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ortal Genius Spearman RAW novel - Chapter (145)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48화(148/150)
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48)
흡사 예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핏!
팔에서 살짝 흘러나온 피가 물감처럼 허공에 흩어졌다.
가까스로 피했지만.
“지금처럼 움직였다간 또 당할 걸세.”
하이넬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선명하게 고막을 파고든다.
으득.
입술을 질끈 깨문 데미안은 하이넬을 노려보며 빠르게 창을 뻗었다.
쑤아아악!
뒤로 창을 빼는 예비 동작도 거의 없는 빠른 찌르기.
비록 파괴력이 조금 떨어질 수 있으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하이넬의 움직임을 쫓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쩌엉!
“큭!”
데미안의 창을 튕겨 낸 하이넬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힘도 실리지 않은 잔재주 같은 찌르기가 먹힐 거라 생각하는가?”
‘빌어먹을……!’
튕겨 난 창을 타고 전해지는 충격이 상당했다.
창을 쥐고 있던 손이 얼얼해지는 것 같은 느낌에 데미안이 뒤로 펄쩍 뛰며 양손으로 다시 창을 잡았다.
“후우우우우…….”
크게 숨을 토하며 감정을 가라앉혔다.
지금은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두 번 다시 죽지 않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욱신.
하이 포션으로 치유는 거의 다 되었지만, 어제 하이넬에게 베인 옆구리가 크게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검이 살을 파고들며 베는 그 느낌.
아주 조금만 더 깊었다면,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그 찰나의 순간.
두려움이 온몸을 엄습했지만, 데미안은 투기로 두려움을 밀어냈다.
그리고…….
스스스스스슥!
데미안의 몸 주변으로 푸른빛의 마력이 일렁이며 증폭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하이넬 역시 마력을 더욱 끌어올리며 검에 집중했다.
“계속 눈싸움만 할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쾅!
데미안이 왼발로 강하게 바닥을 내리쳤다.
강렬한 굉음과 함께 그 탄력으로 하이넬을 향해 쇄도한 데미안.
하지만 일자로 나아가던 데미안의 신형이 순간 흐릿해지더니.
스륵.
마치 잔상을 남기는 것처럼 옆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그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데미안의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런 얕은 재주로 나를 상대하려는 건가?”
옆으로 시선을 돌린 하이넬이 데미안을 향해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엄청난 스피드.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몸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공격이었다.
쩌엉!
가까스로 창을 들어 막은 데미안이 뒤로 밀려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하지만 하이넬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흡!”
쑤아아아악!
앞으로 한 걸음 크게 내디디며 그대로 검을 휘두르는 그의 공격은 데미안의 몸을 사선으로 가를 듯 강렬한 기세를 뿌렸다.
‘거리가……!’
데미안이 편안하게 창을 휘두르기 위해선 최소 한 걸음 이상 더 거리가 벌어져야 한다.
그러나 데미안이 거리를 벌리려고 하면, 귀신같이 한 보폭을 줄이며 자신의 거리를 유지하는 하이넬이었다.
휙! 부웅! 쑤아악!
데미안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죽을힘을 다해 그의 공격을 피해 내는 것일 뿐.
반격을 하고 싶었지만, 데미안의 창이 채 뻗어 나가기도 전에 하이넬의 검이 먼저 움직였다.
‘오러를 사용하고 있지도 않은데도…….’
이렇게나 차이가 난단 말인가?
게다가 하이넬이 휘두르는 검은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
하이 포션을 믿고?
‘아니다.’
이 정도 공격도 막아 낼 수 없다면 그냥 이 자리에서 죽어도 상관없다는 공격.
검을 피하던 데미안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쩌엉!
하늘로 치솟은 창이 하이넬의 검을 튕겨 내는 순간.
“……!”
“저도 당신을 죽이겠습니다.”
데미안의 창이 빠르게 회전하며 하이넬의 심장을 노리며 뻗어 나갔다.
살기 짙은 데미안의 공격에 하이넬이 급히 검을 회수하며 방어했다.
아니, 방어하려고 하는 그 순간.
쑤아악!
갑자기 데미안의 창이 경로를 틀더니 자신의 발을 노리며 뻗어 왔다.
쾅!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이넬이 왼쪽 발을 빼는 순간 데미안의 창이 강하게 바닥을 때렸고.
푸아악!
잔디가 뜯겨 나가며 튀어 오른 흙모래가 순간적으로 시야를 가렸다.
“이, 이런!”
하이넬이 당황한 듯 소리쳤다.
흙모래로 시야가 가려졌고, 데미안과의 거리가 세 걸음 이상 떨어졌다.
즉, 자신의 검이 닿지 않는 거리.
반대로 데미안에게 있어선 공격하기 가장 좋은 최적의 거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튀어 오른 흙모래 반대쪽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강렬한 마력의 파동.
쑤아아아아악!
이윽고 흙모래를 집어삼키며 뻗어 나오는 창이 하이넬의 가슴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잔재주 따윈 부리지 않은 그야말로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데미안의 공격.
그에 하이넬의 몸 주변으로 푸른빛의 뇌전이 번쩍였다.
콰르르르르르르르릉!
“크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 전격에 휩쓸린 데미안이 뒤로 튕겨 나가며 비명을 질렀다.
녀석의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책으로 사용한 오러였기에 정통으로 맞은 것은 아니었지만.
“빌립트!”
“예, 공작님.”
