 더 큰 마력으로 찍어 누른 형상.
데미안의 창을 막아 낸 하이넬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싸늘한 칼날처럼 데미안을 응시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예?”
서걱!
그와 함께 데미안은 왼쪽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몸을 휘청였다.
방금 전 하이넬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어.’
그리고 그와 함께.
“으아아아악!”
깊게 베인 검상에 데미안이 상처 부위를 누르며 비명을 질렀다.
만약 하이넬이 작정하고 베었더라면 무조건 죽음에 이르는 수준.
하지만 이내.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폼멜로 데미안의 뒷목을 후려친 하이넬.
털썩.
그에 데미안이 기절하며 바닥에 쓰러지자 하이넬이 작게 숨을 토했다.
“후우…… 쉽지 않은 청년이로군.”
만약 이 녀석이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면…….
“후후후, 이거 괜히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네.”
하이넬의 중얼거림과 함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빌립트가 다가왔다.
그의 손에 쥐어진 작은 병.
바로 하이 포션이었다.
그 모습에 하이넬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이 대련이 끝날 때쯤엔 영지 하나를 살 만큼 돈을 쓰는 게 아닌가 모르겠구먼.”
“공작님께서 원하신 일이지 않습니까.”
“후후, 그거야 그렇지.”
이윽고 하이넬이 몸을 돌리자 빌립트는 상처 입은 데미안을 똑바로 눕힌 채 상처 부위에 하이 포션을 조심스럽게 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이넬과의 훈련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