어느덧 빌립트는 쓰러진 데미안에게 다가와 그의 입속에 하이 포션을 부었다.
스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패도적인 힘이지 않은가.
빌립트는 어제와 달리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데미안을 보았다.
설마, 하이넬이 오러를 사용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괜찮은 것 같습니다. 몸 내부의 마력 회로가 살짝 뒤틀린 것 같지만…… 하루만 쉬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후, 다행이로군.”
“당황하신 모양입니다.”
빌립트의 물음에 하이넬은 아까 전 데미안의 모습을 떠올렸다.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는 듯한 그 악귀 같은 눈빛.
게다가 뒤를 생각하지 않는 마력의 전개는 순간적으로 하이넬을 당황하게 만들 정도였다.
‘하나…….’
이래서는 아직까지 가야 할 길이 멀지 않은가.
“내일 다시 하겠네.”
하지만 이제 겨우 이틀째.
이 정도만 해도 상당히 빠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이러다 한 명은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군.’
하이넬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또 기절한 건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익숙한 천장.
이 천장이 의미하는 것은 하이넬과의 전투에서 자신이 패배했다는 뜻일 터.
데미안은 기절하기 전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번쩍하는 순간 기억을 잃긴 했지만.
“……분명 오러였어.”
데미안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하이넬을 향해 뻗은 마지막 일격.
그것은 정말로 그를 죽이기 위한 공격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런 집착 같은 공격 때문이었을까?
하이넬이 결국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해 오러를 사용하지 않았던가.
‘그거면 충분하잖아.’
데미안이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이내…….
꾸욱.
이윽고 주먹을 말아 쥔 데미안의 눈빛이 다시 흉흉하게 변했다.
하이넬이 오러를 사용하게 했다고 충분하다 생각을 하는 건가?
‘아니……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
그저 그에게 창이 한 번 닿는 것을 목표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앞으로 데미안이 싸워야 할 상대는 하이넬보다 더 강한 적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고작 오러를 사용하게 했다는 것으로 만족했다고?
벌떡.
데미안이 이불을 박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리 한가하게 누워 있을 시간이 없단 말이다. 하지만 그때.
“누워 있으십시오, 지금은 쉬셔야 합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아니요, 냉정하게 자신의 몸을 확인해 보십시오.”
방으로 들어온 빌립트의 말에 데미안의 미간에 주름이 살짝 패었다.
이윽고 데미안은 가볍게 마력을 운용했다. 그리고 그 순간.
지끈.
순간적으로 아랫배 쪽에서 뜨끔하는 통증과 함께 빈혈이 살짝 몰려왔다.
그에 빌립트가 데미안에게 물이 든 컵을 건넸다.
“조금은 더 쉬는 것이 좋습니다. 급히 가는 것은 좋지만,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조언 감사합니다.”
털썩.
그러곤 데미안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휴식을 해야 하는 이 상황이 퍽 유쾌하진 않았다.
꿀꺽, 꿀꺽, 꿀꺽.
순식간에 물 한 잔을 비워 버린 데미안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조급한 마음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어쩌면 1년, 2년이 지나도 닿을 수 없는 경지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데미안은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데미안 님. 조언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지만…… 제가 한마디 올려도 되겠습니까?”
“예? 아…… 물론이죠. 경청하겠습니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빌립트를 보았다. 그에 그는 옅은 미소를 짓더니, 이내 데미안에게 말했다.
“데미안 님은 충분히 강하십니다. 사실 나이를 생각한다면 눈으로 직접 보지 않는 이상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요.”
빌립트는 왕국 내, 수많은 유망주들을 알고 있다.
고위 귀족 가문에 있는 그들은 어릴 때부터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훈련을 병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연코 말하건대, 그들 중 그 누구도 지금 데미안 님의 나이에 데미안 님만큼의 실력에 오른 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단순 바로크 왕국뿐만이 아니라, 대륙 전체를 뒤졌을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나…….
“조급함과는 별개로 데미안 님은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100% 사용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100% 사용을 하고 있지 못한다고요?”
“예.”
빌립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그는 마력을 다룰 수 없었지만, 오랫동안 하이넬의 옆을 지키며 많은 무장들을 보았다.
왕국 내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무장들은 기본적인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마력의 활용.
그리고 그 활용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에 의해 강하게 방출하는 것만이 마력의 정확한 쓰임새는 아닙니다. 보다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며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력의 효율…….”
빌립트가 얘기한 것은 이미 데미안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신없는 전투에서 그것을 완벽하게 다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때문에 데미안은 보다 강한 마력을 방출하는 것에 집중을 했었다.
“마력을 강하게 방출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에게 나의 전력을 노출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됩니다. 마력이 방출되는 순간, 상대 역시 대비를 할 테니까요.”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이넬 님의 움직임을 쫓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점차 익숙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마력을 다루는 이들 모두가 그것을 굉장히 신경 쓰며 싸우고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합니다.”
“……예.”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 역시 마력 컨트롤이라면 상당히 뛰어난 편에 속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하이넬과 비교한다면 한참 아래일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의 대답에 빌립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앞에 얘기한 것들은 마력을 다루는 상급 장수들의 공통점이었고…… 저는 여기서 데미안 님께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빌립트가 정말로 데미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데미안이 귀를 쫑긋 세우며 빌립트를 보았다.
그에 빌립트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데미안 님께서 가장 신경 쓰며 집중해야 하는 일. 그것은 바로 마력의 형상화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력의…… 형상화?”
“예, 그것이 바로 오러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